<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⑩대통령실·국방부 입장은?

그러거나 말거나 ‘무관심’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오는 9월 활동을 마무리한다. 이들 뒤에는 여전히 순직 인정을 애타게 바라는 유가족들이 남아있다. 순직 제도의 구조적 모순도 그대로다. 5년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남은 과제는 이대로 방치되는 걸까? 활동을 더 이어나갈 순 없는 걸까? 대안은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을 <일요시사>가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직접 물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17일 국방부에 군 의문사와 관련한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답변은 이틀 뒤에 돌아왔다. 국방부 입장은 질문과 관련 없거나 원론적인 내용만 열거한 게 대부분이었다. 

“원칙대로”

이를테면 ‘국방부가 순직 심사에서 기각·보류한 30건에 관한 의견 변동사항이 없느냐’는 질문에 “기각으로 결정된 심사 결과에 관해 유가족이 재재심 요청 시 1회에 한해 추가 심사가 가능하다. 보류로 결정된 심사 결과는 추후 다시 심사를 하고, 심사 결과 기각 결정 시 유가족이 1회에 한해 추가 심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국방부의 결정 사항에 변동이 없냐는 질문에, 기각·보류 시 추가 심사 절차를 답한 셈이다.

국방부는 ‘순직 심사를 하는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위원 명단이 비공개인 이유’에 대해선 “군 인사법 시행령에 의거 심사의 공정성과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순직 유형을 1~3형으로 분류에 놓은 이유’를 묻자 “국가 수호 및 안전보장,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직접적인 직무 수행 중 사망한 순직자와 직접적 관련 없이 사망한 순직자를 구분하기 위해 분류했다”는 답이 뒤따랐다.

‘순직 심사 때 망인 사망 원인에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 입증 책임을 유가족이 지는 이유’에 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방부 측은 “사망사고 발생 시 군사경찰 및 군검사가 사실확인을 하고, 민간 경찰과 검사가 수사를 진행해 사망 원인을 조사해 유가족에게 안내한다. 필요 시 국가인원위원회가 사망사고 수사에 입회한다”며 “각 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일반사망으로 결정된 후 유가족 또는 타 국가기관이 재심을 요청하면 사망 원인에 대한 재조사 또한 국방부 조사본부 또는 타 국가기관에서 직접 사망 원인 및 직무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서 타 국가기관이란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권익위원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세 곳을 말한다.

국방부에 직접 질의…원론적 자세
일정 끝낸 장관 찾아가자 묵묵부답

하지만 국방부의 주장과 달리, 군 외부에서는 망인의 순직 인정을 위해선 사실상 유가족이 사망 원인과 직무 연관성을 입증·제시해야 한다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자녀의 순직 인정을 위해 생업마저 그만두고 증거 수집에 몰두했던 부모 사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한 국회가 지난 1월 본회의서 군 인사법 제54조의2를 개정했다. 이제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된다. 이제야 입증 책임이 비로소 유가족서 국방부로 넘어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적폐청산위원회는 2018년 ‘타 국가기관의 순직 권고 시 국방부는 전면 수용’하라는 권고안을 발의해 공표했다. 하지만 현재 규정은 ‘타 국가기관 순직 권고 시 재심사 의무’로 바뀌어있다. 이상한 점은 적폐청산위원회가 ‘전면 수용’ 권고안은 공표한 반면, ‘재심사 의무’ 규정은 공표한 바 없다는 점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전면 수용’서 ‘재심사 의무’로 자구가 바뀐 배경과 규정 변경 사항이 공표되지 않은 이유를 국방부에 물었다. 

국방부는 “‘적폐위서 순직 권고 시 전면 수용’하도록 권고안이 공표됐으나 군인사법에는 순직 관련 최종 심사는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서 결정하도록 명시돼있다. 이에 타 기관서 순직 권고한 건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서 의무적으로 재심사하고 있다”면서 “‘재심사 의무조항’은 군인사법에 명시돼있고 군인사법 개정 시 이미 공표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위원회 활동 끝나는데…대안 없나?
대통령실에도 물었지만…답변 없어

<일요시사>는 국방부 측의 보다 명확한 답변을 얻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를 찾았다. 이날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 의원회관서 국민의힘 초청 강연을 진행한 날이었다.

<일요시사>는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이 장관에게 ‘위원회가 순직 요청한 것을 국방부가 왜 다시 심사하고 있는지’ ‘유가족들이 국방부 결과가 위원회와 다른 점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순직 심사 재의 요구에 관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이 어떤지’ 등을 질의했다.

이 장관은 “사전 질문지가 있어야 한다. (국방부 대변인실에)따로 협조 요청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원론적인 답변밖에 받지 못했다’며 재차 질의를 이어가자, 이 장관은 아예 자리를 피해버렸다. 이때 이 장관을 보좌하던 국방부 직원들은 취재진이 중심을 잃을 정도로 밀쳐내기도 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활동기간 5년의 대통령 직속기구다. 문재인정부 때 구성된 이번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오는 9월까지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후 1년이 넘기까지 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의 계획을 명쾌하게 밝힌 바 없다.

<일요시사>는 대통령실에 ‘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관련 업무 보조를 위한 별도 논의사항이 있는지’와 ‘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상설기구 설치 계획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자리 피해

당초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대통령실)행정관을 통해 질의사항을 문의하면 답변을 회신하겠다”고 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질의사항을 전달한 후 대통령실 측에 수차례 답변을 재촉했다. 돌아온 답변은 “소관 부처에 전달했다”는 것뿐이었다. 한 달이 넘는 기다림에도 질의 내용에 관한 답변은 끝내 오지 않았다. 매번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반복됐고, 진행 상황은 여전히 알 수 없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