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④‘의심 자초’ 초동수사 한계

여전히 군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잘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국군의 ‘자체’ 수사 결과와 순직 결정의 낯뜨거운 공통점이다. 단지 유족들의 현실 부정 때문일까? 그보다 전문가는 ‘과정’을 문제삼는다. 폐쇄적인 군 초동수사 과정과 이에 기초한 순직 여부 판단이 신뢰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 <일요시사>는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을 만나 군 초동수사의 한계를 물었다. 

“유가족이나 국민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불신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시행 1주년을 앞둔 개정 ‘군사법원법’을 이같이 평했다. 군의 자체 수사권 중 일부를 민간 경찰로 넘기는 게 개정법의 골자인데, 실효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랬다
저랬다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수사 결과와 이를 근거로 내려진 ‘순직 불허(일반 사망)’ 판정. 유족들의 애끓는 반론은 우리 군의 고질병인 폐쇄성, 불공정성과 맞닿아 있다.

군 수사당국의 봐주기 수사·부실 조치 논란을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일례로 이 개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결정적 계기는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것이다. 특검 과정서 드러난 진실에 여론은 분노했다. 이는 곧 군 사법개혁 요구로 귀결됐다. 

이 중사는 사망한 지 18개월만인 지난 2월에 들어서야 순직 인정을 받았고, 특검이 재판에 넘긴 피고인 중 6명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에 나온다. 아직 마무리되지도 않은 사건이 법 개정을 이끌 정도로 반향이 컸다. 김 국장은 “‘군의 자체 처리(수사)를 믿기 어렵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입대 전 저지른 범죄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의 수사·재판권이 군에서 민간으로 이전됐다. 군 당국이 변사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하다가도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민간이 수사·재판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개정법이 원안서 너무 후퇴해 통과된 탓에, 본래 기대했던 것만큼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누더기 법안’이 된 셈이다. 일례로 성폭력 범죄는 민간이 수사하게 됐지만, 2차 가해 조치나 수사는 여전히 군이 맡는다. 

김 국장은 국방부의 극심한 반대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평시에는 군의 사법 수사 기능을 다 민간으로 이전하자는 것이 원안이었습니다. 국회에도 그런 법안이 많이 발의돼있었는데, 국방부가 너무 심하게 반대해서 한참 후퇴한 지점서 합의가 이뤄진 겁니다.”

특히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라는 대목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군이 초동수사 과정서 자의적 선별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군은 개정법 시행 이후로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인가’라는 1차적 선별을 통해 사망사건 수사를 민간으로 넘길지 말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선별 기준조차 모호하다.

김 국장은 “우리 법체계에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란 개념이 없다. 어떻게 정의할 수 있겠나? 내가 누군가에게 욕을 해서 그 사람이 사망했다고 하면, 그것도 사망의 원인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살인·상해치사 등 일부 명백한 범죄행위 이외에는 수사기관의 임의적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현재 법체계 아래에선 그 판단 주체가 군”이라고 부연했다.

신뢰 잃은 군, 민간으로 넘기려 했지만…
“국방부 반대에 개정법 후퇴…유명무실화”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건 수사의 민간 이전 비율은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 사이 연평균 65.5명이 군대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반년이면 통상 30명 안팎의 극단적 선택 사망자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총기나 폭행 등이 사인인 군기사고를 포괄하면 그 수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 이후 약 반년간 민간으로 이관된 군인 관련 범죄 410여 건 중 사망사건은 단 한 건뿐이다.

김 국장은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가 있다면 국가가 책임을 묻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군은 지휘 책임 등을 면피하기 위해 사건 민간 이전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고려하는 듯하다”고 짚었다.

사망 수사 결과는 순직 결정의 주된 잣대로 활용된다. 현재 순직 결정이 기각·보류된 이들의 유가족과 국방부는 마치 ‘민사소송’을 하듯 입증 대결을 벌이는 양상을 보인다. 

수사권이 민간으로 온전히 넘어오지 않은 탓에, 군이 수사한 자료를 근거로 군과 대립하는 유가족들이 앞으로도 생겨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순직을 최종 판단하는 주체도 여전히 군이다. 유족들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여러 전문가들은 “국민에게 ‘군 내부서 수사·결정해도 충분히 공정하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면, 군의 권한을 굳이 뺏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국장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전문성
떨어져”

군인권센터를 찾는 유족들의 사례를 종합하면, 군은 유족에게 수사 결과나 증거 등을 최대한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

“예컨대 유서를 좀 달라고 하면 ‘못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시 가서 열람하겠다거나 사본을 요구하면 줍니다. 저번에는 왜 안 해줬냐고 따지면 ‘그렇게 이야기 안 했지 않았느냐’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말장난하는 거잖아요. 사실 안 주고 싶은 겁니다. 요즘 문제 제기가 하도 많아지니 겨우 공개하는 추세입니다.” 

유가족들이 군 수사나 순직 제도를 잘 모른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셈이다. 

“군 순직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아는 국민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사실 별로 없을뿐더러 그걸 알고 있어야 할 까닭도 없죠. 내 가족이 군에 가서 사망할 것을 예상하고 사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이런 탓에 유가족들 사이에선 “똑똑한 유가족이 제 자식 명예를 찾아준다”는 말까지 생겼다.

군 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타살인 경우는 원인이 명확할 테니 (나온대로)수사하면 됩니다. 그런데 변사 자살 사건인 경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고, 절대적인 역량도 외부 수사기관에 비해 부족한 편입니다.”

이렇듯 ‘말 많고 탈 많은’ 군 수사권이 평시에도 군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김 국장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애초에 수사권이나 순직 결정권 등이 군 지휘나 임무 수행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군은 각계의 비판과 국민적 불신을 감수하면서까지 여러 ‘권한’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 배경에 관해 김 국장은 “군은 70년 넘게 각종 권한을 직접 행사해왔다. 조직 입장에서는 아주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내부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부실 수사
불신만 가득

이어 “군은 사법 수사권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는 특권이 사라지는 순간 자신들이 사건 사고에 대한 통제권을 다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군이 조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두려움을 크게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국방부 또한 군이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 설명에 따르면 군은 2021년 개정법 논의 당시 지엽적인 주장들을 내세워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음주운전이 군 내부서 벌어졌을 경우, 경찰이 부대 내부에 들어올 수 없어 단속이 불가능하다”와 같은 명분을 댔다.

“그 정도는 당연히 군 내부서 단속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수사권을 밖으로 이전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김 국장은 “군이 근본적인 두려움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령 군이 수사를 통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다지 문제 생길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서 들어가 수사한다고 경찰과 소방이 밖에 나가 수사 상황 떠벌리고 공표하겠나? 군을 해코지하겠나? 다 국가기관이고 법으로 통제되는 곳이라 그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병사의 휴대폰 사용을 통제하는 것도 군의 ‘기우’를 잘 보여준다. 논의가 진행되고, 실제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만 해도 군은 보안사고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했다. 외부와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병사들이 군의 통제를 벗어나진 않을까 두려워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범 사용 기간을 거쳐보니, 해당 제도는 실보다 득이 큰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 기간엔 “휴대폰 사용이 출타가 어려운 장병들의 단절감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일선 부대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유가족이 똑똑해야 군은 조아려”
유서 등 자료 열람 두고 대립 늘어

병사들이 휴대폰을 사용한 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이제 국방부는 병사의 휴대폰 사용 시간을 더욱 늘리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군의 통제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일부 유가족들은 외로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도우미’를 자처한 군인권센터가 본 유가족들의 고초를 물었다.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그걸 사건으로 보지만, 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걸 주변에 말을 못 해요. 한국 사회에는 기본적으로 ‘너도나도 다 가는 군대서 왜 버티질 못했냐’와 같은 시선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탓에 사인을 얼버무리거나 ‘유학 갔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군의 폐쇄적이고 부실한 수사과정과 납득 어려운 순직 심사 결과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군인에게 보호받은 사회도, 군인으로 데려간 국가도, 하나같이 이들의 죽음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순직을 인정받는다는 건 국가를 위해 일하다 사망에 이르렀다는 일종의 ‘국가 인증’인 거잖아요. 그걸 인정해주지 않는 건 국가 책임을 부정하고 개인적 이유로 사망했다는 선고나 마찬가지죠. 결국 유가족들은 국가로부터 어떤 사과나 인정, 위로 같은 것들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많은 사람이 ‘돈, 보상금이 안 나와서 국가에 떼쓰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돈 몇 푼 받는다고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것보단 이 죽음이 명예롭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큽니다. 유가족들을 둘러싼 오해와 인정해주지 않는 국가를 향한 원망, 이런 것들이 순직을 원하는 유가족들이 느끼는 가장 본질적인 아픔이라 생각이 듭니다.”

국가의
무한책임

김 국장은 장기적으로 인식의 변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군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국가의 관점 자체가 바뀌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군 복무 중 사망했으면 완전히 개인적인 사유가 아닌 이상 국가가 원칙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어떤 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또 어떤 것은 아니라고 하나하나 따져든다면 그 누가 군에서 목숨 걸고 헌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인권센터는?

군인권센터는 2009년 설립된 인권단체다. 시민들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나 성폭력 사건들의 피해자를 상담?지원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포착되는 제도상 맹점이나 미비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정책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군 수사권에 관해서는 개정법 시행 이후 벌어진 사건 사고들을 모니터링하고, 제도적 보완을 위해 국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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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