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⑥수장 따라 바뀌는 순직 정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23 16:54:17
  • 호수 1428호
  • 댓글 0개

“장관이 대통령·유족 속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타 국가기관이 순직 권고 시 국방부 전면 수용.” 2017년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군 인권증진을 위해 발의한 권고안이다. 군에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은 이 문구를 믿어, 순직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권고안은 국방부 장관이 바뀌면서 ‘전면 수용’서 ‘재심사’로 바뀌었다. 위원회 임기가 끝나자마자다.

유가족이 국방부 소속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순직 심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 시점도 있었다. 해결사는 바로 군 적폐청산위원회였다.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국방부의 군 정치개입 금지 ▲군 내 인권침해 및 비민주적 관행 근절을 위해 2017년 9월부터 운영됐다. 이 내용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제공한 <2017년~2019년 군 적폐청산위원회 운영 백서>에 기록돼있다.

희망 고문?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여러 제도 개선 중 ‘군 의문사 진상규명’을 담당했다. 운영 백서 권고안엔 ‘군 사망사고와 관련해, 2006년부터 3년간 운영된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230명의 진정 사건에 관해 순직 권고했다. 아직 순직 처리하지 않은 건에 대해 조속히 순직 처리해줄 것을 권고한다’고 기재돼있다.

이 권고안은 순직 인정 확대 및 순직심사 제도 개선을 위한 것으로, 세부적으로 ▲미인수 영현 등 의문사 군인의 순직 심사 노력 ▲군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기본적으로 순직 인정 및 현충원 안장 ▲타 국가기관의 순직 권고 시 (국방부)전면 수용이다.

해당 권고안은 2017년 12월14일 “‘군 의문사 진상규명 및 제도개선’과 관련해 별지와 같이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한다”고 심의·의결했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권고안을 적극 받아들였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해 ‘제6차 군 적폐청산위원회 개최 및 권고안 발표’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로 공포됐다.


이후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11차 권고안 발표를 마무리하며 2018년 2월22일, 약 5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송 전 장관은 “국방부가 지금 반성하고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절박한 마음으로 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들이 그 의지를 믿어줬기에, 위원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앞으로 ‘적폐 청산 이행관리 추진체계’를 구축해 적극 이행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회의를 개최해 이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성과를 조기에 달성하라”고 강조했다.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안이 그대로 실행됐다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국방부에 순직 심사를 권고했지만 기각·보류된 34건의 서류는 없어야 했다. 그렇다면 34건 서류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일요시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2017년 12월14일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권고했던 타 국가기관의 순직 권고 시 전면 수용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요청했다. 해당 요청에 대한 답변은 딸랑 종이 한 장에 짧게 돌아왔다. 

답변서에는 ‘타 국가기관 순직 권고 시 전면 수용’이 ‘타 기관 순직권고 시 수용토록 재심사 의무조항 법제화’로 바뀌어있었다. 

자세히는 ▲국민권익위원회 및 국가인권위원회의 순직 권고 시 심사 가능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권고 시 국방부 심사 의무조항 반영 ▲과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기각 결정 및 진상규명 불능 건 순직 요건 판단 재심사다. 

위원회 종료 후 수용서 재심의로 
권고안 발표 90일 만에 전면 수정
결국 퇴보하는 ‘군 인권개혁’


여기서 ‘권고 시 국방부 심사 의무조항 반영’은 ‘군사망사고사고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9조2항’으로 2018년 3월13일부로 제정됐다.

해당 특별법은 ‘위원회는 진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다르게 결정된 경우, 국방부 장관에게 해당 진정에 대해 ‘재심사’를 요청해야 한다. 이 경우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군 적폐청산위원회 권고안이 발표된 지 90일 만에, 군 적폐청산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지 20일 만에 ‘전면 수용’서 ‘재심사’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특별법을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실제 <일요시사> 취재 결과, 유가족은 대부분 ‘타 국가기관이 순직 권고 시, 국방부가 전면 수용’으로 알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34건의 순직 기각·보류 건은 ‘전면 수용’이 ‘재심사’로 바뀌면서 생긴 결과였다. 권고 내용은 왜 바뀐 것일까? 이에 대해 2017년 ‘순직 권고 시 전면 수용’ 권고안을 냈던 고상만 전 적폐청산위원회 간사위원은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과 국민을 모두 속인 것”이라고 분개했다. 

해당 권고안은 송 전 장관과 문 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진행한 것인데, 국방부 장관이 바뀌면서 모든 게 과거로 회귀했다는 것. 고 전 간사위원에 따르면, 2018년 2월 군 적폐청산위가 해단한 다음 차관 주재로 두 차례 점검회의를 진행했는데 이때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는 “이후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권고했던 내용이 아니라 ‘재심사’로 내용이 바뀐 것이고, 국방부는 ‘순직’이라는 단어도 쓰지 말라고 했다. 무조건 ‘재심의’라고. 국방부 장관이 송영무에서 서욱, 정경두로 바뀌면서 결국 ‘재심의’로 됐다. 순직 심사가 퇴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기획위원회까지 직접 참석했다. 그런데 국방부가 대통령도 속이고 국민도 속이고, 이 권고안에 동의했던 당시 장관도 속인 것이다. 권고안을 제시한 내가 아직 살아 있는데 이렇게 속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순직을 제3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서 조사하는 것 자체가 국방부와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결국 권고안까지 이런 식으로 바꿔버리면, 유가족들한테는 희망고문이고 국가 차원에서는 행정 낭비다. 도대체 왜 국방부가 순직 최종 심사권을 가지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행정 낭비?

아울러 “국방부는 군 적폐청산위위원회 임기가 끝나고 자신의 구중궁궐 안에서 권고안을 바꿨다. 권고안을 만들었던 사람 아니면 그 권고안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그러니 위원회 임기가 끝나고 바꾼 것”이라며 “내가 항의하니 국방부 관계자가 ‘우리 사정 좀 봐달라’며 회유하고 설득했다. 그런데 말이 안 되지 않느냐. 내가 언제 재심의를 요청했느냐. 군 인권개혁은 결국 말 뿐이었던 것”이라고 개탄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