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⑥수장 따라 바뀌는 순직 정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23 16:54:17
  • 호수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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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대통령·유족 속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타 국가기관이 순직 권고 시 국방부 전면 수용.” 2017년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군 인권증진을 위해 발의한 권고안이다. 군에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은 이 문구를 믿어, 순직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권고안은 국방부 장관이 바뀌면서 ‘전면 수용’서 ‘재심사’로 바뀌었다. 위원회 임기가 끝나자마자다.

유가족이 국방부 소속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순직 심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 시점도 있었다. 해결사는 바로 군 적폐청산위원회였다.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국방부의 군 정치개입 금지 ▲군 내 인권침해 및 비민주적 관행 근절을 위해 2017년 9월부터 운영됐다. 이 내용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제공한 <2017년~2019년 군 적폐청산위원회 운영 백서>에 기록돼있다.

희망 고문?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여러 제도 개선 중 ‘군 의문사 진상규명’을 담당했다. 운영 백서 권고안엔 ‘군 사망사고와 관련해, 2006년부터 3년간 운영된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230명의 진정 사건에 관해 순직 권고했다. 아직 순직 처리하지 않은 건에 대해 조속히 순직 처리해줄 것을 권고한다’고 기재돼있다.

이 권고안은 순직 인정 확대 및 순직심사 제도 개선을 위한 것으로, 세부적으로 ▲미인수 영현 등 의문사 군인의 순직 심사 노력 ▲군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기본적으로 순직 인정 및 현충원 안장 ▲타 국가기관의 순직 권고 시 (국방부)전면 수용이다.

해당 권고안은 2017년 12월14일 “‘군 의문사 진상규명 및 제도개선’과 관련해 별지와 같이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한다”고 심의·의결했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권고안을 적극 받아들였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해 ‘제6차 군 적폐청산위원회 개최 및 권고안 발표’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로 공포됐다.


이후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11차 권고안 발표를 마무리하며 2018년 2월22일, 약 5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송 전 장관은 “국방부가 지금 반성하고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절박한 마음으로 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들이 그 의지를 믿어줬기에, 위원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앞으로 ‘적폐 청산 이행관리 추진체계’를 구축해 적극 이행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회의를 개최해 이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성과를 조기에 달성하라”고 강조했다.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안이 그대로 실행됐다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국방부에 순직 심사를 권고했지만 기각·보류된 34건의 서류는 없어야 했다. 그렇다면 34건 서류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일요시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2017년 12월14일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권고했던 타 국가기관의 순직 권고 시 전면 수용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요청했다. 해당 요청에 대한 답변은 딸랑 종이 한 장에 짧게 돌아왔다. 

답변서에는 ‘타 국가기관 순직 권고 시 전면 수용’이 ‘타 기관 순직권고 시 수용토록 재심사 의무조항 법제화’로 바뀌어있었다. 

자세히는 ▲국민권익위원회 및 국가인권위원회의 순직 권고 시 심사 가능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권고 시 국방부 심사 의무조항 반영 ▲과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기각 결정 및 진상규명 불능 건 순직 요건 판단 재심사다. 

위원회 종료 후 수용서 재심의로 
권고안 발표 90일 만에 전면 수정
결국 퇴보하는 ‘군 인권개혁’


여기서 ‘권고 시 국방부 심사 의무조항 반영’은 ‘군사망사고사고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9조2항’으로 2018년 3월13일부로 제정됐다.

해당 특별법은 ‘위원회는 진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다르게 결정된 경우, 국방부 장관에게 해당 진정에 대해 ‘재심사’를 요청해야 한다. 이 경우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군 적폐청산위원회 권고안이 발표된 지 90일 만에, 군 적폐청산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지 20일 만에 ‘전면 수용’서 ‘재심사’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특별법을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실제 <일요시사> 취재 결과, 유가족은 대부분 ‘타 국가기관이 순직 권고 시, 국방부가 전면 수용’으로 알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34건의 순직 기각·보류 건은 ‘전면 수용’이 ‘재심사’로 바뀌면서 생긴 결과였다. 권고 내용은 왜 바뀐 것일까? 이에 대해 2017년 ‘순직 권고 시 전면 수용’ 권고안을 냈던 고상만 전 적폐청산위원회 간사위원은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과 국민을 모두 속인 것”이라고 분개했다. 

해당 권고안은 송 전 장관과 문 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진행한 것인데, 국방부 장관이 바뀌면서 모든 게 과거로 회귀했다는 것. 고 전 간사위원에 따르면, 2018년 2월 군 적폐청산위가 해단한 다음 차관 주재로 두 차례 점검회의를 진행했는데 이때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는 “이후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권고했던 내용이 아니라 ‘재심사’로 내용이 바뀐 것이고, 국방부는 ‘순직’이라는 단어도 쓰지 말라고 했다. 무조건 ‘재심의’라고. 국방부 장관이 송영무에서 서욱, 정경두로 바뀌면서 결국 ‘재심의’로 됐다. 순직 심사가 퇴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기획위원회까지 직접 참석했다. 그런데 국방부가 대통령도 속이고 국민도 속이고, 이 권고안에 동의했던 당시 장관도 속인 것이다. 권고안을 제시한 내가 아직 살아 있는데 이렇게 속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순직을 제3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서 조사하는 것 자체가 국방부와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결국 권고안까지 이런 식으로 바꿔버리면, 유가족들한테는 희망고문이고 국가 차원에서는 행정 낭비다. 도대체 왜 국방부가 순직 최종 심사권을 가지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행정 낭비?

아울러 “국방부는 군 적폐청산위위원회 임기가 끝나고 자신의 구중궁궐 안에서 권고안을 바꿨다. 권고안을 만들었던 사람 아니면 그 권고안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그러니 위원회 임기가 끝나고 바꾼 것”이라며 “내가 항의하니 국방부 관계자가 ‘우리 사정 좀 봐달라’며 회유하고 설득했다. 그런데 말이 안 되지 않느냐. 내가 언제 재심의를 요청했느냐. 군 인권개혁은 결국 말 뿐이었던 것”이라고 개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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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