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⑧유족 위해 싸우는 강석민 변호사

멀고 높다, 순직의 벽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부분의 사람은 순직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차이를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순직이라는 단어는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인식된다. 순직의 본래 의미는 직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군은 순직 인정 여부를 직무 관련성과 연관짓는다. 병사의 경우에는 24시간 군인 신분임에도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 사유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유가족의 피말리는 싸움이 시작된다. 순직임을 입증하기 위해 유가족이 직접 나서야 해서다. 순직 전문 변론 변호사인 강석민 변호사는 망자에게 군인으로서의 예우를 되찾아주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싸우고 있다. <일요시사>가 강 변호사를 만나 군의 행태, 순직 제도의 문제점, 입증 시스템의 미비점 등을 물었다. 

그들만의
죽음 구별

대체적으로 순직은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순직Ⅰ형은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작전, 임무 중 사망한 경우다. Ⅱ형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 대상이다.

Ⅲ형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 시 인정받을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의 경우 대부분이 Ⅲ형으로 인정된다. 극단적 선택이 순직으로 인정받게 된 기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순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시 보통심사위원회의 심사 또는 국방부 소속 중앙심사위원회의 재심사를 거쳐 국방부 장관 또는 참모총장은 순직의 기준 및 범위를 판단해 순직을 인정한다.

순직이라는 말은 군인사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 국립묘지법서 사용하는 단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공무상 관련성으로 사망한 사람과 국가적으로 예우가 필요한 경우를 순직이라고 표현한다. 순직의 개념은 관련 용어로서 국가유공자법, 보건 보상 대상자법에 사용되고 있지만, 법률상 순직이 무엇이라고 정의 내려져 있지 않다.

“순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법은 군인사법입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공무상 원인으로 관계돼 공무 관련성으로 사망한 사람이죠. 국가가 꼭 예우해줘야 하는 경우를 순직이라고 표현합니다. 순직이라는 개념은 결국 관련 용어로서 국가유공자법이나 보건 보상 대상자법에 있습니다.”

통상 순직이 인정되면 국가적 차원서 보상이 이뤄진다. 군인사법서 군인이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구분한다는 의미는 군에서 군인에게 사망을 구분할 때 종류를 정한다는 의미다. 순직 자체가 법률적인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걸 대법원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률적인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소리다. 

“순직 정의 정확하게 내려져야”
예우 지켜준다며 노골적 회유

“순직이 인정된다고 해도 사망한 군인의 유족이 법률적으로 이익을 얻는 게 없습니다. 다만 군인재해보상법에 따라 사망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국립묘지 안장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국가유공자법이나 보훈보상대상자법에 따라 보훈 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어요. 순직이라는 게 법률적인 효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유족한테는 예우나 보상으로 나아갈 때 제일 중요한 단계죠. (순직은)법률상 처분이 아니지만, 처분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순직이 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셈이다. 순직 관련 소송 중에서는 법률상의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서 밝히고 있듯 법원에서는 전부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유가족에게는 순직을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소송에서는 각하 판결이 이뤄진다.

“순직은 국가보훈처의 심사를 거치지만 사망보상금은 그냥 주어집니다. 단지 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분하는 기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순직을 인정해달라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국립묘지 안장 신청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순직이 거부당한 상태서 유가족이 안장 신청을 한다고 해도 거부되는 탓이다.

이때 유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안장 거부 취소 소송밖에 없는데 결국 소송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해당 과정서 앞선 논리들이 순식간에 붕괴된다. 법적인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순직의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망 책임
떠넘기기

강 변호사는 결국 순직의 개념이 정확히 정리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군인사법서 순직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순직이 인정되면 어떤 효력이 있는지도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사법서 순직이 무엇이라는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순직이 되면 어떤 효력이 있다고 규정을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자기들(군)은 여기저기 쓰고 있으면서 개념을 통일적으로 정한 건 아닌 셈입니다.”

순직 인정은 직무 연관성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업무 등과 관련이 있어야만 순직으로 인정된다.

순직이 기각된 사례를 보면 사망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특히 의무복무한 군인들이 사망했을 경우 공무 관련성을 개인적인 부분과 겹쳐 순직을 인정하는 부분을 좁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의무복부 군인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에 간 사람으로 나라에서 부른 이들이다.

“병사의 경우 24시간 전체가 복무 연관성이 있어요. 소위 의무 이행을 하러 간 사람에 대해서 오히려 예우나 보상을 국가가 책임지려고 해야 합니다. 군 내부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며 막는 건 안 돼요. 개인적인 사유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 안 하면 결국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막는 것입니다.”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은 이뿐만 아니다. 강 변호사는 사망 유형이 나뉘어 있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Ⅰ형은 전투 등 예외적인 상황이라 보상금 등에서 차이가 나지만 Ⅱ형과 Ⅲ형은 보상금 차이가 없다. 모두가 군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사망했는데, 군에서 죽음을 유형으로 나눠 보상금으로 차별화하는 행태를 벌이는 셈이다. 

보너스 내지 생색내기 수사
“입증 책임 전환시켜야 한다”

“순직이라는 개념은 과거에 참 아이러니했죠. 지금 빚어지는 상황들과 비슷합니다. 순직 인정을 받기 어려웠으니까요. 오히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게 쉬웠던 시절이 있습니다. 과거 이런 예우는 국가보훈처로 보냈어요. 한마디로 설거지해주는 형식인 거죠.”

시간이 흐르면서 순직 심사처인 국가보훈처는 2012년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자법을 이원화해 유형이나 기준을 시행령서 바꿨다. 국방부는 이걸 그대로 가져와서 유형으로 만들었다. 폭을 넓히고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시대적 흐름을 국방부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온 게 순직 유형을 만들자는 부분인데, 유가족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군 복무하다가 희생된 경우, 단계를 나눠 보상한다는 게 국방부의 논리다. 

“Ⅱ형과 Ⅲ형이 보상금 차이가 없다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유형을 구분해놓고 군은 유족에게 아주 기만적으로 ‘순직 처리를 해주겠다. 순직도 좋은 순직이 있고 안 좋은 순직이 있다’면서 유형을 이야기해요. 최대한 Ⅱ형으로 순직이 되면 나중에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이죠. Ⅲ형은 보훈보상대상자밖에 안 된다는 노골적인 회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직이 결정되기 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한 수사와 조사다. 강 변호사는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초점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사망 사건 조사라는 게 직접적인 사인 즉 자살 및 타살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우나 보상 문제가 굉장히 큰 부분이다. 

통상 변사사건 조사 중 망인이 사망에 관련된 어떤 범죄 행위가 나오면 별도로 형사 절차로 입건해 형사 사건 수사를 다시 하는 단계를 거친다. 

진실보다
장례부터

“모든 과정이 유가족 입장에서는 예우나 보상에 관련된 아주 중대한 문제입니다. 어떤 사망 원인에 대해 직접적인 사인이 밝혀진 다음 우리(군)가 잘해서 예우나 보상을 받게 해드린다는 보너스 내지는 생색내기 수사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입증의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순직의 문이 조금씩 넓어지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해 말 군인사법이 일부 개정돼 국가서 군 복무 중 사망한 의무 군인의 경우 원칙적으로 순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오히려 순직이 아닌 경우를 군에서 밝히라는 취지의 법안이었는데 입증 책임 주체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는 순직이 아니라는 것을 군에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통 수사기관은 범인을 두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통해 범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입증의 책임을 유가족에서 군으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강 변호사는 앞으로 순직의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입증 책임을 전환시키면 원칙적으로 순직이 됩니다.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군사경찰이 순직이 아닌 이유를 면밀하게 조사해 밝히게 되면 훨씬 더 순직의 문이 넓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변사사건에 대한 조사도 지금처럼 극단적 선택, 타살만 가리는 조사가 되지는 않죠. 변호사 활동을 하다보면 사망사건 조사 범위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결국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군사경찰이 입증해줄 책임은 없다. 군에서는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길 원할 때가 많다. 유족에게는 언론 접촉하지 말도록 권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말을 잘 듣고,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식이다. 이런 부분에 개선이 있어야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할 수 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입증 책임을 군에 넘겨 놓으면 군사경찰이든, 군검찰이든 순직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 군 복무와 관련 없는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따질 수 있다. 

대충 빨리 정리하고 싶은 이유?
군 입장선 죽은 인력 필요 없어

“자기들의 책임이 없는 상황서 군이 번거롭게 밝히려 하지 않아요. 군 입장에서는 진상을 밝히는 게 유가족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고, 이 과정서 문제점이 계속 생깁니다. 과거에는 군이 전문성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전문성이 상당히 보완됐어요. 문제는 근본적인 부분에 개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 제가 사망사건 조사를 갔을 때 군사경찰은 아무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군은 계속 뒤로 나앉으려는 행태만 보인다. 책임 소재 자체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습이다. 결국 이 상황서 유가족이 유일하게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건 망자의 시신을 미인수 사체로 남기는 일이다. 군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고, 군 입장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으로 여긴다.

군의 본래 존재 이유는 전투다. 전투는 가용 전투 수단이 제일 중요한데, 이 중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군 입장에선 죽은 인력은 필요가 없다. 정리되지 않으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내재돼있다. 빨리 정리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군은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가족에게 무조건 빨리 장례를 치르라고 합니다. 장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유가족이 민원도 제기하고, 언론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서죠. 빨리 장례를 치러야 사망 원인을 군에서 없앨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증폭돼 문제가 생기고, 군은 일상적인 운용이 불가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집니다.”

국방부는 군 관련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정적 어조로 일관한다.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는 부분을 내세운다.

앞서 고 변희수 하사의 경우에서도 법원이 강제 전역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국방부는 자신들의 전역 처분이 온당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군인재해보상법 등 관련 법안들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 정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개선됐지만
갈 길 멀어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는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해요. 처음 시작부터 잘못됐습니다. 군이 유가족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망자에 대한 예우를 위해 법률적인 책임이나 검토를 담보할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군인사법, 군인복무기본법 등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많이 생긴 지금이 적기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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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