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⑧유족 위해 싸우는 강석민 변호사

멀고 높다, 순직의 벽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부분의 사람은 순직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차이를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순직이라는 단어는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인식된다. 순직의 본래 의미는 직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군은 순직 인정 여부를 직무 관련성과 연관짓는다. 병사의 경우에는 24시간 군인 신분임에도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 사유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유가족의 피말리는 싸움이 시작된다. 순직임을 입증하기 위해 유가족이 직접 나서야 해서다. 순직 전문 변론 변호사인 강석민 변호사는 망자에게 군인으로서의 예우를 되찾아주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싸우고 있다. <일요시사>가 강 변호사를 만나 군의 행태, 순직 제도의 문제점, 입증 시스템의 미비점 등을 물었다. 

그들만의
죽음 구별

대체적으로 순직은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순직Ⅰ형은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작전, 임무 중 사망한 경우다. Ⅱ형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 대상이다.

Ⅲ형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 시 인정받을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의 경우 대부분이 Ⅲ형으로 인정된다. 극단적 선택이 순직으로 인정받게 된 기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순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시 보통심사위원회의 심사 또는 국방부 소속 중앙심사위원회의 재심사를 거쳐 국방부 장관 또는 참모총장은 순직의 기준 및 범위를 판단해 순직을 인정한다.

순직이라는 말은 군인사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 국립묘지법서 사용하는 단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공무상 관련성으로 사망한 사람과 국가적으로 예우가 필요한 경우를 순직이라고 표현한다. 순직의 개념은 관련 용어로서 국가유공자법, 보건 보상 대상자법에 사용되고 있지만, 법률상 순직이 무엇이라고 정의 내려져 있지 않다.

“순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법은 군인사법입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공무상 원인으로 관계돼 공무 관련성으로 사망한 사람이죠. 국가가 꼭 예우해줘야 하는 경우를 순직이라고 표현합니다. 순직이라는 개념은 결국 관련 용어로서 국가유공자법이나 보건 보상 대상자법에 있습니다.”

통상 순직이 인정되면 국가적 차원서 보상이 이뤄진다. 군인사법서 군인이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구분한다는 의미는 군에서 군인에게 사망을 구분할 때 종류를 정한다는 의미다. 순직 자체가 법률적인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걸 대법원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률적인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소리다. 

“순직 정의 정확하게 내려져야”
예우 지켜준다며 노골적 회유

“순직이 인정된다고 해도 사망한 군인의 유족이 법률적으로 이익을 얻는 게 없습니다. 다만 군인재해보상법에 따라 사망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국립묘지 안장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국가유공자법이나 보훈보상대상자법에 따라 보훈 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어요. 순직이라는 게 법률적인 효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유족한테는 예우나 보상으로 나아갈 때 제일 중요한 단계죠. (순직은)법률상 처분이 아니지만, 처분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순직이 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셈이다. 순직 관련 소송 중에서는 법률상의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서 밝히고 있듯 법원에서는 전부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유가족에게는 순직을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소송에서는 각하 판결이 이뤄진다.

“순직은 국가보훈처의 심사를 거치지만 사망보상금은 그냥 주어집니다. 단지 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분하는 기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순직을 인정해달라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국립묘지 안장 신청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순직이 거부당한 상태서 유가족이 안장 신청을 한다고 해도 거부되는 탓이다.

이때 유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안장 거부 취소 소송밖에 없는데 결국 소송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해당 과정서 앞선 논리들이 순식간에 붕괴된다. 법적인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순직의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망 책임
떠넘기기

강 변호사는 결국 순직의 개념이 정확히 정리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군인사법서 순직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순직이 인정되면 어떤 효력이 있는지도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사법서 순직이 무엇이라는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순직이 되면 어떤 효력이 있다고 규정을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자기들(군)은 여기저기 쓰고 있으면서 개념을 통일적으로 정한 건 아닌 셈입니다.”

순직 인정은 직무 연관성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업무 등과 관련이 있어야만 순직으로 인정된다.

순직이 기각된 사례를 보면 사망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특히 의무복무한 군인들이 사망했을 경우 공무 관련성을 개인적인 부분과 겹쳐 순직을 인정하는 부분을 좁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의무복부 군인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에 간 사람으로 나라에서 부른 이들이다.

“병사의 경우 24시간 전체가 복무 연관성이 있어요. 소위 의무 이행을 하러 간 사람에 대해서 오히려 예우나 보상을 국가가 책임지려고 해야 합니다. 군 내부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며 막는 건 안 돼요. 개인적인 사유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 안 하면 결국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막는 것입니다.”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은 이뿐만 아니다. 강 변호사는 사망 유형이 나뉘어 있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Ⅰ형은 전투 등 예외적인 상황이라 보상금 등에서 차이가 나지만 Ⅱ형과 Ⅲ형은 보상금 차이가 없다. 모두가 군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사망했는데, 군에서 죽음을 유형으로 나눠 보상금으로 차별화하는 행태를 벌이는 셈이다. 

보너스 내지 생색내기 수사
“입증 책임 전환시켜야 한다”

“순직이라는 개념은 과거에 참 아이러니했죠. 지금 빚어지는 상황들과 비슷합니다. 순직 인정을 받기 어려웠으니까요. 오히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게 쉬웠던 시절이 있습니다. 과거 이런 예우는 국가보훈처로 보냈어요. 한마디로 설거지해주는 형식인 거죠.”

시간이 흐르면서 순직 심사처인 국가보훈처는 2012년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자법을 이원화해 유형이나 기준을 시행령서 바꿨다. 국방부는 이걸 그대로 가져와서 유형으로 만들었다. 폭을 넓히고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시대적 흐름을 국방부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온 게 순직 유형을 만들자는 부분인데, 유가족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군 복무하다가 희생된 경우, 단계를 나눠 보상한다는 게 국방부의 논리다. 

“Ⅱ형과 Ⅲ형이 보상금 차이가 없다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유형을 구분해놓고 군은 유족에게 아주 기만적으로 ‘순직 처리를 해주겠다. 순직도 좋은 순직이 있고 안 좋은 순직이 있다’면서 유형을 이야기해요. 최대한 Ⅱ형으로 순직이 되면 나중에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이죠. Ⅲ형은 보훈보상대상자밖에 안 된다는 노골적인 회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직이 결정되기 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한 수사와 조사다. 강 변호사는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초점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사망 사건 조사라는 게 직접적인 사인 즉 자살 및 타살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우나 보상 문제가 굉장히 큰 부분이다. 

통상 변사사건 조사 중 망인이 사망에 관련된 어떤 범죄 행위가 나오면 별도로 형사 절차로 입건해 형사 사건 수사를 다시 하는 단계를 거친다. 

진실보다
장례부터

“모든 과정이 유가족 입장에서는 예우나 보상에 관련된 아주 중대한 문제입니다. 어떤 사망 원인에 대해 직접적인 사인이 밝혀진 다음 우리(군)가 잘해서 예우나 보상을 받게 해드린다는 보너스 내지는 생색내기 수사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입증의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순직의 문이 조금씩 넓어지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해 말 군인사법이 일부 개정돼 국가서 군 복무 중 사망한 의무 군인의 경우 원칙적으로 순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오히려 순직이 아닌 경우를 군에서 밝히라는 취지의 법안이었는데 입증 책임 주체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는 순직이 아니라는 것을 군에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통 수사기관은 범인을 두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통해 범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입증의 책임을 유가족에서 군으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강 변호사는 앞으로 순직의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입증 책임을 전환시키면 원칙적으로 순직이 됩니다.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군사경찰이 순직이 아닌 이유를 면밀하게 조사해 밝히게 되면 훨씬 더 순직의 문이 넓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변사사건에 대한 조사도 지금처럼 극단적 선택, 타살만 가리는 조사가 되지는 않죠. 변호사 활동을 하다보면 사망사건 조사 범위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결국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군사경찰이 입증해줄 책임은 없다. 군에서는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길 원할 때가 많다. 유족에게는 언론 접촉하지 말도록 권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말을 잘 듣고,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식이다. 이런 부분에 개선이 있어야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할 수 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입증 책임을 군에 넘겨 놓으면 군사경찰이든, 군검찰이든 순직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 군 복무와 관련 없는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따질 수 있다. 

대충 빨리 정리하고 싶은 이유?
군 입장선 죽은 인력 필요 없어

“자기들의 책임이 없는 상황서 군이 번거롭게 밝히려 하지 않아요. 군 입장에서는 진상을 밝히는 게 유가족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고, 이 과정서 문제점이 계속 생깁니다. 과거에는 군이 전문성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전문성이 상당히 보완됐어요. 문제는 근본적인 부분에 개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 제가 사망사건 조사를 갔을 때 군사경찰은 아무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군은 계속 뒤로 나앉으려는 행태만 보인다. 책임 소재 자체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습이다. 결국 이 상황서 유가족이 유일하게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건 망자의 시신을 미인수 사체로 남기는 일이다. 군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고, 군 입장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으로 여긴다.

군의 본래 존재 이유는 전투다. 전투는 가용 전투 수단이 제일 중요한데, 이 중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군 입장에선 죽은 인력은 필요가 없다. 정리되지 않으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내재돼있다. 빨리 정리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군은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가족에게 무조건 빨리 장례를 치르라고 합니다. 장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유가족이 민원도 제기하고, 언론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서죠. 빨리 장례를 치러야 사망 원인을 군에서 없앨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증폭돼 문제가 생기고, 군은 일상적인 운용이 불가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집니다.”

국방부는 군 관련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정적 어조로 일관한다.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는 부분을 내세운다.

앞서 고 변희수 하사의 경우에서도 법원이 강제 전역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국방부는 자신들의 전역 처분이 온당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군인재해보상법 등 관련 법안들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 정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개선됐지만
갈 길 멀어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는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해요. 처음 시작부터 잘못됐습니다. 군이 유가족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망자에 대한 예우를 위해 법률적인 책임이나 검토를 담보할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군인사법, 군인복무기본법 등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많이 생긴 지금이 적기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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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