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기의 스타 강사 조정식

‘대치동 족집게’ 나락 일보 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스타강사 조정식이 문항 거래 의혹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에 실린 문항이 수능에 거의 동일한 형태로 출제되면서 문항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조정식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여론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메가스터디 소속 스타 영어 강사 조정식이 현직 교사들로부터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사들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정식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과 유사한 지문을 사설 모의고사에 수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입소문 타고
메가스터디행

앞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조정식이 현직 고등학교 교사 A씨로부터 학원용 모의고사 문제를 5800만원에 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거래 당시 조정식이 A씨에게 10개 문항 대금 200만원을 직접 보냈다. 또 감사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조정식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21명에게 고등학교 3학년 대상 사설 모의고사 문항을 수천만 원에 걸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수한 인물은 2009년부터 EBS 수능 연계 교재 집필에 참여해 온 교사 A씨로, 그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5800만원을 받고 조정석 측에 문제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A씨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EBS 연계 교재 원고 2권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2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집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됐다. 그런데 수능 직후, 이 지문이 조정식의 사설 모의고사와 문장 한 줄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당시 일부 수험생들은 조정식의 인스타그램에 “시험에서 같은 지문이 나와 반가웠다” “족집게 실력 대단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닷새간 1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신청자들은 조정식이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수능 지문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해당 모의고사를 사전에 풀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 됐다는 이의제기가 빗발쳤다.

핵심은 출제 지문 유출 여부다. 해당 문항의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교수는 과거 자신이 감수했던 EBS 교재에서 해당 지문을 접하고, 이를 저장해뒀다가 영어 23번 문항으로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정식 측에서 제작한 모의고사에 실린 유사 지문은 또 다른 현직 교사가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수능 출제진과 조정식 간의 직접적인 유착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측의 사설 교재 중복성 검증 과정에는 명백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평가원은 예년과 달리 해당 연도에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 문제집을 검토 대상에서 누락했고, 이로 인해 유사 문항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교재는 수능 직전인 2022년 9월27일 출간됐으나, 평가원은 “9월26일까지 발간된 교재만을 구매한다”는 내부 기준을 들어 해당 교재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직 교사와 5800만원 문항 거래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


이의신청이 접수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평가원은 조정식의 모의고사와 수능 문항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다수의 이의신청에 대해 심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심의 실무를 맡았던 평가원 직원 3명은 내부 이의 심사위원들에게 “해당 교재는 평가원이 구매할 수 없는 자료였다”고 설명하며, 이를 공식 심의 안건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직원들은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수능 23번 문항을 출제한 대학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해당 문항을 판매한 현직 교사 및 이를 매입한 조정식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송치했다. 수능 문항 유사성 논란에 책임이 있는 평가원 직원들도 함께 검찰에 넘겨지며, 사건은 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감사원 역시 감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수험생 44만명을 대표해 조정식 강사 및 해당 문항을 거래한 교사·학원 측을 상대로 1인당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정식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안은 지난 11일 “조정식 강사와 변호인단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조정식은 해당 교사에게 5800만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의 엄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정식에게 1타 강사 타이틀은 빠질 수 없는 단골 키워드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단기간에 1타 강사 타이틀을 딴 그는 어릴 적에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정식은 대구 경신고등학교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시험 기간 중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학교를 빠지고 친구들과 낚시를 떠났다가 수학 시험에서 -1점을 받았던 일화가 있다. 하지만 학업 능력은 매우 뛰어나, 현역 시절 수능을 앞두고 치른 세 차례의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 만점을 기록한 바 있다.

조정식의 목표는 서울대학교 법대였으며,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수능 만점 수기를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2001학년도 수능 당일에도 그는 긴장하지 않고 응원을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입실할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수능은 유례없는 ‘물수능’으로, 만점자가 60명이 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두 문제를 틀리며 서울대 법대에는 불합격하고 고려대 법대에 입학하게 된다.

서울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조정식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응원 OT 행사에서 수백 명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작을 하는 광경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아 재수를 결심하게 된다. 조정식은 그때 상황에 대해 “북한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재수 준비는 종로학원에서 다니면서 했고, 9월까지는 공부보다 놀기에 바빴다고 한다. 한번은 학원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생각해 술을 마시고 귀가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전체 3등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해 서울대는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하던 특차 전형을 폐지했고, 그는 다시 서울대 법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일로 고려대 법대에 재차 합격해 입학하게 됐다. 당시 조정식은 전국 68등이라는 수능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교 하위권에 가까울만큼 내신이 낮았다고 한다.

그는 고려대 법학과 02학번으로 입학해 2016년 2월 졸업했다. 1학년 1학기에는 F 학점 2개에 나머지가 모두 D 학점이었고, 평균 학점은 0.93, 2학기에는 D 학점을 받은 한 과목을 제외하고 전부 F 학점으로 0.13의 학점을 받는 등 성적이 매우 낮았다. 이후 수차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학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본격적인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노원구에서 공익근무하던 당시 근무지의 이사장 허락을 받아 초기에는 국어 과목을 맡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강의하던 학원이 폐업하면서 다른 학원으로 옮기게 됐고, 남은 과목이 영어뿐이어서 자연스럽게 영어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조정식은 영어 빈칸 추론 유형 문제에서 강점을 보이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조정식은 강사로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며 성장했다. 강의 경력이 길지 않았음에도 대치동에 입성했고, 2015년까지 강남 메가스터디 연합반 고3 전담 강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에는 메가스터디 러셀에 출강했으며, 당시 영어과 강사 4명 중 수강생 수 1위를 기록했고, 재등록률 면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6년 12월2일에는 메가스터디 영어 과목 강사로 정식 입성했다. 이후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자리 잡으며, 회사 홍보 없이 본인의 강의력만으로 입소문이 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수강생 수와 재등록률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방송 활동
중단하나


조정식은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교수들과 마찰을 겪은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 크게 이슈가 됐다. 2006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소속이었던 조정식을 포함한 30여명의 학생들이 교수들을 본관에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폐교 예정이던 고려대학교 병설 보건대학 학생들에게도 본교 학생들과 동일한 총학생회 투표권을 부여해달라고 주장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이미 고려대 본교 소속으로 편입된 보건과학대학 학생들은 투표권이 있었지만, 병설보건대학 2·3학년 학생들은 학적이 분리돼있어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 상황을 ‘불필요한 특권의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학교 측은 학적이 다른 이상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과거 유례도 없는 요구였기에 다수 학생과 교수진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더불어 이전 해, 고려대가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계란을 던지며 항의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 또한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였던 만큼 학교 측은 당시 두 사건을 연장선상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사건 후 상벌위원회가 구성됐고 일부 반성의 태도를 보인 학생들에게는 견책이나 정학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조정식을 포함해 주도적 역할을 한 학생들은 “학교는 배움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이며, 나가게 되더라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으로 입장을 고수하면서 출교 처분을 받았다. 출교는 학적을 박탈하고 재입학도 불허하는 중징계로, 사실상 영구 제적을 의미한다.

당시 고려대 내부에서는 주동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병설 보건대생 이슈 자체에 공감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무리한 시위 방식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학생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출제 모의고사 23번 문항 유사
“그런 사실 절대 없다” 부인

감금 문제로 그는 법원까지 가게 됐고, 법원은 해당 사유가 “교수들의 요구 거부로 인해 현장에서 즉시 의사를 관철시키려다 벌어진 돌발적 행위며, 대화보다는 물리력에 의존한 경솔함, 민주주의적 소양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악의적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는 아니었고,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반드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학교 측이 고압적인 태도로 대화를 회피했다는 점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결국, 법원에서는 이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내려진 출교 처분이 절차상 하자와 징계 수위의 과도함 등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학교는 이후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지만, 이 역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으며 징계 문제는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종결됐다.

조정식은 강의에서 학생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메가스터디’ 공식 채널에는 ‘16점 학생 과외한 썰’이라는 제목으로 조정식이 강의 중 대학 시절 과외하던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해당 영상이 유명해져 높은 조회수가 나왔다.

영상에서 조정식은 “옛날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 대학생 때 과외하던 친구였는데, 두 달 과외하고 환불해 줬었다. 도저히 안되겠더라. 고3인데 이런 애는 처음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정식은 2005년 6월경 특성화고를 다니던 아이를 과외하게 됐다. 그 학생에게 영어 모의고사 점수를 묻자 “모른다”고 답해, 그 자리에서 모의고사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과는 16점이었다. 조정식은 학생의 점수에 대해 “이해가 안 됐다”며 “문제를 이해하나 싶어서 ‘remember(기억하다)’라는 단어를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은 “악토버, 노벰버, 디셈버, 리멤버? 선생님, 악토버가 몇 월이에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나 그 학생 모의고사 점수가 올랐는데 30점대였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학생의 모친에게 과외비를 환불해주고 그만뒀다고 전했다.

조정식은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강사 일에 대한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유재석은 “몇 년째 1타 강사를 유지 중이냐”고 질문했다. 조정식은 “인터넷 강사를 시작한 게 2017년인데 그해부터 지금까지 유지 중”이라고 답했다.

또, 거금을 들고 와서 1대 1 과외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에 대해 묻자, 조정식은 “나는 그런 부탁 들어오면 그냥 안 할 생각으로 회당 2억원 주세요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강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강의할 때 말을 좀 빠르게 하는 편이다. 말할 때 1.2배에서 1.5배 정도 빠를 때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하더라. 자신이 강조하는 부분에 목소리를 키우는 경우가 흔한데,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저희는 60분짜리 강의를 한번에 해야 되니까 일부러 집중을 시켜야 될 때 톤을 다운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모든 의혹
전면 부인

조정식은 자신이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에 대해 “내가 맨날 하는 얘기가 있다”며 “잠 좀 줄이지 말고, 밥 먹는 시간에 공부하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인간의 의지력은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조정식은 채널A 예능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시즌2>에도 출연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송 활동 중단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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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