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①그들은 왜 어떻게 묻혔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23 17:00:17
  • 호수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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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맡겼는데 그냥 버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34건의 서류가 남았다. ‘순직’ 처리를 기다리는 사망한 군인들의 기록이다. 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지만, 군에서 죽은 군인의 명예회복은 어찌 이리도 힘들까? 국방부는 이들의 죽음을 ‘개인의 일탈’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군 내부 문제’로 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국방부는 군의 특수한 사항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 활동은 4달 뒤인 9월13일 종료된다. 진상규명위는 2007년 출범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말 활동을 종료한 뒤, 2018년 9월14일 새롭게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9년 만이다.

군에서
죽으면…

진상규명위의 설립 이유는 1948년 국군이 창설된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군 사망사고 중 의문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으로, 5년간 접수된 1787건 중 1695건을 종결(지난달 26일 기준)했고 나머지는 처리 중이다.

진상규명위에 접수된 사건은 조사 후, 국방부가 사망 원인과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를 따져 판단한다. 여기서 맹점은 한국은 징병제 국가로 군 복무는 행정법상 일반적 권력관계가 아닌 특별권력관계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7명의 진상규명위 위원은 사건을 검토해 순직 요소가 있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하면 국방부에 순직 심사를 요청한다. 

순직 심사 요청을 받은 국방부는 국방부 소속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순직 심사기관)를 통해 순직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는 위원장을 포함한 심사위원 9명을 회의 시마다 바꿔서 지정한다. 심사위원과 심사 내용은 모두 비공개다.


군인의 사망 이유가 ‘순직’으로 결정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군인사법 제54조의2(전사자등의 구분)에는 ‘군인이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게 되면 전사자·순직자·일반사망자·전상자·공상자 및 비전공상자로 구분한다’고 적시돼있다. 

여기서 ‘순직자’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이 해당된다. 단,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망하거나 위법 행위가 원인이 된 사망자는 일반 사망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중과실’이라는 것 자체가 애매해 순직을 결정짓는 기준이 모호한 실정이다.

진상규명위가 국방부에 군 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사망 원인을 ‘순직’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각‧보류된 건은 34건(지난달 초 기준, 재심사 진행 중)이다. 

순직 기각·보류 34건 전수 분석
가장 많은 원인은 ‘극단적 선택’

<일요시사>는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과 진상규명위가 제공한 34건의 진상규명위 결정문·국방부 결정서(보류건을 제외한 22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군이 군인의 사망을 은폐·조작했거나 분명한 직무 연관성이 있는데도 순직 기각으로 결정 난 케이스를 발견했다.

34건은 기각 22개, 보류 12개로 나뉘며, 보류는 1차 기각으로 국방부에 재심사 요청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기각·보류된 34건 망인의 전체 군별 소속은 육군이 30명, 공군 1명, 해병 1명으로, 서류상 기록이 없는 경우도 2건이 존재했다. 계급은 일병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상병 7명, 부사관 6명, 병장·위관 각각 4명, 이병 2명이었다. 간부 계급은 하사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위‧중사 각각 2명, 중위 1명, 대위(진) 1명이었다.


사망 원인은 17건이 극단적 선택, 15건이 사고, 병사 1건, 폭행 1건이었다. 극단적 선택은 총기 사망 9건, 음독 4건, 목맴 2건, 기타 2건으로 분류됐다. 

보류는 재심사 기회가 있어 기각 사유를 알 수 없다. 보류를 제외한 기각 사유 22건은 음주 10건, 무장탈영 및 탈영 3건, 총기 수칙 위반 2건, 업무 스트레스 인정 불가 2건, 위법 행위 2건, 개인 과실 사고 2건, 전역 후 사망 1건이었다. 가장 크게 눈여겨볼 점은 기각 사유로 국방부는 음주 후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사고를 당한 경우 순직 심사에 결정적 장애요소로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경우 대부분 군이 관리 소홀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고, 음주의 경우는 대부분 휴가나 퇴근 중 발생했으며 영내 음주는 선임이 권유 아래 이뤄졌다. 

다양한
사망 원인

앞서 2017년 2월22일, 국방부는 “입대 전에 앓고 있던 정신질환이 군 복무 중 부대적 원인으로 악화돼 자해 사망한 경우에도 순직 처리할 수 있다. 직무 연관성만 인정되면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말 ‘직무 연관성’만 있으면 되는 것일까? 1960년대 사망한 망인은 장교로 근무 중 중대원의 탈영사고 및 휴가 미귀가, 안전사고와 인사이동 등 지휘 통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 소속대 근처 영외서 원인미상의 총기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매화장 보고서에는 ‘상기명 장교는 소속대 전입 후 현지 탈영사고 및 휴가 미귀, 안전사고와 인사이동으로 지휘 통솔에 대한 염증감과 부대 근무 의욕을 다소 상실함에 극단적 선택을 함’이라고 기록돼있다. 망인의 동료 역시 “당시 중대원이 나이가 많아 고참이나 지휘관 말을 듣지 않아 아주 골치 아팠을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명확하게 직무 연관성으로 사망한 경우지만, 중앙전공사상위원회의 결정은 달랐다. “망인은 12년 이상 복무한 장교로 중대원의 휴가 미귀 등의 사고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어 순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사망 당시 헌병대가 작성한 매화장 보고서도,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도 모두 순직 심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장교는 순직 심사를 사병보다 까다롭게 한다. 그렇다면 사병은 어떨까? 1971년 사망한 망인은 해안 경계 근무 후 복귀하던 중 상병을 적으로 오인해 총을 발사해, 상병이 현장서 사망했다. 망인은 50분 후 복부에 총을 발사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망인과 상병의 원한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망인은 상병을 괴한으로 오인 착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이에 대해 “죄책감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있지만, 당시 망인이 ‘조정간 자동으로 총기를 격발’했다. 조준사격이 의심되고, 고의적인 측면도 추론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기각 중 극단적 선택 11건의 기각 사유를 100% ‘개인적 실책’으로 봤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닌 평소 근무태도 역시 기각 사유 중 하나였다. 


공무 중
사망해도…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음주운전으로 정직 3개월과 형사처벌 처분받음 ▲평소 간부와 몰래 술을 마시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했음 ▲선임에게 폭언과 협박을 받은 적 있지만 본인도 후임병을 폭행 및 가혹행위한 바 있음 ▲무장탈영 후 투항하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공무와 인과관계 없음 ▲선임의 협박이 있었지만 위법 행위를 함 ▲장난으로 총기를 사람에게 겨눈 것은 경계 수칙 위반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진상규명위의 입장은 정반대로 11건을 모두 직무 연관성이 있는 죽음으로 봤다.

진상규명위는 ▲총기가 ‘잠금’이 아니라 ‘반자동’에 놓여진 것은 군이 총기 관리를 소홀한 것 ▲업무수행 과정 중 발생한 스트레스는 직무 연관성으로 직결됨 ▲오인 사격에 의한 극단적 선택은 죄책감 때문 ▲평소 징계대상자였던 망인에게 총기함 관리 등 위험한 임무를 부여한 군의 관리 소홀 ▲복무 중 행정보급관으로 당한 폭언과 협박이 극단적 선택의 주된 원인 ▲군 복무 중 소속부대의 부적절한 대응과 과실로 망인이 부대를 이탈 ▲최전방 경계근무 지역에 소재한 소속대의 열악한 근무환경 부적응 등이라며 부대 측에 책임을 돌렸다.

사고로 사망한 기각 11건(보류 4건 제외)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훈련 종료 후 음주 ▲영내서 개인적 음주행위는 중과실 해당 ▲휴가 전일 음주행위는 사적 행동 판단 ▲휴가 후 부대 복귀 중이었지만 음주한 뒤 발생한 열차사고는 개인 과실 ▲선임이 요구했지만 불법인 사냥 및 음주 ▲새벽시간의 낚시는 개인 과실 ▲군인이 만취해 귀대하는 것 자체를 불용인 ▲헌병대 관계자에게 폭행당한 뒤 탈영했지만, 헌병대 체포 하루 뒤 사망으로 인과관계 없음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군과는 상관없는 개인적 일탈로 인한 죽음이라는 해석이다. 진상규명위 입장은 전부 정반대였다.

진상규명위 순직 요청 사유는 ▲당시 훈련이 없을 때 동기와 술 마시러 가는 일이 잦았고 음주 장소도 훈련장 인근 ▲음주는 중과실이 될 수 없음 ▲부대 안전조치 미흡과 병력관리 소홀로 사고 발생 ▲음주였지만 휴가 후 순리적 경로와 방법으로 근무지 복귀 중에 일어난 교통사고였기 때문에 순직 처리가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휴가·근무 중 사고 났는데도…
모호한 직무 연관성·중과실 기준

또 ▲복무 중 직무수행을 위해 목적지로 가던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 ▲공식적인 회식은 직무 연관성이 있고 ▲연못에 빠진 사고는 부대의 안전조치 미흡과 병력관리 소홀로 발생했다는 취지도 있었다.

보류의 경우 진상규명위의 의견만 있었는데, 극단적 선택 6명 중 4명은 군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었고, 나머지 2명은 관심병사였다. 

가혹행위 종류로는 ▲상습적인 구타 및 폭언 ▲부대 전입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서 내무생활이 미흡해 벌어진 가혹행위 ▲영창서 구금된 동안 인간으로 참기 어려운 폭행과 선임병의 업무 질책이었다.

진상규명위는 “군에서 겪은 가혹행위로 인해 군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겪었다. 결국 통제력을 잃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직무 연관성이 있어 순직 재심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관심병사였던 두 경우는 ‘군대 내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진상규명위는 “관심병사였는데 군에서 심적 부담감을 많이 줬다. 제대로 된 근무수칙에 대한 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류건 중 사고사에 대해서 진상규명위는 “밀집된 군 생활로 인한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 “업무상 과실치사에 관한 것” “순리적 경로와 방법으로 부대에 복귀 중 발생한 교통(열차)사고”라며 순직 심사를 요청했다.

34건 중에는 군에서 망인의 사망 원인을 은폐하려 시도한 경우가 3건 있었고, 모두 망인의 사인이 잘못 기록돼있었다. 이는 유가족이 진상규명위에 망인의 사건 조작‧은폐 수사를 요청해 드러났다.

망인은 신병교육 후 탈영했고 1974년 수경사 헌병대에 체포됐다. 헌병대서 전신경련으로 쓰러진 뒤 응급수술을 받고 사망했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외인사’라고 기재돼있지만, 국군수도통합병원장이 육군본부 부관감에게 보낸 전사망보고서에는 ‘병사’로 기록돼있었다.

당시 병상일지에는 “36세 수감자 환자는 점심 배식 대기 중 갑자기 쓰러졌다. 경막하혈종 급성 좌”라고 적혀 있다. 해당 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의과대학 교수는 “‘뇌경막하출혈’은 거의 두부에 직간접적인 충격에 의해 발생된다. 쓰러지기 일정 시간 전 두부 충격을 가한 물리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망인은 지병이 전혀 없었고 탈영병으로 체포됐을 때도 건강했다. 또 진상규명위는 ▲망인이 졸도했거나 경막하 출혈이 발생했다는 기록과 진술이 없는 점 ▲사망 당시 망인의 얼굴과 몸 다수에 시커먼 멍이 들어 있었던 점 ▲사망 당시 군 관계자가 망인의 사망 원인을 간질에 의한 사망이라고 말한 점 등을 은폐 정황으로 봤다.

진상규명위는 “당시 망인의 담당 군의관이 ‘진료차트 및 사망진단서에 외인사로 진단했으나 누군가가 주도해 병사로 처리됐고, 서류도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고, 관련 담당자 역시 ‘이 서류는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두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군은 문책을 면탈할 목적으로 사고 경위의 사실관계를 조작·은폐했고 허위로 사고 경위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주먹구구
심사 기준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망인이 탈영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군에서 은폐·조작한 상황보다 ‘개인적 중과실’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 순직이 인정되는 것일까? 2021년 2월에는 머리를 감는 도중 사망했던 군인이 순직으로 인정된 바 있고, 휴가 나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도 순직이 인정됐다. 한 순직 관련 전문가는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비공개고, 어떤 사람이 들어올지 모른다. 심사위원이 누가 들어가는지에 따라 순직이 인정될 수도 있고,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류된 건에 대한 심사는 계속 진행 중이며 34건 중 보류 4건은 순직으로 인정됐다(지난 15일 기준).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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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