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①그들은 왜 어떻게 묻혔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23 17:00:17
  • 호수 1428호
  • 댓글 0개

믿고 맡겼는데 그냥 버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34건의 서류가 남았다. ‘순직’ 처리를 기다리는 사망한 군인들의 기록이다. 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지만, 군에서 죽은 군인의 명예회복은 어찌 이리도 힘들까? 국방부는 이들의 죽음을 ‘개인의 일탈’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군 내부 문제’로 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국방부는 군의 특수한 사항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 활동은 4달 뒤인 9월13일 종료된다. 진상규명위는 2007년 출범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말 활동을 종료한 뒤, 2018년 9월14일 새롭게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9년 만이다.

군에서
죽으면…

진상규명위의 설립 이유는 1948년 국군이 창설된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군 사망사고 중 의문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으로, 5년간 접수된 1787건 중 1695건을 종결(지난달 26일 기준)했고 나머지는 처리 중이다.

진상규명위에 접수된 사건은 조사 후, 국방부가 사망 원인과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를 따져 판단한다. 여기서 맹점은 한국은 징병제 국가로 군 복무는 행정법상 일반적 권력관계가 아닌 특별권력관계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7명의 진상규명위 위원은 사건을 검토해 순직 요소가 있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하면 국방부에 순직 심사를 요청한다. 

순직 심사 요청을 받은 국방부는 국방부 소속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순직 심사기관)를 통해 순직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는 위원장을 포함한 심사위원 9명을 회의 시마다 바꿔서 지정한다. 심사위원과 심사 내용은 모두 비공개다.


군인의 사망 이유가 ‘순직’으로 결정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군인사법 제54조의2(전사자등의 구분)에는 ‘군인이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게 되면 전사자·순직자·일반사망자·전상자·공상자 및 비전공상자로 구분한다’고 적시돼있다. 

여기서 ‘순직자’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이 해당된다. 단,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망하거나 위법 행위가 원인이 된 사망자는 일반 사망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중과실’이라는 것 자체가 애매해 순직을 결정짓는 기준이 모호한 실정이다.

진상규명위가 국방부에 군 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사망 원인을 ‘순직’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각‧보류된 건은 34건(지난달 초 기준, 재심사 진행 중)이다. 

순직 기각·보류 34건 전수 분석
가장 많은 원인은 ‘극단적 선택’

<일요시사>는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과 진상규명위가 제공한 34건의 진상규명위 결정문·국방부 결정서(보류건을 제외한 22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군이 군인의 사망을 은폐·조작했거나 분명한 직무 연관성이 있는데도 순직 기각으로 결정 난 케이스를 발견했다.

34건은 기각 22개, 보류 12개로 나뉘며, 보류는 1차 기각으로 국방부에 재심사 요청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기각·보류된 34건 망인의 전체 군별 소속은 육군이 30명, 공군 1명, 해병 1명으로, 서류상 기록이 없는 경우도 2건이 존재했다. 계급은 일병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상병 7명, 부사관 6명, 병장·위관 각각 4명, 이병 2명이었다. 간부 계급은 하사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위‧중사 각각 2명, 중위 1명, 대위(진) 1명이었다.


사망 원인은 17건이 극단적 선택, 15건이 사고, 병사 1건, 폭행 1건이었다. 극단적 선택은 총기 사망 9건, 음독 4건, 목맴 2건, 기타 2건으로 분류됐다. 

보류는 재심사 기회가 있어 기각 사유를 알 수 없다. 보류를 제외한 기각 사유 22건은 음주 10건, 무장탈영 및 탈영 3건, 총기 수칙 위반 2건, 업무 스트레스 인정 불가 2건, 위법 행위 2건, 개인 과실 사고 2건, 전역 후 사망 1건이었다. 가장 크게 눈여겨볼 점은 기각 사유로 국방부는 음주 후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사고를 당한 경우 순직 심사에 결정적 장애요소로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경우 대부분 군이 관리 소홀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고, 음주의 경우는 대부분 휴가나 퇴근 중 발생했으며 영내 음주는 선임이 권유 아래 이뤄졌다. 

다양한
사망 원인

앞서 2017년 2월22일, 국방부는 “입대 전에 앓고 있던 정신질환이 군 복무 중 부대적 원인으로 악화돼 자해 사망한 경우에도 순직 처리할 수 있다. 직무 연관성만 인정되면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말 ‘직무 연관성’만 있으면 되는 것일까? 1960년대 사망한 망인은 장교로 근무 중 중대원의 탈영사고 및 휴가 미귀가, 안전사고와 인사이동 등 지휘 통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 소속대 근처 영외서 원인미상의 총기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매화장 보고서에는 ‘상기명 장교는 소속대 전입 후 현지 탈영사고 및 휴가 미귀, 안전사고와 인사이동으로 지휘 통솔에 대한 염증감과 부대 근무 의욕을 다소 상실함에 극단적 선택을 함’이라고 기록돼있다. 망인의 동료 역시 “당시 중대원이 나이가 많아 고참이나 지휘관 말을 듣지 않아 아주 골치 아팠을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명확하게 직무 연관성으로 사망한 경우지만, 중앙전공사상위원회의 결정은 달랐다. “망인은 12년 이상 복무한 장교로 중대원의 휴가 미귀 등의 사고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어 순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사망 당시 헌병대가 작성한 매화장 보고서도,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도 모두 순직 심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장교는 순직 심사를 사병보다 까다롭게 한다. 그렇다면 사병은 어떨까? 1971년 사망한 망인은 해안 경계 근무 후 복귀하던 중 상병을 적으로 오인해 총을 발사해, 상병이 현장서 사망했다. 망인은 50분 후 복부에 총을 발사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망인과 상병의 원한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망인은 상병을 괴한으로 오인 착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이에 대해 “죄책감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있지만, 당시 망인이 ‘조정간 자동으로 총기를 격발’했다. 조준사격이 의심되고, 고의적인 측면도 추론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기각 중 극단적 선택 11건의 기각 사유를 100% ‘개인적 실책’으로 봤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닌 평소 근무태도 역시 기각 사유 중 하나였다. 


공무 중
사망해도…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음주운전으로 정직 3개월과 형사처벌 처분받음 ▲평소 간부와 몰래 술을 마시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했음 ▲선임에게 폭언과 협박을 받은 적 있지만 본인도 후임병을 폭행 및 가혹행위한 바 있음 ▲무장탈영 후 투항하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공무와 인과관계 없음 ▲선임의 협박이 있었지만 위법 행위를 함 ▲장난으로 총기를 사람에게 겨눈 것은 경계 수칙 위반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진상규명위의 입장은 정반대로 11건을 모두 직무 연관성이 있는 죽음으로 봤다.

진상규명위는 ▲총기가 ‘잠금’이 아니라 ‘반자동’에 놓여진 것은 군이 총기 관리를 소홀한 것 ▲업무수행 과정 중 발생한 스트레스는 직무 연관성으로 직결됨 ▲오인 사격에 의한 극단적 선택은 죄책감 때문 ▲평소 징계대상자였던 망인에게 총기함 관리 등 위험한 임무를 부여한 군의 관리 소홀 ▲복무 중 행정보급관으로 당한 폭언과 협박이 극단적 선택의 주된 원인 ▲군 복무 중 소속부대의 부적절한 대응과 과실로 망인이 부대를 이탈 ▲최전방 경계근무 지역에 소재한 소속대의 열악한 근무환경 부적응 등이라며 부대 측에 책임을 돌렸다.

사고로 사망한 기각 11건(보류 4건 제외)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훈련 종료 후 음주 ▲영내서 개인적 음주행위는 중과실 해당 ▲휴가 전일 음주행위는 사적 행동 판단 ▲휴가 후 부대 복귀 중이었지만 음주한 뒤 발생한 열차사고는 개인 과실 ▲선임이 요구했지만 불법인 사냥 및 음주 ▲새벽시간의 낚시는 개인 과실 ▲군인이 만취해 귀대하는 것 자체를 불용인 ▲헌병대 관계자에게 폭행당한 뒤 탈영했지만, 헌병대 체포 하루 뒤 사망으로 인과관계 없음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군과는 상관없는 개인적 일탈로 인한 죽음이라는 해석이다. 진상규명위 입장은 전부 정반대였다.

진상규명위 순직 요청 사유는 ▲당시 훈련이 없을 때 동기와 술 마시러 가는 일이 잦았고 음주 장소도 훈련장 인근 ▲음주는 중과실이 될 수 없음 ▲부대 안전조치 미흡과 병력관리 소홀로 사고 발생 ▲음주였지만 휴가 후 순리적 경로와 방법으로 근무지 복귀 중에 일어난 교통사고였기 때문에 순직 처리가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휴가·근무 중 사고 났는데도…
모호한 직무 연관성·중과실 기준

또 ▲복무 중 직무수행을 위해 목적지로 가던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 ▲공식적인 회식은 직무 연관성이 있고 ▲연못에 빠진 사고는 부대의 안전조치 미흡과 병력관리 소홀로 발생했다는 취지도 있었다.

보류의 경우 진상규명위의 의견만 있었는데, 극단적 선택 6명 중 4명은 군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었고, 나머지 2명은 관심병사였다. 

가혹행위 종류로는 ▲상습적인 구타 및 폭언 ▲부대 전입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서 내무생활이 미흡해 벌어진 가혹행위 ▲영창서 구금된 동안 인간으로 참기 어려운 폭행과 선임병의 업무 질책이었다.

진상규명위는 “군에서 겪은 가혹행위로 인해 군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겪었다. 결국 통제력을 잃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직무 연관성이 있어 순직 재심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관심병사였던 두 경우는 ‘군대 내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진상규명위는 “관심병사였는데 군에서 심적 부담감을 많이 줬다. 제대로 된 근무수칙에 대한 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류건 중 사고사에 대해서 진상규명위는 “밀집된 군 생활로 인한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 “업무상 과실치사에 관한 것” “순리적 경로와 방법으로 부대에 복귀 중 발생한 교통(열차)사고”라며 순직 심사를 요청했다.

34건 중에는 군에서 망인의 사망 원인을 은폐하려 시도한 경우가 3건 있었고, 모두 망인의 사인이 잘못 기록돼있었다. 이는 유가족이 진상규명위에 망인의 사건 조작‧은폐 수사를 요청해 드러났다.

망인은 신병교육 후 탈영했고 1974년 수경사 헌병대에 체포됐다. 헌병대서 전신경련으로 쓰러진 뒤 응급수술을 받고 사망했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외인사’라고 기재돼있지만, 국군수도통합병원장이 육군본부 부관감에게 보낸 전사망보고서에는 ‘병사’로 기록돼있었다.

당시 병상일지에는 “36세 수감자 환자는 점심 배식 대기 중 갑자기 쓰러졌다. 경막하혈종 급성 좌”라고 적혀 있다. 해당 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의과대학 교수는 “‘뇌경막하출혈’은 거의 두부에 직간접적인 충격에 의해 발생된다. 쓰러지기 일정 시간 전 두부 충격을 가한 물리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망인은 지병이 전혀 없었고 탈영병으로 체포됐을 때도 건강했다. 또 진상규명위는 ▲망인이 졸도했거나 경막하 출혈이 발생했다는 기록과 진술이 없는 점 ▲사망 당시 망인의 얼굴과 몸 다수에 시커먼 멍이 들어 있었던 점 ▲사망 당시 군 관계자가 망인의 사망 원인을 간질에 의한 사망이라고 말한 점 등을 은폐 정황으로 봤다.

진상규명위는 “당시 망인의 담당 군의관이 ‘진료차트 및 사망진단서에 외인사로 진단했으나 누군가가 주도해 병사로 처리됐고, 서류도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고, 관련 담당자 역시 ‘이 서류는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두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군은 문책을 면탈할 목적으로 사고 경위의 사실관계를 조작·은폐했고 허위로 사고 경위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주먹구구
심사 기준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망인이 탈영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군에서 은폐·조작한 상황보다 ‘개인적 중과실’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 순직이 인정되는 것일까? 2021년 2월에는 머리를 감는 도중 사망했던 군인이 순직으로 인정된 바 있고, 휴가 나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도 순직이 인정됐다. 한 순직 관련 전문가는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비공개고, 어떤 사람이 들어올지 모른다. 심사위원이 누가 들어가는지에 따라 순직이 인정될 수도 있고,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류된 건에 대한 심사는 계속 진행 중이며 34건 중 보류 4건은 순직으로 인정됐다(지난 15일 기준). 

<alswn@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3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