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벼락 때문에? 사라진 군 기록부 미스터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24 11:31:34
  • 호수 1398호
  • 댓글 0개

“벼락 맞아 서류 다 없어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모두 군대를 간다. 군사력 증진을 위한 의도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로 포장된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군대에서 훈련 중 생긴 부상을 군대가 외면하고 있다. 그것이 평생 남아 한 사람의 삶을 괴롭혀도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나와 있다.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국방의 의무 중 하나인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항상 귀마개
불면·불안증

대한민국 만 18세 이상 남성 국민 중 심신과 건강 수준을 충족한 국민은 현역 대상이 된다. 이들은 1년6개월 간 대한민국 육군에 현역병으로 입대해 군인으로 복무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는 공법상 의무 중 하나다. 공법이란 개인과 국가 간 또는 국가기관 간의 공적인 생활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세금, 선거 등이 이에 해당된다. 

군 입대를 위해서는 과별로 전신을 검사한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145㎝ 이하의 왜소증 ▲간 이식 ▲중풍 ▲중증 심장판막증 ▲폐인급 정신질환 등의 중증 질환이나 중증장애 등이 있으면 면제 사유가 된다.

현역병으로 입대하면 ‘육군훈련소’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 신병은 신병교육인 정신전력 교육과 제식훈련 등을 받게 된다. 군인이 되는 첫 시작이다.  

육군훈련소 홈페이지에서 육군훈련소 훈련소장은 “훈련병들이 오직 교육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권과 복지 여건을 증진시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국가는 군인의 인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군대에서 훈련 중 당한 부상으로 힘든 사람이 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국가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2009년 3월24일에 강원도 A 사단에 입대해 2011년 1월25일에 병장으로 제대한 이재준(33)씨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이씨는 군대에서 생긴 이명 때문에 전신불안장애를 겪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명은 군대 사격훈련으로 발생했다. 이씨는 특급중대로 사격을 위주로 훈련했는데, 주특기가 ‘81㎜ 박격포’였다. 간단하게 소총 총성과 비교하면 일반 소총 총성은 약 150㏈로 뱃고동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은 큰 소리다. 81㎜ 박격포는 포격 위력과 총성도 크지만, 빠른 탄환 속도로 총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당연히 사격 훈련에서 귀마개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명이 생긴다. 그러나 이씨가 근무하던 시기에 A 사단은 훈련병에게 귀마개를 지급하지 않았다. 귀마개 지급이 100% 안 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지급되지 않았다. 

애당초 훈련 중 의사소통을 계속해야 해서 개인 귀마개가 있어도 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환경으로 당시 함께 군 복무하던 동료는 모두 이명 증상을 겪었다. 

박격포 주특기 훈련 반복…평생 이명으로 고생
국가유공자 신청 위해 진단서 요청했더니 “없다”

다만 개인 차는 있었다. 이씨의 경우는 훈련이 끝나면 바로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적막한 밤에는 삐 소리가 고음으로 들렸고, 가끔은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은 적도 있었다. 

이명이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사격 훈련을 한 뒤 대화를 할 때는 이명 소리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있었다. 이들 중에서 이명을 장기간 겪은 사람은 이씨와 이씨의 후임 정도다.

사격 훈련이 계속되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명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이명으로 인한 수면장애도 발생했다. 일상생활에서는 소음으로 이명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잠을 잘 때는 달랐다. 평소 6~7시간 잤던 수면 시간은 평균 1시간에서 1시간30분으로 줄었다.

이씨는 이명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 9월경 국군 B 병원에 방문했다. 함께 갔던 동료들도 주로 이명 증상 때문에 병원을 방문했다. 이씨는 B 병원 군의관에게 증상을 말했다. 군의관은 튜닝 포크(U자형 발굽)로 이씨의 양쪽 귀 뒤에서 두드리며 간단한 청력 테스트를 했다.

군의관은 “이명은 낫는 병”이라는 말과 일주일 치 약을 줬다. 

이씨의 실수가 있다면 군의관의 말을 믿은 것일까. 군대를 제대한 후에도 이씨는 병원을 가지 않았다. 증상이 심해질 때면, 이씨는 군의관이 말했듯 약국에서 약을 사 먹는 정도로 대처했다.

2년6개월이 지날 때 쯤, 이씨는 직장 관련 행사를 참석했다. 강사가 입장하면서 70명가량 관객의 큰 박수갈채가 나왔다. 그때 강하게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일상생활에서 큰 소음에 노출되면 무조건 이명 소리가 들렸고 통증까지 동반됐다.

이씨는 병원에 방문했다. 정확한 병명은 ‘이명 및 돌발성 난청’으로 나을 수 없는 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2013년 7월1일이었다.

부실한 관리 
낙뢰 탓으로?

이씨의 일상은 귀마개와 함께였다. 외국에서 사무직으로 일할 때도 항상 귀마개를 하고 지냈다. 불면, 불안증은 계속됐다. 한국에 귀국해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병원을 내원해야 했다. 정신과에서 정신불안장애 진단도 추가로 받았다. 일상이 무너졌다.

이명으로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 이씨는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기 위해 군인이었을 당시 내원했던 국군 B 병원과 A 사단에 ‘이명 진단서’와 ‘개인생활기록부’를 요청했다. 하지만 A 사단은 이 자료가 모두 없다는 답을 줬다.

우선 국군 B 병원은 이씨의 이명 진단서 자체가 없다고 대답했다. 반면 ▲손가락 염좌 ▲감기 ▲요통 ▲비골 골절에 관한 진단서는 있었다. 

B 병원은 “의무 기록이 없는 것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진료를 하지 않았을 경우다. 현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예비 전산 구축은 현재 주 서버와 각 부대에서 수시로 저장해 기록을 유지하나, 그 당시 주 서버와 예비로 저장하고 있는 컴퓨터 모두 피해를 봐 자료가 없는 상태다. 당시 함께 근무한 간부의 자료 또한 컴퓨터 피해로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 일에 대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농구하다가 다쳐서 병원을 갔을 때는 군의관이 내가 하는 말을 컴퓨터에 기록했다. 그런데 이명으로 치료를 받을 때는 컴퓨터로 기록하지 않아 당시에도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기록이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군대 개인 생활기록부의 법적 보관 기간은 5년이다. 이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군대에 문의를 했을 때는 4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이다. 

국민신문고는 “전자화한 개인생활기록부는 2014년 9월5일 오전에 발생한 낙뢰로 본체 하드디스크가 손상돼 연대 및 대대에 정비를 의뢰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가 복원되지 않아 컴퓨터를 교체해 자료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수기로 작성한 개인 생활기록부는 해당 부대에서 분실했으며, 그 분실 사유에 대해 A 사단 감찰부는 ‘알 수 없음’이라고 답변을 받았다”고 회신을 보내왔다.

과실 인정
“방법 없어”

기상청의 ‘2014 낙뢰 연보’에는 낙뢰 정보가 있다. 2014년 낙뢰 연보에 따르면 A 사단의 강원도 ○○군은 2014년 9월에 낙뢰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낙뢰는 5월, 6월, 7월에 떨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씨에게 남은 자료는 10대 시절 청력에 문제가 없었다는 학생기록부와 군 제대 후 병원에서 받은 의료기록뿐이다. A 사단은 이씨에 관한 어떤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국가유공자 신청에서 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군대에서 이씨의 자료를 누락시켰기 때문이다.

자료가 누락되기만 한 게 아니다. 다르게 기록된 자료도 있었다. 바로 군대 사격 일자다. 이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2009년 8월13일부터 12월까지 사격(81㎜ 박격포 및 개인화기)을 다수 실시했다. 그런데 사격 내역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이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신문고는 “민원인이 근무한 부대의 사격훈련 기록 확인을 위해 부대일지, 전자기록을 확인한 결과 2009년 8월부터 12월까지 사격훈련에 대한 기록은 없다. 또한 육군 규정에 따라 탄약 보급 및 소모 거래 문서, 불출증 등은 5년간 유지, 의거 탄약고 출입일지는 3년간 보관 후 폐기해 민원인이 요구한 자료는 현재 부대 내 부존재한다”고 답했다.

결국 이씨가 군대에서 받을 수 있었던 자료는 ‘중대장 확인서’ 뿐이다. 이 자료는 특급중대에서 사격을 많이 했다는 확인서다. 하지만 이 기록조차도 국민신문고 답변과 어긋난다.

이씨가 군 복무 시기에 작성했던 일기에는 사격 일자가 기록돼있다. 이를 제출해 당시 사격한 사격 발수·훈련 기록·불교 군종병으로 활동한 병사 상담 내용을 제출한 것도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명이 심했던 이씨의 후임은 이씨를 위해 사실확인서를 써줬다. 그러나 이 역시 심사 내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사단 “낙뢰로 자료 소실됐다”
‘낙뢰 연보’엔 낙뢰 기록 0건”

사실확인서에는 “본인 역시 이씨와 마찬가지로 군 복무 시 이명으로 고통받았고, 제대 후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등급 미달 판정을 받았다. 본인은 군 복무 시 이명과 관련해 병원에 여러 차례 내원했는데, 당시 이씨 역시 함께 내원한 사실이 있다. 이씨가 이명으로 고통받았다는 것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만, 당시 이명으로 병원을 간 것이라는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명기됐다.

이어 “당시 우리 중대는 연대에서 ‘특급전사’ 대회를 나가는 중대로 타 부대보다 사격 훈련이 훨씬 많았다. 또 박격포 중대로 그 소음 또한 어마어마 해서 큰 소음에 자주 노출돼 이명 증상을 보였던 전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돼있다.

이씨 후임의 증언은 있었지만 ‘이명으로 병원을 간 것이라는 정확한 기억은 없다’는 말로, 증언은 효력이 없었다. 이후 이씨는 국가유공자 심사를 한 번 더 실시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행정소송에는 “이 사건은 군 상이와 군 직무수행 등과의 상당 인과관계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군 병원 진료기록지상 이 사건과 관련해 진단 및 진료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객관적인 수상 경위 및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출된 소속 중대장의 확인서, 해당 부대의 훈련 일지 및 실탄 소모 출입일지 기록 등을 통해 이씨가 군 복무 중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씨가 주장하는 수상 당시의 진료기록 및 구체적인 진단명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의무기록지 등의 작성 및 보관에 관한 책임이 군 병원에 있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군 병원 또는 행정청에서 그 등록 요건과 관련된 자료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즉 이씨 후임의 증언이 있었지만 ‘이명으로 병원을 간 것이라는 정확한 기억은 없다’는 말로, 증언은 효력이 없었다. 사라진 이명 진단서와 A 사단의 개인 생활기록지 소실은 ‘의도적인 것’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논할 수조차 없다.

현재 이씨에게 남은 건 이명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씨는 귀마개 없이 사격 훈련을 해서 이명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A 사단은 모든 자료가 없다고 답할 뿐이다. <일요시사>는 A 사단과 B 병원에 연락해 사라진 자료에 대해 문의했다. B 병원은 “개인 정보라 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A 사단에는 ▲개인 생활기록부가 낙뢰로 소실됐다는데, 해당 날짜에는 기상청 낙뢰 정보가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수기 자료는 어떤 사유로 분실됐는지 ▲정보 분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A 사단의 잘못으로 서류가 유실됐다. 이에 대한 어떤 대책이 있는지 ▲개인 자료 분실 관련 책임 소재는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질문했다.

A 사단 관계자는 “자료는 낙뢰를 맞아서 사라졌다. 세부적인 원인은 제한된 상황이다. 너무 오래됐고, 웬만한 건 기한이 지나서 상세 원인이 제한됐다”며 “최대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했다. 책임 소재는 당시 문제 제기가 됐더라면 확인해서 조사했을 텐데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군병원·부대
서로 나몰라라

이씨는 “A 사단 감찰부로부터 같은 중대 다른 소대 인원에서도 의료기록이 없어져 중대장 확인서를 받아 간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런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군의관이다. 이게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명이 낫는다면 제일 좋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냥 군대에서 인정하고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내팽개쳐진 것이다. 지금 군 생활하는 사람들은 나 같은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