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북한 무인기’ 논란…육군 드론 부대 미운용?

윤 대통령 “그동안 뭐했느냐” 대격노
합참 “드론봇전투단 확대 개편할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군당국의 북한 무인기 대응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청와대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서 “그동안 훈련도 제대로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했다는 얘기냐”고 격노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장시간 한국 영공을 침범했던 북한 무인기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북으로 되돌아간 것을 두고 전 정부인 ‘문재인정부 탓’을, 군당국은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지난 2017년부터 이런 무인기(UAV)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는 것을 보면,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찰할 수 있는 드론 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어제 사건을 계기로 드론 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최첨단 드론을 스텔스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런 군용 무인기 도발에 대한 내년도 대응전력 예산이 국회서 50%나 삭감됐다”며 “새해 국회를 다시 설득해 이런 전력 예산을 증액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예산과 전력을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햇볕) 정책’을 이어받아 그 기조를 유지했던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문정부 때 체결됐던 9·19 남북 군사합의로 인해 차세대 전력 무기 등 국방력 강화에 소홀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 실제로 현재 군에서는 육군 지상정보단에서 드론봇전투단을 운용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문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들은 영문도 몰랐다가 뒤늦게 상황을 알고 당혹감과 두려움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언제나처럼 ‘전임 정부 탓’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체 이 정부는 전임 정부 없이 어떻게 국정운영을 할런지 모르겠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뭐냐”고 반문하면서 “있는 시스템도, 전투단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은 윤석열정부의 잘못이지, 전임 정부를 탓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의 윤정부서 기존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주장 역시 크게 설득력은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취임 후 7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안으로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10·26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인 대형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으며 밖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아베 전 일본 총리 사망, 자이언트 스텝 단행한 미국 기준금리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았던 탓에 국방정책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2018년,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예하에 창설된 지상정보단 드론봇전투단 운용 및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문정부 때였던 9월28일, 지작사 예하에 지상정보단을 창설하면서 드론 운용병과를 신설했다.

창설 당시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은 축전을 통해 “드론봇 전투체계로 무장한 지상정보단을 4차 산업혁명기술을 기반으로 현존 및 미래의 불특정·복합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부대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대칭 전략 중 하나인 것으로 평가받는 무인기가 남하해 활보하는 동안 우리 군은 격추는커녕 탐지하다가 소실하기도 했다. 게다가 무인기 대응을 위해 이륙하던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일요시사>는 28일, 드론봇전투단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응대가 곤란하다. 합참이나 지작사 쪽으로 연락해보라”는 입장을 들었다. 이후 지작사 지상정보단장실, 지작사 정훈공보실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결국 닿지 않았다.

국방부 ‘육군 드론봇전투단 소개’ 따르면 해당 병과는 드론의 정찰과 무장, 공격, 전자전, 보급 및 방호 임무를 맡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드론과 로봇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첨단전투체계 도입 ▲첨단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경우의 미래전을 대비하기 위한 전투 효율성 극대화 ▲미래전, 자연재해 등 여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 국민의 안전 보장 및 평화 구축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작전 및 운용에 있어 적절성 및 효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문제는 현재 지상정보단에서 운용 중인 장비들로는 80~100km에 달하는 북한 무인기에 대한 작전을 제대로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드론봇전단서 운용 중인 대표적인 장비는 3가지로 ▲그리핀 ▲포병진지정찰 ▲화생방 제독이 있다. 이 중 가장 용도가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는 그리핀은 최대비행속도가 10km/h에 작전 반경도 3km 이내, 비행시간도 약 40분에 불과하다. 즉, 현실적으로 기동 및 운용에 있어 제한요소가 많다.

포병진지정찰 드론은 정찰용으로 비행시간 25분, 운용 범위도 2km밖에 되지 않으며 화생방 제독 드론도 생화학 무기나 독가스전에 대비해 만들어진 특화 드론으로 북한 무인기 대응과는 동떨어진 전력으로 평가된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전날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 추적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적 공격용 무인기는 현재 탐지·타격 자산으로 대응이 가능하나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급 이하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군은 기존 드론봇전투단을 확대 개편과 함께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드론봇전투단이 단순히 드론 운용에 그쳤다면, 드론 부대는 전략적·작전적 수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 전쟁 양상 등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합참 관계자는 “드론 부대에 대한 작전 운영 개념, 지휘구조, 편성,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해 추진할 것”이라며 “드론 부대는 육군 지작사 차원을 넘어 모든 영역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앞서 군당국은 지난 26일, 5대의 북한 무인기가 경기도 및 서울 상공을 남하해 침범했지만 이렇다 할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실제로 강화도 지역주민들은 북한 무인기를 육안으로 목격했으며 이에 따른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튿날에도 인천시가 미상의 항적을 발견했다며 긴급 재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틀째 북한 무인기 소동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북한 무인기 등의 비행체는 아닌 새떼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 무인기는 단순 정찰용의 글라이더 형태로, 최대시속이 120km에 달해 사실상 격추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직진 비행 외에는 회피 기동을 하지 못하는 특성상 예측 사격으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8일, 배병덕 한국무인항공기술시험연구원(KAL)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는 속도가 빠른 레이싱 드론에 벽돌 등 무거운 물체를 장착해 물리적으로 비행체를 격추시키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드론 기술로는 북한 비행체를 요격하거나 추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5대의 북한 무인기 중에서 한 대는 남하하다가 북쪽으로 넘어갔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는데 이는 단순한 형태의 비행체는 아닐 것”이라며 “비행 방향을 바꿨다는 것은 팩트로 북한군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는 ‘안티 드론’이라고 해서 재밍(GPS 전파방해) 기술로 무인기에 대항하는 수준인데 고도제한 및 사정거리가 크지 않아 사용이 제한돼있다”면서도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서 군이 대응했던 것처럼 전투기나 헬기를 띄우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드론은 드론 축구, 드론 레이싱 수준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KAL 수료생들 중에서도 드론병으로 입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기밀이다 보니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에 따르면 통상 드론은 프로펠러가 4개 이상 달린 멀티콥터 형태의 회전익 기체로 군에서 운용 중인 고정익 기체와는 차이가 있다. 이번에 남하한 무인기의 경우는 프로펠러가 달리지 않은 고정익 기체로 비행속도나 항속거리 등에서는 회전익 기체를 가볍게 능가한다.

반면, 회전익 기체는 비행 안정성 및 조종에 있어 유리하지만 운용 반경이 넓지 않은 데다 배터리 소모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지난 18일, 국방부는 유튜브 채널 ‘국방TV' 영상 콘텐츠를 통해 북한 무인기가 남하했을 경우 모두 격추 가능하다고 홍보했으나 현재 해당 콘텐츠는 ’비공개 상태‘로 시청이 불가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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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