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북한 때리기' 숨은 꼼수 막전막후

'한 방 때려 달라…' 도발 유도하기 위해서?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최근 국방부의 '북한 때리기' 수위가 높아지며 남북 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관진 장관, 김민석 대변인 등이 북한을 겨냥해 '도발 가능성 크다' '4차 핵실험 임박' '없어져야 할 나라' 등과 같은 자극적인 발언들을 토해냈고,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남측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고의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의 '북한 때리기'에 도사린 숨은 꼼수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국방부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기관이다. 그러나 최근의 국방부는 존립목적과 어울리지 않게 북한을 자극하는 과격한 정치적 발언들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안보를 지켜야 할 국방부가 스스로 안보위기를 키우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의도된 도발?

지난해 12월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이 처형된 직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14년) 1~3월 중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 수장의 직접 경고에 외신들은 '전쟁 나는 것 아니냐'며 민감하게 반응했고, 한국 출장이나 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사람들이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공해상으로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직접 도발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국방부 장관이 직접 언급해 위기감을 키울 사안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어 지난달 22일 국방부의 공식입장을 전하는 김민석 대변인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 "북에서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등의 북한 위협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의 '4차 핵실험' '큰 한 방'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방부가 주적인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입수한 첩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신중을 기해야한다. 특히 국방부 장관이나 대변인의 북한첩보 관련 발언은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고조시키고, 한국사회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또 다시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나라도 아니지 않느냐"며 "북한은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다"라고 초강경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소멸'을 언급한 발언은 앞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국방부가 하지 않았던 고강도 비난으로 7·4남북공동성명(1972년), 남북 유엔 동시가입,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등에 담긴 '상호 체제 인정 및 존중'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망언 수준의 북한 자극 발언이다.

가까이는 지난 2월14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남과 북은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공동보도문도 무시한 발언이다.

다음날 김 대변인은 북한 소멸 발언의 배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 전체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행태에 대해 말한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인권도 없고 인권 유린도 마음대로 하고 어떤 때는 마음대로 처형도 한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또 "남북이 지난 2월 고위급 접촉을 통해 상호 비방·중상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체제를 비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은 북한을 비방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인권이 조금 더 개선되면 좋겠고, 이것은 남북기본합의서를 떠나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비방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는 발언이 북한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는 해명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런 발언은 '개인적 일탈' 혹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근 국방부의 북한 도발을 유도한 일련의 발언과 맞물려 의도된 강경발언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분석에는 북한이 도발을 하면 당면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여당의 위기국면이 일거에 뒤집힐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국방부 대변인 '북한 소멸' 발언 파문 확산
북한 "특대형 도발…무자비한 보복" 위협

이에 대해 당장 북한은 막말 수준의 위협적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3일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박근혜 일당의 이번 망발은 동족에 대한 완전 거부이고 흡수통일 야망의 노골적인 공개이며 전면적인 체제대결 선포로밖에 달리 볼 수 없다"며 "우리 체제를 없애버리려는 특대형 도발자들을 가장 무자비하고 철저한 타격전으로 온 겨레가 바라는 '전민 보복전'으로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탕쳐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측이 지금까지 우리 체제를 헐뜯는 망발을 수없이 했지만 이번처럼 험악한 악다구니는 처음"이라며 "이제는 말로 할 때가 지났으며 오직 무자비한 징벌만이 남았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 대변인에 대한 엄벌을 하지 않을 경우 국방부는 물론 청와대도 무사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놓고 안보장사를 하고 있는 국방부가 정작 안보의식은 철두철미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3~4월 파주, 백령도, 삼척 등 3곳에서 추락 무인기가 발견됐을 때 국방부는 당초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했다가 국가정보원이 주관하는 중앙합동심문조사단으로 수사권이 넘어간 이후에서야 북한의 소행으로 초점을 맞춰 빈축을 샀다.

또 지난 8일에는 북한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 무인기가 명백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우리의 특급기밀사항에 해당하는 최신 무인기를 북한도 알 수 있도록 언론에 공개했다. 국방부가 안보를 정권수호를 위해서만 이용하고, 진짜 안보는 등한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관계자는 "국방부 대변인이 연일 북한을 자극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해 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절규와 분노의 목소리를 정치선동으로 몰아가더니, 정작 자신들은 정권수호를 위해 '북풍'을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안보장사?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의 하태경 의원도 국방부의 '안보장사'에 대한 비판에 동참했다. 하 의원은 SNS를 통해 "최근 국방부의 일련의 행태를 보면 상습적 안보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며 "김 대변인의 부적절한 발언은 단일사안이 아니라 최근 국방부가 보여준 일련의 안보장사 행태의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도 "저러다 정말로 북한이 XX짓을 해오면 (국방부는) 제대로 대응 못 하고 갈팡질팡, 우왕좌왕, 허둥지둥할 것"이라며 "국방부를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체를 봤다. 한 마디로 대북정책은 없고, 그저 선거 때마다 북한이 한 방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속내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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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