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북풍 조작설' 논란 추적

북한도 "남측 자작극"이라 하는데…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북풍 논란'이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을 향해 해상사격훈련을 한데 이어 정찰용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된 것이 기름을 부었다. 특히 보수언론들은 무인기에 주목해 '북 핵폭탄 무인기 몰려온다' '북한에 정찰사진 이미 보내졌다' 등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남측 자작극'이라는 해명과 당국의 오락가락 해명에 '북풍 조작설'도 동시에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경기 파주, 서해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가장 먼저 지난달 24일 발견된 파주 무인기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서울과 경기북부의 주요시설물이 찍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무인기를 조사했던 군 당국과 정보기관 등으로 구성된 지역합동심문조사단(이하 지역합조단)은 북한제 무인기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무인기 수사' 기류변화

그런데 지난달 28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측의 요구에 따라 지역합조단에서 국정원 주관의 중앙합동심문조사단(이하 중앙합조단)으로 수사권이 넘어간 이후 미묘한 기류변화가 나타났다. 국방부와 군은 제대로 보고를 받지도 못했고, 31일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추가 발견된 이후에는 북한의 소행으로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군을 책임지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파주 무인기 발견 9일 만에야 1차 조사결과를 파악할 정도로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6일 삼척에서는 시민 A씨의 신고로 세 번째 추락 무인기가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무인기를 발견했지만 단순한 장난감으로 생각해 그간 신고를 하지 않다가 파주, 백령도에서 북한제 추정 무인기가 발견됐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신고했다.

이 무인기들은 공통적으로 하늘색 바탕에 구름무늬가 있으며, 정찰목적의 카메라가 장착됐다. 또 주민의 신고로 안보당국이 수거해갔다.


안보당국이 파악한 북한제 무인기라는 근거는 ▲무인기에서 발견된 지문 6개가 내국인 것이 아니라는 점 ▲ 배터리에 쓰인 '기용날자' '사용중지 날자' 등에서 '날짜'의 북한식 표기법인 '날자'가 들어 있었다는 점 ▲ 군에서만 사용하는 낙하산이 장착됐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부분은 지역합조단 조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지역합조단은 최초 수사에서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앙합조단으로 수사가 넘어간 이후 북한제 무인기로 기류가 급변했고, 보수언론에서는 '북 핵폭탄 무인기 몰려온다' '북한에 정찰사진 보내졌다' 등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무인기가 3대 추락했는데 추락비율을 5%로 잡아도 총 60대"라며 "파주 무인기가 8회 사용됐으니 적어도 총 480회 우리 영공을 정찰한 것"이라고 북한제 무인기 위협을 키웠다.

나아가 한 보수매체는  "정보 당국은 무인기에 GPS 교란장치를 탑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군 무기 대부분에 GPS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GPS 교란장치를 북한이 무인기를 이용해 터뜨릴 경우 100km 이상 범위의 전파를 교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른바 '북풍 몰이'가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7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이 무인기 소동을 벌이면서 주의를 딴 데로 돌아가게 해보려고 가소롭게 책동하고 있다"며 "남한의 상투적인 모략 소동"이라고 무인기 정찰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무인기 사건을 북한과 연관시키는 것은 대북 모략선전과 비방중상의 대표적 사례"라며 "(남측이) 결정적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기어코 우리와 관련시켜 제2의 천안호 사건을 날조해낼 흉심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무인기, 국정원 수사 주도 후 기류급변
북한식 표기, 낙하산, 지문 등 북한제 근거
당국, 지난해 이미 무인기 20여대 수거?

민간 전문가들도 무인기의 낮은 수준과 촬영된 사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확인이 가능한 구글어스(구글이 제공하는 위성 영상지도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 정찰용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에서 이륙했다면 북한지역의 사진도 담겨있어야 하지만 아직 중앙합조단은 북한지역 사진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중앙합조단은 무인기의 GPS코드에 입력된 복귀 좌표를 해독해 무인기가 북한으로 귀환토록 사전 설정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좌표를 추출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일각에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고, 북측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북풍몰이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국정원을 구하기 위한 자작극, 혹은 지방선거를 노린 북풍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미 20여대의 추락한 무인기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상급기관이 관련사실을 묵살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안보당국은 최근 추락한 무인기와 관련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숨기고 있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특정한 시점에 북풍 공작을 벌인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미국 최대 뉴스 채널인 CNN도 국방부와 보수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북한 정찰용 무인기 주장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CNN은 지난 9일 '북한의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비행기, 한국에 위협이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이 비행물체가 북한의 정찰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표식으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무인비행기들은 실제 위협은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이런 비행체는 장난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원격조정 비행기와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졌으며 그저 '군대 버전'의 장난감 원격조정 비행기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조작설 대두

이에 대해 야권 한 관계자는 "국정원의 과오를 덮고, 오는 지방선거에서도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 더 큰 북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북풍이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거센 북풍이 불었고, 여권도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했지만 전체 16개 시·도 광역단체 가운데 6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조작설과 함께 다시 불기 시작한 북풍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제 추정 무인기 '대학 수준'
한국 무인기는 '세계 일류'

최근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3대 발견된 가운데, 이 무인기의 기술 수준이 수년 전 국내 대학에서 제작한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나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김재무 박사는 지난 9일 미래창조과학부 기자단 아카데미에서 "최근 발견된 북한제 추정 무인기는 몇 년 전 우리나라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한 독도 왕복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충남대 전기공학과 무인항공기팀이 경북 울진에서 무인기를 띄워 독도까지 450여㎞를 왕복 운항하며 항공사진을 촬영하는 임무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당시 독도를 다녀온 무인기는 날개길이 2.9m, 중량 11kg에 48cc의 엔진, 항법 센서, 카메라 등을 갖췄었는데, 최근 발견돼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와 무게 등이 비슷하다.

김 박사는 "국내 무인항공기 기술은 '세계 일류'로 분류될 만큼 앞서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프로스트&설리번이 2009년 '무인기시장 트렌드와 전망'에서 한국을 무인기 기술보유국 1군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한편, 항우연은 2002년부터 스마트무인기 개발에 들어가 세계에서 2번째로 틸트로터 기술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틸트로터 무인기를 실용화했다. 또 스마트무인기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직이착륙 무인기 비행을 시연하기도 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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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