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국방예산 용처 해부해보니…

안보위기 부추겨 군납업체만 배 불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류 언론에선 "미국의 요구에 따라 사드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라는 여론몰이가 계속되는 중이다. 때마침 우리 국방부는 232조원이라는 세금을 국방력 강화에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북한과의 군비경쟁을 염원하는 모습이다. '안보주의자'들이 위기론을 부추길수록 득을 보는 곳은 군납업체다. 세계적인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에 나설 조짐이다.

국방부의 '예산 조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국방부는 예비군 총기사고와 관련해 '재발방지 안전대책'을 내놓으면서 ▲사격장별 CCTV 설치 ▲사로별 방탄유리 칸막이 설치 ▲총기 고정틀 재설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예비군 조교에게 신형 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두 '돈'이 드는 개선방안이다.

북한 볼모로
예산 늘리기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관련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의 속내는 1주일 뒤인 22일 드러났다. 이날 국방부는 '국방비,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 행복을 지키는 원동력'이란 자료를 통해 "국내외 안보환경 변화와 군인 복지 증진을 위해 향후 5년간 연평균 7% 수준의 국방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22일은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국방부의 자체 감찰결과가 공표된 다음날이다. 21일 국방부는 "최 총장이 예산집행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용차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엄중 경고 조치했다"라고 알렸다.

감찰결과를 살펴보면 공군은 공군본부 총장실을 이전하면서 공사비로 9억5400만원을 썼다. 이 가운데 1400여만원의 예산을 중복 지급했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 모형을 기증받고 이를 꾸미는 과정에서 1999만원의 예산을 중복 지급했다.


최 총장의 부인과 아들은 관용차를 수시로 이용했다. 의무병과 장교는 최 총장의 공관에서 애완견을 진료했다. 아울러 최 총장은 공금을 횡령한 의혹과 공관비품을 고가에 구매한 의혹도 함께 받았다. 국방부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했지만 여론은 '봐주기 감찰'이라며 들끓었다.

공군 최고 수장이 사실상 국가를 상대로 배임을 한 사건이지만 국방부는 꿈적하지 않았다. 도리어 하루도 못가 '깜짝 보도자료'를 돌리는 등 예산 삭감 여론을 무마하려는 모습이다. 영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IISS)가 지난 2월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국방비는 344억달러로 파악됐다. 344억달러를 원화로 환산(22일 기준)하면 37조5500억원에 이른다. 국방부는 지난 4월 우리 국방예산이 35조7000억원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군사비 규모
세계 10위권

한국은 이미 국방비 지출에선 세계 10위 규모의 군사대국이다. 1위인 미국(5810억달러·643조원)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국보다 GDP(국내총생산)가 2배 이상 높은 일본(447억달러·55조7800억원)과 대조하면 경제수준 대비 상당한 세금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매년 '더 많은 국방예산'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있어서다.

국방부는 지난해 북한이 투입한 군사비를 102억달러(1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국방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남북한의 구매력평가환율(PPP) 등을 고려해 산정한 액수다. 지난달 14일 국방부는 "북한이 누락한 전력증강비나 시설투자비 등이 102억달러에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근거는 막연한 추론에 의존했다.

때문에 국방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북한의 국방예산을 '뻥튀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은 올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 총예산의 15.9%를 군사비로 쓰고 있다"라고 공표했다. 이에 근거한 북한의 군사비는 11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국방부가 내놓은 추론과는 무려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국방부 홍보자료서 232조5000억 예산배정 요구
군 한해 예산 37조4000억 전체 정부예산의 10%


국방부 인식의 핵심은 '북한이 나라예산의 절반을 군사력 증강에 쏟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국방부는 군비증강에 대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비,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 행복을 지키는 원동력'에서 "우리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 대비 2.38% 수준"이라고 적시했다. 관련 통계에는 착시효과가 있다. 2015년 정부가 편성한 총예산은 376조원 규모로 전체 예산에서 국방비 비중은 10%를 상회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가 이스라엘 등 대치국 평균인 3.69%보다 낮다"라며 "핵심 무기체계 도입과 병영문화 혁신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방예산 증액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4월20일에는 기관지인 <국방일보>를 통해 "2016~2020년 국방중기계획에 필요한 총 소요예산은 232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매년 46조원 이상을 국방비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2015년 국방예산을 37조456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가운데 무기 구매 등에 사용될 방위력개선비로 11조140억원을 명시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4.8%가 늘었다. 관련 예산은 방위사업청에 배정됐다. 남은 26조4420억원은 국방부의 수중에 떨어졌다. 편의상 이는 전력운영비로 분류됐다. 공군본부 총장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쓰인 9억5400만원의 공사비는 모두 전력운영비 명목이다.

국방부는 이번 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전력운영비를 155조4000억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방위력개선비는 연평균 10.8%가 증가한 77조1000억원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규모로는 살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방부의 예산은 어떻게 집행되고 있을까.

국방예산 가운데는 항목이 분류되지 않은 '특수활동비'가 있다. 영수증이 필요 없는 현금성 예산이다. 국방부는 2013년 1643억여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출했다. 국가정보원(4566억여원)에 이어 정부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국방부는 기밀유지와 정보수집 등을 목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집행했다. 외부에선 특수활동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당 대표 시절 수억원의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방부가 운영 중인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에는 항목별 예산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홍보하는 내용이 있다. 관련 블로그를 참조하면 의외로 장병들을 위해 쓰이는 예산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병에겐 6%
간부에겐 94%

먼저 장병에게 보급되는 휴지, 면도기, 구둣솔, 동내의 등의 생활필수품 예산은 299억원이다. 관련 예산에는 속옷과 수첩, 위장크림 등의 물품 구매 대금과 치약과 세숫비누 등 일부 현금 형태로 지급되는 예산이 모두 포함돼 있다. 또 군은 뇌수막염 등 4종의 예방접종으로 301억원을 사용했다.

병영문화쉼터와 풋살경기장 등 편의·여가시설 개선에는 1597억원이 투입됐다. 동절기 때 지급되는 방한피복 및 물자 예산은 862억원으로 편성됐다. 자기계발 지원에 87억원, 청소기 및 제설기 등 환경장비 지원에 114억원이 지출됐다. 하절기 온수 지원과 목욕시설 개선에는 340억원이 집행됐다. 국방부가 "좋은 병영환경을 만들겠다"라며 홍보한 예산의 합은 3600억원이었다. 전체 예산(2014년 기준)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병의 급식비와 월급까지 더해도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급식비 예산은 1조1879억원이었으며, 병사 인건비로는 6996억원이 쓰였다. 두 항목을 더해도 장병을 대상으로 한 예산은 2조2475억원에 머물렀다. 전체 국방비 대비 장병을 위한 돈은 약 6%로 확인됐다.

최차규 공군총장 '예산 낭비' '관용차 유용' 적발
'묻지마 무기 구입' '방위분담금 증액 검토' 논란

국회에 제출된 2015년 예산안을 봐도 크게 증감된 부분은 없었다. 일부 전방부대의 환경관리(청소 및 제초) 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겠다'며 70억원을 편성하고, 수신용 공용휴대폰 지급에 12억원을 배정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군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병영문화혁신과제를 위주로 1445억원이 증액됐다"라고 알렸다. 1445억원을 더해도 전체 예산 대비 6%의 수치는 변함없었다.


특이한 점은 군사외교 증진 및 국가 위상 제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국비 828억원이 군 체육대회에 배정됐다는 사실이다. '2015년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총사업비가 1655억원으로 국방부가 원안에 담은 국고 지원 50%가 예산에 전액 반영됐다.

'없는 살림'에도 무기는 꼬박꼬박 구매했다. 비슷한 무기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1조6000억원을 들여 외국산 지대공미사일을 사면서 국내 연구진이 M-SAM(저고도 방어)과 L-SAM(고고도 방어)을 동시 개발하는 식이다. 더구나 L-SAM(고고도 방어)은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록히드마틴의 사드와 큰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전력 확보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앞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차세대 전투기(FX) F-35A 40대를 팔기로 계약했다. 총사업비는 7조4000억원 규모다. 그런데 국방부는 올해 8조5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한국산 전투기'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군은 비슷한 용도의 대전차미사일을 국산을 포함, 6종 넘게 갖고 있다. K-2전차나 K-9자주포, K-21장갑차 등은 국방부가 개발 약속시기를 놓쳐 추가 예산이 투입됐던 기종이다.

국방부가 쓰고 있는 전체 인건비는 9조2445억원 규모다. 장병 인건비를 제하면 어림잡아도 간부 인건비만 8조5000억원이 넘는다. 인건비 증가는 국방부가 군 인력구조 개편을 위해 간부를 충원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렇지만 영관급 이상의 간부는 정리되지 않아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여러 군사 분야 전문가가 지적한 바 있지만 인건비 과다지출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할 목적으로 구축 중인 '킬 체인(Kill Chain)' 전력에는 5조7000억원가량이 투입될 계획이다.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은 다목적 실용위성(6호),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글로벌호크),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타우러스) 등이다. 문제는 북한이 만에 하나 핵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하더라도 고고도나 장거리 무기로 타격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있다. 지근거리인 남한을 포격하는 데는 '중거리' 무기면 충분하다.

군 안팎에선 같은 이유로 사드배치 회의론이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안보주의자'들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라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아랍에미리트가 구매한 사드 2개 포대의 가격은 19억6000만달러(2조1560억원)였다. 미사일 1개의 가격도 1000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외교 관례상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현재 내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분담금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자신들의 돈으로 사드를 외국영토에 배치한 전례는 없다. 때문에 분할지급 형태로 미국에 돈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현재 한국은 연간 8000억~9000억원의 분담금을 미국에 지불하고 있다. 누적 방위분담금으로 발생한 이자에 대해선 미군이 임의로 쓰고 있다.

무기중복 구매
브레이크 없어

설사 한국정부가 사드 비용을 대납하지 않더라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록히드마틴 입장에선 미국이 구매해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은 청와대와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접촉해 사드 구매를 제안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도 비밀 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무기를 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사드배치에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사드배치가 본격화되면 수조원을 투입한 KAMD와 Kill Chain 프로젝트는 원점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상호 미사일방어망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눈먼 안보장사로 득을 보는 세력이 궁금하다. 37조원을 쓰고도 '재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대체 누구 편인가.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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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