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국방예산 용처 해부해보니…

안보위기 부추겨 군납업체만 배 불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류 언론에선 "미국의 요구에 따라 사드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라는 여론몰이가 계속되는 중이다. 때마침 우리 국방부는 232조원이라는 세금을 국방력 강화에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북한과의 군비경쟁을 염원하는 모습이다. '안보주의자'들이 위기론을 부추길수록 득을 보는 곳은 군납업체다. 세계적인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에 나설 조짐이다.

국방부의 '예산 조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국방부는 예비군 총기사고와 관련해 '재발방지 안전대책'을 내놓으면서 ▲사격장별 CCTV 설치 ▲사로별 방탄유리 칸막이 설치 ▲총기 고정틀 재설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예비군 조교에게 신형 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두 '돈'이 드는 개선방안이다.

북한 볼모로
예산 늘리기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관련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의 속내는 1주일 뒤인 22일 드러났다. 이날 국방부는 '국방비,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 행복을 지키는 원동력'이란 자료를 통해 "국내외 안보환경 변화와 군인 복지 증진을 위해 향후 5년간 연평균 7% 수준의 국방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22일은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국방부의 자체 감찰결과가 공표된 다음날이다. 21일 국방부는 "최 총장이 예산집행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용차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엄중 경고 조치했다"라고 알렸다.

감찰결과를 살펴보면 공군은 공군본부 총장실을 이전하면서 공사비로 9억5400만원을 썼다. 이 가운데 1400여만원의 예산을 중복 지급했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 모형을 기증받고 이를 꾸미는 과정에서 1999만원의 예산을 중복 지급했다.


최 총장의 부인과 아들은 관용차를 수시로 이용했다. 의무병과 장교는 최 총장의 공관에서 애완견을 진료했다. 아울러 최 총장은 공금을 횡령한 의혹과 공관비품을 고가에 구매한 의혹도 함께 받았다. 국방부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했지만 여론은 '봐주기 감찰'이라며 들끓었다.

공군 최고 수장이 사실상 국가를 상대로 배임을 한 사건이지만 국방부는 꿈적하지 않았다. 도리어 하루도 못가 '깜짝 보도자료'를 돌리는 등 예산 삭감 여론을 무마하려는 모습이다. 영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IISS)가 지난 2월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국방비는 344억달러로 파악됐다. 344억달러를 원화로 환산(22일 기준)하면 37조5500억원에 이른다. 국방부는 지난 4월 우리 국방예산이 35조7000억원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군사비 규모
세계 10위권

한국은 이미 국방비 지출에선 세계 10위 규모의 군사대국이다. 1위인 미국(5810억달러·643조원)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국보다 GDP(국내총생산)가 2배 이상 높은 일본(447억달러·55조7800억원)과 대조하면 경제수준 대비 상당한 세금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매년 '더 많은 국방예산'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있어서다.

국방부는 지난해 북한이 투입한 군사비를 102억달러(1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국방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남북한의 구매력평가환율(PPP) 등을 고려해 산정한 액수다. 지난달 14일 국방부는 "북한이 누락한 전력증강비나 시설투자비 등이 102억달러에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근거는 막연한 추론에 의존했다.

때문에 국방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북한의 국방예산을 '뻥튀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은 올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 총예산의 15.9%를 군사비로 쓰고 있다"라고 공표했다. 이에 근거한 북한의 군사비는 11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국방부가 내놓은 추론과는 무려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국방부 홍보자료서 232조5000억 예산배정 요구
군 한해 예산 37조4000억 전체 정부예산의 10%


국방부 인식의 핵심은 '북한이 나라예산의 절반을 군사력 증강에 쏟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국방부는 군비증강에 대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비,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 행복을 지키는 원동력'에서 "우리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 대비 2.38% 수준"이라고 적시했다. 관련 통계에는 착시효과가 있다. 2015년 정부가 편성한 총예산은 376조원 규모로 전체 예산에서 국방비 비중은 10%를 상회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가 이스라엘 등 대치국 평균인 3.69%보다 낮다"라며 "핵심 무기체계 도입과 병영문화 혁신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방예산 증액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4월20일에는 기관지인 <국방일보>를 통해 "2016~2020년 국방중기계획에 필요한 총 소요예산은 232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매년 46조원 이상을 국방비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2015년 국방예산을 37조456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가운데 무기 구매 등에 사용될 방위력개선비로 11조140억원을 명시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4.8%가 늘었다. 관련 예산은 방위사업청에 배정됐다. 남은 26조4420억원은 국방부의 수중에 떨어졌다. 편의상 이는 전력운영비로 분류됐다. 공군본부 총장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쓰인 9억5400만원의 공사비는 모두 전력운영비 명목이다.

국방부는 이번 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전력운영비를 155조4000억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방위력개선비는 연평균 10.8%가 증가한 77조1000억원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규모로는 살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방부의 예산은 어떻게 집행되고 있을까.

국방예산 가운데는 항목이 분류되지 않은 '특수활동비'가 있다. 영수증이 필요 없는 현금성 예산이다. 국방부는 2013년 1643억여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출했다. 국가정보원(4566억여원)에 이어 정부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국방부는 기밀유지와 정보수집 등을 목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집행했다. 외부에선 특수활동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당 대표 시절 수억원의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방부가 운영 중인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에는 항목별 예산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홍보하는 내용이 있다. 관련 블로그를 참조하면 의외로 장병들을 위해 쓰이는 예산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병에겐 6%
간부에겐 94%

먼저 장병에게 보급되는 휴지, 면도기, 구둣솔, 동내의 등의 생활필수품 예산은 299억원이다. 관련 예산에는 속옷과 수첩, 위장크림 등의 물품 구매 대금과 치약과 세숫비누 등 일부 현금 형태로 지급되는 예산이 모두 포함돼 있다. 또 군은 뇌수막염 등 4종의 예방접종으로 301억원을 사용했다.

병영문화쉼터와 풋살경기장 등 편의·여가시설 개선에는 1597억원이 투입됐다. 동절기 때 지급되는 방한피복 및 물자 예산은 862억원으로 편성됐다. 자기계발 지원에 87억원, 청소기 및 제설기 등 환경장비 지원에 114억원이 지출됐다. 하절기 온수 지원과 목욕시설 개선에는 340억원이 집행됐다. 국방부가 "좋은 병영환경을 만들겠다"라며 홍보한 예산의 합은 3600억원이었다. 전체 예산(2014년 기준)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병의 급식비와 월급까지 더해도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급식비 예산은 1조1879억원이었으며, 병사 인건비로는 6996억원이 쓰였다. 두 항목을 더해도 장병을 대상으로 한 예산은 2조2475억원에 머물렀다. 전체 국방비 대비 장병을 위한 돈은 약 6%로 확인됐다.

최차규 공군총장 '예산 낭비' '관용차 유용' 적발
'묻지마 무기 구입' '방위분담금 증액 검토' 논란

국회에 제출된 2015년 예산안을 봐도 크게 증감된 부분은 없었다. 일부 전방부대의 환경관리(청소 및 제초) 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겠다'며 70억원을 편성하고, 수신용 공용휴대폰 지급에 12억원을 배정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군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병영문화혁신과제를 위주로 1445억원이 증액됐다"라고 알렸다. 1445억원을 더해도 전체 예산 대비 6%의 수치는 변함없었다.


특이한 점은 군사외교 증진 및 국가 위상 제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국비 828억원이 군 체육대회에 배정됐다는 사실이다. '2015년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총사업비가 1655억원으로 국방부가 원안에 담은 국고 지원 50%가 예산에 전액 반영됐다.

'없는 살림'에도 무기는 꼬박꼬박 구매했다. 비슷한 무기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1조6000억원을 들여 외국산 지대공미사일을 사면서 국내 연구진이 M-SAM(저고도 방어)과 L-SAM(고고도 방어)을 동시 개발하는 식이다. 더구나 L-SAM(고고도 방어)은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록히드마틴의 사드와 큰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전력 확보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앞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차세대 전투기(FX) F-35A 40대를 팔기로 계약했다. 총사업비는 7조4000억원 규모다. 그런데 국방부는 올해 8조5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한국산 전투기'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군은 비슷한 용도의 대전차미사일을 국산을 포함, 6종 넘게 갖고 있다. K-2전차나 K-9자주포, K-21장갑차 등은 국방부가 개발 약속시기를 놓쳐 추가 예산이 투입됐던 기종이다.

국방부가 쓰고 있는 전체 인건비는 9조2445억원 규모다. 장병 인건비를 제하면 어림잡아도 간부 인건비만 8조5000억원이 넘는다. 인건비 증가는 국방부가 군 인력구조 개편을 위해 간부를 충원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렇지만 영관급 이상의 간부는 정리되지 않아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여러 군사 분야 전문가가 지적한 바 있지만 인건비 과다지출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할 목적으로 구축 중인 '킬 체인(Kill Chain)' 전력에는 5조7000억원가량이 투입될 계획이다.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은 다목적 실용위성(6호),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글로벌호크),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타우러스) 등이다. 문제는 북한이 만에 하나 핵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하더라도 고고도나 장거리 무기로 타격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있다. 지근거리인 남한을 포격하는 데는 '중거리' 무기면 충분하다.

군 안팎에선 같은 이유로 사드배치 회의론이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안보주의자'들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라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아랍에미리트가 구매한 사드 2개 포대의 가격은 19억6000만달러(2조1560억원)였다. 미사일 1개의 가격도 1000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외교 관례상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현재 내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분담금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자신들의 돈으로 사드를 외국영토에 배치한 전례는 없다. 때문에 분할지급 형태로 미국에 돈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현재 한국은 연간 8000억~9000억원의 분담금을 미국에 지불하고 있다. 누적 방위분담금으로 발생한 이자에 대해선 미군이 임의로 쓰고 있다.

무기중복 구매
브레이크 없어

설사 한국정부가 사드 비용을 대납하지 않더라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록히드마틴 입장에선 미국이 구매해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은 청와대와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접촉해 사드 구매를 제안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도 비밀 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무기를 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사드배치에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사드배치가 본격화되면 수조원을 투입한 KAMD와 Kill Chain 프로젝트는 원점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상호 미사일방어망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눈먼 안보장사로 득을 보는 세력이 궁금하다. 37조원을 쓰고도 '재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대체 누구 편인가.

 

<angeli@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1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