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국방예산 용처 해부해보니…

안보위기 부추겨 군납업체만 배 불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류 언론에선 "미국의 요구에 따라 사드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라는 여론몰이가 계속되는 중이다. 때마침 우리 국방부는 232조원이라는 세금을 국방력 강화에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북한과의 군비경쟁을 염원하는 모습이다. '안보주의자'들이 위기론을 부추길수록 득을 보는 곳은 군납업체다. 세계적인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에 나설 조짐이다.

국방부의 '예산 조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국방부는 예비군 총기사고와 관련해 '재발방지 안전대책'을 내놓으면서 ▲사격장별 CCTV 설치 ▲사로별 방탄유리 칸막이 설치 ▲총기 고정틀 재설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예비군 조교에게 신형 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두 '돈'이 드는 개선방안이다.

북한 볼모로
예산 늘리기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관련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의 속내는 1주일 뒤인 22일 드러났다. 이날 국방부는 '국방비,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 행복을 지키는 원동력'이란 자료를 통해 "국내외 안보환경 변화와 군인 복지 증진을 위해 향후 5년간 연평균 7% 수준의 국방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22일은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국방부의 자체 감찰결과가 공표된 다음날이다. 21일 국방부는 "최 총장이 예산집행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용차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엄중 경고 조치했다"라고 알렸다.

감찰결과를 살펴보면 공군은 공군본부 총장실을 이전하면서 공사비로 9억5400만원을 썼다. 이 가운데 1400여만원의 예산을 중복 지급했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 모형을 기증받고 이를 꾸미는 과정에서 1999만원의 예산을 중복 지급했다.


최 총장의 부인과 아들은 관용차를 수시로 이용했다. 의무병과 장교는 최 총장의 공관에서 애완견을 진료했다. 아울러 최 총장은 공금을 횡령한 의혹과 공관비품을 고가에 구매한 의혹도 함께 받았다. 국방부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했지만 여론은 '봐주기 감찰'이라며 들끓었다.

공군 최고 수장이 사실상 국가를 상대로 배임을 한 사건이지만 국방부는 꿈적하지 않았다. 도리어 하루도 못가 '깜짝 보도자료'를 돌리는 등 예산 삭감 여론을 무마하려는 모습이다. 영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IISS)가 지난 2월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국방비는 344억달러로 파악됐다. 344억달러를 원화로 환산(22일 기준)하면 37조5500억원에 이른다. 국방부는 지난 4월 우리 국방예산이 35조7000억원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군사비 규모
세계 10위권

한국은 이미 국방비 지출에선 세계 10위 규모의 군사대국이다. 1위인 미국(5810억달러·643조원)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국보다 GDP(국내총생산)가 2배 이상 높은 일본(447억달러·55조7800억원)과 대조하면 경제수준 대비 상당한 세금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매년 '더 많은 국방예산'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있어서다.

국방부는 지난해 북한이 투입한 군사비를 102억달러(1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국방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남북한의 구매력평가환율(PPP) 등을 고려해 산정한 액수다. 지난달 14일 국방부는 "북한이 누락한 전력증강비나 시설투자비 등이 102억달러에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근거는 막연한 추론에 의존했다.

때문에 국방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북한의 국방예산을 '뻥튀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은 올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 총예산의 15.9%를 군사비로 쓰고 있다"라고 공표했다. 이에 근거한 북한의 군사비는 11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국방부가 내놓은 추론과는 무려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국방부 홍보자료서 232조5000억 예산배정 요구
군 한해 예산 37조4000억 전체 정부예산의 10%


국방부 인식의 핵심은 '북한이 나라예산의 절반을 군사력 증강에 쏟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국방부는 군비증강에 대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비,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 행복을 지키는 원동력'에서 "우리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 대비 2.38% 수준"이라고 적시했다. 관련 통계에는 착시효과가 있다. 2015년 정부가 편성한 총예산은 376조원 규모로 전체 예산에서 국방비 비중은 10%를 상회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가 이스라엘 등 대치국 평균인 3.69%보다 낮다"라며 "핵심 무기체계 도입과 병영문화 혁신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방예산 증액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4월20일에는 기관지인 <국방일보>를 통해 "2016~2020년 국방중기계획에 필요한 총 소요예산은 232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매년 46조원 이상을 국방비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2015년 국방예산을 37조456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가운데 무기 구매 등에 사용될 방위력개선비로 11조140억원을 명시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4.8%가 늘었다. 관련 예산은 방위사업청에 배정됐다. 남은 26조4420억원은 국방부의 수중에 떨어졌다. 편의상 이는 전력운영비로 분류됐다. 공군본부 총장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쓰인 9억5400만원의 공사비는 모두 전력운영비 명목이다.

국방부는 이번 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전력운영비를 155조4000억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방위력개선비는 연평균 10.8%가 증가한 77조1000억원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규모로는 살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방부의 예산은 어떻게 집행되고 있을까.

국방예산 가운데는 항목이 분류되지 않은 '특수활동비'가 있다. 영수증이 필요 없는 현금성 예산이다. 국방부는 2013년 1643억여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출했다. 국가정보원(4566억여원)에 이어 정부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국방부는 기밀유지와 정보수집 등을 목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집행했다. 외부에선 특수활동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당 대표 시절 수억원의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방부가 운영 중인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에는 항목별 예산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홍보하는 내용이 있다. 관련 블로그를 참조하면 의외로 장병들을 위해 쓰이는 예산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병에겐 6%
간부에겐 94%

먼저 장병에게 보급되는 휴지, 면도기, 구둣솔, 동내의 등의 생활필수품 예산은 299억원이다. 관련 예산에는 속옷과 수첩, 위장크림 등의 물품 구매 대금과 치약과 세숫비누 등 일부 현금 형태로 지급되는 예산이 모두 포함돼 있다. 또 군은 뇌수막염 등 4종의 예방접종으로 301억원을 사용했다.

병영문화쉼터와 풋살경기장 등 편의·여가시설 개선에는 1597억원이 투입됐다. 동절기 때 지급되는 방한피복 및 물자 예산은 862억원으로 편성됐다. 자기계발 지원에 87억원, 청소기 및 제설기 등 환경장비 지원에 114억원이 지출됐다. 하절기 온수 지원과 목욕시설 개선에는 340억원이 집행됐다. 국방부가 "좋은 병영환경을 만들겠다"라며 홍보한 예산의 합은 3600억원이었다. 전체 예산(2014년 기준)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병의 급식비와 월급까지 더해도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급식비 예산은 1조1879억원이었으며, 병사 인건비로는 6996억원이 쓰였다. 두 항목을 더해도 장병을 대상으로 한 예산은 2조2475억원에 머물렀다. 전체 국방비 대비 장병을 위한 돈은 약 6%로 확인됐다.

최차규 공군총장 '예산 낭비' '관용차 유용' 적발
'묻지마 무기 구입' '방위분담금 증액 검토' 논란

국회에 제출된 2015년 예산안을 봐도 크게 증감된 부분은 없었다. 일부 전방부대의 환경관리(청소 및 제초) 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겠다'며 70억원을 편성하고, 수신용 공용휴대폰 지급에 12억원을 배정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군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병영문화혁신과제를 위주로 1445억원이 증액됐다"라고 알렸다. 1445억원을 더해도 전체 예산 대비 6%의 수치는 변함없었다.


특이한 점은 군사외교 증진 및 국가 위상 제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국비 828억원이 군 체육대회에 배정됐다는 사실이다. '2015년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총사업비가 1655억원으로 국방부가 원안에 담은 국고 지원 50%가 예산에 전액 반영됐다.

'없는 살림'에도 무기는 꼬박꼬박 구매했다. 비슷한 무기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1조6000억원을 들여 외국산 지대공미사일을 사면서 국내 연구진이 M-SAM(저고도 방어)과 L-SAM(고고도 방어)을 동시 개발하는 식이다. 더구나 L-SAM(고고도 방어)은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록히드마틴의 사드와 큰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전력 확보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앞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차세대 전투기(FX) F-35A 40대를 팔기로 계약했다. 총사업비는 7조4000억원 규모다. 그런데 국방부는 올해 8조5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한국산 전투기'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군은 비슷한 용도의 대전차미사일을 국산을 포함, 6종 넘게 갖고 있다. K-2전차나 K-9자주포, K-21장갑차 등은 국방부가 개발 약속시기를 놓쳐 추가 예산이 투입됐던 기종이다.

국방부가 쓰고 있는 전체 인건비는 9조2445억원 규모다. 장병 인건비를 제하면 어림잡아도 간부 인건비만 8조5000억원이 넘는다. 인건비 증가는 국방부가 군 인력구조 개편을 위해 간부를 충원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렇지만 영관급 이상의 간부는 정리되지 않아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여러 군사 분야 전문가가 지적한 바 있지만 인건비 과다지출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할 목적으로 구축 중인 '킬 체인(Kill Chain)' 전력에는 5조7000억원가량이 투입될 계획이다.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은 다목적 실용위성(6호),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글로벌호크),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타우러스) 등이다. 문제는 북한이 만에 하나 핵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하더라도 고고도나 장거리 무기로 타격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있다. 지근거리인 남한을 포격하는 데는 '중거리' 무기면 충분하다.

군 안팎에선 같은 이유로 사드배치 회의론이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안보주의자'들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라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아랍에미리트가 구매한 사드 2개 포대의 가격은 19억6000만달러(2조1560억원)였다. 미사일 1개의 가격도 1000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외교 관례상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현재 내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분담금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자신들의 돈으로 사드를 외국영토에 배치한 전례는 없다. 때문에 분할지급 형태로 미국에 돈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현재 한국은 연간 8000억~9000억원의 분담금을 미국에 지불하고 있다. 누적 방위분담금으로 발생한 이자에 대해선 미군이 임의로 쓰고 있다.

무기중복 구매
브레이크 없어

설사 한국정부가 사드 비용을 대납하지 않더라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록히드마틴 입장에선 미국이 구매해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은 청와대와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접촉해 사드 구매를 제안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도 비밀 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무기를 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사드배치에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사드배치가 본격화되면 수조원을 투입한 KAMD와 Kill Chain 프로젝트는 원점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상호 미사일방어망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눈먼 안보장사로 득을 보는 세력이 궁금하다. 37조원을 쓰고도 '재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대체 누구 편인가.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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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