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한 건' 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북한이 무서워하는 불굴의 카리스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남북 간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극적 타협을 도출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제대로 떴다. 박근혜정부 외교안보팀 좌장으로서 김 실장의 뚝심으로 이끌어낸 합의라는 평가다. 김 실 장은 남북관계의 막힌 곳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고 컨트롤타워로써의 역할을 입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대화 초반 ‘전쟁’ 발언까지 나오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남북이 이번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양측의 강한 의지로 극적 합의가 가능했다.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무박 4일간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무박 4일간 공방 
피말린 샅바싸움
 
한국 측 수석대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북측 대표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협상장에서 강대강으로 맞받아치며 ‘전쟁’ 경고 발언까지 나왔다. 지난달 22일 오후 6시 반 판문점 평화의 집. 김 실장이 ‘목함지뢰’ 도발을 언급하며 사과가 우선이라는 뜻을 전하자 황 국장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일관했다. 이어 김 실장은 “불과 한 달 전에 일어난 일,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입니다. 젊은 사람의 일생이 걸린 문제이다”며 북측 사과를 촉구했다.
 
김 실장은 목함지뢰가 폭발한 장소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물에 쓸려 온 게 아니다. 누군가 와서 묻은 것이다”라며 황 국장을 압박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만 이야기하자 김 실장은 “나는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라고 호통을 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또다시 도발한다면 ‘강력한 응징을 하겠다’는 뜻을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시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발언을 한 직후 순간 회담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김 실장의 강경한 입장에 북측은 “유감을 표명하면 어느 정도 해주면 되겠느냐”고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실장의 뚝심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남북간 일촉즉발 위기속 극적타협 도출
현 정부 뚝심의 안보좌장…존재감 ‘쾅’
 
이 와중에도 북한에서는 잠수함 전력의 70% 규모에 달하는 50여척이 기지를 이탈해 수중으로 전개됐고,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기지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한미연합군은 이에 맞서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 시점을 협의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김 실장의 강경한 입장으로 북측과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재발방지책을 놓고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한의 지뢰도발 사과·재발방지책 마련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대치하던 양측은 지난 24일 낮 한때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북측이 돌연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도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때문에 자칫 막판에 협상이 뒤집힐 위기에도 놓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은 끝내 합의점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김 실장은 지난 25일 새벽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접촉결과를 브리핑하며 남북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나는 장군이었다”

회담 분위기 압도
 
이번 협상에 대해 여론은 김 실장이 북측으로부터 지뢰 폭발과 관련해 ‘사과’를 받아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하지만 남북이 동시 발표한 고위급 접촉 남북 공동보도문을 보면 “북쪽은 남쪽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쪽 군인들이 부상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정부에선 이를 사과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북쪽의 황 국장은 돌아가 남측이 발표한 공동보도문과는 달리 ‘지뢰 폭발이 남쪽의 조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황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직접 출연해 “이번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 상대 쪽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 보수층에선 유감을 사과로 받아들여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민주연구원은 이날 “공동보도문 어디에도 사과는 없다.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사과라고 해석한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장관을 당장 해임시키고 공동보도문을 파기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대방이 있는 관계에서 ‘사과’를 명시하기보다는 ‘유감’이라는 절충형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김 실장이 어느 정도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사실상 김 실장은 이번 마라톤협상에서 보인 강경적인 태도와 말 한마디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을 이끌어낸 덕에 일각에서는 남북 대화의 물꼬는 앞으로 ‘김관진-황병서 라인’으로 통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김 실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엔 국방부장관을 지내고, 박근혜정부에 들어서까지 안보실장으로 지내고 있을 만큼 신뢰받고 있다. 국민적 호응이 그만큼 좋았던 인물이라는 의미다. 국방장관 시절의 그는 북한의 각종 도발상황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레이저 김’
대통령 신임
 
김 실장은 1949년 8월27일 생으로 전북 출신이다. 1972년 육군사관학교 28기로 임관했다. 김 실장은 당시 수재로 통했다.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학업 성적이 우수해 육사 기수 중 1명만 선발하는 서독 유학 시험에 합격했다. 한국에서 1학년을 마친 후 독일 육사에 유학을 가서 졸업까지 했다. 
 
1972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32사단 수색중대 소대장으로 시작해 주요 보직을 거쳤다. 제15보병사단 독수리연대에서 대대장을 보냈으며, 이후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서 여단장으로 복무했다. 이후 김 실장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1999년 육군본부 전략기획참모부 처장에서 제36향토보병사단 사단장(소장)으로 진급했다. 2002년 육군 기획관리참모부장에서 제2군단 군단장(중장)으로 진급. 2003년 10월1일 열린 국군의 날 대통령으로부터 보국 훈장을 받았다. 
 
2004년 5월, 이라크 파병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에 임명됐다. 상당히 중요한 보직이라 이때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꽤 높아졌다. 2004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김선일씨 사건 당시 이라크 파병과 부대 경계 회의 등에 참여했다. 반면 이라크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 근처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일체의 브리핑을 하지 않아 논란도 있었다. 
 
뼛속까지 군인 ‘대북 강경파’

‘MB→GH’ 국방장관 최초로 유임
 
2005년 제3야전군사령관에 임명됐다. 이후 강원도 명예 도민으로 선정했다. 한편 2005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방문을 다룬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에 저자로 참여했는데, 기밀 유출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또한 530GP 사건(연천 군부대 총기 사건) 이후 희생자 장례식에 참여했는데, 희생자의 모친이 “내 아들 살려내!”라고 하자 3분도 안 되어 자리를 떠나 논란이 일었다. 2006년 김 실장은 군 최고 서열인 합참의장에 내정됐다.
 
김 실장은 2010년 12월4일 제43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2013년 3월22일 대한민국 헌정상 전 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유임된 진기록을 남겼다. 이후 2014년 6월1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후임으로 박근혜정부 제2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김 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있는 동안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지면서 논란도 많았다. 2011년 6월초에는 군 비리, 횡령을 고발한 영관급 장교를 오히려 징계하려는 행동으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2011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북한군 노크귀순 사건, 대한민국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논란, 북한 무인기 추락사건,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 등이 일어났지만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 공분을 샀다. 
 
굵직굵직한 사건
논란도 많았다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병영문화 개선 등을 약속했으나 군 밖에서 느껴질만 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2005년에 일어난 530GP 사건으로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사건 발생 3일 만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비록 후속조치를 위해 대통령이 유임시켰기 때문에 실제로 사임하진 않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국군 통수권의 2인자이자 국방부의 수장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었던 전례와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길 실장은 이런 사건으로 헌정 사상 유일하게 재임기간 중 총기난사 사건이 두 번 일어난 국방부 장관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관진과 호흡’ 홍용표 누구?
 
이번 타협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빼놓으면 섭하다. 외교·통일 전문가인 홍 장관의 브레인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뚝심이 콤비를 이뤄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당초 홍 장관은 남북 대화 경험이 없고, 비교적 온화해 카운터 파트인 노회한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 비서를 상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다. 정부 소식통은 “달변인 홍 장관이 논리적으로 북측의 부당함을 추궁하자 북측 대표단이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1964년 4월15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1989년 석사장교로 입대해 1990년 6개월 복무 뒤 소위로 제대했다. 그후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오리건대 교환교수, 한양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를 지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통일추진단 위원으로 참여하며 정치와 연을 맺었다. 2013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활동하고 박근혜정부 출범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으로 발탁됐다. 2015년 3월 통일부 장관에 취임했다.
 
2013년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활동한 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통일비서관에 임명됐다. 현직 청와대비서관(1급)에서 차관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장관으로 지명돼 파격인사라는 말을 들었다.
 
개각 발표 당일 아침까지 통일부 장관에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청와대는 홍용표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해 혼선을 빚는 일이 있었다.
 
홍 장관 부친은 한국일보 이사와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을 지낸 홍순일씨다. 부친은 한국일보 특파원으로 1974년 응우옌반티에우 베트남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장기집권하는 베트남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 박정희 유신정권의 탄압을 받았다. 이 사건은 10·24 자유언론 실천운동을 촉발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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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br>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