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일당 3명이 모두 군경합동조사TF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이 운영한 업체도 수상쩍다. 무인기를 실제 군에 납품하려 한 정황이 확인된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북한 평양기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하기 이전 테스트를 하려 했던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대학원생 오모씨가 이사로 재직한 업체 에스텔엔지니어링(이하 에스텔)에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인 ‘KF-21’ 소속 연구 인력이 참여했다. 오씨 외에도 장모씨, 김모씨 등의 행적은 어느 정도 파악되고 있다. 군경합동조사태스크포스(TF)는 이들의 윗선까지 수사하기 시작했다.
수상한 보고서
<일요시사> 취재진이 확보한 에스텔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KF-21 연구원은 에스텔 측의 무인기 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KF-21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하는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연구 인력은 군사기밀과 직결된 보안 관리 대상이다.
앞서 <일요시사>는 오씨가 정보사령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들로부터 공작금을 받아 인터넷 매체를 창간했고,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실→군(정보사)→오씨(에스텔엔지니어링)로 이어지는 관계는 군경TF도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다.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 참여했던 연구 인력까지 오씨가 주도한 무인기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윗선에 대한 의혹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에스텔 사업계획서는 2024년 버전이다. 영문으로 작성된 ‘무인기 판촉용’ 보고서가 첨부돼있는데 에스텔이 필리핀 정부에 영업을 시도하면서 보냈던 문건으로 파악됐다.
문건에는 “KF-21 연구원 중 한 명인 항공 제어 분야 교수(professor of aerial control)가 드론을 여러 개 설계했다” “다양한 임무 수행을 위해 XK-24와 XK-74는 최고의 다목적 드론으로 추천된다”고 적혀 있다.
또 “해당 교수가 KF-21 전투기의 기체와 제어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무인기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원가 최소화 설계를 수행했다”고 적어 놨다.
에스텔은 2023년 세종대학교 입주 공모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도 “(에스텔은) KF-21 개발 인력 참여와 같은 전문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사기밀 직결 KF-21 연구원 설계 참여
해외 사업 추진하다 갑자기 국내로 시선
에스텔의 대북 전문 이사로 활동한 김씨가 북한에 무인기를 날릴 때 “교수와 항상 같이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무인기 행적이나 위치 등은 군에서 알려주거나 관련 전문성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알 수 없다. 김씨가 우리와 접촉했을 때 항상 어떤 교수와 다녔다는데 그 교수가 세종대 교수인지, 아니면 전문성이 어느 정도인 사람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오씨가 무인기를 날린 것을 두고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일요시사>에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오씨의 행적을 두고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당시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안 안보실에까지 보도됐을 것”
군경TF 정보사 및 윗선까지 수사 착수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에스텔 사업계획서 내용 중 2024년 6월~9월 부분에는 “국군과 필리핀에서 관심 타진”이라며 “고객 접촉 및 후속기체 개발”이라고 적었다. 같은 해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부분에는 국군에 무상으로 정찰 자산(무인기)을 제공한 뒤 유료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전략을 담았다.
또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우리 군과의 소형 다목적 무인기 대체 사업’을 추진한다고 사업계획서에 썼다. ‘사업화 전략’으로 “국군의 경우, 무상으로 정찰자산을 제공하다가 유료로 전환 예정”이라며, 약 1년 동안 우리 군과 본격적인 무인기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사업은 실패했다. 국방부와 군 주요 관계 부대는 에스텔과 무인기 도입·개조·운용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국방정보본부와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국군정보사령부, 드론작전사령부, 국방부 장비관리과, 방위사업청, 교육훈련정책과, 국방인공지능기획국 등은 모두 에스텔이 참여한 무인기를 도입하거나 개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에스텔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한 무인기 사업을 추진·운영해 왔다. 그러다 2024년 5월 이 같은 사업 전략의 실패를 선언하더니 6월부터 돌연 국군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스텔이 사업계획서에서 국군 대상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힌 시점은 공교롭게도 정보사 100여단 소속 오모 대령이 조직개편을 주도하며 핵심 보직으로 이동하던 시기와 겹친다. 오 대령은 오씨를 정보사 ‘공작 협조자’로 포섭해 접촉해 온 인물로, 이번 무인기 사건의 배후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사업은 실패
그는 2024년 7월 정보사 조직개편 TF 단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해 11월부터는 신설 조직인 기반조성단을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에스텔은 같은 해 하반기부터 국군을 대상으로 한 무인기 사업 추진 일정을 본격화했고, 오 대령이 기반조성단 단장으로 부임한 직후부터는 군 대상 ‘소형 무인기 대체 사업’까지 사업계획서에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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