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해병대 사태로 본 군 수사의 한계 ④군판사가 경험한 군사법원 무용론

“누가 뭐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휘계통이 있어 하지 말라면 못했다. 아예 사건을 들여다볼 수 없고 이미 그 사건은 끝났다.” 박지훈 변호사가 군판사로 복무하던 중 겪었던 경험이다. 의욕을 갖고 있어도 결국 윗선서 결재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팔이 안으로 굽듯이 군대서의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희생되고 나서야 군대는 뒤늦게 개선책을 내놨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제도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계급사회라는 특성상 개입 여지는 남아있다. <일요시사>는 전직 군판사 출신인 박지훈 변호사와 전직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를 만나 군사법원과 민간법원의 차이, 개선할 점 등을 물었다. 

국방부 장관이 
군판사 임명

박 변호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군법무관으로 의무복무 했다. 2001년 15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했고, 33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육군중앙수사단 검찰관, 법무참모, 육군군사법원서 군판사를 지냈다. 2004년부터 군법무관으로 복무했고, 당시 신설된 국방부 인권담당 대책 법무관으로 복무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군 인권개선을 위한 법 개정 초안에 관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군판사는 법조인이 의무복무 하기 위해 군에 복무하는 방식 중 하나다. 보통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의 정해진 과정을 마친 사람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이에게 군법무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임명된 군법무관은 역할에 따라 군검사, 군판사, 군변호사(국선변호장교), 징계 장교, 법무참모 등의 역할을 맡는다. 법무참모는 군대 내에서 법무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장교다. 주요 업무는 국가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 군형사 사건의 사법적 업무, 법률적인 자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군판사는 군인과 관련된 재판에서 판결하는 역할을 맡은 군인 신분의 판사다. 주로 군인, 군무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반 범죄라도 군인, 군무원 신분이면 군판사가 보통군사법원, 고등군사법원서 판결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군사제도는 미국의 군사법원 제도서 착안했다.

과거 우리나라도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헌법에도 한국은 군사법원을 설치하도록 규정돼있다. 군사법원법은 지난해 6월 재차 개정됐다. 개정 전에는 군사법원이 각군 사단급에 설치돼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군단급으로 이상 부대서 통합 운영됐다.

그렇다 보니 일부 사무실과 업무시설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고, 이해관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개정 후엔 이 같은 오해를 줄이기 위해 아예 국방부 직할로 통합해 모두 국방부 소속으로 뒀다. 군사법원 시설 역시 건물과 지역을 분리해 업무를 맡고 있다.

군판사의 경우 군법무관으로 임명된 사람 중 일정 경력 이상을 가진 사람만 심사를 통해 선발하고, 선발된 인원은 5년 임기가 보장돼 5년마다 심의를 통해 임기를 연장하도록 한다. 보통 민간법원서 10년 주기로 재임용 여부를 심사받는 부분을 군사법원은 5년으로 정하고 있다. 

“손 떼라” 하면 그 즉시 멈춤
과거 관할관, 심판관 폐해 커

박모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개정법률에 따라 군판사는 국방부 소속으로 독립된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정 기간 군법무관은 다른 순환보직인 군검사·징계장교·법무참모 등을 거친 후 군판사로 임용된다”며 “과거 알고 지냈던 관계 등으로 이해관계를 따진다면 문제가 될 여지는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법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외형적으로 이해관계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법률안이 조금 더 정착된 후에야 이해관계 등에 관한 문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은 군인이 해외서 작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할 때도, 포로와 관련된 사안서도 법무참모의 법리적 검토가 이뤄진다. 심지어 어느 정도 규모의 작전이 가능한지, 현지 주민하고는 어떤 대화를 할수 있는지까지 검토한다. 

미국의 법무참모는 중장까지 진급이 가능하다. 늘 작전 참모가 옆에서 법무적인 검토를 할 필요성이 있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미국의 법무참모는 할 일이 많은 편이다. 군대 역시 제대로 된 법치가 작용해 법무 업무를 하는 군인이 다수 있다.

박 변호사는 “미국 군대는 계속 이동해 작전을 펼친다. 군인이 법을 위반하면 본국으로 송환해 재판하지 못해 이동하면서 재판하려고 만든 게 군사법이다. 한국도 과거 6·25전쟁을 겪어 미국과 비슷하게 제도가 꾸려졌다. 우리 군의 경우 군단마다 판사가 한 명씩 존재한다. 많은 숫자는 아닌데, 비교적 민간에 비해 사건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군판사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1~2건 판결을 내리고, 1년으로 따지면 10건 정도다. 음주운전의 경우 약식기소하는 경우가 있어 재판 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 중하다고 여겨지는 중대범죄일 경우 재판이 이뤄진다. 한국 법무참모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소위 말하는 장성급 군인 중에 법조인 자격을 가진 군인이 없는 탓이다.

우리와 다른
해외 사례들

박 변호사는 “딜레마다. 과거 같은 경우는 시험을 쳤다. 법조인 시험을 쳐 시험을 통해 합격했다. 법조인으로 양성된 다음에 해야 하는데 지금은 군인 계급에 맞추는 정도”라고 말했다. 

군단에 소속된 군판사는 통상적으로 3~4개 사단의 재판을 담당한다. 군판사 역시 민간의 양형기준을 대부분 따른다. 재판부의 관점은 법률(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에 기초해 형사사건을 진행하고 판단한다는 소리다. 다만 군대라는 특성상 군사비밀보호법 위반, 항명죄 같은 경우는 군에서 정한 양형이 기준이다.

그는 “통상 자신이 속한 군단서 재판이 열리면 해당 군판사는 주심 판사가 된다. 배석 판사는 소위 말해 옆 군단서 꿔오는 형식으로, 다른 군단서 재판이 열릴 경우 배석 판사로 참여하는 구조다. 내가 근무하던 2008년 당시에는 판사 외에도 해당 부대 장교가 나와 심판관을 맡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직 군 법무관 출신의 변호사는 “군사법원서 주요하게 보는 내용은 군사법원서 주로 판단하는 군형법에 관한 내용이다. 군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 범죄구성요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세부적으로 살핀다. 예를 들어 상관모욕죄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상관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이라고 언급했다.

심판관 제도는 해당 부대의 참모급 계급이 재판에 참여했던 제도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폐지 목소리가 있었고, 현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실제로 군판사가 판결내려도 부하라는 이유로, 형을 감형시키거나 죄가 있어도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군대의 특성상 윗선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군판사는 군단장, 사단장의 지휘를 받는다. 군단장의 군대 내 서열은 6위다. 최대 8만명까지 지휘할 수 있고, 장군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계급이다. 대외적으로 따졌을 때도 대통령, 총리, 국방부 장관, 대장 7명, 국방부 차관 정도가 윗선이다. 실질적으로 군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계급인 셈이다.

수사냐
조사냐


박 변호사는 “사실상 심판관이 판사와 다름없었다. 가령 징역 2년 정도 하겠다고 의견을 내면 간혹 같은 부대서 일한다는 이유로 다른 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관할관 제도의 폐해도 상당했다.

재판이 끝난 뒤 사단장 등 지휘자에게 결재를 받으면서 다시 또 판결이 뒤집혔다. 징역 1년의 판결을 내렸다고 해도 지휘관이 형량을 깎는 게 가능했다. 모든 게 군대 안에서만 이뤄져 사실상 팔이 안으로 굽었다. 결국 심판관이 형량을 반 이상 깎지 못하도록 한 차례 개선됐고, 관할관 역시 이런 병폐가 발생한 탓에 ‘개입’조차 못 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특히 2021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예람 중사의 성범죄 사망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이 일자, 이를 계기로 군사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3대 중대 범죄(성범죄·사망사건·입대 전 사건)에 관해 수사권을 민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이 다급하게 개정돼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박 변호사는 “독립성을 가진 재판을 해야 하고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영장을 내러 갈 때도 다 결재를 맡아야 했다. 과거에는 체포영장이 나온다는 걸 미리 다 알고 있어야 대비가 가능했다”며 “이런 문제가 있어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좀 많이 나아진 편이다. 특히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대령의 구속영장 기각을 보면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의하면 해병대 대원 사망사건은 처음부터 군사경찰서 사건을 수사해서는 안 됐다. 


개정법률에 따라 수사권이 있는 기관의 수사 지원이나 협조 요청이 있었을 경우 수사가 아닌 조사는 가능하다. 해병대 차원서 수사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 역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다. 통상 수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여기는 경우 범죄사실의 조사, 범인의 발견과 확보 및 증거의 발견·수집·보전을 위한 수사기관의 활동이다. 

조직 입맛에 맞게 적절히 ‘만지작’
국민참여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조사는 주로 관계기관 등에 출석해 진술을 청취, 진술서 제출, 자료 제출, 현장 조사와 검증 등이 이뤄진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적 조치와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가 이뤄지는 절차를 거친다. 

박 대령 사태는 이미 수사인지, 조사인지를 두고 견해가 갈리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향후 박 대령에 관한 수사나 재판 과정서 첨예하게 대립될 부분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사법활동은 지휘권과 분리돼야 한다. 결국 개입에 생긴 문제다. 누가 개입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개입된 상황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은 수사기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군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따졌을 때 박 대령이 수사한 것으로 판단되면 박 대령 역시 법률을 위반한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반면 조사를 한 것으로 판단되면 박 대령은 적법한 직무상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빼도록 조치한 부분은 직무상의 권한행사(조사행위)에 개입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해 상부로부터의 압박은 줄었다. 다만 여전히 군의 구조상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군판사가 여전히 군단장의 지휘를 받는 위치기 때문이다.

현재 군사법원을 없애는 방안까지 이야기가 나온다. 군 입장에서는 여전히 군사법원과 조직을 자신의 입맛에 맞추고 싶어한다.

박 변호사는 “(군은 군사법원 체계를)지휘권의 하나로 봤다. 군 스스로 재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기 위해 판사를 군 조직 밑에 두고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했다. 그런데 군 조직 내, 굵직한 사건들이 터져 이제 군사법원이 거의 없어지는 단계로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군사법원이 아예 없어지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로 전시 상황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군법무관 역시 재판 전체를 1심으로 옮기는 게 답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외부에선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법을 바꾸는 식으로 군사법원을 개혁하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다.

또 군사법원을 민간법원처럼 최대한 동등한 절차나 방식으로 운영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판사 1명당 맡는 사건 수는 민간법원이 군사법원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사건 판단 노하우는 민간법원이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민간법원은 사건 수가 많은 만큼 재판 기간이 길어지거나 사건당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군사법원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개방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군사법원을 민간에 개방하는 방식도 개선안으로 본다. 군사법원은 아직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가 없다. 외압, 개입이 우려된다면 재판 자체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셈이다. 한 전직 군법무관은 “군사보안이나 기밀 등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시도해본다면 국민 입장서도 군사법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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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사실상 종결됐다. 항고가 남았으나 기소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꼴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수통이 아닌 기획통 중심의 연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물갈이가 검사 ‘줄사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브리핑도 그렇고 결론 자체가 참담하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의 말이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여사의 핸드폰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나 법원이 기각했다며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사 결론을 내놓은 데 이어 내부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4년 넘게 맹탕 수사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수사한 건 4년6개월이 넘는다. 증거와 법리를 따져 불기소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면죄부를 던져줬다는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을 간접적으로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증거 확보 타이밍을 놓치고 엇갈리는 진술 등으로 인해 판단이 어려워졌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수사에 관여한 서울중앙지검 전·현직 검사장은 4명이다. 또 수사 실무를 총괄하며 일선 수사팀을 지휘한 부장검사도 4명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김 여사 등이 가담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는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었다. 같은 해 9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이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됐다. 이듬해 8월, 수사팀이 재정비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 그해 6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것은 11월이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며 사건을 일단락했다. 처분 대상서 빠진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은 “주가조작 가담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 4월 총선서 야권이 압승하고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연일 거론되면서 수사가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7월20일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졌지만, 최종 처분은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 이후로 또다시 밀렸다. 앞서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서 비공개 방문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서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전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한 점이 알려져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사팀은 경호와 보안상 문제로 제3의 장소서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여타 사건의 피의자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년6개월 수사하고 김건희 성역 인정한 꼴 “압수수색영장 법원 기각” 대놓고 거짓말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두고 보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정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참고하겠다고 밝힌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錢主)’ 역할을 한 인물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김 여사가 주식거래로 인한 손실 금액 상당인 4000여만원을 1차 주포에게 입금받은 내역, 2차 주포인 김모씨가 도피 중에 또 다른 사건 관계자에게 보낸 편지서 김 여사를 언급한 정황 등이 알려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의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처분 전 수심위를 열어 외부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심위 없이 차·부장급 검사, 일부 평검사 15명으로 구성된 레드팀의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라인 모두 이 사건은 수심위를 열기에 적절치 않다는 일치된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적으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셈이다. 사건 처분 지연 이유를 묻자 수사팀은 “수사 종결을 위해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지난 7월 가까스로 대면조사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권오수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은 일사천리로 기소했는데 유일하게 김 여사에 대해서만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수십명의 검사들이 투입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했다는 게 겨우 대면조사”라며 “과연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시간을 끌어온 게 제일 문제”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시간을 끈 것보다도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거짓말을 한 사실도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7일 브리핑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같이 진행돼 압수수색영장 같은 것에도 함께 범죄사실을 적었는데, 2020년 11월 김 여사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모르고? 알고도? 기각된 영장 혐의를 묻자 “코바나 사건이 주되긴 했지만 결국 코바나와 도이치는 같이 수사 중이었다. 압색영장에도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도이치 사건으로도 영장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여사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건 코바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란이 일자 “전달 과정의 오해였을 뿐 거짓 내용을 브리핑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브리핑서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라고 전제한 후 “계좌주 중 압색영장을 청구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각된 영장에 도이치 사건 혐의는 없었다’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만큼 브리핑이 부정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혐의에는 한 차례도 강제수사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사팀은 “10년 지난 사건이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 입장서 ‘거짓말 논란’은 억울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건 수사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소극적 수사로 꼽힐 수 있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수사팀 내에서도 기소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코바나컨텐츠 영장이 기각되지 않았으면 도이치모터스 관련 추가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거라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애초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지난해 7월 2차 서면 질의서를 보내고 지난 7월 답변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린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 답변을 안 주면 (검찰이)어떻게 하느냐”고 했지만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용산 갈등 후 이원석 배제 검찰의 판단으로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명품백 사건의 경우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이 검찰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는 항고 의사를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도 고발인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수처 수사와 야당 측의 김 여사 특검 발의 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비용 부담’ 의혹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명품백 사건, 명씨 여론조작 등 총 13개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다만 검찰 항고가 통계적으로 인용되는 비율이 10%로 매우 낮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불기소 결론이 서울고검 등 이후 단계서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공수처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한다. 또 약 15년 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새롭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물리적인 한계도 안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연말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그러진 조직 내부를 점검하고 분위기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공석인 광주고검장과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 지휘부 재편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특수통이 아닌 기획·관리에 능한 검사 위주로 조직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심 총장은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신봉수 고검장이 광주고검장서 대구고검장으로, 임승철 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각각 이동시켰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 간부보다 중간 간부 인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 단행된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38기 검사들의 부장검사 승진이 보류됐다. 올해를 넘기면 38기부터 1년씩 승진이 유예되는 탓에 인사 적체를 우려하는 검사들이 많다. 연말 고위 간부 인사 정권 수사 힘 빼기? 특수 지고 기획통 주류로…녹슨 칼 되나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지난 인사에서 잔류해 이들의 승진·전보 인사 요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 기조를 보면 특수통은 좌천되거나 주류서 제외됐다. 지난 5월 검찰 인사에서 특수통으로 꼽히는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전보됐고, 기획통에 가까운 이창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심 총장 취임식 당일 발표된 인사에서는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기획통으로 불리는 구승모 검사장이 임명됐다. 향후 인사에서도 이런 ‘관리형 인사’ 기조가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이 전 검찰총장과 가까웠던 정통 특수통들이 인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심 총장의 연말 인사 전후로 사직서를 던지는 중간 간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미 사직서를 쓰겠다고 말한 부장급 간부도 있다. 특수통 외면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특수통이 외면받게 된 이면에는 대통령실 및 김 여사 관련 수사에서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한마디로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칼을 미리 부러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총장과의 갈등 직후 특수통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게 복수의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구권력 신권력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한 변호사는 “여권이 친한(친 한동훈)과 친윤(친 윤석열)으로 나뉜 것처럼 검찰 내부도 구권력과 신권력 간의 충돌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면서 불만이 쌓인 검사들이 상당히 많다”며 “지금 상황서 특수통을 중용하는 건 당연히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심 총장이 고위 간부와 중간 간부 대부분을 기획과 정무 감각이 뛰어난 이들로 꾸릴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차후 있을 인사에서 내치면 반골 기질이 있는 특수통들이 가만히 있겠나. 특수통들은 항시 정권의 심장을 겨눠왔다. 지금 용산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