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국민의힘 전대 총정리

‘내부 총질’ 상처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변 없이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마침표를 찍었다. 어대한을 막기 위한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크고 작은 생채기는 여전히 그대로다. 끝도 없이 벌어진 상처가 제대로 아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힘 당 대표로 한동훈 후보, 최고위원으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 청년최고위원으로 진종오 후보가 선출됐음을 선포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를 가득 메운 국민의힘 당원들의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동훈 신임 당 대표를 응원하던 피켓이 들썩였으며 서로 얼싸안는 당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지난 23일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반전 없는
‘어대한’

104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당 대표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한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보란 듯이 당의 수장으로 우뚝 섰다.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당원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한동훈 후보는 과반이 넘는 62.8%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원희룡 후보는 18.8%, 나경원 후보는 14.6%, 윤상현 후보는 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수락 연설에서 한 대표는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한 대표는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며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 그래서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한 대표의 수락 연설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했던 단어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윤 대통령은 축사를 위해 대회장을 찾았는데, 연설 내용 중 대부분이 ‘화합’과 ‘결속’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오늘 이 전당대회가 단결과 통합의 새 역사를 여는 자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며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우리 당이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은 저와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집권당”이라며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고, 우리는 하나”라고 힘줘 말했다.

이 밖에도 “민생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당과 정부가 단결해야 한다” “당정이 원 팀이 되어 오직 국민만 바라보자” 등의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의 키워드가 ‘원 팀’ ‘단결’이었다면 한 대표가 선택한 단어는 ‘국민 눈높이’ ‘변화’인 셈이다.

한 대표가 말한 국민 눈높이라는 단어에 지난 총선서 태풍의 눈과도 같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사건이 겹쳐 보인다.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일축한 적 있다.

총선 책임 딛고 화려하게 부활
용산 꺾은 한 ‘이겨도 외롭다’


당 대표가 된 그는 전당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난 20일 김 여사가 비공개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검찰이 수사 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 대표는 “영부인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수사가 종결될 수 있는 전기가 새로 생긴 것”이라면서도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과정에 대해 국민께서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선 직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정 화합 등 포부를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 잘해달라”는 취지로 답했지만 그동안의 응어리가 단박에 씻겨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전당대회 선거 과정을 돌이켜보면 지금 상황이 마치 폭풍전야 같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자폭대회’ ‘분당대회’ 등의 별명을 낳았다. 결선이 다가올수록 후보들 간의 설전 수위가 높아졌으며 막판에는 서로의 아픈 곳을 헤집어놓기도 했다.

선거 내내 한 대표를 옭아맨 건 배신자 프레임이었다.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과 멀어진 것을 꼬집으며 원·나·윤 세 후보가 일제히 배신자 단어를 들고 나선 것이다.

전당대회를 약 3주 앞둔 지난달 30일, 원 후보는 당시 한 후보를 겨냥해 “세 가지가 없다. 소통이 없고, 신뢰가 없고, 경험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지난해 12월부터 총선이 끝난 4월10일까지 저희는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충돌이 있어도 약속 대련인 줄 알았다”며 “나중에 한 후보를 만나서 대화했더니 두 사람 간 의미 있는 소통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해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약 나흘 뒤인 지난 4일, 한 대표와 김 여사가 나눴던 문자메시지가 각색된 형태로 일부 공개되면서 ‘배신자론’이 급물살을 탔다.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커질 당시 김 여사가 한 대표에게 “본인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하며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할 의사가 있으니 검토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한 대표가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을 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말 많은
여정 보니…

나아가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고 폭로하면서 때아닌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문자 읽씹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면서 한 대표를 휘청이게 했다. 세 후보가 합심해 매회 토론마다 한 대표를 겨냥했으며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연판장과 사퇴 기자회견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일었다.

그러던 중 한 대표가 돌연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파동 공소 취하 건을 꺼내 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문자 사건 여파가 열흘 넘게 이어지자 한 대표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기획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한 대표에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책임을 안 느끼는가”라며 법무부 장관 때의 일을 들추자 한 대표가 “나 후보께서는 (제가 법무부장관이던 시절)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라고 반격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어 한 대표는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답했고 이 발언은 큰 파장을 남기게 된다.

한 대표는 하루 만에 사과문을 남겼지만 친윤(친 윤석열)을 비롯한 반한(반 한동훈)계는 어대한 기류를 꺾을 기회로 삼았다. 해당 사건은 당의 여러 관계자들이 기소된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이를 단순한 보복성, 폭로성으로 언급하는 건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다.

결선을 닷새 앞두고 있던 탓에 험악해진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서로가 가진 상처의 크기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전당대회가 치러졌고 모든 프레임을 깨부순 채 결국 한 대표가 승기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한 대표를 공격하던 목소리도 차츰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 후보’와 ‘한동훈 대표’는 그 무게가 다를뿐더러 앞으로 행사할 권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날 선 공세를 펼치던 정치권 인사들도 당분간은 한 대표와 화합하고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팎서
덤볐다


문제는 구겨진 용산의 자존심이다. 그동안 용산은 원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어줬지만 막상 원 후보의 지지율은 20%도 채 넘기지 못했다. 나 후보는 원내 인사로서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윤 후보는 자신의 인지도를 가늠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던 만큼 밑져야 본전인 도전이었다.

18.8%는 원 후보의 득표율이 아닌 용산을 향한 당원들의 민심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용산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한 대표에게 과반 넘는 표가 몰린 점이 의견을 뒷받침한다.

용산을 꺾은 한 대표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눈앞에 놓인 내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야권이 전방위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을뿐더러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는 ‘한동훈 특검법’과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쌍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민주당의 주도로 한동훈 특검법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해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해당 안건들은 전체회의에 계류하고, 공청회나 청문회를 개최한 뒤에 1소위원회로 회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한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특검법에 대해 “경찰 수사에서도 무혐의고 이후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무혐의로 (결론)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해 왔던 한 대표가 본인을 향한 특검법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니,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제3자 추천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범야권은 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제3자 추천안을 제시만 하고 진전이 없다”며 “전당대회서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매력적인 발언,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좀처럼 가시지 않은 후유증
틈 없이 특검법 레이스 투입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8표 이상의 이탈표가 현실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이제 막 구축하기 시작했지만 계파색이 옅던 의원들이 더 이상 용산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면 일부 친한(친 한동훈)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때 한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전당대회를 치르기도 전 한 대표가 자리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시기를 가늠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당대회 동안 한 대표를 비판해 오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의 당선 소식 직후 자신의 SNS에 회의적인 글을 게재했다. 홍 시장은 “당분간 중앙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아야겠다”며 “당원의 선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망”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단합해서 이 난국을 잘 헤쳐나가기 바란다”고도 밝혔다.

원 후보는 낙선 직후 자신의 SNS에 “제가 부족한 탓에 당원 동지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면서도 “특검과 탄핵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둘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을 이끌어 온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뿐만이 아니라 낙선한 세 후보의 갈등을 다독이는 데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다음 날인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벌써 부딪히는 발언들이 나온다. 물론 바른말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부딪히면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제 한 후보가 아니고 당 대표 아닌가. 그러면 대통령께 다가가고, 대통령도(한 대표의) 손을 잡아줘서 서로 허물없이 말씀을 나눠야 한다”며 “주변에 있는 분들도 화합할 수 있는 방책을 내놓으면(당정 관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향해서는 “저는 동지애를 늘 강조한다. 두 분은 20년 지기 아닌가.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두 분의 목표는 국민 하나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눈다면 풀리지 않을 문제가 뭐가 있겠냐”라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아직은
아프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은 이제 막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다. 여기서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건 배에 스스로 구멍을 뚫는, 공멸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

상처를 들이밀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금처럼 각종 특검법이 산적한 국면에서 공룡 야당에게 더는 먹잇감을 내어줄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단결’된 국민의힘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나땡’ 민주당 지금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설처럼 떠돌았던 ‘김옥균 프로젝트’도 말 그대로 구설로만 남을 전망이다.

김옥균 프로젝트란 “한동훈 후보가 갑신정변을 일으켜 당선될 경우 친윤계가 방해해 당 대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김옥균처럼 삼일천하에 그칠 것”이란 글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 것이다.

이에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도대체 김옥균이 누구냐, 한동훈 대표냐 윤석열 대통령이냐”라며 “득표율이 60%를 훌쩍 넘긴 당 대표를 어떻게 끌어내리겠냐.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민주당은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고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윤석열정부에 대한 변화를 국민의힘 내부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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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