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국민의힘 전대 총정리

‘내부 총질’ 상처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변 없이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마침표를 찍었다. 어대한을 막기 위한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크고 작은 생채기는 여전히 그대로다. 끝도 없이 벌어진 상처가 제대로 아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힘 당 대표로 한동훈 후보, 최고위원으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 청년최고위원으로 진종오 후보가 선출됐음을 선포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를 가득 메운 국민의힘 당원들의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동훈 신임 당 대표를 응원하던 피켓이 들썩였으며 서로 얼싸안는 당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지난 23일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반전 없는
‘어대한’

104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당 대표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한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보란 듯이 당의 수장으로 우뚝 섰다.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당원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한동훈 후보는 과반이 넘는 62.8%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원희룡 후보는 18.8%, 나경원 후보는 14.6%, 윤상현 후보는 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수락 연설에서 한 대표는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한 대표는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며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 그래서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한 대표의 수락 연설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했던 단어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윤 대통령은 축사를 위해 대회장을 찾았는데, 연설 내용 중 대부분이 ‘화합’과 ‘결속’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오늘 이 전당대회가 단결과 통합의 새 역사를 여는 자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며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우리 당이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은 저와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집권당”이라며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고, 우리는 하나”라고 힘줘 말했다.

이 밖에도 “민생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당과 정부가 단결해야 한다” “당정이 원 팀이 되어 오직 국민만 바라보자” 등의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의 키워드가 ‘원 팀’ ‘단결’이었다면 한 대표가 선택한 단어는 ‘국민 눈높이’ ‘변화’인 셈이다.

한 대표가 말한 국민 눈높이라는 단어에 지난 총선서 태풍의 눈과도 같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사건이 겹쳐 보인다.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일축한 적 있다.

총선 책임 딛고 화려하게 부활
용산 꺾은 한 ‘이겨도 외롭다’


당 대표가 된 그는 전당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난 20일 김 여사가 비공개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검찰이 수사 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 대표는 “영부인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수사가 종결될 수 있는 전기가 새로 생긴 것”이라면서도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과정에 대해 국민께서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선 직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정 화합 등 포부를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 잘해달라”는 취지로 답했지만 그동안의 응어리가 단박에 씻겨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전당대회 선거 과정을 돌이켜보면 지금 상황이 마치 폭풍전야 같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자폭대회’ ‘분당대회’ 등의 별명을 낳았다. 결선이 다가올수록 후보들 간의 설전 수위가 높아졌으며 막판에는 서로의 아픈 곳을 헤집어놓기도 했다.

선거 내내 한 대표를 옭아맨 건 배신자 프레임이었다.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과 멀어진 것을 꼬집으며 원·나·윤 세 후보가 일제히 배신자 단어를 들고 나선 것이다.

전당대회를 약 3주 앞둔 지난달 30일, 원 후보는 당시 한 후보를 겨냥해 “세 가지가 없다. 소통이 없고, 신뢰가 없고, 경험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지난해 12월부터 총선이 끝난 4월10일까지 저희는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충돌이 있어도 약속 대련인 줄 알았다”며 “나중에 한 후보를 만나서 대화했더니 두 사람 간 의미 있는 소통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해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약 나흘 뒤인 지난 4일, 한 대표와 김 여사가 나눴던 문자메시지가 각색된 형태로 일부 공개되면서 ‘배신자론’이 급물살을 탔다.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커질 당시 김 여사가 한 대표에게 “본인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하며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할 의사가 있으니 검토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한 대표가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을 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말 많은
여정 보니…

나아가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고 폭로하면서 때아닌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문자 읽씹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면서 한 대표를 휘청이게 했다. 세 후보가 합심해 매회 토론마다 한 대표를 겨냥했으며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연판장과 사퇴 기자회견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일었다.

그러던 중 한 대표가 돌연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파동 공소 취하 건을 꺼내 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문자 사건 여파가 열흘 넘게 이어지자 한 대표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기획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한 대표에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책임을 안 느끼는가”라며 법무부 장관 때의 일을 들추자 한 대표가 “나 후보께서는 (제가 법무부장관이던 시절)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라고 반격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어 한 대표는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답했고 이 발언은 큰 파장을 남기게 된다.

한 대표는 하루 만에 사과문을 남겼지만 친윤(친 윤석열)을 비롯한 반한(반 한동훈)계는 어대한 기류를 꺾을 기회로 삼았다. 해당 사건은 당의 여러 관계자들이 기소된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이를 단순한 보복성, 폭로성으로 언급하는 건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다.

결선을 닷새 앞두고 있던 탓에 험악해진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서로가 가진 상처의 크기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전당대회가 치러졌고 모든 프레임을 깨부순 채 결국 한 대표가 승기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한 대표를 공격하던 목소리도 차츰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 후보’와 ‘한동훈 대표’는 그 무게가 다를뿐더러 앞으로 행사할 권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날 선 공세를 펼치던 정치권 인사들도 당분간은 한 대표와 화합하고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팎서
덤볐다


문제는 구겨진 용산의 자존심이다. 그동안 용산은 원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어줬지만 막상 원 후보의 지지율은 20%도 채 넘기지 못했다. 나 후보는 원내 인사로서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윤 후보는 자신의 인지도를 가늠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던 만큼 밑져야 본전인 도전이었다.

18.8%는 원 후보의 득표율이 아닌 용산을 향한 당원들의 민심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용산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한 대표에게 과반 넘는 표가 몰린 점이 의견을 뒷받침한다.

용산을 꺾은 한 대표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눈앞에 놓인 내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야권이 전방위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을뿐더러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는 ‘한동훈 특검법’과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쌍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민주당의 주도로 한동훈 특검법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해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해당 안건들은 전체회의에 계류하고, 공청회나 청문회를 개최한 뒤에 1소위원회로 회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한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특검법에 대해 “경찰 수사에서도 무혐의고 이후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무혐의로 (결론)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해 왔던 한 대표가 본인을 향한 특검법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니,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제3자 추천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범야권은 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제3자 추천안을 제시만 하고 진전이 없다”며 “전당대회서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매력적인 발언,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좀처럼 가시지 않은 후유증
틈 없이 특검법 레이스 투입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8표 이상의 이탈표가 현실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이제 막 구축하기 시작했지만 계파색이 옅던 의원들이 더 이상 용산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면 일부 친한(친 한동훈)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때 한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전당대회를 치르기도 전 한 대표가 자리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시기를 가늠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당대회 동안 한 대표를 비판해 오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의 당선 소식 직후 자신의 SNS에 회의적인 글을 게재했다. 홍 시장은 “당분간 중앙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아야겠다”며 “당원의 선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망”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단합해서 이 난국을 잘 헤쳐나가기 바란다”고도 밝혔다.

원 후보는 낙선 직후 자신의 SNS에 “제가 부족한 탓에 당원 동지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면서도 “특검과 탄핵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둘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을 이끌어 온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뿐만이 아니라 낙선한 세 후보의 갈등을 다독이는 데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다음 날인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벌써 부딪히는 발언들이 나온다. 물론 바른말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부딪히면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제 한 후보가 아니고 당 대표 아닌가. 그러면 대통령께 다가가고, 대통령도(한 대표의) 손을 잡아줘서 서로 허물없이 말씀을 나눠야 한다”며 “주변에 있는 분들도 화합할 수 있는 방책을 내놓으면(당정 관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향해서는 “저는 동지애를 늘 강조한다. 두 분은 20년 지기 아닌가.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두 분의 목표는 국민 하나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눈다면 풀리지 않을 문제가 뭐가 있겠냐”라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아직은
아프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은 이제 막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다. 여기서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건 배에 스스로 구멍을 뚫는, 공멸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

상처를 들이밀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금처럼 각종 특검법이 산적한 국면에서 공룡 야당에게 더는 먹잇감을 내어줄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단결’된 국민의힘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나땡’ 민주당 지금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설처럼 떠돌았던 ‘김옥균 프로젝트’도 말 그대로 구설로만 남을 전망이다.

김옥균 프로젝트란 “한동훈 후보가 갑신정변을 일으켜 당선될 경우 친윤계가 방해해 당 대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김옥균처럼 삼일천하에 그칠 것”이란 글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 것이다.

이에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도대체 김옥균이 누구냐, 한동훈 대표냐 윤석열 대통령이냐”라며 “득표율이 60%를 훌쩍 넘긴 당 대표를 어떻게 끌어내리겠냐.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민주당은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고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윤석열정부에 대한 변화를 국민의힘 내부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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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