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르포> ‘리뷰 조작’ 직접 해보니…

대충 해도 건당 1000원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해보지 않은 경험에 실패해보고 싶은 이는 없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리뷰’에 기대는 이유다. 물건을 살 때도, 맛집을 찾을 때도 유용하다. 한때 가짜 리뷰 창궐로 신뢰성에 금이 가기도 했지만, 이내 각종 인증제도가 도입되면서 우려를 덜었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들여다본 가짜 리뷰의 세계는 여전히 건재했다. 그 비결은 한층 절실해진 점주와 치밀해진 수법에 있었다.

모두가 너무 쉬운 일을 하고 있었다. ‘가짜 리뷰’를 구하는 업주도, 가짜 리뷰를 쓸 ‘꿀알바’ 지원자를 찾는 바이럴 업체도, 몇 문장 쓰고 수당을 챙기는 이 또한 그랬다. 이들은 서로를 공공연하게 찾아다니며 작당 모의를 벌였다. ‘걸리지 않을 것’이란 이유 있는 자신감이 이들을 이어주고 있었다.

눈속임

“○○○(플랫폼 이름) 성공률 100%, 메인 키워드 30개 이상 1등.” 검색 몇 분 만에 리뷰를 ‘관리’해준다는 업체를 수십여개 찾을 수 있었다. 업체를 찾을 때 썼던 검색어를 카카오톡에 넣자, 이번에는 ‘리뷰 알바하고 용돈 벌자’ ‘○○○ 영수증 리뷰 방’ 등의 이름을 가진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이 여럿 등장했다.

방마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000명의 사용자가 들어가 있었다. 이 중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듯한 방을 서너 개 골라 입장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인증 절차를 요구하는 곳은 없었다.

적게는 500원부터 많게는 1500원까지. 생각보다는 ‘단가’가 저렴했지만, 그만큼 작업이 단순했다. 공지사항에는 “리뷰를 단 몇 줄만 ‘실감나게’ 적으면 돈이 입금된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리뷰 대상이 내가 써보지 않은 제품이나 애플리케이션, 가보지 않은 장소라는 점이었다.


‘작업’에 참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대화방 운영자의 지시에 따라 대기열에 이름을 올린 뒤 호명될 때마다 할당량을 처리하는 방식과, 이따금씩 열리는 1:1 채팅방에 선착순으로 들어가는 방식 등이다. 

전자는 계정을 많이 소유한 이가, 후자는 계정을 적게 소유한 이가 선호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부 톡방에서 참여자는 닉네임 옆에 숫자를 적어야 했다. 자신이 동원 가능한 계정의 개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참여자 목록을 확인해보니 가장 큰 숫자는 61이었다. 30 이상의 숫자도 심심찮게 보였다.

‘영수증 인증’은 가짜 영수증
‘배송 인증’엔 빈 박스 택배

<일요시사>는 각기 다른 2가지 작업에 동원됐다. 쇼핑 플랫폼에선 커피 원두에 관한 리뷰를,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선 서울 모처의 두 식당에 관한 리뷰를 적을 것을 지시받았다. 

두 플랫폼은 모두 리뷰 작성 자격을 까다롭게 부여하고 있었다. 쇼핑 플랫폼은 결제 및 상품 배송, 수령이 모두 확인돼야 글을 쓸 수 있었다. 장소 플랫폼은 각 식당의 영수증 인증을 요구했다. 

삼엄(?)한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고도의 ‘꼼수’가 동원됐다. 우선 리뷰 작성자가 물품을 구매해 그 내역을 바이럴 업체에 전송한다. 바이럴 업체는 물품 구매대금을 돌려주고, 업주에게 ‘가짜 거래’ 사실을 전한다. 그러면 업주가 리뷰 작성자가 기재한 주소로 물품 대신 빈 박스를 보낸다.

사실상 오간 돈과 물건은 없지만, 전산상으로는 구매 및 배송 내역이 남는다. 업주가 빈 박스 배송비만 부담하면 가짜 리뷰를 쓸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식당 리뷰는 비교적 간단했다. 업주가 최근 판매한 음식 영수증을 촬영해 바이럴 업체에 전달하면, 업체가 리뷰 작성자들에게 이를 분배해주는 식이다.

과거에는 업주들이 리뷰 조작을 의뢰한 뒤 이를 먼발치서 지켜보고 있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조작행위에 가담하고 있다. 더는 “잘 몰랐다”거나 “알아서 하게 뒀다”는 등의 발빼기식 해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일요시사> 역시 리뷰 작성 전 영수증 두 개와 내용물 없는 택배를 받았다. 까다로워 보였던 인증 절차는 무난히 통과했다. 앞서 달린 리뷰를 참고해 건당 4~5줄 분량의 짧은 글을 남겼다. 리뷰는 문제없이 올라갔고, 성공보수 3000원이 송금됐다.

‘초짜’가 리뷰 3개를 올리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계정 수십 개를 가진 숙련자라면 불과 몇 시간 안에 가짜 리뷰 수십, 수백 개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로써 ‘인증’ 리뷰 역시 마냥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체험을 통해 확인됐다.

업주, 꼼수 방관자서 적극 가담자로
플랫폼 “필터링 수단 항상 보강 중”

<일요시사>는 게시 여부만 확인한 뒤 수시간 안에 리뷰를 모두 삭제했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였다. 3000원 역시 보낸 이에게 되돌아갔다. 삭제 전 바이럴 업체에 “이번에 처음 해봤는데 이거 혹시 불법은 아니냐. 걸리면 계정이 정지되는 거냐”고 묻자, 업체는 곧바로 “불법도 아니고, 걸릴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해당 업체의 답변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선 업체 설명대로 가짜 리뷰 작성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공정위 역시 최근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용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다만 가짜 리뷰 작성은 엄연한 ‘약관 위반 행위’다. 리뷰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거래 플랫폼 대부분은 이용약관에 가짜 리뷰 작성 금지에 관한 조항을 마련해뒀다. 적발 시 약하게는 이용정지부터, 심하게는 영업방해에 따른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플랫폼들 역시 가짜 리뷰 차단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급속도로 진화하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들이라고 해서 아예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보안상 밝히기 어렵지만, 가짜 리뷰들의 특징을 분석해 대응책을 꾸준히 추가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리뷰가 올라간다고 해도, 어느샌가 블라인드 처리돼있는 경우가 잦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인증 제도를 도입하면서 가짜 리뷰가 올라오는 건수와 비율이 크게 줄었다. 인증 리뷰 속에 가짜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며 ‘인증 무용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식은 죽 먹기


쫓고 쫓기는 수싸움 속에, 리뷰를 판단 근거로 삼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모양새다. 가짜 리뷰 작성이 완벽한 ‘불법’으로 정의되기 전까진 속이는 이도, 속는 이도 계속 존재할 전망이다. 지금도 믿음이 사라진 누군가는 조작된 집단지성 대신, 불확실한 직감에 기대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