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후기‧협박에 고통” 갑질당한 카센터 사장의 토로

벤츠 GLS 소음 수리 1년 후 업체 A/S 요구
온라인 카페에 상호 적시…악의적 글 올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나름 양심과 신념을 갖고 장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사장님(고객)에게 부끄러운 게 없네요.”

지난 14일, 대구 봉무동서 ‘이시OOO’라는 소규모의 카센터를 운영 중이라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회원이 “여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부도덕한 업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일을 겪었다”며 피해 호소글을 게재했다.

회원 A씨는 “눈팅만 하다가 이런 글을 올리게 돼 송구스럽다. 악의적인 글에 해명하기 위해선 등업 과정을 거쳐야 해서 자동차 대표 사이트 격인 보배에 글을 올린다”며 “장문의 글이라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5월9일, 고객 B씨가 해당 카센터에 벤츠 GLS 차량의 하체 소음 수리를 의뢰했다. 해당 증상은 ‘이미 타 업체서도 수리를 포기했다’고 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던 데다 정비사 입장에서도 까다로울 것 같아 ‘제 차량이라면 수리 진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A씨의 이 같은 설명을 들은 B씨는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분이 없었다’며 ‘힘들더라도 여기서 수리를 진행하고 싶다며 작업을 맡겼다.

A씨는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분명히 고지를 드렸는데 입고 다음날부터 독촉했다. 대구에 재고가 없어 부품 수급에 시간이 걸렸는데 교환 후 소음의 개선은 미미했다”며 “다시 점검한 후 허브 및 허브 베어링을 재조립하자 확연히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는 교환이 정답이지만 비용적인 부분이 부담이 되는 부분이니 차주분에게도 설명을 드리고 소음 개선 정도로 출고하기로 했다”며 “저격글에는 저희가 5번이나 시간을 어겼다고 하시는데 억울하다. 정비시간을 왜 고객 마음대로 정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B씨가 ‘언제까지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통보하는 식이었는데 반해 A씨는 ‘노력해보겠다’고 응대해 결국 약속을 어긴 게 됐다는 것이다. 소음 작업은 ▲10일 입고 후 점검 ▲12일 타이로드 부품 입고 후 개선 없음 통보 ▲13일 재점검(15일 주말) ▲16일 점검 완료 ▲17일 출고 요청(야간 출고 원했으나 외근 관계로 미출고) ▲18일 출고 순으로 이뤄졌다.

A씨는 “21일에 타보고 만족하시면 결제하라고 했다. 저격글에는 전혀 수리가 안됐다고 하는데 문자메시지를 봐도 개선이 됐고 고객님은 시운전 후 재방문해서 결제했다”며 “19일에 미약한 소음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하시길래 재조립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교환이라고 설명드렸고 비용 문제로 그냥 타시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로 A씨는 363일 만인 지난달 16일, B씨로부터 “A/S를 받고 싶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시 작업 중이었던 A씨는 전화를 받지 못했고 체크도 못했다. 이틀 뒤 다시 전화를 받은 그는 “죄송하다. 입고 차량이 많이 밀려 있다”고 상황 설명을 했는데 B씨로부터 ‘방금 통화는 돈 안 되고 힘든 일은 안 하겠다고 들려서 굉장히 기분 나쁘다’는 문자를 받았다.

A씨는 “‘A/S가 안 된다’도 아니고 저희 사정 설명드리고 조금 기다려주셨다가 예약을 해달라는 건데 왜 이런 문자를 받아야 하는지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저희는 실제로 5월18일부터 6월5일까지 내부 공사 관계로 선입고된 차량만 작업하고 신규 입고 차량은 받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 후 지난 13일 ‘편한 시간에 방문하겠다’고 하시길래 일이 많이 밀려 있어 편한 시간이 없다. 사장님 편한 시간을 말씀하시면 최대한 맞추겠고, 그것도 어려우면 비슷한 시간에 봐드리겠다고 말씀드리니 화를 내면서 환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일방적인 말씀만 하시고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바쁜 시간에 시간 뺏기는 게 더 손해겠다’고 판단해 ‘부품은 사용된 것이니 공임 부분을 환불해드리겠다’고 했는데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신고하겠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 등과 함께 조롱 섞인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저희 업체를 아시는 분은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도, 또 좋게 봐 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나름 전 양심과 신념을 갖고 장사하고 있다”며 “저 사랑님한테 부끄러운 게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영업 정말 힘드네요. 저 분도 장사하시는 분이던데, 상호 다 노출시키고 없는 말 지어내고 이게 사람이 할 짓인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앞서 지난 13일, B씨는 해당 차량의 네이버 카페에 ‘대구 봉무동 OOO오토 리페어 서비스 차량수리 이용 후기, 회원님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긴글) 꼭 읽어봐 주십시요’라는 글을 올렸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제목에는 업체명을 ‘OOO’으로 표기했지만 해당 글의 본문에는 그대로 적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해당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에 작성됐고 업체의 이름까지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주장만 담아 A씨 및 업체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악의적’인 글이었다. 

실제로 해당 카페 글에는 ‘이차 펑크 낼 때부터 손절했어야 한다고 본다. 완전 쓰레기 업체네요’ ‘기본이 안 돼있는 곳 같다’ 등 A씨와 업체를 비판하는 22개의 악플이 달렸다. 현행 허위 사실 유포 시 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해당 글은 작성 후 1시간 만에 다른 보배드림 회원 ‘달려라OOO’의 댓글로 회원들의 화력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자신을 ‘지금은 퇴사하고 조그마한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벤츠 GLS 차량이 입고됐을 당시에 해당 업체서 근무했던 직원’이라고 밝힌 이 회원은 “차량이 입고된 후 사장님과 같이 일하는 형님, 동생과 함께 4명이서 소음 잡아보겠다고 시간 날 때마다 시운전하고 퇴근시간이 지나서도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게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차주분은 모르시겠지만 많은 차량이 입고돼 작업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소리를 잡아보겠다고 사장님 및 직원 모두가 많은 노력을 했다”며 “차주분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너무 카센터의 잘못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청했다.

이어 “OOO오토 사장님, 정말 양심적으로 가게 운영하시는 분이다. 조금 더 싸게 해드리려고, 과잉정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고, 혹시나 오진단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면서 그에 따른 손해도 많이 보신 분”이라며 “1년이 지난 A/S는 그 어떤 업체서도 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A/S 처리를 위해 노력하시고 환불까지 진행해주시려는 OOO오토 사장님의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회원은 “얼마 전, 악성후기 글쓰고 베스트글 올라갔던 사람인데 진정서 작성하고 왔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세요”라고 응원했고 대부분의 회원들도 “카푸어인가? 1년 지나서 A/S? 허허, 나원 참… 뭐든 적당해 해야” “자영업은 진짜 극한직업인 듯…진상들이 너무 많다” 등 A씨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자 당사자로 보이는 보배 회원은 댓글을 통해 “저의 온라인상 카센터 후기로 글을 작성하신 대표님께 사과 말씀드린다. 이런저런 상황 얘기하지 않겠다”며 “성인으로 대표님의 불성실한 응대에 미숙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숨어서 제가 겪은 걸 말하고 퍼뜨렸으니 갑질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