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사건 후폭풍 일파만파

파손으로 400만원 수리·렌트비 요구 논란
해명글 올렸지만 번호판 훼손 등 점입가경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9일, 인피니티 차량 차주가 사이드미러 수리비로 400만원 이상을 요구했다는 한 누리꾼의 호소글은 사건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미 해당 관련 글들은 추천 수 3000명, 300~500개 이상의 댓글들이 쇄도하며 전운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국내 최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사이드미러 수리비 등 400 이상 요구급’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 A씨는 “너무 속상해서 올린다. 집 앞에 앞 빌라 사람이 자기 집도 아니고 늘 저희 빌라 난간에 늘 주차한다”며 “아이가 학원 차량을 기다리다가 차 옆을 지나면서 실수로 차량 사이드미러를 건드린 것 같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업무 중이라 10분 후에 전화를 받고 내려가보니 아이는 울고 있고 경황이 없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인피니티 차주 B씨는 아이 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사이드미러 작동이 되지 않아 수비리 견적을 확인한 후 연락을 주겠다며 A씨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A씨 아이는 병원을 가겠다고 했고 우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올라가 업무를 이어갔다. 업무 도중 B씨로부터 현금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 연락이 왔는데 수리비, 도장비 등 100만원 이상을, 렌트비용 300만원 이상을 원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A씨는 “면허도 없는 제가 처음 겪는 상황이라 너무 당황스럽다”며 “잘 모르는 부분이라 자꾸 현금 요구하고 연락오는 게 너무 당황스럽다”며 “겁이 나서 인근 지구대에 가서 말씀드리니 딱히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대 갔다가 나오는데 차주에게 전화가 왔다. 108만원은 부담될 테고 아이도 본 적 있으니 65만원으로 현금처리하자고 해서 보험사 담당자가 연락 기다린다고 양해를 구하겠다고 하니 렌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1억원 들어가 있는 건 본인 부담 20만원이라는데 보험 1억원이면 자부담 20만원 내고 나버지 수비리, 렌트비 다 부담해주는 건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A씨는 “차주는 현재 일을 쉬고 있고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현금으로 빨리 처리해달라고 한다. 아이 실수는 제가 책임질 건데 처음 겪는 상황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고 답답해서 여쭙는다”고 호소했다.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인피니티 차주 B씨를 성토하는 댓글이 달리자 당사자는 이튿날인 지난 30일, ‘인피 차주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B씨는 “어머님과 통화했고 수리비 400만원이라는 금액은 수리기간이 한달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리비 108만원에 렌트비 계산해서 나온 금액을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사이드미러 안 접혀도 되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 되니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어 “저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일상보험이 들어 있는데 저희 아이는 한도가 적어 현금처리가 낫겠다 싶어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수리비 받지 않기로 했고 놀라신 마음 위로한다고 되진 않겠지만 사과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내용에 두서없지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론 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른바 ‘보배 성님’들로 불리는 회원들의 레이더망은 집요하다 못해 날카로웠다. 한 회원이 포털 사이트서 제공하는 지난해 7월 촬영된 로드뷰서 해당 차주의 주차돼있는 사진을 발견해 사이트에 올리면서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기 시작했다.

해당 로드뷰 사진에 해당 차량의 사이드미러 중 운전석 쪽이 제대로 펴지지 않고 있은 채 주차돼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즉, 아이가 사이드미러를 쳐서 사이드미러가 파손된 게 아니라 원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인데 괜한 트집으로 아이를 울렸을 뿐만 아니라 수리비, 렌트비 등으로 아이 모친에게까지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긴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B씨는 해당 글 하단에 “사이드미러가 고장 나서 수출단지에 있는 외국인에게 구매했는데 운전석 쪽 전동기어 상태가 좋지 못했다”며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상태였던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다신 이런 일 없게끔 정신 차리고 살겠다”고 내용을 추가했다.

이번엔 같은 날 A씨가 ‘사이드미러 차주님이 해명글 요구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우선 보배드림님들께 감사드린다. 여러 말씀도 주시고 걱정도 해주시고 진심으로 정말 감사드린다”며 “불안한 마음에 경찰서 갔다가 짚 앞에서 차주님과 여자분 하고 마주쳤다”고 밝혔다.

그는 “글 내렸냐고 해명글 요구하셨는데 어제 현금처리 요구하셔서 아침에 입금드린다고 계좌번호 보내달라고 했다”며 “전화 받기 힘든 상황인데 전화해서 보배드림에 신상 털려서 연락 많이 와서 힘들다고 해서 차량번호는 지워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명글 요구하셨는데 왜곡되게 올리지 않았다. 차주님은 보험처리보다 현금처리가 더 싸니 현금을 요구하셨고 이 부분에 대해 억울해하시는데 저도 최대한 빨리 해드리겠다고 했다”며 “사정이 힘들어 보험 안 되면 죄송하지만 60만원으로 깎아주시면 안되겠느냐고 물으니 60만원을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계좌번호 여쭈니 전화하셔서 글 내려달라고 해명글 말씀하셨다. 곤란하신 상황에 대해 우선 차주님께 죄송하다. 제 입장에선 어제 무섭다고 아이가 너무 많이 울고 처음 겪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가 내려가기까지 10분~15분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아이가)서서 울고 있는 걸... 그래도 아이가 잘못한 부분에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드리려고 했다”며 “자꾸 전화 주시고 문자로 해명글 요구하시고 글 내리라고 하시는데 연락 그만 주셨으면 좋겠다. 이제 와이프라는 분까지 전화 주셔서 아이 이름 대시며 OO 어머님 글 내리라고 남편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시는데 연락 그만 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A씨는 그 증거로 전날 B씨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녹음한 상태라며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제서야 B씨는 이날 오후 ‘죄송합니다... 인피니티 차주입니다’라는 제목을 통해 “정말 죄송하다. 아이와 아이 어머님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셨을 부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제 입장만 말씀드린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 글이 올라왔을 때 제 이야기가 아닌 아이와 아이 어머님께 사과를 드렸어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다”며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리 요청한 점, 정말 죄송하다. 아이 어머니께도 사과드리겠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수리비에 대한 부분은 제가 설명을 잘못 드린 부분이었다. 제 딴엔 조심스럽게 드린다는 말씀이 어머니께 심적으로 많이 걱정되셨을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말 생각이 짧았다. 양심적이지 못했던 부분들 사죄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B씨는 “아이와 아이 어머님께는 어떠한 위협도 협박도, 강제도 하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다시 한번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B씨의 사과글이 게재됐지만 보배 회원들은 “아이 어머님의 후기글이 올라오면 그때 인정하겠다” “많이 늦었네” “너무 늦은 것 같다. 횽(형)들이 시동 걸어버린 것 같다. 이미 엑셀 밟아버린 듯싶다”며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아이 어머님과 통화해 만나 뵙고 사죄드리려고 통화 연결했으나 전화가 넘어가는 관계로 우선 문자를 남겨놨다. 꼭 찾아뵙고 사죄드리겠다”며 “일시적인 회피가 아닌 정말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고 싶다. 많은 분들게 혼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A씨와 나눴던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A씨 아이의 이름이 고스란히 노출돼 다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B씨의 사과글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비난 댓글이 쏟아지는 가운데 A씨가 ‘인피 사이드미러 글 올린 아이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차주님, 연락 더 안주셨으면 한다. 분명히 말씀드렸다. 전화, 문자하지 말고 아내분도 연락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A씨는 B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을 캡쳐한 이미지와 함께 “차주님 말씀과 제게 하신 말씀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고 억울해하셔서 그중 일부 토씨 하나 안 빼고 몇 자 적는다”며 “내려오라고 했을 때 만난 18분 대화 내용 중 차주님 말씀하신 일부”라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아래는 지난 29일, B씨의 발언 내용이다.

렌트도 알아보셨어요? 한도가 혹시 얼만지 아세요? 렌트가 금액이 좀 많이 나가요. 하루에 15만원씩인데 30일이면... 그러면 제가 아까 이제 업체에 통화를 했는데 일단 수리비가 108만원에, 렌트가 일단 거의 한 20일 정도 들어가는데 300조금 안되게 나오실 거에요.

그러면 다 해서 거의 408만원 정도. 렌트가 안 되시면 그냥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그냥 차라리 그냥 65만원만 저 주시고… 제가 여유로운 편은 아니어서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깜빡이 불 들어오는데 일반 순정에는 저런 게 없어요.

일단 수동으로는 잡히기는 해요. 덜렁덜렁 하기는 한데 그거는 괜찮은데, 그래서 차라리 렌트다 뭐다, 일단 어차피 할증 금액이 있잖아요.

차라리, 그럴 바에는 그냥 현금처리하시는 게 더 낫지 않나 해서 제가 알맹이만 좀 구해보려고 했는데, 이게 지금 일본 현지에는 부품이…수입차여도 상관이 없기는 한데 이게 한국에 몇 대 안 들어와서 그래서 이제 원산지는 일본인데 미국에 부품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그 쪽에 좀 차가 많이 나가서 미국서 건너와서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대신에 마음은 좀 편하시겠죠. 금액적으로 아무래도. 아이가 많이 무서워하더라구요.

A씨는 “보배드림 글 올리고 상황 알고 나니까 정말 엄청 화가 난다. 그래서 경찰 부른다는 걸 만류하신 거냐”며 “차주님 식사는 하셨죠? 저는 우는 아니 달래느라 한숨도 못자고 아이 재우고 속상해서 울고 어제 오늘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고 전화하고... 골이 울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지금까지 공복”이라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저희 아이들도 건드리지 마세요. 아는 척도 하지 마세요”라고 글을 맺었다.

해당 사건은 보배드림 ‘교통사고/블박’ 게시판에 31일 오후 3시 현재 ▲전쟁 시작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수리비 등 400 이상 요구급 ▲사이드미러 차주님이 해명글 요구하세요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성지순례 다녀왔습니다 등 관련글로 베스트 글에 올라 있다.

이번 인피니티 차주 사건의 글마다 댓글이 300~500개 이상 달리면서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한 회원은 ‘인피니티야 배틀을 신청한다’는 글을 통해 “15년 된 썩차 인피니티다. 내껀 조수석이 아직 났다. 그래도 운전석은 멀쩡하다”며 “도색하면 쓸만할 거다. 배틀을 신청한다. 이긴 놈이 양쪽 다 갖는 거다. 덤벼라”고 제안했다. 해당 글에는 1327명이 추천으로 응원했고 댓글도 160개 이상이 달려 있다.

이번 논란이 차주의 해명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이유는 이미 고장 나있던 사이드미러로 수리비 및 아이 및 아이 부모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다는 점 외에도 해명글이 피해자가 원하는 것과는 달리 변명으로 일관했을 뿐만 아니라 사과의 대상도 피해자인 아이 부모가 아닌 보배 회원들에게로 향했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차주가 불법으로 번호판 숫자(번호판 불법훼손)를 변경했던 정황마저 드러났다.

한 회원이 해당 차량의 번호판을 조회했는데 인피니티 차량이 아닌 스타렉스 차량으로 조회되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원래의 번호판 숫자가 ‘1’인데 검은색으로 덧칠해 ‘7’자로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번호판 훼손 단속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보배 네임드로 통한다는 한 회원은 ‘국민신문고 안 통하면 비장의 카드 대기 중...’이라는 글을 통해 “금융감독원 에 보험사기로 민원 신고하겠다. 추정이긴 하지만 어린 아이랑 어머니한테 협박한 거 생각하면 충분히 뒤가 구린 것으로 판명되기 때문에 5년 치 미수선 조사 해달라고 하려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는 “물론 인피니티(차주)가 제대로 사과하고 아이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면 신고할 생각이 없긴 하다”며 “끝까지 해보겠다고 하면 이 카드도 대기 중이라는 거 아셨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한 보배 회원에 따르면 현재 해당 차량은 11건의 주정차위반 과태료가 물려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B씨는 차량을 처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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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