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사건 후폭풍 일파만파

파손으로 400만원 수리·렌트비 요구 논란
해명글 올렸지만 번호판 훼손 등 점입가경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9일, 인피니티 차량 차주가 사이드미러 수리비로 400만원 이상을 요구했다는 한 누리꾼의 호소글은 사건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미 해당 관련 글들은 추천 수 3000명, 300~500개 이상의 댓글들이 쇄도하며 전운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국내 최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사이드미러 수리비 등 400 이상 요구급’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 A씨는 “너무 속상해서 올린다. 집 앞에 앞 빌라 사람이 자기 집도 아니고 늘 저희 빌라 난간에 늘 주차한다”며 “아이가 학원 차량을 기다리다가 차 옆을 지나면서 실수로 차량 사이드미러를 건드린 것 같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업무 중이라 10분 후에 전화를 받고 내려가보니 아이는 울고 있고 경황이 없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인피니티 차주 B씨는 아이 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사이드미러 작동이 되지 않아 수비리 견적을 확인한 후 연락을 주겠다며 A씨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A씨 아이는 병원을 가겠다고 했고 우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올라가 업무를 이어갔다. 업무 도중 B씨로부터 현금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 연락이 왔는데 수리비, 도장비 등 100만원 이상을, 렌트비용 300만원 이상을 원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A씨는 “면허도 없는 제가 처음 겪는 상황이라 너무 당황스럽다”며 “잘 모르는 부분이라 자꾸 현금 요구하고 연락오는 게 너무 당황스럽다”며 “겁이 나서 인근 지구대에 가서 말씀드리니 딱히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대 갔다가 나오는데 차주에게 전화가 왔다. 108만원은 부담될 테고 아이도 본 적 있으니 65만원으로 현금처리하자고 해서 보험사 담당자가 연락 기다린다고 양해를 구하겠다고 하니 렌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1억원 들어가 있는 건 본인 부담 20만원이라는데 보험 1억원이면 자부담 20만원 내고 나버지 수비리, 렌트비 다 부담해주는 건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A씨는 “차주는 현재 일을 쉬고 있고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현금으로 빨리 처리해달라고 한다. 아이 실수는 제가 책임질 건데 처음 겪는 상황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고 답답해서 여쭙는다”고 호소했다.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인피니티 차주 B씨를 성토하는 댓글이 달리자 당사자는 이튿날인 지난 30일, ‘인피 차주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B씨는 “어머님과 통화했고 수리비 400만원이라는 금액은 수리기간이 한달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리비 108만원에 렌트비 계산해서 나온 금액을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사이드미러 안 접혀도 되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 되니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어 “저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일상보험이 들어 있는데 저희 아이는 한도가 적어 현금처리가 낫겠다 싶어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수리비 받지 않기로 했고 놀라신 마음 위로한다고 되진 않겠지만 사과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내용에 두서없지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론 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른바 ‘보배 성님’들로 불리는 회원들의 레이더망은 집요하다 못해 날카로웠다. 한 회원이 포털 사이트서 제공하는 지난해 7월 촬영된 로드뷰서 해당 차주의 주차돼있는 사진을 발견해 사이트에 올리면서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기 시작했다.

해당 로드뷰 사진에 해당 차량의 사이드미러 중 운전석 쪽이 제대로 펴지지 않고 있은 채 주차돼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즉, 아이가 사이드미러를 쳐서 사이드미러가 파손된 게 아니라 원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인데 괜한 트집으로 아이를 울렸을 뿐만 아니라 수리비, 렌트비 등으로 아이 모친에게까지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긴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B씨는 해당 글 하단에 “사이드미러가 고장 나서 수출단지에 있는 외국인에게 구매했는데 운전석 쪽 전동기어 상태가 좋지 못했다”며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상태였던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다신 이런 일 없게끔 정신 차리고 살겠다”고 내용을 추가했다.

이번엔 같은 날 A씨가 ‘사이드미러 차주님이 해명글 요구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우선 보배드림님들께 감사드린다. 여러 말씀도 주시고 걱정도 해주시고 진심으로 정말 감사드린다”며 “불안한 마음에 경찰서 갔다가 짚 앞에서 차주님과 여자분 하고 마주쳤다”고 밝혔다.

그는 “글 내렸냐고 해명글 요구하셨는데 어제 현금처리 요구하셔서 아침에 입금드린다고 계좌번호 보내달라고 했다”며 “전화 받기 힘든 상황인데 전화해서 보배드림에 신상 털려서 연락 많이 와서 힘들다고 해서 차량번호는 지워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명글 요구하셨는데 왜곡되게 올리지 않았다. 차주님은 보험처리보다 현금처리가 더 싸니 현금을 요구하셨고 이 부분에 대해 억울해하시는데 저도 최대한 빨리 해드리겠다고 했다”며 “사정이 힘들어 보험 안 되면 죄송하지만 60만원으로 깎아주시면 안되겠느냐고 물으니 60만원을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계좌번호 여쭈니 전화하셔서 글 내려달라고 해명글 말씀하셨다. 곤란하신 상황에 대해 우선 차주님께 죄송하다. 제 입장에선 어제 무섭다고 아이가 너무 많이 울고 처음 겪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가 내려가기까지 10분~15분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아이가)서서 울고 있는 걸... 그래도 아이가 잘못한 부분에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드리려고 했다”며 “자꾸 전화 주시고 문자로 해명글 요구하시고 글 내리라고 하시는데 연락 그만 주셨으면 좋겠다. 이제 와이프라는 분까지 전화 주셔서 아이 이름 대시며 OO 어머님 글 내리라고 남편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시는데 연락 그만 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A씨는 그 증거로 전날 B씨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녹음한 상태라며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제서야 B씨는 이날 오후 ‘죄송합니다... 인피니티 차주입니다’라는 제목을 통해 “정말 죄송하다. 아이와 아이 어머님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셨을 부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제 입장만 말씀드린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 글이 올라왔을 때 제 이야기가 아닌 아이와 아이 어머님께 사과를 드렸어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다”며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리 요청한 점, 정말 죄송하다. 아이 어머니께도 사과드리겠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수리비에 대한 부분은 제가 설명을 잘못 드린 부분이었다. 제 딴엔 조심스럽게 드린다는 말씀이 어머니께 심적으로 많이 걱정되셨을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말 생각이 짧았다. 양심적이지 못했던 부분들 사죄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B씨는 “아이와 아이 어머님께는 어떠한 위협도 협박도, 강제도 하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다시 한번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B씨의 사과글이 게재됐지만 보배 회원들은 “아이 어머님의 후기글이 올라오면 그때 인정하겠다” “많이 늦었네” “너무 늦은 것 같다. 횽(형)들이 시동 걸어버린 것 같다. 이미 엑셀 밟아버린 듯싶다”며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아이 어머님과 통화해 만나 뵙고 사죄드리려고 통화 연결했으나 전화가 넘어가는 관계로 우선 문자를 남겨놨다. 꼭 찾아뵙고 사죄드리겠다”며 “일시적인 회피가 아닌 정말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고 싶다. 많은 분들게 혼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A씨와 나눴던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A씨 아이의 이름이 고스란히 노출돼 다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B씨의 사과글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비난 댓글이 쏟아지는 가운데 A씨가 ‘인피 사이드미러 글 올린 아이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차주님, 연락 더 안주셨으면 한다. 분명히 말씀드렸다. 전화, 문자하지 말고 아내분도 연락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A씨는 B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을 캡쳐한 이미지와 함께 “차주님 말씀과 제게 하신 말씀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고 억울해하셔서 그중 일부 토씨 하나 안 빼고 몇 자 적는다”며 “내려오라고 했을 때 만난 18분 대화 내용 중 차주님 말씀하신 일부”라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아래는 지난 29일, B씨의 발언 내용이다.

렌트도 알아보셨어요? 한도가 혹시 얼만지 아세요? 렌트가 금액이 좀 많이 나가요. 하루에 15만원씩인데 30일이면... 그러면 제가 아까 이제 업체에 통화를 했는데 일단 수리비가 108만원에, 렌트가 일단 거의 한 20일 정도 들어가는데 300조금 안되게 나오실 거에요.

그러면 다 해서 거의 408만원 정도. 렌트가 안 되시면 그냥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그냥 차라리 그냥 65만원만 저 주시고… 제가 여유로운 편은 아니어서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깜빡이 불 들어오는데 일반 순정에는 저런 게 없어요.

일단 수동으로는 잡히기는 해요. 덜렁덜렁 하기는 한데 그거는 괜찮은데, 그래서 차라리 렌트다 뭐다, 일단 어차피 할증 금액이 있잖아요.

차라리, 그럴 바에는 그냥 현금처리하시는 게 더 낫지 않나 해서 제가 알맹이만 좀 구해보려고 했는데, 이게 지금 일본 현지에는 부품이…수입차여도 상관이 없기는 한데 이게 한국에 몇 대 안 들어와서 그래서 이제 원산지는 일본인데 미국에 부품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그 쪽에 좀 차가 많이 나가서 미국서 건너와서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대신에 마음은 좀 편하시겠죠. 금액적으로 아무래도. 아이가 많이 무서워하더라구요.

A씨는 “보배드림 글 올리고 상황 알고 나니까 정말 엄청 화가 난다. 그래서 경찰 부른다는 걸 만류하신 거냐”며 “차주님 식사는 하셨죠? 저는 우는 아니 달래느라 한숨도 못자고 아이 재우고 속상해서 울고 어제 오늘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고 전화하고... 골이 울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지금까지 공복”이라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저희 아이들도 건드리지 마세요. 아는 척도 하지 마세요”라고 글을 맺었다.

해당 사건은 보배드림 ‘교통사고/블박’ 게시판에 31일 오후 3시 현재 ▲전쟁 시작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수리비 등 400 이상 요구급 ▲사이드미러 차주님이 해명글 요구하세요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성지순례 다녀왔습니다 등 관련글로 베스트 글에 올라 있다.

이번 인피니티 차주 사건의 글마다 댓글이 300~500개 이상 달리면서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한 회원은 ‘인피니티야 배틀을 신청한다’는 글을 통해 “15년 된 썩차 인피니티다. 내껀 조수석이 아직 났다. 그래도 운전석은 멀쩡하다”며 “도색하면 쓸만할 거다. 배틀을 신청한다. 이긴 놈이 양쪽 다 갖는 거다. 덤벼라”고 제안했다. 해당 글에는 1327명이 추천으로 응원했고 댓글도 160개 이상이 달려 있다.

이번 논란이 차주의 해명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이유는 이미 고장 나있던 사이드미러로 수리비 및 아이 및 아이 부모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다는 점 외에도 해명글이 피해자가 원하는 것과는 달리 변명으로 일관했을 뿐만 아니라 사과의 대상도 피해자인 아이 부모가 아닌 보배 회원들에게로 향했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차주가 불법으로 번호판 숫자(번호판 불법훼손)를 변경했던 정황마저 드러났다.

한 회원이 해당 차량의 번호판을 조회했는데 인피니티 차량이 아닌 스타렉스 차량으로 조회되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원래의 번호판 숫자가 ‘1’인데 검은색으로 덧칠해 ‘7’자로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번호판 훼손 단속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보배 네임드로 통한다는 한 회원은 ‘국민신문고 안 통하면 비장의 카드 대기 중...’이라는 글을 통해 “금융감독원 에 보험사기로 민원 신고하겠다. 추정이긴 하지만 어린 아이랑 어머니한테 협박한 거 생각하면 충분히 뒤가 구린 것으로 판명되기 때문에 5년 치 미수선 조사 해달라고 하려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는 “물론 인피니티(차주)가 제대로 사과하고 아이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면 신고할 생각이 없긴 하다”며 “끝까지 해보겠다고 하면 이 카드도 대기 중이라는 거 아셨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한 보배 회원에 따르면 현재 해당 차량은 11건의 주정차위반 과태료가 물려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B씨는 차량을 처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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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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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