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강운지 기자 = 지난달 7일, 낙상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던 건강한 4세 여아가 팔꿈치 마취수술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해당 병원이 ‘도의적인 책임만 인정한다’며 의료과실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유족은 병원의 의료과실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논란은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제 조카 5살(만 4세) 지원이(가명)가 병원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면서 불거졌다.
자신을 ‘지원양의 큰아빠’로 밝힌 작성자 A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구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지원양은 지난달 4일, 팔꿈치를 땅에 부딪히면서 뼈가 깨지는 부상을 입었고, 사흘 후인 7일 경기도 김포 소재의 B 병원을 방문했다.
지원양의 부모는 ‘부상을 방치할 경우 성장하면서 팔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소견을 듣고 전신마취 후 뼈에 철심을 박는 접합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 마취 후 36분간 수술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깨어나지 못한 지원양은, 5시35분 응급상황이 발생해 6시35분에 상급병원으로 이송됐다. 결국 오후 7시14분 심폐소생술을 종료하면서 지원양은 사망했다.
사고 발생 이후 가족들이 송부받은 지원양의 진료 기록지에는 수술 전 언급되지 않은 ‘부정맥’이 기록돼있었다. 이는 지원양의 가족이 병원 측 과실 의혹을 제기하는 핵심 근거다. A씨는 “지원이에게 부정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20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원양의 친부 C씨는 마취에 앞서 해당 전문의에게 “수면 마취는 어른들도 위험한데 괜찮은 거냐”고 물었다. 전문의는 “요즘 약물이 좋아져서 문제없다”고 답했다.
C씨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던 당시 의사는 ‘지원양의 호흡이 이상하다’며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었고, 지원이를 직접 보니 이미 너무 창백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C씨 가족이 받은 익명의 제보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원양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후인 지난달 9일 오후 10시1분, 국내 모 손해보험 고객센터 게시판에 B 병원 마취과 전문의 D씨 이름으로 ‘의사 및 병원배상책임보험 문의’라는 글이 게재됐던 것이다.
해당 제보가 입수되면서 ‘지원양이 수면 마취 절차 중 일종의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지원양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결과는 ‘아픈 곳이나 특이사항이 없는 건강한 아이’로 나왔고, 2차 약물 검사에서도 ‘사인 불명’이 나왔다.
B 병원의 수술실 CCTV는 현재 김포경찰서에서 수사 중에 있어 공개되지 않은 상태며, 해당 병원에서 지원양 가족에게 제공한 서류에는 심전도 그래프 용지가 누락돼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C씨는 “지원이는 평소에 가끔 감기만 앓는 정도의 건강한 아이였고 영유아 검진에서도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 수술 전에 MRI, 심전도 등 검사를 실시했을 때도 담당의는 ‘지원이는 수술해도 될 정도로 건강한 상태’라고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치의는 지금까지 아무 연락도, 사과도 없다. B 병원은 지금도 멀쩡히 영업 중”이라면서 “끝까지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A씨도 “건강한 아이가 팔꿈치 수술을 받다가 사망했는데, 병원 책임이 아니면 누구의 책임이라는 말이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원이가 수술실에 들어간 오후 4시30분부터 상급 병원으로 이송된 오후 6시35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밝혀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요시사>가 B 병원 원무과에 문의한 결과 마취 전문의 D씨는 여전히 병원에 근무 중이며 해당 병원도 영업을 하고 있다. 지원양 사고와 경찰 조사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은 부장님께 문의하라. 현재는 부재 중”이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