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빌런 하나 막을 법이 없다니…” 제보자의 푸념

“지상 주차장서 5일 만에 차량 사라졌지만…”
보배드림에 세 번째 호소글 “개 버릇 남 못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낮부터 차를 저렇게 불법 주차해놓고 연락도 안 받는다고 하네요.”

지난 4일, <일요시사>에 ‘아파트 주차 빌런’이라며 제보했던 A씨는 최근 문제의 벤츠 차량을 다시 상가 주차장 앞쪽에 주차돼있는 모습을 보고 “관리사무소 입장도 이해가 간다. 뭘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 법이…”라며 한탄했다.

17일,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관리소 직원에게 쌍욕하는 주차 빌런 3탄 & 후기’라는 제목으로 불법 주차 중인 벤츠 차량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그는 “보배드림 베스트글, 각종 언론사 등 제 딴엔 정말 화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 덕분에 많은 점이 바뀌었다”며 “그동안 큰 대처가 없던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아예 이면 주차가 불가능하도록 장애인 주차장 앞 볼라드 추가 설치, 이면 주차 전면 차단을 위한 고리 연결형 주차금지 표지판 전면 설치 등 두 가지가 개선됐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해당 차주가 앞으로는 지하 주차장에만 차를 대겠다는 연락도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달받았고 실제로 글이 화제가 된 이후로 해당 차량을 지상 주차장에선 보지 못했다”며 “글 게시 후 5일 만에 일어난 일로 모쪼록 관리사무소의 대처와 해당 차주의 약속으로 불량 주차로 고통받던 상가 방문객, 입주민들은 한숨 놨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상가 지상 주차장을 찾은 A씨는 불행히도 차주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해당 차량이 볼라드 옆에 보란 듯이 주차돼있었던 탓이다. A씨가 촬영해 첨부한 사진에는 볼라드마다 ‘이면 주차 금지. 즉시 단속’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해당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옆에 주차돼있는 모습이 담겼다.


주차된 벤츠 차량으로 인해 장애인 탑승 차량으로 인해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제 버릇 개 못 준다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차를 대지 마라는데도 꾸역꾸역 차를 대놨는데, 나름 기뻤다”면서도 “게임서 최종 보스가 바로 항복하고 사라졌는데 알고 보니 다시 나타난 느낌”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주차 표지판도 설치하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곳에 차를 대면 주차된 차건, 들어오는 차건 진짜 불편하겠다’고 생각하도록 일부러 안쪽에 설치했는데 이걸 주차했다”고 어이없어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대응이 아닌 이런 곳에 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한편으론 참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호소글은 해당 지역의 부동산 카페에 게시했는데 카페 회원으로부터 인근의 다른 아파트서도 불법 주차로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캡처된 카페 글에는 우회전 전용차선 끝에 문제의 벤츠 차량이 정차돼있는 사진이 첨부됐다. 잠깐 정차 중인 게 아닌 사이드미러가 접혀져 있는 것을 미뤄봤을 땐 주차 상태였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 카페 회원들은 “저도 사진 찍었는데 우회전 기다리다가 안 가길래 백미러 접혀 있는 거 보고 화가 났다. 아침 출근길 항상 바쁜데 신호 한 번 날려 보냈다” “저 차량 부동산 카페에 불법 주차 글 올라온 차량 아니냐? 차종은 똑같은데 차량번호는 지워져서 올라와 있던데…”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저 차 진짜 빌런이다. 여자분이 차주던가 그랬는데 제가 봤을 땐 저기 주차하고 앞에 벤치서 커피 주문하고 관리사무소서 스티커 붙였더니 차주분과 같이 있던 남자분이 나타나서 직원분께 쌍욕 엄청하고… 와, 7블럭? 8블럭? 등록차량이던가 해요. 차번호, 차종 제가 다 기억한다. 저 차 어떻게 신고 못하나요?”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이외에도 “국민신문고 어플로 무조건 신고해야겠다. 저도 아까 출차하면서 열받았는데 무개념도 저런 무개념이 있나” “저 곳에 서 있는 입간판을 두 개만 더 갖다 놓으면 그 자리에 불법 주차 못하겠던데…저 차 저도 여러 번 봤네요. 혼자 육성으로 쌍욕하면서 지나다녔다” “남의 아파트 진입로서 저러고 있나요?” 등 불편 호소 댓글이 주를 이뤘다.

A씨에 따르면 카페 글에 첨부된 주차된 사진의 장소는 동XX마트 옆 아파트 진출입로이며 상습적으로 해당 위치에 주차해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불편을 야기시키고 있다.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은 부동산 카페 댓글 중 관리사무소 직원이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이려고 하자 두 사람이 직원에게 쌍욕을 했다고 하는데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로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쪼록 주차 빌런이 다시 돌아와 염치없지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하고자 게시글을 올린다. 욕설의 증거나 CCTV 등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도록 하겠다”며 “사이다(후기)가 아니라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한 보배 회원은 “해당 아파트 단지는 예전에 택배기사님들과 미화원, 경비 선생님들을 위한 ‘한평 카페’로 유명했던 곳이기도 하다”며 “5블럭, 7블럭 두 곳 다 조용하고 말썽없는 단지였는데 빌런 덕에 시끄럽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지난 4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이라는 A씨로부터 아파트 상가 주차장에 2칸, 3칸씩 주차하는 주차 빌런으로부터 “허위신고로 고소하겠다”고 협박당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날 A씨는 <일요시사>에 “추가적인 이슈가 생겨서 또 제보한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며 벤츠 차주 B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A씨가 제보를 통해 공개한 문자에는 “글 잘 봤다. 무더운 날씨, 힘들게 돈 버는데 수리비 몇 백씩 내시면 일한 보람이 없잖느냐”며 “장애인 주차 맞앗다(신고당했다)고 허위사고(허위신고)로 과태료 10만원씩 내시면 사장님 무더운 날씨 일한 보람 없잖느냐. 허위신고 조심하시라”고 운을 뗐다.

B씨는 “차량이 큰 것도 사실이고 정직하게 주차했는데 다른 분 차량 옆에서 내리시다가 문콕 생겼다며 상대방 차량 보험접수 하시면 억울하잖나. 나만 아님 된다는 것보단 내가 그랬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시라”며 “남 가게 피해주셨다가 명예회손(명예훼손)당해서 잘못되지 마셔라. 분명 제 가게 아니라고 했는데 올리셨다. O블럭 입주자지, 상가 운영하는 사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A씨가 직접 촬영해 제보한 주차 사진 및 동영상에는 주차구역 2칸에 걸쳐 B씨 차량이 주차돼있다. A씨가 “해당 부분 블러 처리하고 작성했다”고 답변하자 B씨는 “아뇨, 캡쳐해낫다(캡처해놨다). 저 또한 법으로 하겠다”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기사 일부도 캡처해서 보냈다. 캡처된 기사에는 ‘아파트 상가 앞에 항상 2칸, 3칸을 차지하며 주차하거나 이중주차를 하고 이에 대해 따지자 ’내가 뭘 잘 못했냐, 나도 피해자‘라고 응수한 벤츠 차주 때문에 속 터진다는 사연이 전해졌다’는 내용이 등장한다.(후략)


B씨는 “남의 차량 파손시키고 뺑소니 치고 도망가는 건 무슨 경우인가 싶다. 당사자만 느끼고 아는 것이지 남 일이니 쉽게들 이야기하지 마시라. 내일 신고하겠다. 치료가 필요하다”며 “내일 경찰서 사이버 들어갈 것이며 끝까지 해봅시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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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