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빌런 하나 막을 법이 없다니…” 제보자의 푸념

“지상 주차장서 5일 만에 차량 사라졌지만…”
보배드림에 세 번째 호소글 “개 버릇 남 못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낮부터 차를 저렇게 불법주차 해놓고 연락도 안 받는다고 하네요.”

지난 4일, <일요시사>에 ‘아파트 주차 빌런’이라며 제보했던 A씨는 최근 문제의 벤츠 차량을 다시 상가 주차장 앞쪽에 주차돼있는 모습을 보고 “관리사무소 입장도 이해가 간다. 뭘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 법이…”라며 한탄했다.

17일,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관리소 직원에게 쌍욕하는 주차 빌런 3탄 & 후기’라는 제목으로 불법주차 중인 벤츠 차량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그는 “보배드림 베스트글, 각종 언론사 등 제 딴엔 정말 화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 덕분에 많은 점이 바뀌었다”며 “그동안 큰 대처가 없던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아예 이면 주차가 불가능하도록 장애인 주차장 앞 볼라드 추가 설치, 이면 주차 전면 차단을 위한 고리 연결형 주차금지 표지판 전면 설치 등 두 가지가 개선됐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해당 차주가 앞으로는 지하 주차장에만 차를 대겠다는 연락도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달받았고 실제로 글이 화제가 된 이후로 해당 차량을 지상 주차장에선 보지 못했다”며 “글 게시 후 5일 만에 일어난 일로 모쪼록 관리사무소의 대처와 해당 차주의 약속으로 불량 주차로 고통받던 상가 방문객, 입주민들은 한숨 놨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상가 지상 주차장을 찾은 A씨는 불행히도 차주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해당 차량이 볼라드 옆에 보란 듯이 주차돼있었던 탓이다. A씨가 촬영해 첨부한 사진에는 볼라드마다 ‘이면 주차 금지. 즉시 단속’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해당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옆에 주차돼있는 모습이 담겼다.


주차된 벤츠 차량으로 인해 장애인 탑승 차량으로 인해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제 버릇 개 못 준다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차를 대지 마라는데도 꾸역꾸역 차를 대놨는데, 나름 기뻤다”면서도 “게임서 최종 보스가 바로 항복하고 사라졌는데 알고 보니 다시 나타난 느낌”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주차 표지판도 설치하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곳에 차를 대면 주차된 차건, 들어오는 차건 진짜 불편하겠다’고 생각하도록 일부러 안쪽에 설치했는데 이걸 주차했다”고 어이없어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대응이 아닌 이런 곳에 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한편으론 참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호소글은 해당 지역의 부동산 카페에 게시했는데 카페 회원으로부터 인근의 다른 아파트서도 불법주차로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캡처된 카페 글에는 우회전 전용차선 끝에 문제의 벤츠 차량이 정차돼있는 사진이 첨부됐다. 잠깐 정차 중인 게 아닌 사이드미러가 접혀져 있는 것을 미뤄봤을 땐 주차 상태였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 카페 회원들은 “저도 사진 찍었는데 우회전 기다리다가 안 가길래 백미러 접혀 있는 거 보고 화가 났다. 아침 출근길 항상 바쁜데 신호 한 번 날려 보냈다” “저 차량 부동산 카페에 불법주차 글 올라온 차량 아니냐? 차종은 똑같은데 차량번호는 지워져서 올라와 있던데…”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저 차 진짜 빌런이다. 여자분이 차주던가 그랬는데 제가 봤을 땐 저기 주차하고 앞에 벤치서 커피 주문하고 관리사무소서 스티커 붙였더니 차주분과 같이 있던 남자분이 나타나서 직원분께 쌍욕 엄청하고… 와, 7블럭? 8블럭? 등록차량이던가 해요. 차번호, 차종 제가 다 기억한다. 저 차 어떻게 신고 못하나요?”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이외에도 “국민신문고 어플로 무조건 신고해야겠다. 저도 아까 출차하면서 열받았는데 무개념도 저런 무개념이 있나” “저 곳에 서 있는 입간판을 두 개만 더 갖다 놓으면 그 자리에 불법주차 못하겠던데…저 차 저도 여러 번 봤네요. 혼자 육성으로 쌍욕하면서 지나다녔다” “남의 아파트 진입로서 저러고 있나요?” 등 불편 호소 댓글이 주를 이뤘다.

A씨에 따르면 카페 글에 첨부된 주차된 사진의 장소는 동XX마트 옆 아파트 진출입로이며 상습적으로 해당 위치에 주차해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불편을 야기시키고 있다.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은 부동산 카페 댓글 중 관리사무소 직원이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이려고 하자 두 사람이 직원에게 쌍욕을 했다고 하는데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로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쪼록 주차 빌런이 다시 돌아와 염치없지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하고자 게시글을 올린다. 욕설의 증거나 CCTV 등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도록 하겠다”며 “사이다(후기)가 아니라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한 보배 회원은 “해당 아파트 단지는 예전에 택배기사님들과 미화원, 경비 선생님들을 위한 ‘한평 카페’로 유명했던 곳이기도 하다”며 “5블럭, 7블럭 두 곳 다 조용하고 말썽없는 단지였는데 빌런 덕에 시끄럽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지난 4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이라는 A씨로부터 아파트 상가 주차장에 2칸, 3칸씩 주차하는 주차 빌런으로부터 “허위신고로 고소하겠다”고 협박당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날 A씨는 <일요시사>에 “추가적인 이슈가 생겨서 또 제보한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며 벤츠 차주 B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A씨가 제보를 통해 공개한 문자에는 “글 잘 봤다. 무더운 날씨, 힘들게 돈 버는데 수리비 몇 백씩 내시면 일한 보람이 없잖느냐”며 “장애인 주차 맞앗다(신고당했다)고 허위사고(허위신고)로 과태료 10만원씩 내시면 사장님 무더운 날씨 일한 보람 없잖느냐. 허위신고 조심하시라”고 운을 뗐다.

B씨는 “차량이 큰 것도 사실이고 정직하게 주차했는데 다른 분 차량 옆에서 내리시다가 문콕 생겼다며 상대방 차량 보험접수 하시면 억울하잖나. 나만 아님 된다는 것보단 내가 그랬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시라”며 “남 가게 피해주셨다가 명예회손(명예훼손)당해서 잘못되지 마셔라. 분명 제 가게 아니라고 했는데 올리셨다. O블럭 입주자지, 상가 운영하는 사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A씨가 직접 촬영해 제보한 주차 사진 및 동영상에는 주차구역 2칸에 걸쳐 B씨 차량이 주차돼있다. A씨가 “해당 부분 블러 처리하고 작성했다”고 답변하자 B씨는 “아뇨, 캡쳐해낫다(캡처해놨다). 저 또한 법으로 하겠다”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기사 일부도 캡처해서 보냈다. 캡처된 기사에는 ‘아파트 상가 앞에 항상 2칸, 3칸을 차지하며 주차하거나 이중주차를 하고 이에 대해 따지자 ’내가 뭘 잘 못했냐, 나도 피해자‘라고 응수한 벤츠 차주 때문에 속 터진다는 사연이 전해졌다’는 내용이 등장한다.(후략)


B씨는 “남의 차량 파손시키고 뺑소니 치고 도망가는 건 무슨 경우인가 싶다. 당사자만 느끼고 아는 것이지 남 일이니 쉽게들 이야기하지 마시라. 내일 신고하겠다. 치료가 필요하다”며 “내일 경찰서 사이버 들어갈 것이며 끝까지 해봅시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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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