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필리핀 현지 취재 ‘마약왕’ 군림한 악질 3인방 추적

사람 죽이고 감옥서 VIP 대접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내 마약은 대부분 동남아서 유통된다. 최악의 마약 생산지대를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접경지역으로 한정됐던 영역은 캄보디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지로까지 넓혀졌다. 1년에 발견되는 마약의 양만 최소 2t에 육박한다. 옥중 거래가 상당해 규제조차 쉽지 않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말부터 필리핀 현지 마약 사건과 범죄인 인도조약 문제, 유명 한국인 범죄자들의 최근 상황을 들여다봤다.

필리핀에는 여러 교도소가 있다. 그중 추방을 목적으로 하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와 뉴빌리비드(NBP)가 악명 높다. 이곳에는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유명인도 있다. 보이스피싱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직 경찰 ‘김미영(가명) 팀장’ 박모씨와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다. 이들은 한국에 송환되지 않으려 잇단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로 튄
그들 근황은?

마약왕 전세계로 알려진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원대의 마약을 공급하고,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 유명인에게까지 이어졌다. 박왕열은 필리핀 대법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해 8월 박왕열이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외곽인 문틴루파에 위치한 NBP 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뷰를 시도한 바 있다. 최근 다시 접촉을 시도했으나 직접 대면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복수의 재소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그가 여전히 마약을 유통하면서 VIP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박왕열이 외부로 마약을 유통하는 과정에는 조력자가 여럿 있었다.

그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지난해 12월 NBP에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박왕열은 이들과 교도소 접견, 휴대폰 영상통화 등을 통해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현재 창원지법서 구속 상태로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전세계’ 박왕열 뉴빌리비드 수감 중 마약 거래
내부 조력자 10여명 “교도관도 관리 포기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을 암묵적으로 돕고 있는 조력자들은 교도관을 포함해 약 10명이다. 소규모로 움직이는 이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 필로폰과 코카인을 한국을 포함해 타국으로 밀수출한다.

NBP 한 재소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컨테이너가 있다. 그 컨테이너에 적게는 수십kg 많게는 수백kg의 필로폰과 코카인이 들어 있다. 박왕열은 주로 필로폰을 유통하지만 가리지 않고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왕열의 조력자들에 관해서는 한국 경찰도 수사 중이다. A씨 등 3명을 제외하더라도 아직 잡히지 않은 국내 공급·유통책이 있다는 설명이다. NBP 내 조력자들에 관해서는 손쓸 방법이 없다. 한국 경찰은 필리핀서 수사권이 없을뿐더러 현지 경찰이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에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 현지 경찰 관계자는 “박왕열이 감옥 내에서 마약을 여전히 유통 중인 건 사실로 드러났다. 어디서 그런 마약들을 구하는지 미스터리”라며 “NBP 내부에 있는 타 검은 조직과 연결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박왕열을 송환시키지 않는 이상 국내 마약 유통 고리를 끊어도 계속 자라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왕열은 NBP 수감 초기까지만 해도 거물급이 아니었다. 조직폭력배 출신이 아니었으나 두 차례 탈옥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뛰어난 언변으로 마피아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NBP는 수감자의 절반가량이 살인 및 신체적 상해 관련 범죄로 수감돼있다. 특히 연쇄살인범과 마약계 거물 등도 포함돼있다. 이들 대부분이 20년형 이상을 선고받은 재범 범죄자들이다.

어느새
거물급

2021년 11월 기준 수용된 인원은 약 3만명이다. 이상적 수용 인원이 7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과밀화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은 약 20명이 수감돼있다. 그러나 300명도 되지 않는 필리핀 법무부 산하 수정국 간수들이 낮 동안 출입문을 통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처에 나서지 않는다.

NBP는 일반적인 감옥과는 다르게 재소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물건을 사고팔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고립된 범죄자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독특한 구조로 NBP는 교도관들이 ‘컨트롤’하기 어려운 교도소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재소자들은 오히려 교도관들이 아닌 거대 조직들이 NBP를 관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언급한 조직은 중국 흑사회, 필리핀 마피아 등이다. 흑사회는 말 그대로 중국 내에 존재하는 뒷세계를 총칭하는 말로서 특정 범죄조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흑사회에는 폭력조직뿐만이 아니라 도둑, 매춘, 강도 등의 범죄도 포함된다. 중국에서는 단순하게 조폭이란 의미로 쓰인다.

삼합회는 중국과 홍콩, 마카오, 대만 인근서 활동하는 흑사회 부류의 특정 조직이고, 조폭이란 의미는 전체적으로 흑사회라고 불린다.

보이스피싱 ‘김미영 팀장’ 박모씨
비쿠탄 수용소서 수상한 동향 포착

필리핀 마피아는 타 마피아와는 달리 독특한 문화가 있다. 정치 가문 단위로 파벌이 갈리듯 범죄조직임과 동시에 각 가문의 사병부대이기도 하다. 바할라 나 갱(Bahala Na Gang)과 아카얏 바하이(Akyat Bahay)가 필리핀 내에서도 정치권과의 관계가 깊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서 제대로 된 승리를 거머쥐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 필리핀 마피아는 마약 유통뿐만 아니라 청부살인도 겸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필리핀 마피아였던 한 인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필리핀 정치인들이 마피아를 사병화하거나 고용해 살해한 인물들은 사업가, 언론인 등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왕열이 위 세력들과 친분을 쌓았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NBP 내에서 마약 유통을 통해 많은 돈을 벌면서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한 재소자는 “박왕열의 앞니가 은으로 바뀌었다. 수백 수천만원을 벌지 못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NBP의 여러 가건물에서는 마약과 흉기는 물론 TV, 전기 프라이팬,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 가전제품과 현금 뭉치, 자위 도구, 건설장비 등이 발견된다. 재소자들은 밀반입한 물품 사용을 숨기려 불법 구조물들을 지었고 영향력 있는 재소자들이 교도소 직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상선이 마피아?
흑사회 언급도

이 때문에 2019년에는 NBP 직원 353명이 직위 해제됐다. 최근에도 NBP 교도관들이 대거 직위가 해제되면서 여성 교도관 수십명이 채용됐다. 부족함 없이 살던 박왕열은 최근 새로운 건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코리안 데스크와 한국 법무부 관계자들이 NBP 측에 항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옥중 마약 유통을 막을 현실적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박왕열만큼 유명한 인물은 또 있다. 보이스피싱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미영 팀장’ 박씨다. 그는 현재 박왕열이 탈옥했던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돼있다. 박씨는 전직 경찰로 사이버 수사 담당자로도 근무했다. 그러나 수뢰 혐의로 2008년에 해임됐다.

백수가 된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하는 괴물이 됐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정보를 넘겨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당시 위치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처럼 국내에 송환되지 않으려는 인물은 또 있다.

아내 살해·유기 후 도주 강주천
탈옥해 마약 유통하다 다시 체포

지난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아직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강씨는 지난달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다시 체포됐다.

체포 당시 1kg의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 역시 박씨처럼 일부러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더 머무르기 위해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필리핀법상 외국인이 마약을 거래하면, 종신형에 처해져 국내법상 처벌이 어렵다.

강씨가 마약범으로 종신형을 받게 되면 박왕열이 있는 NBP로 가게 된다. 그가 NBP에 가게 된다면 제2의 박왕열이 될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하다. 재소자들은 NBP서 마약을 유통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한 재소자는 “하루에 1끼의 식사가 제공된다. 살아있는 생쥐를 슬라이스로 잘게 썰어서 던져준다”며 “이걸 먹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 한다.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NBP서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내부 조직들의 말을 듣고 마약을 유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재소자는 “박왕열이 마약 유통을 꽤 잘하다 보니 돈도 그만큼 많이 번 것이다. 실제 박왕열 주변인들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부유해졌다”고 설명했다.

NBP 내에 있는 국제 범죄조직들은 한국 마약 시장을 고수익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정원은 일본 야쿠자와 중국 범죄조직이 한국 마약 밀반입·유통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 놓은
한국 경찰

2021년 국내서 적발한 마약류는 1295kg으로, 2020년 321kg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154kg의 마약을 적발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8배 이상 폭증했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은 0.03g이다. 쉽게 말해 4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서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박왕열이 판매했던 필로폰은 당시 시가로 1g에 60만원 가까이 됐다. 한 달에 유통한 마약이 최소 30kg이라고 가정한다면 약 20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수수료를 뗀 마약 판매 수익률이 절반이라고 해도 박왕열의 손에 들어가는 자금은 한 달에 최소 50억원이 넘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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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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