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마약 연계 범죄 대해부

진짜 나쁜 놈들이 뭉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대처도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신종 범죄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된 형태다. 전문성을 갖춘 보이스피싱범들이 마약에까지 손대다 보니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검찰 안팎서도 새로운 수사나 법리 적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게 된 건 2018년부터다. 주로 조직폭력 사범에만 적용해왔다. 그러나 범죄 형태가 진화하면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사건도 늘었다. 문제는 적용 전 수사 과정서 물적 증거를 포착하는 경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형태의 범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검찰이 마약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이유다.

진화하는
범죄자들

검찰은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서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적용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사기 혐의로 기소됐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2명에게 범죄단체가입·활동 등의 혐의를 추가 적용해, 지난 4월 각 2년, 1년6개월의 징역형과 범죄수익 1억3630만원에 대한 몰수 판결을 받아냈다.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한 불공정거래 사범 기소 건수도 최근 3년간 늘었다. 검찰은 최근 불공정거래 관련 사건서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129조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이 있으면 공정위가 고발하도록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7대 제강사의 철근 담합 사건을 수사하며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고위 임원 13명에 대해 고발요청을 해 직접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6월 담합 혐의로 기소된 7대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22명에게 1심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마약 사건에서는 최근 5년간 3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는 비율이 늘었다. 단순 투약이 아닌 ‘공급 사범’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1심에서 3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은 2018년 234명서 지난해 53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심 선고를 받은 전체 마약사범 대비 이들 비율은 5.9%서 11.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3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 비율은 같은 기간 46.6%서 37.2%로 줄었다.

마약 범죄에 관해 엄벌 기조가 확산되면서 과거보다 특별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던지기’ 등의 수법으로 마약을 운반하던 이들에게도 특가법이 적용돼 중형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범이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도 포착됐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최근 금융기관 직원 사칭, 자녀 납치 등 보이스피싱을 통해 1억여원을 챙긴 혐의(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2차 수거책 강모(42·중국 국적) 등 3명을 구속하고 1차 수거책 김모(33)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뽕’ 손대는 전세 사기·보이스피싱범
‘탈북 마약왕’ 해외서 금융범죄 저질러

경찰은 또 필로폰을 투약한 강씨 등 2명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혐의를 추가하고 필로폰 22g 등을 압수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A씨로부터 기존대출금 상환명목으로 현금 530만원을 가로채는 등 3명으로부터 1억1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차 수거책 등의 은신처서 현금 1억1000만원과 계수기, 필로폰 22g, 마약 흡입기구, 가발 등 증거물을 40여점을 압수했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1차 수거책에게 전달받은 피해금을 상선에게 전달하는 대가로 일부 현금과 함께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뒤에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메신저피싱(문자 금융사기)으로 40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일당이 검찰에 송치됐다. 수사 과정서 압수한 가방에서는 필로폰이 발견됐는데 이들은 해외서 마약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까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메신저피싱으로 피해자 93명으로부터 무려 43억원을 빼앗은 혐의(컴퓨터 등 이용사기)로 20대 B씨 등 일당 67명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메신저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 사칭 등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피해자가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되게 했고, 휴대전화에 연결된 계좌의 예금 잔액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보이스피싱서 자주 쓰이는 번호 조작 중계기도 사용됐다. 외국서 걸려 온 전화번호의 앞자리를 ‘070’에서 ‘010’ 번호로 바꿔주는 장치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메신저피싱을 수사하던 과정서 경찰이 압수한 B씨의 가방에서는 필로폰도 발견됐다.

뛰는 피싱
기는 수사

마약 혐의를 추가로 수사한 결과 B씨는 해외서 필로폰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를 비롯한 유통책 6명과 투약범 등 4명도 추가로 검거됐다. B씨 등이 유통한 필로폰은 650g 정도다.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1명인 ‘탈북민 마약왕’ 최정옥(36·여·구속)씨도 검거되기 전 해외서 대규모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들로 구성된 동남아 마약밀수 조직의 총책으로 알려진 최씨는 캄보디아서 붙잡혀 지난해 4월 국내로 송환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씨가 같은 탈북민과 조선족 등이 가담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을 동원해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직은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의 정도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국에 따르면 최씨가 보이스피싱으로 한 달 만에 5억원 정도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범죄 활동 규모에 따라선 피해금액이 10억원대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수의 마약 전과 이력을 가진 최씨는 2018년부터 활동무대를 국내서 중국, 러시아, 동남아로 옮겼다. 그는 태국, 라오스, 미얀마가 맞닿아 있는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 ‘골든트라이앵글’ 현지인들과 손잡고 마약을 생산, 한국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2021년 7월 마약 소지 및 밀입국 혐의로 태국 수사망에 걸려 파타야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한 달 뒤 500만바트(약 1억8000만원)를 보석금으로 내고 풀려났다. 국내는 물론 태국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최씨는 이후 캄보디아로 도주한 끝에 국정원, 인터폴, 현지 경찰의 공조 끝에 체포됐다.

수백억 편취
괴물이 되다


그는 보이스피싱으로 번 돈을 태국으로 갖고 오는 데 한국 내 차명계좌를 사용했다. 당국에 꼬리가 잡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최씨의 차명거래에는 태국 한인교포 여러 명의 계좌가 활용됐다. 이 때문에 다수 한인교포 한국 계좌의 거래는 현재 정지된 상태다.

최씨는 범죄수익 5억원 중 2억원가량만 태국 현지 브로커에게 알선료 명목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일요시사> 취재 당시 ‘보이스피싱계 아버지’라 불리는 사이버수사대 출신 박모씨도 자신이 수감된 비쿠탄 수용소서 마약에 손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그는 수뢰 혐의로 2008년에 해임돼 필리핀을 거점으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하는 괴물이 됐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정보를 넘겨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당시 위치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 내용만 봐도 보이스피싱범들의 지능적 범죄 행태는 진화를 거듭한다. 합수단은 검찰·경찰·국세청·관세청·금감원·방통위·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소속된 56명이 손발을 맞추고 있다. 출범 1년 만에 보이스피싱 피의자 284명을 입건하고, 국내외 총책 14명을 포함해 총 90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대처 “한계 있다”
합수단 ‘원팀’ 드물어…특별수사도 역부족

단장을 맡은 김호삼 부부장검사는 앞서 언급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직원을 일망타진하면서 형량(법정형: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을 높이고 범죄수익 환수를 극대화했다.

검찰은 2015년부터 보이스피싱 일당 처벌에 이 죄목을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이 같은 수사가 일반적으로 정착되진 않았다. 다수의 구성원과 공동의 범죄 목적 외에도 최소한의 통솔체계와 조직의 계속성 등의 입증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성립 요건 때문이다.

특히 범죄자 대부분의 거점이 중국 등 해외에 있는 등 점조직 형태로 움직여 법률적 검토가 까다로운 편이다.

범죄단체조직죄 활용도 합수단이 범죄수익 환수 성과를 높인 배경이 됐다. 범죄단체조직원으로 입증되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조직 자금도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1년 간 대포통장 계좌 73개를 확보해 피해자가 누군지 모르는 돈 12억원을 몰수 보전했다.

김 단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2~3년간 집중 수사로 총책 엄벌 사례와 해외 공조의 노하우, 대국민 홍보 및 예방 활동이 누적돼 간다면 보이스피싱 피해범죄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9084건 피해액은 20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401건과 3068억원에 비해 각각 33.2%p, 26.7%p 줄었다. 김 단장은 “개별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총책을 잡기 힘들고 피해가 여전히 극심한 만큼 합수단은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합수단 같은 케이스의 ‘원팀’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범죄의 진화와 지능적·전문성까지 갖춘 이들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잡는 데 답이 없다”며 “새로운 방향의 수사 방안이나 법리 적용이 필요할 때다. 현재 설치된 마약범죄특별수사팀으로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현 법무법인 동광 변호사도 “보이스피싱 조직은 점조직으로 활동하기에 범단(조직 및 활동)을 적용하고 있고 엄벌주의는 예방효과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유효한 방안이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상급자들에 대해 형량을 강화해 알리고, 수사에 협조한 공범에 대해 그 공적을 인정해주는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벌주의
지속하나

박 변호사는 “마약 투약 사범들은 단약의 어려움이 커서 재범률이 높다. 마약사범들의 중독 치료 및 재사회화를 위한 대책으로 최근 법무부는 마약류 중독 수형자들의 재활치료를 강화하고 가석방 심사에도 반영하기로 결정했는데 실 처벌보다는 치료가 더 중요하다”며 “보이스피싱범들은 전달책을 도구처럼 이용한다. 취업을 빙자해 전달업무를 하게 되는데 마약을 제공하면서 마약사범들을 유인하는 것도 결국엔 처벌을 아주 강하게 하는 것 외에는 선제적으로 막을 방법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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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