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마약 연계 범죄 대해부

진짜 나쁜 놈들이 뭉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대처도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신종 범죄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된 형태다. 전문성을 갖춘 보이스피싱범들이 마약에까지 손대다 보니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검찰 안팎서도 새로운 수사나 법리 적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게 된 건 2018년부터다. 주로 조직폭력 사범에만 적용해왔다. 그러나 범죄 형태가 진화하면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사건도 늘었다. 문제는 적용 전 수사 과정서 물적 증거를 포착하는 경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형태의 범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검찰이 마약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이유다.

진화하는
범죄자들

검찰은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서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적용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사기 혐의로 기소됐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2명에게 범죄단체가입·활동 등의 혐의를 추가 적용해, 지난 4월 각 2년, 1년6개월의 징역형과 범죄수익 1억3630만원에 대한 몰수 판결을 받아냈다.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한 불공정거래 사범 기소 건수도 최근 3년간 늘었다. 검찰은 최근 불공정거래 관련 사건서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129조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이 있으면 공정위가 고발하도록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7대 제강사의 철근 담합 사건을 수사하며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고위 임원 13명에 대해 고발요청을 해 직접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6월 담합 혐의로 기소된 7대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22명에게 1심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마약 사건에서는 최근 5년간 3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는 비율이 늘었다. 단순 투약이 아닌 ‘공급 사범’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1심에서 3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은 2018년 234명서 지난해 53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심 선고를 받은 전체 마약사범 대비 이들 비율은 5.9%서 11.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3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 비율은 같은 기간 46.6%서 37.2%로 줄었다.

마약 범죄에 관해 엄벌 기조가 확산되면서 과거보다 특별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던지기’ 등의 수법으로 마약을 운반하던 이들에게도 특가법이 적용돼 중형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범이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도 포착됐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최근 금융기관 직원 사칭, 자녀 납치 등 보이스피싱을 통해 1억여원을 챙긴 혐의(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2차 수거책 강모(42·중국 국적) 등 3명을 구속하고 1차 수거책 김모(33)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뽕’ 손대는 전세 사기·보이스피싱범
‘탈북 마약왕’ 해외서 금융범죄 저질러

경찰은 또 필로폰을 투약한 강씨 등 2명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혐의를 추가하고 필로폰 22g 등을 압수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A씨로부터 기존대출금 상환명목으로 현금 530만원을 가로채는 등 3명으로부터 1억1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차 수거책 등의 은신처서 현금 1억1000만원과 계수기, 필로폰 22g, 마약 흡입기구, 가발 등 증거물을 40여점을 압수했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1차 수거책에게 전달받은 피해금을 상선에게 전달하는 대가로 일부 현금과 함께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뒤에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메신저피싱(문자 금융사기)으로 40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일당이 검찰에 송치됐다. 수사 과정서 압수한 가방에서는 필로폰이 발견됐는데 이들은 해외서 마약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까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메신저피싱으로 피해자 93명으로부터 무려 43억원을 빼앗은 혐의(컴퓨터 등 이용사기)로 20대 B씨 등 일당 67명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메신저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 사칭 등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피해자가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되게 했고, 휴대전화에 연결된 계좌의 예금 잔액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보이스피싱서 자주 쓰이는 번호 조작 중계기도 사용됐다. 외국서 걸려 온 전화번호의 앞자리를 ‘070’에서 ‘010’ 번호로 바꿔주는 장치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메신저피싱을 수사하던 과정서 경찰이 압수한 B씨의 가방에서는 필로폰도 발견됐다.

뛰는 피싱
기는 수사

마약 혐의를 추가로 수사한 결과 B씨는 해외서 필로폰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를 비롯한 유통책 6명과 투약범 등 4명도 추가로 검거됐다. B씨 등이 유통한 필로폰은 650g 정도다.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1명인 ‘탈북민 마약왕’ 최정옥(36·여·구속)씨도 검거되기 전 해외서 대규모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들로 구성된 동남아 마약밀수 조직의 총책으로 알려진 최씨는 캄보디아서 붙잡혀 지난해 4월 국내로 송환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씨가 같은 탈북민과 조선족 등이 가담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을 동원해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직은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의 정도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국에 따르면 최씨가 보이스피싱으로 한 달 만에 5억원 정도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범죄 활동 규모에 따라선 피해금액이 10억원대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수의 마약 전과 이력을 가진 최씨는 2018년부터 활동무대를 국내서 중국, 러시아, 동남아로 옮겼다. 그는 태국, 라오스, 미얀마가 맞닿아 있는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 ‘골든트라이앵글’ 현지인들과 손잡고 마약을 생산, 한국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2021년 7월 마약 소지 및 밀입국 혐의로 태국 수사망에 걸려 파타야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한 달 뒤 500만바트(약 1억8000만원)를 보석금으로 내고 풀려났다. 국내는 물론 태국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최씨는 이후 캄보디아로 도주한 끝에 국정원, 인터폴, 현지 경찰의 공조 끝에 체포됐다.

수백억 편취
괴물이 되다

그는 보이스피싱으로 번 돈을 태국으로 갖고 오는 데 한국 내 차명계좌를 사용했다. 당국에 꼬리가 잡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최씨의 차명거래에는 태국 한인교포 여러 명의 계좌가 활용됐다. 이 때문에 다수 한인교포 한국 계좌의 거래는 현재 정지된 상태다.

최씨는 범죄수익 5억원 중 2억원가량만 태국 현지 브로커에게 알선료 명목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일요시사> 취재 당시 ‘보이스피싱계 아버지’라 불리는 사이버수사대 출신 박모씨도 자신이 수감된 비쿠탄 수용소서 마약에 손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그는 수뢰 혐의로 2008년에 해임돼 필리핀을 거점으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하는 괴물이 됐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정보를 넘겨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당시 위치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 내용만 봐도 보이스피싱범들의 지능적 범죄 행태는 진화를 거듭한다. 합수단은 검찰·경찰·국세청·관세청·금감원·방통위·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소속된 56명이 손발을 맞추고 있다. 출범 1년 만에 보이스피싱 피의자 284명을 입건하고, 국내외 총책 14명을 포함해 총 90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대처 “한계 있다”
합수단 ‘원팀’ 드물어…특별수사도 역부족

단장을 맡은 김호삼 부부장검사는 앞서 언급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직원을 일망타진하면서 형량(법정형: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을 높이고 범죄수익 환수를 극대화했다.

검찰은 2015년부터 보이스피싱 일당 처벌에 이 죄목을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이 같은 수사가 일반적으로 정착되진 않았다. 다수의 구성원과 공동의 범죄 목적 외에도 최소한의 통솔체계와 조직의 계속성 등의 입증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성립 요건 때문이다.

특히 범죄자 대부분의 거점이 중국 등 해외에 있는 등 점조직 형태로 움직여 법률적 검토가 까다로운 편이다.

범죄단체조직죄 활용도 합수단이 범죄수익 환수 성과를 높인 배경이 됐다. 범죄단체조직원으로 입증되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조직 자금도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1년 간 대포통장 계좌 73개를 확보해 피해자가 누군지 모르는 돈 12억원을 몰수 보전했다.

김 단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2~3년간 집중 수사로 총책 엄벌 사례와 해외 공조의 노하우, 대국민 홍보 및 예방 활동이 누적돼 간다면 보이스피싱 피해범죄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9084건 피해액은 20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401건과 3068억원에 비해 각각 33.2%p, 26.7%p 줄었다. 김 단장은 “개별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총책을 잡기 힘들고 피해가 여전히 극심한 만큼 합수단은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합수단 같은 케이스의 ‘원팀’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범죄의 진화와 지능적·전문성까지 갖춘 이들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잡는 데 답이 없다”며 “새로운 방향의 수사 방안이나 법리 적용이 필요할 때다. 현재 설치된 마약범죄특별수사팀으로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현 법무법인 동광 변호사도 “보이스피싱 조직은 점조직으로 활동하기에 범단(조직 및 활동)을 적용하고 있고 엄벌주의는 예방효과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유효한 방안이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상급자들에 대해 형량을 강화해 알리고, 수사에 협조한 공범에 대해 그 공적을 인정해주는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벌주의
지속하나

박 변호사는 “마약 투약 사범들은 단약의 어려움이 커서 재범률이 높다. 마약사범들의 중독 치료 및 재사회화를 위한 대책으로 최근 법무부는 마약류 중독 수형자들의 재활치료를 강화하고 가석방 심사에도 반영하기로 결정했는데 실 처벌보다는 치료가 더 중요하다”며 “보이스피싱범들은 전달책을 도구처럼 이용한다. 취업을 빙자해 전달업무를 하게 되는데 마약을 제공하면서 마약사범들을 유인하는 것도 결국엔 처벌을 아주 강하게 하는 것 외에는 선제적으로 막을 방법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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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