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마약 운전’ 실상

좀비가 핸들을 잡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강남구서 발생한 일명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이후 마약 투약 후 운전하는 사고 사례가 늘고 있다. 마약 투약 후 2차 범죄로 일어난 교통범죄는 전체 2차 범죄 4건 중 1건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제성이 없어 검사가 불가하거나 법원 처벌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과 국회가 관련 법 개정을 논의 중이지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마약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마약 투약 후 2차 범죄로 약물 운전을 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한 혐의로 면허취소 처벌을 받은 사례는 100건이다. 마약 운전 처벌 사례는 2019년 58건, 2020년 54건, 2021년 84건, 2022년 81건으로 증가세다. 

위험천만

마약을 투약한 뒤 발생한 2차 범죄는 2020년 182건, 2021년 230건, 2022년 214건이었고, 이 중 교통범죄는 2020년 45건, 2021년 67건, 2022년 66건으로 집계됐다. 마약 투약 후 일어나는 2차 범죄 4건 중 1건이 교통범죄인 것이다.

최근에도 마약 투약 후 운전하다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주유소에 주차한 20대 남성과 포천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주행을 이어나간 사례, 서울 도심서 필로폰을 투약한 채 무면허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캄보디아 국적 남성 3명 등 위험한 사례는 계속 나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미비하다. 경찰은 최근 늘어나는 마약 운전 단속을 위해 음주 운전 측정기와 간이 마약 검사키트를 보유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피의자가 간이 마약검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편성을 위해 검사 도구를 소변검사에서 타액 키트로 바꿨지만 강제성이 없어 바꾼 키트도 무용지물처럼 보인다.

경찰은 지난 1월 일선 교통조사과 등을 중심으로 타액용 마약 간이시약기(타액 시약기)를 도입했다. 타액 시약기는 채취봉 스펀지를 입안 곳곳에 문지른 뒤 침샘 가까이에 두면 약 3분 안에 양성 여부가 확인되는 방식이다. 필로폰, 코카인, 대마 등 마약 6종을 검사할 수 있지만, 신종 마약류로 등장한 합성 대마나 펜타닐 등은 잡아낼 수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변 검사 방식과는 다르게 화장실로 이동할 필요 없이 현장서 바로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과값 검출까지 약 2주가 소요되는 체모를 통한 정밀 검사와 비교할 때 역시 효과적이다.

지난해 면허취소 100건…매년↑
피의자 동의 없이 검사 불가

다만 피의자가 마약 투약 검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검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소변 검사 등 기존의 검사가 갖고 있는 한계를 여전히 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사전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의무화 역시 마약 투약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경찰은 ‘2024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과 함께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도 힘쓴다고 발표했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극 의율하며 전체 마약사범의 대상을 확대하고 경찰관 등 제삼자의 검사 의뢰를 통한 선별도 강화할 예정이다.

마약 운전의 약한 처벌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약 운전은 기본적으로 3가지 법률이 적용된다. 

우선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 혐의를 적용받는다.

도로교통법 제45조에 따르면, 자동차 등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제44조에 따른 술에 취한 상태 외 과로, 질병 또는 약물(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서 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서 운전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는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혐의의 처벌 규정인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음주 운전이 적발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낮은 수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 적용될 수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11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해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약에 취해 운전대 잡아도 OK?
제제 수단·처벌 수위 낮아

단순 마약 투약 혐의도 적용된다. 투약한 마약류에 따라 처벌은 상이해지나,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최대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을 제외하면 처벌 수위는 현저히 낮은 편이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피의자 신모씨는 1심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약물 운전 혐의보다 도주치사 혐의가 강하게 적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피고인은 사고 후 도주의 고의를 다투고 있지만,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사상을 입힌 사실을 인식하고도 정차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경우 도주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고, 사고 발생 후 현장서 이탈했다가 돌아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피고인이 사고 직후 현장서 약 3분간 이탈, 이탈 시간이 짧고, 자신의 휴대폰을 찾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다른 시민이 119에 신고를 했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도 피해자를 보면서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피해자는 3개월 만에 사망해 가족들의 상실감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증거인멸에 급급했고, 피해자의 유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필로폰 투약한 상태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40대 A씨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A씨는 2020년과 2021년 마약 관련 범죄로 각각 징역 2년과 4개월을 선고받는 등 이번 사고에 앞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6차례나 실형을 살았는데도 그 처벌 수위가 매우 낮아 마약 운전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과 국회에 따르면 마약 등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하는 약물 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법 한계

국회에서는 약물운전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현 새로운미래)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약물 운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45조에 구체적인 단속 절차와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약물 운전 단속 기준을 같은 법안 44조에 음주 운전 금지 조항 수준으로 명시화해서 경찰공무원이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의 약물 영향 정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결과에 불복한 경우에는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다. 운전을 금지하는 복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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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