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사망자 마약 부검 내막

대검도 모르는 황당한 제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을 향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노의 불길은 검찰까지 덮칠 전망이다. 최근 일부 검사가 유가족들에게 희생자들에 대한 ‘마약 부검’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검은 관련 지침을 내린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이하 10·29 참사) 유가족은 200명이 넘는다. 이 중 검찰과 경찰의 ‘마약 부검’ 제안을 받은 유가족 수는 한두명이 아니다. 유가족 대부분이 해당 내용을 직접 듣고 거절했으나 일부는 부검 제안을 수용하거나 직접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부검 결과를 한 달이 지났으나 통보받지 못한 유가족도 있다는 것이다.

빈소 찾아
의사 묻다

10·29 참사 다음날 광주지검 소속 한 검사는 지역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희생자에 대한 부검 의사를 물었다. 이 검사는 부검 의사를 전달하면서 사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약 피해’ 관련성도 언급했다. 부검을 통해 흉부 압박 때문인지, 마약 때문인지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있으니 참고하라며 해당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반대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희생자의 동생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검사가)‘마약 관련해서 소문이 있는데, 물증도 없다. 부검을 해보시지 않겠냐’(고 했다). 소문에 의존해서 언니를 마약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말을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앞서 참사 당일 경찰이 예년과 달리 이태원에 인파 관리 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모두 137명이었다. 이 중 마약 단속 및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은 79명이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 발생 9분 전까지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보내기도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사가 마약 때문에 부검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당시 마약 관련 피해사례가 많이 보도돼 이런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유족에게 부검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라고 검사가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가 사인을 명확히 하고자 여러 가능성을 설명하던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개인의 마약 투약과 마약 피해 범죄는 검찰의 수사 대상도 아니다. 검찰 지휘부 차원에서 마약 관련 부검을 하라는 지시를 내릴 근거도, 이유도 없다”며 “당시 대검은 최대한 사체를 유족에게 빠르게 인도하고 최대한 유족의 의사를 존중해 부검 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다른 검사들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검의 해명에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유가족들은 광주지검이 아닌 타 검찰청에서도 마약 관련 검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정부지검 소속 검사가 (마약 검사)필요성을 언급했다. 유가족을 두 번 죽이냐며 항의했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외 수도권 재경지검도 유족에 마약 언급
예외 아닌 경찰 “남부지검에서 얘기 나올 수 있다”

법조인 출신 유가족 B씨도 “부검의 결정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서초동에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마약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마약 투약으로 인한 사망 또는 사망자가 관련 범죄가 있는 경우 필요하다면 마약 부검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대검에서 지침이 없었다는 건 형식적인 입장에 불과하다. 검사 1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마약 피해 가능성’을 조사한다며 언급한 건 내부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10월30일 재경 지검 검사가 장례식장에 와서 언급했는데 마약 얘기부터 꺼냈다”고 주장했다.

마약을 언급한 건 검찰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한 경찰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유가족에게 “마약 관련 언급을 남부지검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유가족은 부검 제안을 거부했고,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서와 검찰청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대검은 10·29 참사 직후 검찰청에 검시 업무를 수행하면서 희생자의 시신이 유족에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뒤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부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또 전국 19개 검찰청에서 희생자 158명에 대해 직접 검시를 진행해 유족 인도를 도왔고 유족의 요청이 있었던 3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부검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검감정서는 부검 의뢰기관으로 회보하며 회보 기한은 통상적으로 3주 이내, 정밀감정 및 분석이 필요한 이례적인 경우 5주가 걸리기도 한다. 3주 이내에 유가족이 부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과수가 수년 전부터 인력난을 겪고 있어 부검 회보를 포함해 진행 과정마저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과수의 시체부검 건수는 2015년 6172건에서 2016년 7772건, 2017년 1만2897건으로 증가했다.

“지침 없었다”
형식적 입장만

국과수 관계자는 “2016년 5월 충북 증평에서 타살이 자살로 처리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이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개정하면서 부검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시체부검을 실시해 그 결과를 문서(감정서)로 작성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는데 부검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체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국과수의 법의관 인력은 50명도 되지 않는다. 법의관 1명당 1년에 400건 이상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정원을 53명으로 늘렸지만 정원 공백만 커졌다. 의과대학에서 법의학 교육 외면, 이에 따른 전공자 부족, 법의관에 대한 처우 부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제대로 된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과수가 감정서를 작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3주였던 통상 기간이 최근엔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밀리기도 한다. “인력 부족으로 부검이 지연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게 국과수 설명이다.

지난해 국과수가 소화한 감정 전체 65만1066건 중에서 DNA 분석 건수는 23만2833건(35.8%)으로 집계됐다. 국과수가 수행한 감정 3건 중 1건 이상은 DNA 분석이었던 셈이다.

국과수의 전문 감정 인력 부족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난제에 직면해있으나 DNA 감정 분야는 타 분야보다 인력난이 극심하다. 1996년 2639건으로 전체 감정 건수의 3.4%에 불과했던 DNA 감정의 비중이 25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건수로는 23만여건에 달한다.

최근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사건은 물론 절도사건에서도 범죄현장의 증거물에 대한 DNA 감식이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변사·실종자는 물론 아동과 치매노인, 지적장애인 등의 신원 확인 역시 DNA 감정은 빠질 수 없다. 그만큼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의 국과수 본원을 비롯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연구소 5곳, 제주출장소까지 합쳐도 DNA 분석 역량을 갖춘 전문가는 90명뿐이다. 1인당 연간 약 2600건, 주말·공휴일 등을 제외하면 하루에 전문가 1명이 10건의 DNA를 들여다봐야 하는 셈이다.

늦어지는
진행 결과

부검이 지연될수록 결과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는 모습이다. 2015년 9월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급성담낭염 진단을 받고 복강경 수술을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사망한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장녀 고 이나미 여사의 외아들 조경서씨는 “부검을 의뢰한 지 70일이 지나서야 부검 결과를 받았는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0·29 참사 유가족분은 국정조사뿐만이 아니라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6일 경기도 한 모처에서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이지한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정조사가 이제야 시작됐지만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게 유가족에게는 분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면담을 진행한 의원 중 한 위원은 유가족들의 호소 앞에서 졸기도 했다. 또 휴대폰을 계속 만지는 위원, 이야기를 듣다 말고 나가버린 위원 등도 있었다. 이후에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다녀와서 행안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등을 어루만져주는 거, 특수본(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 아니냐”며 “이 사람은 내 새끼고 내 사람이니까 잘들 처신해라, (이건)윤 대통령이 말해온 공정과 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여러 번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이 장관이 유가족들을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보도를 봤다. 그런데 다 같이 만나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개개인을 만나자고 한다.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왜 다 같이 만나자고 하지 않나. 행안부가 참사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면 뭐냐“고 반발했다.

과학수사 중요성 커지는데 인력난…부검까지 지연
민주당 “진상규명 모든 수단 동원”…특검은 무리수?

실제 행안부가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유족에게는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이 참사는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이라거나 “국가에 묻고 싶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답해야 한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앞서 10·29 참사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은 지난 2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유가족과 협의해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유가족이 국정조사 기관 회의 참관할 수 있는 국회 내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임명 및 예비조사 실시 ▲유가족에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조사 자료 제공 ▲ 국정조사 전 과정에 유가족 참여 보장 ▲추모공간·소통공간 등 준비에 있어 협의 선행 요청 등 6가지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또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발의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지난주 본회의에서 표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먼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2단계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당내에서는 바로 탄핵소추안으로 가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그러나 탄핵안의 경우 국회에서 의결돼도 헌법재판소로 공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히려 헌재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정치적 역풍이 일 수도 있다. 특히 유가족이 강조한 ‘10·29 참사 특검’ 플랜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역풍을 맞은 민주당이 특검법 발의 이후 법안 통과를 단독으로 처리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금 당장 10·29 참사 특검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최근에 특검 도입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특검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우선 해임건의안을 윤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두고 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 가능성
사실상 제로

민주당 재선 의원도 “모든 일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하면 부담이 크다”며 “유가족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면서 논의를 진행 중이고 참사와 관련된 의혹 해소를 위한 법안 발의 준비도 진행 중”이라며 “이 장관 탄핵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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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