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사망자 마약 부검 내막

대검도 모르는 황당한 제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을 향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노의 불길은 검찰까지 덮칠 전망이다. 최근 일부 검사가 유가족들에게 희생자들에 대한 ‘마약 부검’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검은 관련 지침을 내린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이하 10·29 참사) 유가족은 200명이 넘는다. 이 중 검찰과 경찰의 ‘마약 부검’ 제안을 받은 유가족 수는 한두명이 아니다. 유가족 대부분이 해당 내용을 직접 듣고 거절했으나 일부는 부검 제안을 수용하거나 직접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부검 결과를 한 달이 지났으나 통보받지 못한 유가족도 있다는 것이다.

빈소 찾아
의사 묻다

10·29 참사 다음날 광주지검 소속 한 검사는 지역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희생자에 대한 부검 의사를 물었다. 이 검사는 부검 의사를 전달하면서 사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약 피해’ 관련성도 언급했다. 부검을 통해 흉부 압박 때문인지, 마약 때문인지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있으니 참고하라며 해당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반대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희생자의 동생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검사가)‘마약 관련해서 소문이 있는데, 물증도 없다. 부검을 해보시지 않겠냐’(고 했다). 소문에 의존해서 언니를 마약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말을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앞서 참사 당일 경찰이 예년과 달리 이태원에 인파 관리 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모두 137명이었다. 이 중 마약 단속 및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은 79명이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 발생 9분 전까지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보내기도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사가 마약 때문에 부검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당시 마약 관련 피해사례가 많이 보도돼 이런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유족에게 부검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라고 검사가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가 사인을 명확히 하고자 여러 가능성을 설명하던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개인의 마약 투약과 마약 피해 범죄는 검찰의 수사 대상도 아니다. 검찰 지휘부 차원에서 마약 관련 부검을 하라는 지시를 내릴 근거도, 이유도 없다”며 “당시 대검은 최대한 사체를 유족에게 빠르게 인도하고 최대한 유족의 의사를 존중해 부검 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다른 검사들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검의 해명에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유가족들은 광주지검이 아닌 타 검찰청에서도 마약 관련 검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정부지검 소속 검사가 (마약 검사)필요성을 언급했다. 유가족을 두 번 죽이냐며 항의했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외 수도권 재경지검도 유족에 마약 언급
예외 아닌 경찰 “남부지검에서 얘기 나올 수 있다”

법조인 출신 유가족 B씨도 “부검의 결정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서초동에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마약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마약 투약으로 인한 사망 또는 사망자가 관련 범죄가 있는 경우 필요하다면 마약 부검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대검에서 지침이 없었다는 건 형식적인 입장에 불과하다. 검사 1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마약 피해 가능성’을 조사한다며 언급한 건 내부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10월30일 재경 지검 검사가 장례식장에 와서 언급했는데 마약 얘기부터 꺼냈다”고 주장했다.

마약을 언급한 건 검찰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한 경찰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유가족에게 “마약 관련 언급을 남부지검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유가족은 부검 제안을 거부했고,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서와 검찰청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대검은 10·29 참사 직후 검찰청에 검시 업무를 수행하면서 희생자의 시신이 유족에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뒤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부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또 전국 19개 검찰청에서 희생자 158명에 대해 직접 검시를 진행해 유족 인도를 도왔고 유족의 요청이 있었던 3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부검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검감정서는 부검 의뢰기관으로 회보하며 회보 기한은 통상적으로 3주 이내, 정밀감정 및 분석이 필요한 이례적인 경우 5주가 걸리기도 한다. 3주 이내에 유가족이 부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과수가 수년 전부터 인력난을 겪고 있어 부검 회보를 포함해 진행 과정마저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과수의 시체부검 건수는 2015년 6172건에서 2016년 7772건, 2017년 1만2897건으로 증가했다.

“지침 없었다”
형식적 입장만

국과수 관계자는 “2016년 5월 충북 증평에서 타살이 자살로 처리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이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개정하면서 부검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시체부검을 실시해 그 결과를 문서(감정서)로 작성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는데 부검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체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국과수의 법의관 인력은 50명도 되지 않는다. 법의관 1명당 1년에 400건 이상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정원을 53명으로 늘렸지만 정원 공백만 커졌다. 의과대학에서 법의학 교육 외면, 이에 따른 전공자 부족, 법의관에 대한 처우 부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제대로 된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과수가 감정서를 작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3주였던 통상 기간이 최근엔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밀리기도 한다. “인력 부족으로 부검이 지연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게 국과수 설명이다.

지난해 국과수가 소화한 감정 전체 65만1066건 중에서 DNA 분석 건수는 23만2833건(35.8%)으로 집계됐다. 국과수가 수행한 감정 3건 중 1건 이상은 DNA 분석이었던 셈이다.

국과수의 전문 감정 인력 부족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난제에 직면해있으나 DNA 감정 분야는 타 분야보다 인력난이 극심하다. 1996년 2639건으로 전체 감정 건수의 3.4%에 불과했던 DNA 감정의 비중이 25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건수로는 23만여건에 달한다.

최근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사건은 물론 절도사건에서도 범죄현장의 증거물에 대한 DNA 감식이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변사·실종자는 물론 아동과 치매노인, 지적장애인 등의 신원 확인 역시 DNA 감정은 빠질 수 없다. 그만큼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의 국과수 본원을 비롯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연구소 5곳, 제주출장소까지 합쳐도 DNA 분석 역량을 갖춘 전문가는 90명뿐이다. 1인당 연간 약 2600건, 주말·공휴일 등을 제외하면 하루에 전문가 1명이 10건의 DNA를 들여다봐야 하는 셈이다.

늦어지는
진행 결과

부검이 지연될수록 결과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는 모습이다. 2015년 9월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급성담낭염 진단을 받고 복강경 수술을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사망한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장녀 고 이나미 여사의 외아들 조경서씨는 “부검을 의뢰한 지 70일이 지나서야 부검 결과를 받았는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0·29 참사 유가족분은 국정조사뿐만이 아니라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6일 경기도 한 모처에서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이지한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정조사가 이제야 시작됐지만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게 유가족에게는 분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면담을 진행한 의원 중 한 위원은 유가족들의 호소 앞에서 졸기도 했다. 또 휴대폰을 계속 만지는 위원, 이야기를 듣다 말고 나가버린 위원 등도 있었다. 이후에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다녀와서 행안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등을 어루만져주는 거, 특수본(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 아니냐”며 “이 사람은 내 새끼고 내 사람이니까 잘들 처신해라, (이건)윤 대통령이 말해온 공정과 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여러 번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이 장관이 유가족들을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보도를 봤다. 그런데 다 같이 만나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개개인을 만나자고 한다.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왜 다 같이 만나자고 하지 않나. 행안부가 참사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면 뭐냐“고 반발했다.

과학수사 중요성 커지는데 인력난…부검까지 지연
민주당 “진상규명 모든 수단 동원”…특검은 무리수?

실제 행안부가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유족에게는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이 참사는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이라거나 “국가에 묻고 싶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답해야 한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앞서 10·29 참사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은 지난 2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유가족과 협의해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유가족이 국정조사 기관 회의 참관할 수 있는 국회 내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임명 및 예비조사 실시 ▲유가족에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조사 자료 제공 ▲ 국정조사 전 과정에 유가족 참여 보장 ▲추모공간·소통공간 등 준비에 있어 협의 선행 요청 등 6가지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또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발의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지난주 본회의에서 표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먼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2단계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당내에서는 바로 탄핵소추안으로 가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그러나 탄핵안의 경우 국회에서 의결돼도 헌법재판소로 공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히려 헌재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정치적 역풍이 일 수도 있다. 특히 유가족이 강조한 ‘10·29 참사 특검’ 플랜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역풍을 맞은 민주당이 특검법 발의 이후 법안 통과를 단독으로 처리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금 당장 10·29 참사 특검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최근에 특검 도입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특검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우선 해임건의안을 윤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두고 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 가능성
사실상 제로

민주당 재선 의원도 “모든 일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하면 부담이 크다”며 “유가족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면서 논의를 진행 중이고 참사와 관련된 의혹 해소를 위한 법안 발의 준비도 진행 중”이라며 “이 장관 탄핵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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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