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구속수사’ 검찰 딜레마, 왜?

몸통 남기고 가지만 싹둑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꾸린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가 마약사범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초범이라도 상습적으로 투약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면 구속수사하는 방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수사기관 외에도 관세청과 국방부, 국가정보원, 해양경찰이 합류해 인력도 대거 늘었다. 그러나 ‘플리바게닝’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은 수사 과정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게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마약 혐의 피의자 구속수사’ 의지가 시작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검찰 안팎서도 ‘플리바게닝 제도화’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과의 전쟁
강공 드라이브

윤석열정부는 지난 4월 특수본을 꾸렸다. 지난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수본은 지난 14일 대검찰청서 2차 회의를 열고 마약범의 경우 초범이라도 상습적으로 투약하고 혐의를 부인하거나 마약류의 유통 경로를 감추면 구속수사 또는 정식 재판에 넘기는 등의 방안을 정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이 총 55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07명) 대비 29.7% 늘었다는 통계를 공개했다. 이 중 36.4%가 10대와 20대였다. 특수본은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선 공급 차단과 수요 억제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투약사범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이 최근 3년간 마약 투약 및 단순 소지 사범 146명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2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전체의 4.1%에 불과했다. 또 전체의 51%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8종 이상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의 경우 법원서 “동종 범행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투약사범에 대해 중형을 구형하고 적극적으로 항소할 방침이다. 또 투약사범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될 경우 치료명령과 보호관찰을 부과하도록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에는 국방부와 국정원, 해경 등 직원 총 134명이 추가 합류해 수사 인력이 840명에서 974명으로 늘었다. 지역별 수사실무협의체에도 군검찰단과 군사경찰, 해병대가 추가됐다. 박재억 특수본 공동본부장(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은 “마약 척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구마 줄기 캐듯’ 마약 수사 스톱?
현행법 없는 ‘플리바게닝’ 없어지나

이외에도 특수본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마약류관리법 등을 위반한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강화하는 안건의 상정을 촉구해왔다. 사법부가 마약범죄에 관해 관대한 판단을 반복해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도 “마약범죄는 해악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집행유예의 경미한 형이 선고돼 재범에 이르는 등 마약 투약·유통이 근절되지 못하는 악순환 반복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관한 1심 판결 5438건 가운데 실형 선고는 2624건(48.1%)에 그쳤다. 실형 선고 비율은 2020년 53.7%, 2021년 50.6%와 비교해도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반면 집행유예 비율은 같은 기간 36.3%→38.1%→39.8%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2011년 개정된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수정됐으나 대량범에 대한 형량 기준이 일부 강화되기만 했다. 투약이나 소지 등에 대해서는 10여년 전 양형기준을 적용해온 셈이다. 그 사이 마약범죄는 단순 투약 등에서 벗어나 다양한 강력범죄와 결합해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했다.

김영란 전 대법원 양형위원장도 이 같은 범죄 환경 변화를 의식한 듯 지난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마약범죄 양형기준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인지 양형위는 마약범죄의 양형기준을 다듬고, 양형기준이 없었던 스토킹 범죄와 동물 학대 범죄는 새롭게 기준을 가다듬기로 했다.

지난 13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는 전날 오후 제125차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2년간 추진할 업무를 논의했다. 양형위는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강화해달라는 관계기관 요구가 많은 만큼 우선으로 2024년 4월까지 양형기준을 수정할 예정이다.

“혐의 확실시
초범도 영장”

마약범죄의 양형기준은 체계화한다. 양형위는 “마약범죄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양형기준 수정에 대한 사회 및 실무 요구가 모두 높다”며 “유형 분류와 권고 형량 범위 변경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양형기준이 없던 범죄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기준을 신설한다.

대법원이 특수본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까지 양형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해결 과제는 산적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초범이라도 구속수사를 하게 되면 마약 수사 과정서 상위 공급책 검거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금껏 수사기관이 마약 수사를 하면서 ‘플리바게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러 상황을 지켜보고 그림이 그려지면 잡는 전략적 수사가 필요한데 무조건적인 구속수사 방침은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이 일부 부패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용어기도 하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게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게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검찰은 최근 이원석 총장의 “플리바게닝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발언 이후 4년 만에 열린 형사법 아카데미서 플리바게닝을 주제로 다루며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플리바게닝 도입 이유로 ‘형사사법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내세운다. 명백한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선 범죄 가담자에게 사법 협조를 끌어낼 유인을 제공해 수사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양형 기준
엎어도 문제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너무 느린 사법제도’를 향한 불만을 불식하기 위한 제도의 일환으로 유죄협상제와 사법 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식 유죄협상제는 상대적으로 죄가 가벼운 사건서 피의자가 자백하면 검사가 감경된 형을 제안하고, 법원 추인을 통해 재판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공범 검거에 기여한 가담자에게 형을 감면해줄 수 있도록 한 프랑스식 사법 협조자 형벌감면제도는 도입 당시 테러범죄 등에 국한됐다가 법 개정을 통해 일반범죄로 확대돼 활용되고 있다. 플리바게닝은 미국, 일본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검찰이 플리바게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 협조자에게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재판 진행 과정서 최대한 피고인 측의 요구를 반영해주는 식이다. 플리바게닝은 유독 거물급 정치인이 연루된 부패사건서 활용됐다는 지적이 거셌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와 ‘이정근 녹취록’서 수사 단서가 잡힌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은 재판에 넘겨진 후 1년 가까이 침묵하다 돌연 태도를 바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면서 플리바게닝 적용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가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1심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보다 무거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플리바게닝 의혹이 일었다.

다크웹서 일어나는 마약·성범죄 사건은 추적이 어려워 조직원을 검거해도 ‘머리’를 잡으려면 전략적 수사가 필요하다.

상위책 잡으려 ‘형량 거래’ 걸림돌
“바뀐 방침 무조건? 상황에 맞게 적용”

중앙지검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텔레그램 마약·성범죄 수사에는 이미 플리바게닝이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해도 수사 종결 이전까지는 수사에 협조하는 피의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및 파악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특수본의 ‘마약 혐의 피의자 구속 수사’ 방침이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되긴 힘들다는 분석으로 해석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혐의가 확실하다고 해도 초범부터 구속해버리면 윗선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해당 원칙을 모든 혐의에 적용하면 ‘제2의 범죄’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약과 텔레그램 성범죄가 그렇다. ‘초범이라도 구속수사’가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플리바게닝 활용 방안 외에도 ‘중요 참고인 출석 의무 제도’를 추진하려 한 바 있다.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법무부는 ‘내부증언자 소추면제 제도’를 마련했다. 본인이 죄를 인정하면 기소나 형을 감면하는 미국식 플리바게닝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조직·마약·뇌물 범죄서 타인 범죄 규명에 도움을 주면 기소를 면해주거나 형을 감면해주는 내용이다.

이에 법원과 학계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범죄자 처벌까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범죄자와의 타협’이라는 점도 국민 법 감정에 배치되면서 이 개정안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7년 이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의 수사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참고인이 검사의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영장을 통해 강제로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참고인 출석 의무제도’가 이때 언급됐던 법안이다.

수년간
군불만

결국 개정안은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정식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기업비리 수사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검찰은 비공식적으로 이 제도의 도입을 지금까지 언급하고 있다. 수사기법서 과거에 비해 검찰의 손발이 묶인 반면, 피의자들은 갈수록 지능화하는 게 큰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