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 사건 내막

숨진 채 발견된 남성 필로폰 중간 공급책?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서 서울 강남의 마약·성범죄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이달 초 삼정호텔 부근 유흥업소에서 마약 추정 물질이 섞인 술을 마신 여성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행이었던 남성은 차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상황 파악에 나선 경찰은 남성의 차량에서 수천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발견했다.

사망자는 20대 남성과 30대 여성 둘이다. 이들을 포함한 일행 6명은 유흥업소를 가기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식당을 다녀왔다. 유흥업소를 찾은 일행은 함께 술을 마시는 게임을 했고 누군가가 여성 A씨의 술잔에 몰래 마약 추정 물질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투약량 넘겼나

경찰은 치사량 이상의 필로폰을 투여한 게 두 사람의 사망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남성 손님 B씨는 필로폰 유통 중간책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당시 술과 필로폰에 취한 상태로 술에 필로폰을 타는 과정에서 적정량을 넘겨 약을 복용하는 바람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5시쯤 필로폰 중간 유통책으로 추정되는 20대 B씨는 사망한 종업원 A씨 등 6명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수개월간 필로폰을 투약해온 것으로 보이는 B씨는 이날 술을 마시기 전에도 필로폰을 한 차례 투여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유통책들은 일반적으로 판매 및 투여를 위해 1회 적정량으로 알려진 0.03g씩 필로폰을 미리 분배해 별도 봉투 등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술과 필로폰에 취한 상태였던 B씨는 필로폰이 가득 든 봉지를 꺼내 그 안에 손가락을 넣어 가루를 집은 뒤 자신의 술잔 등에 섞었다. B씨와 A씨는 그 술을 마셨고 몇 시간 뒤 숨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적정량을 맞추지 않고 필로폰을 복용하는 바람에 두 사람이 숨졌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같이 유흥업소를 갔던 일행들을 조사한 끝에 “B씨가 술잔에 흰색 가루를 타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B씨가 여성 A씨 술잔에도 같은 물질을 넣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 당시 A씨가 술을 마신 뒤 ‘술맛이 이상하고 몸이 좋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A씨 전화를 받은 여동생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는 남성 일행에게 게임에서 졌으니 술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강요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청담동 들린 후 삼정호텔 부근 업소 단체 이동
사망 남성 차량서 64g 발견…2133명 투약 가능

A씨는 가족과 주점에서 일하는 다른 동료의 부축을 받아 집으로 갔다. 피해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의 호흡과 맥박이 뛰지 않자 동료가 이번엔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은 경찰은 오전 10시34분 다시 출동했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사건의 열쇠는 술자리에 동석한 손님 3명과 종업원 한 명의 입에서부터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치고, A·B씨의 부검을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집에 가기 전 경찰의 병원 이송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다. 또 B씨도 2시간 전인 오전 8시20분께 주점 인근 공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에 경찰은 B씨의 차 안을 조사하면서 필로폰 64g을 발견했다. 통상 1회 투약 분량이 0.03g인 점을 감안하면 64g은 무려 2133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상당한 양이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약독물 검사 등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B씨가 필로폰을 얻게 된 경로를 조사하는 한편, 같은 술자리에 있었던 나머지 손님 3명과 종업원 1명에 대한 마약 정밀검사를 국과수에 의뢰한 상태다.

이외에도 경찰은 필로폰을 술에 타서 마시는 것만으로는 숨질 확률이 높지 않아 이들이 최근 미국 등지에서 유행하는 강력한 신종 마약을 흡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환각 효과를 높이려고 추가 성분을 넣어 만든 신종 마약은 소량 투약 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일단 A·B씨가 술에 섞인 마약류에 의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추정이 맞다면 상당량의 필로폰을 섭취해야 한다. 보통 필로폰은 주사기를 이용해 핏줄로 직접 투약하는 게 일반적이다. 술이나 물에 타서 마약 효과를 보려면 흡수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막대한 양이 필요하다.

<일요시사>는 해당 업소가 사건이 터진 지 불과 사흘 만에 영업을 재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업소 내부에서는 여종업원들이 홀복, 원피스 등을 입은 채 바쁘게 돌아다녔다. 이 업소는 ‘셔츠룸·란제리룸’ 등으로 운영된다.

“남성 술잔에 흰색 가루 탔다” 진술 확보
해당 업소 4일 만에 영업 재개…이유는?

일반적으로 셔츠룸·란제리룸은 여종업원들이 셔츠나 속옷만을 착용한 채 손님을 접대하면서 유사 성행위를 벌이기도 한다. 해당 업소 관계자는 “100만원 안팎이면 반나체 상태의 여성들과 놀 수 있다”고 했다. 경찰 단속이 이뤄지면, 불법 성매매 정황 등이 포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류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현장에서 잡지 못하면 사실 조사를 받을 일도 없다”며 “성매매는 매일 매주 이뤄지고 누군가가 외부로 말만하지 않으면 걸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마약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자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해외 기반 마약 조직에 대한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는 등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마약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오는 10월31일까지 110일간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에 나선다. 마약류 유통 판매 조직에 대해서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등으로 범죄 수익을 환수해 조직을 와해하는 등 엄정 단속할 방침이다.


또 경찰은 ▲외국인에 의한 조직적인 마약류 유통 및 투약 사범 증가 ▲제주, 강원도 등 외국인 무사증 입국 허용 ▲태국 일반 가정 대마 재배 허용 등에 따라 외국인 마약류 밀수입 관련 범죄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마약범죄 수사대 국제범죄 수사계 등을 통해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범죄를 집중단속하고 마약류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집중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마약사범의 초범이 증가하고 연령이 낮아지며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처방받아 오남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 청소년 마약류 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 각종 범죄예방 활동도 실시할 계획이다.

특별 단속

한편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마약 밀반입과 판매 행위는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마약사범은 1343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200명보다 11%가량 늘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