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낀’ 대학 동아리 마약 파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09:17:45
  • 호수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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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 파티 연 카이스트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결성된 연합 동아리에 마약을 유통·투약한 카이스트 대학원생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신도림역 인근 아파트에 월세를 내가며 동아리 본부로 활용했다. 동아리 회장 염모씨는 모델 이모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주범인 동아리 회장 30대 초반 염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특수상해,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무고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염씨 누구?

앞서 염씨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공문서 변조 혐의로 지난 4월17일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동아리 임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다른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외에 마약을 단순 투약한 8명은 전력, 중독 여부,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조건부 기소유예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한 염씨는 지난 2021년 ‘깐부’(오랜 친구) 동아리를 만들어 인맥을 키워갔다. 이름처럼 ‘친목 동아리’를 표방하며 ‘자차 8대 이상 보유’ ‘고급 호텔·리조트 VIP 다수 보유’ 등 광고를 앞세워 학생들을 끌어들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다가 제적된 염씨는 사진과 서류로 1차 합격을 하면, 2차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을 면접하면서 외모와 집안을 포함해 A부터 D등급으로 나누는 등 깐깐하게 따지기도 했다.


염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공범 홍모씨와 성인잡지 모델 이씨 등과 함께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선별했다. 적극성이 높은 주축 회원이 구성되면 별도 행사에 초대해 참석자들의 경계심이 흐트러진 틈을 이용해 액상 대마를 권했다.

그러다 케타민·사일로사이빈(환각 버섯)·필로폰 등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 나갔다. 

이 과정서 염씨는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마약을 집단 투약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호텔과 클럽, 놀이공원 등을 다니며 10여 차례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회원들과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를 기내 수하물에 숨겨 태국·제주 등지로 가져나가 투약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깐부’ 동아리 결성
대마초서 수위 높여가

검찰은 동아리 내에서 마약이 어느 정도 퍼진 뒤에는 대놓고 마약을 유통·판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염씨와 동아리 임원들은 텔레그램 마약 업자로부터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개당 10만원 정도에 구매했다. 이렇게 구매한 마약 1개당 15~20만원의 웃돈을 붙여 회원들에게 되팔았다. 

염씨 등이 지난해 1년간 암호화폐로 거래한 마약 매매 대금은 최소 1200만원에 이른다. 이 사건은 염씨의 단순 마약 투약 혐의 1심 재판 중 공판 검사가 수상한 거래내역을 포착해,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계좌·가상자산 거래내역 등을 추적한 결과 실체가 밝혀졌다.


추적이 어려운 현금과 코인 등으로 거래돼 확인되지 않은 마약 규모는 더 많이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염씨의 전자지갑을 동결하고 범죄수익을 박탈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재판에 넘기거나 기소유예 처분한 14명 이외에 남은 회원들에 대해서도 마약 혐의가 있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마약 수사 대비 목적으로 염씨 등 9000여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대화방을 확인해 대검찰청과 함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적용 등도 검토 중이다. 

기소유예 처분된 8명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에 참여하는 조건을 달았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엄정한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대학생들이 맞춤형 재활·치료를 통해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사회에 신속하게 복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별건의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받던 염씨의 계좌 거래 내용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3개 대학서 이 같은 범행 전모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동아리를 운영하며 회장단과 기획부·인사부·디자인부·회계부·홍보부 등 조직을 만들어 역할을 분배한 점과 내부 규율을 만든 점 등을 고려해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또 피의자들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소셜미디어 채널에 가입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자료를 영구 삭제하는 방법, 모발 염색·탈색 방법, 피의자 신문 조사 모의 답변 등 수사 대비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대형 마약 조직이 대학가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며 “인터넷·SNS를 중심으로 대학생들에게까지 마약범죄가 광범위하게 확산함에 따라 1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로 웃돈 붙여 마약 유통
성관계 영상으로 여성들 협박까지

동아리 회장 염씨는 앞서 지난해 12월경 호텔서 성인잡지 모델 이씨 등과 마약을 투약, 난동을 부리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바 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이씨는 증거인멸을 시도하다가 걸려 추가 혐의를 받았다. 또 그해 4월 염씨는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 회원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와인병으로 폭행하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협박한 혐의(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회원들은 검찰서 “염씨가 마약 투약 장면을 촬영해 나중에 협박하거나, 소규모로 회원들을 분리해 정보 공유를 차단하는 수법으로 조직을 장악했다”고 진술했다.

회원 중에는 명문대생뿐 아니라 의대와 약대,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준비 중인 학생들도 여럿 포함됐다. 이들은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 한 아파트를 임차해 OO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마약 아지트’를 운영했고,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도 고용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엔 홍익대·건국대·가천대 등에 ‘영감이 필요한가’라는 문구가 들어간 마약 홍보 전단이 뿌려졌는데, 배후에 마약 유통 조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염씨가 운영한 동아리 외에도 비슷한 형태의 파티 동아리가 전국적으로 결성됐고, 마약 투약 및 유통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문대 출신 제보자에 따르면 “대학가를 중심으로 파티 동아리가 결성된 건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잘나가는 유학파 출신들이 주도적인 분위기를 이끌었고,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이들이 대마초 흡연 등을 권유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검찰의 대학 연합 동아리 마약 유통 및 투약 사건과 관련해 카이스트 대학원생으로 알려진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범행 당시 학생 신분은 아니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적발된 염씨는 모 대학을 졸업한 뒤 2018년 가을학기 대학원생으로 입학하고 이듬 해인 2019년 가을학기에 휴학했다. 이후 장기간 복학하지 않아 2020년 자동 제적돼 학생 신분을 잃었다.

앞서 지난 5일 카이스트는 입장문을 통해 “주요 피의자가 조직한 동아리는 교내에 등록된 동아리가 아니라 학교와 무관하다”면서도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예견된 사태

카이스트 관계자는 “이번 사건서 거론되는 연합 동아리의 회장으로 특정된 주 피의자는 해당 동아리를 결성(2021년께)하기 전 2020년 카이스트서 제적돼 범행 당시에는 카이스트 학생 신분이 아니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마약 위험성과 경각심을 고조할 수 있는 마약 예방교육을 조속히 실시하고 학생들이 마약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지속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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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