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아인 마약’ 조폭 상선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9.30 10:59:34
  • 호수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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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판매책, 양은이파 출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과거 전국을 뒤흔든 폭력조직 ‘양은이파’ 관계자가 배우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은이파 간부급인 20대 H씨는 이태원 등지서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한 악명 높은 인물이다. 최근 경기 북부권서 필로폰 300g을 유통하다가 적발된 폭력조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H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아인은 지난달 3일, 프로포폴 등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본인과 검찰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그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케타민, 대마, 코카인, 졸피뎀 등 다수의 마약을 181회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1월 공범인 지인과 함께 미국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H씨 누구?

현재까지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한 공급책은 드러난 바 없다. 양은이파 출신 H씨를 비롯한 이른바, ‘마약 상선’으로 분류되는 마약 도매업자들의 유통 방식은 경찰의 수사망을 손쉽게 비껴간다. 상선은 보안 유지를 주력으로 삼는 텔레그램에 마약 판매 채널을 개설해 ‘드라퍼’(운반책)를 모집하고, 필로폰 등을 산속에 숨겨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4월 30대 김모씨,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은 텔레그램 ‘K’ 마약 채널서 H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300g(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유통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을 수사한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전주 출신 1995년생 김씨는 현재 경기도 구리서 활동하는 ‘구리식구파’ 조직원이다. 김씨는 마약 유통에 가담한 고향 친구 4명을 구리식구파에 가입시켜 함께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구리식구파 간부들은 전북 전주서 활동한 ‘월드컵파’ 출신 40~50대들로 구성됐다. 

구리식구파 부두목 이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김씨가)전주에 친구 4명을 데리고 올라와 열심히 활동하는 야무진 친구”라며 “요즘 누가 식구 생활(조폭 활동)하려고 뛰어들겠나. 사고는 치고 다녀도 마약 팔았다는 얘긴 처음 듣는다. 조폭이 마약 팔았다고 하면 이 바닥서 끝인데…”라고 잘라 말했다.

구리식구파 부두목의 주장과 달리 김씨의 마약 유통 혐의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 4월27일 오후 9시경 H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알려준 충남 천안시 천안대로 부근 산책로 수로를 찾아가 땅속에 묻혀있던 필로폰 300g을 수거해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했다. 

이 밖에 김씨는 H씨가 알려주는 장소로 가서 마약을 수거한 뒤 은밀한 장소에 다시 숨기는 역할도 했고, 그 대가로 건당 일정액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지인들로 구성된 판매책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매수자들에게 마약류를 판매하기로 공모했다.

통상 100g당 1000만~2000만원의 수익금을 상선으로부터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파 간부 “마약 손댄 조폭은 끝” 
약 팔다 걸린 구리식구파 조직원 망신

지난 5월 체포영장을 받은 김씨는 앞서 붙잡힌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의 증언을 토대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300g 중 100g을 빼돌려 판매하지 않고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19년 2월 의정부지검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 외 범죄경력이 총 14건이 있는 중범죄자에 해당한다.

체포영장 압수 물건 목록에는 김씨가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 마약류와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동영상 자료, 마약 매매 관련 장부, 범죄수익금 연관 통장, 김씨가 스스로 인정하는 운행 차량(렌트카, 대포 차량, 오토바이)의 내비게이션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 등이다.

압수 품목의 기록만 들여다봐도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이 김씨의 범죄 혐의를 특정한 근거는 ‘K’ 마약 채널 운영자들의 증언도 뒷받침됐다. H씨 등이 운영하는 K 채널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가 지난달 9일 보도한 ‘<단독>회원 2만명 ‘K’ 마약 채팅방 추적’서 설명한 바 있다.

회원 수 2만여명을 보유한 K 채널은 마약 구매, 운반책 모집 등에 이용된 곳으로 국내 마약 산업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필리핀에 필로폰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범죄자들도 수출 과정서 이를 활용한다.

필리핀 외국인 교도소에 수감됐던 한 제보자는 “필리핀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데 이용하는 곳”이라며 취재진에 K 채널을 처음 소개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K 채널의 운영자는 당초 10여명 정도였으나, 절반 이상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된 운영진들은 조사 과정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김씨를 비롯한 드라퍼들의 신상 정보를 경찰에 넘긴 것이다.

상선 H씨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한 제보자는 “원래 H씨는 조양은의 총애를 받던 양은이파 식구”라며 “마약 밀수 혐의가 있는 조양은과 깊게 연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은이파서 파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H씨는 이태원에 동성애자 등 연예인들과 어울렸고, 유아인과 만나 함께 마약을 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하는 H씨는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마약 유통업자들에게 수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과거 마약 유통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뒤 최근엔 경찰에 적발된 바 없다. 자신은 마약을 투약하지 않을뿐더러 양은이파 출신이라는 이유로 마약 조직이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산에 묻은 필로폰 300g 꿀꺽
경기 북부권 유통 조직원 증언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H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태원에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팔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사는 일반인으로 보인다는 게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H씨와 연인 관계였던 한 여성은 취재진에게 “H씨는 박왕열이 아니라 본인이 진짜 마약왕이라고 주장했다”며 “마약 도매업자들 사이서 H씨와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마약 판매를 수치스럽게 생각한 조폭들이 경제력을 상실하는 과정서 대놓고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에게 마약을 팔았다고 광고하는 H씨를 비롯한 상선들이 조폭들의 자금줄로 변모한 셈이다.

과거 한국 사회서 마약은 일부만이 사용하는 마약청정국으로 불렸으나, 갈수록 관련 범죄자들이 범람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22년 1만8395명서 2023년 2만7611명으로 증가해 1년 만에 50% 급증했다. 특히,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청소년을 포함한 30대 이하 젊은 층의 비율은 60%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마약에 직접 노출돼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은 3153명으로 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11%를 차지하는데, 이는 2013년의 393명서 10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도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이 판치는 콜롬비아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2월 해양경찰청은 주한콜롬비아 대사관 대리대사 프란시스코 알베르토 곤잘레스 일행과 면담하고, 해양경찰청의 해양주권 수호 등 업무 소개와 더불어 해상으로 유통되는 마약 범죄 척결에 관한 업무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프란시스코 알베르토 곤잘레스 대사대리는 해양경찰청을 첫 방문했다. 최근 몇 년간 콜롬비아 코카인 검거 사례를 통해 해상으로 불법 밀반입되는 마약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해상 유통경로 차단을 위한 국제공조가 절실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함께했다.

진짜 마약왕?

프란시스코 대사는 “현 콜롬비아 대통령은 마약의 유통경로와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등 지능적이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과 콜롬비아 양국의 해상 마약 유통경로 차단을 위해 우호 관계 유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당국은 마약 유통 지능화에 악용되는 텔레그램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전망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를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한 바 있다. 보안성을 앞세워 수사에 비협조적인 텔레그램에 수사기관들도 강력히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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