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날뛰는’ 마약 드라마 현실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0.23 11:59:43
  • 호수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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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하는 콘텐츠 안방 점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모순성, 부조리함을 느끼게 하는 역설적인 유머를 블랙코미디라고 한다. 마약 범죄자를 맨주먹으로 해결하려는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은 밝고 쾌활하지만, 동시에 씁쓸하다. 해마다 증가하는 마약 범죄 검거율과 안방을 점령한 마약 관련 드라마는 뼈아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 지난 7일 첫 방송 이후 시청률 10%에 육박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 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명서 알 수 있듯 2017년 방영된 <힘쎈여자 도봉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다. 

단골 소재

배우 이유미는 도봉순(박보영)의 6촌으로 부모를 찾으러 몽골서 날아온 괴력 소녀 강남순역을 맡았다. 국제 미아 강남순은 비행기 착륙 직전 문제가 발생하자 괴력을 이용해 사고를 막는 만화 같은 캐릭터다.

코믹 활극을 넘어 작품이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이목을 끈다. 포스터에 새겨진 문구에는 ‘나약한 놈들’의 ‘약’자에 강조 표시를 넣어 ‘(마)약’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오남용 캠페인을 벌이며 내세운 ‘나(마)약하지 않아’와 같은 맥락이다. 

초능력을 가진 강남순의 엄마 황금주(김정은)가 “더 이상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야”라는 대사도 작품이 전하는 의도를 알 수 있다. 드라마 속 류시오(변우석)는 온라인 유통업체 대표이자 마약을 제조, 유통하는 악당이다. 이에 맞서는 경찰 강희식(옹성우)과 강남순을 포함한 3대 모녀의 공조 구도가 이야기 핵심이다. 

한국 콘텐츠서 마약은 아직까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개봉한 지 20년도 넘은 영화 <친구> 속 주인공 준석(유오성)이 사시나무 떨듯 필로폰 중독자 연기를 보였을 땐 “마약 중독자는 진짜 저래?”라며 생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당시만 해도 ‘마약 사업에 손댄 조직폭력배’가 간혹 등장하는 설화 수준에 어설픈 액션이 첨가된 조폭 영화 전성기였다.

그러다 2000년 초반부터 마약은 핵심 소재가 됐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사생결단>은 마약 범죄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한국영화로 꼽힌다. 작품 속 필로폰 판매상인 이상도(류승범)는 마약계 거물 장철(이도경)을 쫓는 형사 도경장(황정민)과 상부상조하는 이른바 ‘뽕쟁이’의 전형이다.

이후 2010년 <아저씨>, 2012년 <범죄와의 전쟁>, 2018년 <독전> <마약왕>을 비롯해 지난 5월 <범죄도시3>까지 마약 소재 영화는 줄줄이 나와 흥행했다. <힘쎈여자 강남순> 등 안방극장도 마약 소재에 중독됐다.

22년 전 생소했던 유오성
흥행보증 수표 뽕 영화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시작으로 지난 9월27일 <최악의 악>, 지난 6일 <발레리나>, 7일 <힘쎈 여자 강남순>이 연달아 방영됐다. 한 달 새 선보인 국내 마약 관련 드라마만 3개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해마다 증가하는 마약 범죄 검거율처럼 마약 콘텐츠도 발맞춰 늘어났다.

검찰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국내 필로폰 제조기술자는 외국으로 도주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국내 필로폰 밀조사례는 거의 적발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검찰이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9년에 필로폰 제조사범이 2건 5명, 2000년에 2건 5명, 2001년 1건 4명이 적발됐다. 특히 2001년 적발된 4명은 제조공장을 갖춘 밀조사범으로 경북 성주군 선남면 낙동강변 일대 가건물에서 10kg(추산량) 이상의 필로폰을 제조했다.

당시, 필로폰 완제품 0.6kg, 분말형태의 반제품 1kg, 액체 형태의 반제품 5kg 및 제조기구, 화공약품 등 17점을 압수했다.

2001년은 한국 마약 역사에 여러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6월26일)을 기념해 2001년부터 매년 3개월간 마약류 투약 자수기간을 처음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약 범죄 검거율 등이 공개됐다.

같은 해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친구>가 개봉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실존했던 ‘마약왕’ 이황순의 동업자이자 칠성파 두목 이강환의 생을 다뤘다. 실제로 부산 칠성파가 전국구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은 이황순과 함께한 필로폰 사업이다.

영화 속 차상곤(이재용)은 마약 판매 조직의 두목으로 나온다. 훗날 이황순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다. 2018년 개봉한 <마약왕>의 주인공 이두삼(송강호)의 실존인물이 이황순이라는 후문이다.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 인식은 보수적인 국민 정서가 만든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마약은 의외로 역사가 깊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필로폰 273.9kg이 압수돼 전년 대비 40.8%로 압수량이 감소했다. 2003년 들어 필로폰 제조사범은 1건 2명이 있다.

1996년 이후 주요 마약류 압수량은 연평균 82kg을 유지하다가 2001년에 462.3kg으로 2000년의 181.7kg에 대비 154.4%로 급증했다.

마약류 오남용 캠페인 코믹 활극?
한 달 새 마약 소재 드라마만 3편

2003년 주요 마약류 압수 실적은 총 170.9kg으로 전년 대비 37.6kg으로 감소했지만, 신종 마약이 폭증한 해다. 특히 필로폰은 64.7kg으로 전년 대비 75.7%가 증가했다. 대마초는 37.3kg으로 전년도 194.8kg에 비해 80.9%로 대폭 감소한 반면, 신종 마약류인 LSD는 900% 증가했다. 야바는 767%로 각각 급등했다.

신종 마약의 등장은 검거율을 치명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먼저 기존 마약과 달리 탐지견에 적발되는 경우가 희박하다. 신종 마약 냄새에는 적응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항이나 항만서 검거하는 대부분은 사전첩보에 의해서다.

지난해 드라마 <수리남>서도 국정원 팀장 최창호(박해수)가 마약 조직 두목인 전요한(황정민)을 잡기 위해 강인구(하정우)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드라마는 콜롬비아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든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대부분 제작진은 수사기관의 현실적 고증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보다 실제 마약사범을 검거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취재 중 만난 마약계 경찰들은 하나같이 “마약사범은 절대 믿지 말라”며 “수사에서 약에 취한 피의자들은 연기와 거짓말을 정말 많이 하는데, 마약을 끊은 마약사범은 제대로 본 적 없다”고 당부했다. 

서울에 모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장은 “단순히 ‘어느 공장서 얼만큼의 마약을 제조한다’는 단순 제보만으로 마약 유통책을 향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도 확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따지고 피의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도 마약 수사에 대부분 어려움을 느낀다”며 “이미 전력이 있는 마약사범의 협조를 통해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마약사범 나이도 점점 어려지는 추세다. 그만큼 마약이 양성화됐다는 징조다. 2021년은 마약사범 검거 통계 공개 이후 처음으로 20대 마약사범이 30%를 넘었다. 해마다 상승세로 이어져 지난해 검거된 20대 마약사범은 31.6%(5804명)로 전년(5077명·31.4%)보다 소폭 상승했다. 

어려운 검거

경찰청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700명으로, 지난해 1만2387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 규모다. 마약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격상하면서 콘텐츠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약이 일상화됐다는 의미다. <힘쎈여자 강남순>이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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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