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날뛰는’ 마약 드라마 현실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0.23 11:59:43
  • 호수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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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하는 콘텐츠 안방 점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모순성, 부조리함을 느끼게 하는 역설적인 유머를 블랙코미디라고 한다. 마약 범죄자를 맨주먹으로 해결하려는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은 밝고 쾌활하지만, 동시에 씁쓸하다. 해마다 증가하는 마약 범죄 검거율과 안방을 점령한 마약 관련 드라마는 뼈아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 지난 7일 첫 방송 이후 시청률 10%에 육박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 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명서 알 수 있듯 2017년 방영된 <힘쎈여자 도봉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다. 

단골 소재

배우 이유미는 도봉순(박보영)의 6촌으로 부모를 찾으러 몽골서 날아온 괴력 소녀 강남순역을 맡았다. 국제 미아 강남순은 비행기 착륙 직전 문제가 발생하자 괴력을 이용해 사고를 막는 만화 같은 캐릭터다.

코믹 활극을 넘어 작품이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이목을 끈다. 포스터에 새겨진 문구에는 ‘나약한 놈들’의 ‘약’자에 강조 표시를 넣어 ‘(마)약’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오남용 캠페인을 벌이며 내세운 ‘나(마)약하지 않아’와 같은 맥락이다. 

초능력을 가진 강남순의 엄마 황금주(김정은)가 “더 이상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야”라는 대사도 작품이 전하는 의도를 알 수 있다. 드라마 속 류시오(변우석)는 온라인 유통업체 대표이자 마약을 제조, 유통하는 악당이다. 이에 맞서는 경찰 강희식(옹성우)과 강남순을 포함한 3대 모녀의 공조 구도가 이야기 핵심이다. 

한국 콘텐츠서 마약은 아직까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개봉한 지 20년도 넘은 영화 <친구> 속 주인공 준석(유오성)이 사시나무 떨듯 필로폰 중독자 연기를 보였을 땐 “마약 중독자는 진짜 저래?”라며 생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당시만 해도 ‘마약 사업에 손댄 조직폭력배’가 간혹 등장하는 설화 수준에 어설픈 액션이 첨가된 조폭 영화 전성기였다.

그러다 2000년 초반부터 마약은 핵심 소재가 됐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사생결단>은 마약 범죄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한국영화로 꼽힌다. 작품 속 필로폰 판매상인 이상도(류승범)는 마약계 거물 장철(이도경)을 쫓는 형사 도경장(황정민)과 상부상조하는 이른바 ‘뽕쟁이’의 전형이다.

이후 2010년 <아저씨>, 2012년 <범죄와의 전쟁>, 2018년 <독전> <마약왕>을 비롯해 지난 5월 <범죄도시3>까지 마약 소재 영화는 줄줄이 나와 흥행했다. <힘쎈여자 강남순> 등 안방극장도 마약 소재에 중독됐다.

22년 전 생소했던 유오성
흥행보증 수표 뽕 영화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시작으로 지난 9월27일 <최악의 악>, 지난 6일 <발레리나>, 7일 <힘쎈 여자 강남순>이 연달아 방영됐다. 한 달 새 선보인 국내 마약 관련 드라마만 3개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해마다 증가하는 마약 범죄 검거율처럼 마약 콘텐츠도 발맞춰 늘어났다.

검찰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국내 필로폰 제조기술자는 외국으로 도주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국내 필로폰 밀조사례는 거의 적발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검찰이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9년에 필로폰 제조사범이 2건 5명, 2000년에 2건 5명, 2001년 1건 4명이 적발됐다. 특히 2001년 적발된 4명은 제조공장을 갖춘 밀조사범으로 경북 성주군 선남면 낙동강변 일대 가건물에서 10kg(추산량) 이상의 필로폰을 제조했다.

당시, 필로폰 완제품 0.6kg, 분말형태의 반제품 1kg, 액체 형태의 반제품 5kg 및 제조기구, 화공약품 등 17점을 압수했다.

2001년은 한국 마약 역사에 여러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6월26일)을 기념해 2001년부터 매년 3개월간 마약류 투약 자수기간을 처음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약 범죄 검거율 등이 공개됐다.

같은 해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친구>가 개봉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실존했던 ‘마약왕’ 이황순의 동업자이자 칠성파 두목 이강환의 생을 다뤘다. 실제로 부산 칠성파가 전국구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은 이황순과 함께한 필로폰 사업이다.

영화 속 차상곤(이재용)은 마약 판매 조직의 두목으로 나온다. 훗날 이황순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다. 2018년 개봉한 <마약왕>의 주인공 이두삼(송강호)의 실존인물이 이황순이라는 후문이다.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 인식은 보수적인 국민 정서가 만든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마약은 의외로 역사가 깊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필로폰 273.9kg이 압수돼 전년 대비 40.8%로 압수량이 감소했다. 2003년 들어 필로폰 제조사범은 1건 2명이 있다.

1996년 이후 주요 마약류 압수량은 연평균 82kg을 유지하다가 2001년에 462.3kg으로 2000년의 181.7kg에 대비 154.4%로 급증했다.

마약류 오남용 캠페인 코믹 활극?
한 달 새 마약 소재 드라마만 3편

2003년 주요 마약류 압수 실적은 총 170.9kg으로 전년 대비 37.6kg으로 감소했지만, 신종 마약이 폭증한 해다. 특히 필로폰은 64.7kg으로 전년 대비 75.7%가 증가했다. 대마초는 37.3kg으로 전년도 194.8kg에 비해 80.9%로 대폭 감소한 반면, 신종 마약류인 LSD는 900% 증가했다. 야바는 767%로 각각 급등했다.

신종 마약의 등장은 검거율을 치명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먼저 기존 마약과 달리 탐지견에 적발되는 경우가 희박하다. 신종 마약 냄새에는 적응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항이나 항만서 검거하는 대부분은 사전첩보에 의해서다.

지난해 드라마 <수리남>서도 국정원 팀장 최창호(박해수)가 마약 조직 두목인 전요한(황정민)을 잡기 위해 강인구(하정우)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드라마는 콜롬비아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든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대부분 제작진은 수사기관의 현실적 고증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보다 실제 마약사범을 검거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취재 중 만난 마약계 경찰들은 하나같이 “마약사범은 절대 믿지 말라”며 “수사에서 약에 취한 피의자들은 연기와 거짓말을 정말 많이 하는데, 마약을 끊은 마약사범은 제대로 본 적 없다”고 당부했다. 

서울에 모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장은 “단순히 ‘어느 공장서 얼만큼의 마약을 제조한다’는 단순 제보만으로 마약 유통책을 향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도 확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따지고 피의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도 마약 수사에 대부분 어려움을 느낀다”며 “이미 전력이 있는 마약사범의 협조를 통해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마약사범 나이도 점점 어려지는 추세다. 그만큼 마약이 양성화됐다는 징조다. 2021년은 마약사범 검거 통계 공개 이후 처음으로 20대 마약사범이 30%를 넘었다. 해마다 상승세로 이어져 지난해 검거된 20대 마약사범은 31.6%(5804명)로 전년(5077명·31.4%)보다 소폭 상승했다. 

어려운 검거

경찰청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700명으로, 지난해 1만2387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 규모다. 마약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격상하면서 콘텐츠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약이 일상화됐다는 의미다. <힘쎈여자 강남순>이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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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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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