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벽 장사하는 피부과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2.26 11:39:25
  • 호수 1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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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막 주는 수상한 병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피부과에서 수상한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운영하면서 호텔형 1인 병실로 이뤄진 이곳은 프로포폴 중독자들의 단골 의원으로 지목됐다. M 피부과 의원은 1회 약 44만원에 달하는 ‘수면 피부 시술’에 프로포폴이나 에토미데이트 처방을 포함한다. 사용량을 무려 최대 8시간까지 처방하고 있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수출용으로 위장해 국내에 불법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M 의원의 실체가 드러났다. 일당은 M 의원 등 강남 일대에 버젓이 시술 장소를 마련하고 상습적으로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19시간 동안 투약했던 이도 확인됐다.

대놓고
불법 투약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와 조직폭력배,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7명을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 중 죄질이 무거운 10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범행은 ▲의약품 도매법인 ▲중간 유통책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으로 역할을 나누는 수업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에 송치된 17명 가운데 의약품 도매법인 측은 A씨 등 2명으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9개월간 에토미데이트 3만1600앰플(시가 약 4억원 상당)을 무자격자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선봉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열린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적발 브리핑에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가 정상 유통을 가장해 에토미데이트를 대량으로 빼돌리고, 중간 유통 과정에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한 조직적인 범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제약사에서 조달한 에토미데이트를 베트남 등지로 수출한 것처럼 허위 신고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간 거래로 위장한 뒤 실제 물량은 현금을 받고 중간 유통책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앰플과 박스에 부착된 바코드 등 고유 식별 정보를 일일이 제거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 유통 단계에는 이들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은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 출신 인물 등 3명이 개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필로폰 수수·투약 혐의로도 함께 적발됐다.

최종 판매 단계에는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2명이 가담했다. 이들은 강남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에 M 피부과 의원과 유사한 외관을 갖춘 이른바 ‘피부클리닉’을 차리거나, 아파트와 빌라를 단기 임대한 비밀 투약소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피부클리닉은 의료기관으로 정식 신고·허가된 곳이 아니며 화장품 도·소매업으로만 사업자 신고가 된 장소를 의원처럼 꾸며 불법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44만원 받고 최대 8시간 처방
수면 시술에 에토미데이트 포함

투약자 모집은 온라인 광고가 아닌 지인 소개와 입소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영자들은 과거 해당 장소를 찾았던 손님이나 유흥업소, 불법 유상 운송 영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며 투약자를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불법 시술소에서 중독자 44명이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 14명은 모두 40대였고, 여성 30명은 20~40대에 분포됐으며 30대 비중이 가장 많았다. 삼성동의 한 빌라에서는 중독자가 19시간 동안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해당 중독자가 10㎖ 기준 앰플 약 50여개를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초단시간 정맥 투여 방식의 전신마취 유도제로, 주로 심장 기능이 약하거나 혈압이 불안정한 고위험군 환자의 마취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반복 투약 시 근육경련이나 떨림, 구토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뒤 다시 투약을 요구하는 등 심리적 의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투약자가 의식을 회복한 직후 “한번만 더 놔달라”며 반복 투약을 요구하거나 장시간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가 수면·환각 효과를 노린 오남용으로 이어지며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릴 정도로 중독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투약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없었다. 경찰은 투약자 44명에 대해 약사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현금 4900만원을 압수하고, 자동차와 예금 등 합계 4억2300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의 허위 수출 신고 및 탈세 혐의는 관세청과 관할 세무서에 통보됐다.

아파트서
불법 시술

에토미데이트는 의료진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임에도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유통·관리와 처벌 체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업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고 에토미데이트는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이달 13일부터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매수·투약·소지 행위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강 계장은 “이번 사건은 마약류 지정 이전의 관리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의료용 마약류와 그 대용 약물에 대한 불법 유통·투약 범죄를 강도 높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마약을 유통한 의사가 실제 처벌된 사례도 있다. 배우 고 이선균씨를 공갈한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와 함께 마약을 유통한 의사 윤모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25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 박정운 유제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등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의 병원 의사 윤모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형량 징역 2년보다 다소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두 사람에게 각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또 윤씨는 약 255만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 이 가운데 150만원은 김씨와 공동으로 추징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윤씨의 공소 사실 중 일부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윤씨 측의 항소 이유를 일부 받아들였다. 그 밖의 공소 사실에 관해선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양형에 관해 “김씨가 교부받거나 투약·흡연한 마약류 종류·횟수가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김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동종 처벌 전력도 있다”면서도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반성하고 있으며 마약류 범행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약 몰리는
강남 3구

윤씨에 관해선 “업무 외 목적을 위해 취급한 마약류 종류, 범행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더욱이 의사인 윤씨는 마약류관리법이 의사를 마약류 취급업자로 정한 목적과 취지를 저버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윤씨는 자기 범행을 일부 인정·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시점 이전까지는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마약 등 전과 6범인 김씨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케타민과 필로폰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23년 9월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별도 기소돼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윤씨는 같은 기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시 강남구 병원 등지에서 김씨에게 필로폰과 케타민을 3차례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윤씨는 지난 2021년 1월 서울시 성동구 아파트에서 지인과 함께 대마초를 번갈아 피우고, 같은 해 6월엔 병원 인근에서 지인을 통해 액상 대마 100만원어치를 산 혐의도 받고 있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김씨는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경찰 수사 의뢰를 받은 의료기관의 84%는 일명 ‘강남 3구’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 유아인의 사례를 통해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핑계로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다수 발생함이 드러난 상황에서 실제로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서울 서초구, 서울 송파구에서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흰 가운 입은 마약상
유흥업소에 뿌린 의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현장 점검을 통해 프로포폴 의료 목적 외 사용을 의심, 식약처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총 25개의 의료기관이다. 이 중 21곳이 ‘강남 3구’에 위치해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이 15곳, 서울 서초구는 5곳, 서울 송파구가 1곳이었다. 그외 적발 의료기관 소재지로는 서울 중구, 부산 해운대구, 경기 성남시와 안양시 등이 있었다.

프로포폴 오남용은 특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소재 A 의료기관에선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환자 9명과 의사 2명이 적발됐고, B 의료기관에선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의사만 5명이 적발됐다.

또 수사 의뢰 대상자는 총 51명(환자 19명, 의사 32명)이었는데, 의사 5명은 자신이 직접 프로포폴을 처방,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32명 중 22명은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으로 이미 ‘사전알리미’를 통해 경고를 받은 이들이었다.

식약처 측은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 질병 치료 또는 처치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기에 오남용 여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식약처는 마약류통합정부시스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 이후 처방의 타당성을 검토해 환자·의사를 수사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3년간 서울시 마약류 112 신고 건수의 약 27%가 강남구에서 발생했다. 이에 앞서, 강남구는 자치구 최초로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예방 공동대책 협의회’를 2024년 5월 출범시켜,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과 홍보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마약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강남구보건소 2층 검사실에서 서울 시민 누구에게나 마약류 검사 키트를 통한 무료 익명 검사를 제공 중이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마약 관련 피해자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나아가 마약중독과 범죄로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흥업과
의료계

강남구 관계자는 “마약과 중독 문제로부터 안전한 강남구가 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이 책임지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 누구나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구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프로야구선수 에토미데이트 투약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현역 선수가 에토미데이트 투약 혐의로 체포돼 일본 현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경찰 당국(현경)은 마약류인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혐의로 체포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내야수 하츠키 류타로를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하츠키는 지난해 12월16일 에토미데이트를 소량 사용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경찰에 체포됐다.

하츠키의 주거지에서는 에토미데이트로 추정되는 약물이 담긴 카트리지가 여러 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해당 약물의 입수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하츠키는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한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이 지난달 16일 임의로 소변을 채취해 감정한 결과, 에토미데이트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 7순위로 히로시마에 입단한 하츠키는 프로로서는 작은 체구를 가졌다. 프로필상 신장이 168㎝다. 그는 1~2군을 오가다가 지난해 74경기 타율 0.295, 17도루를 기록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히로시마 구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단 소속 선수가 이러한 사건을 일으켜 팬 여러분께 큰 심려와 폐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향후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철저히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히로시마 구단은 하츠키의 약물 투약 혐의를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단 측은 하츠키로부터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으며, 그가 체포되기 하루 전날에야 관련 사안을 파악했다고 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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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