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마약 수사, 왜?

내부인 진술해도 ‘퇴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피의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또 다시 부인됐다. 특히 이번 재판은 진술 의존도가 높은 마약 범죄인 만큼 수사기관에서는 앞으로의 수사 방향을 두고 고심 중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선 다른 명확한 증거를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피의자 진술에 대부분 의존하던 마약 수사와 재판 진행이 싹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대법원서 피의자가 진술조서를 증거로 거부한 것을 인정하면서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 마약 수사와 재판서 마약 검사와 공범의 진술 외 명확한 증거가 무엇일지 고심하는 눈치다.

자백 반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대구 등에서 필로폰을 정맥주사 또는 음복하는 방법으로 투약하고 지난 2022년 12월 대구 달서구 골목길에 주차된 B씨의 승용차 안에서 현금 15만원을 받고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혐의에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된 것은 B씨가 ‘A씨에게 필로폰을 샀다’는 취지로 자백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A씨의 마약 검사 결과 등이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를 가지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A씨는 재판서 B씨의 조서에 적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재판 당시 “B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적이 없고 B씨가 선처받기 위해 자신으로부터 필로폰을 샀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B씨를 증인을 불렀지만 B씨도 “A씨에게 필로폰을 매수한 적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A씨가 부동의한 B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필로폰 판매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투약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문제가 된 것은 항소심부터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범의 진술 내용 신빙성 등을 인정하며 필로폰 판매 혐의 역시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범 피의자진술조서 거부 이유가…
“지난 4월 리니언시 도입 의미 없어”

2심 재판부는 “조서는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영상 녹화물이나 재판 진술서 내용이 증명되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1986년 대법원 판례의 결론만 답습하는 관련 대법원 판례들은 설득력이 없다”며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진술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형소법 조항은 과거 강압수사 등 자백이 강요됐던 역사적 경험에 따른 것으로 오늘날은 위법수사 가능성이 현격히 낮아져 입법취지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권력형 범죄, 마약류 범죄, 조직범죄, 도박범죄 등 내부인 진술이 없으면 발견이 어려운 범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책무를 포기하면서까지 피고인에게 공범의 진술을 무효화할 권한을 부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각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후 이 사건 각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증거로 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던 바,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쟁점은 형사소송법 312조 1항과 3항이다. 형사소송법 312조 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했다.

3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지난 2022년 1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불거졌던 피의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에서는 진술한 내용이 맞으며 영상 녹화물 등 객관적 방법으로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되면 증거로 활용이 가능했다.

마약 범죄, 공범 진술 의존 높아
“앞으로 단순 투약만 검거될 것”

이번 판결로 수사기관에서는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앞서 지난 4월 대검서 마약 보상금을 대폭 늘리고 리니언시 제도(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도입하면서 공범의 진술 비중을 늘렸지만 이번 판결로 피의자가 해당 진술을 부인하면 별 소용이 없게 됐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검찰 수사관은 “은밀하게 숨어있는 마약 범죄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서 마약 보상금을 늘리고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번 판결로 더 명확한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마약 범죄 같은 경우 운송책 한 명을 잡더라도 상선까지 가려면 진술에 의존해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의자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변호사 입회 하에 대면 조사를 늘리면서 조사 시간 자체도 길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 일선 경찰서의 마약팀장은 “이렇듯 공범의 피의자 진술조서가 거부되면 거래 현장을 잡지 않는 이상 단순 마약투약만 검거될 확률이 높다”며 “투약보다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리고 있는 유통 및 상선을 검거하는 것이 마약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인데 현장 상황을 모르고 내린 판결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수사나 재판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한 진술로 시작하는 수사의 성공성이 높은 만큼 증거 채택 여부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증거 잡아야


반면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람의 진술은 언제나 오류 가능성을 수반하고 있다”며 “특히 마약 사범의 경우 기억이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진술에만 의존하기보다 수사기관이 더 명확한 증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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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간이 갈수록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심판관의 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미 후폭풍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갈등 수준이 임계점까지 치솟으면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운마저 감도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번째 탄핵 심판 사건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최종 변론 이후 14일, 박 전 대통령 때는 11일 만에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은 지난달 25일로 마무리됐다. 벌써 2주 넘게 지난 셈이다. 이전보다 길어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례를 윤 대통령 사건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여권의 주도로 국회서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는 탄핵안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여권이 나서서 탄핵 소추안 통과를 이끌었고 헌재도 인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 판결 직후 직무에 복귀해 임기를 채웠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돼 직을 상실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형사 처분까지 받았다. 사상 초유의 일이 매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당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윤 대통령은 8년 만에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같은 달 14일 통과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탈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가 윤 대통령을 옭아맸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때 역할을 한 군·경찰 관련자들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일부 국무위원은 야권의 탄핵소추에 직무가 정지됐다.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여론의 움직임을 미묘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탄핵소추 전 10% 후반대를 오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고 국민의힘의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힘이 실렸다. 거리로 나온 찬반 집회 여론조사와 다른 양상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들고 나온 ‘부정선거’ 의혹이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쪽은 거리로 나와 세를 과시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집회에 수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응답이 여전히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55.6%,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집계됐다. 국민의 과반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 비율이 탄핵 반대보다 낮았던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층과 중도층, 무당층이 탄핵 찬성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층은 탄핵 반대쪽에 무게감을 더하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다른 양상을 띠는 게 이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전부터 이미 지지율이 급전직하해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IMF 사태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6%보다도 낮은 4%까지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지지율이다. 당시 보수층이 ‘궤멸했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재 보수층은 강하게 결집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한때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설 때도 보수층이 뭉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층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다. 거세지는 반대 여론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이들이 거리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론조사와 달리 탄핵 찬성 집회 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운집하고 있다. 3·1절에 서울 광화문·여의도 등지에 모인 시민은 12만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2만명(경찰 추산)이 모인 같은 날 서울 안국역 등지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와 비교해 6배가량 많은 수다. 문제는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박 전 대통령 때도 헌재의 선고 당일 2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은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직후 불복을 선언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50여차례 들이받았고 이 과정서 대형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60대 남성 1명도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다른 70대 남성 2명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찰력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탄핵 심판 선고 전후로 외부인이 헌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벽으로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선고 당일 종로·중구 일대를 특별범죄 예방 강화구역으로 선포하고 8개 지역으로 나눠 질서 유지와 인파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저항권 폭동 예고?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비해도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통해 예고편을 봤다는 것이다. 지난 1월18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사건이다. 지지자들은 법원의 기물을 파손하고 영장 판사를 찾아다녔다. 법원이 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국민저항권’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다. 저항권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정의된다. 실정법상에 승인된 권리는 아니지만, 서부지법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저항권을 언급하는 등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탄핵 기각을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기소가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즉시항고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자유의 몸이 됐다. 또 재판부서 구속 취소 인용 배경으로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가능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는 물론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와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구치소서 나와 관저로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내려 90도 인사를 하고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모습 등이 탄핵 반대를 외치는 측의 집결을 부추기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로들 “헌재 판결 승복해야” 윤, 최후 변론서도 언급 안 해 실제 지난 9일 대통령 관저 인근서 열린 집회서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은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며 “만약 헌재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칼에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4500명이 모였다. 정치권의 행보가 탄핵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결 이후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야 한다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탄핵소추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가용할 수 있는 투쟁 수단을 총동원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면서 민생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이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서도 헌재의 선고에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에는 여야 정치원로 등이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간담회 직후 발표한 성명문을 통해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져드는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구국의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곧 있게 될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다수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헌재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할 당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도 헌재 판결 이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구상만 밝혔을 뿐이다. 정치권이 부추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불씨를 던진 양쪽 진영의 갈등은 각종 변수를 발판 삼아 장작이 돼 활활 타오르고 있다. 보수, 진보 양측 모두 통합보다는 분열을 자양분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제 갈등 수위는 임계점까지 치솟았다. 헌재의 판결이 폭발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