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없는 ‘마약 마케팅’ 백태

그래도 마약떡볶이, 마약김밥…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지난달부터 ‘마약’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권고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마약 명칭을 사용하는 가게들이 버젓이 남아 있다. 법률 개정안은 단순 권고에 그치고 있어 마땅한 처벌도 불가한 상태다. 외식업계 상인들은 대안 없는 시행에 냉랭한 반응이다. 반면 전문가는 마약 용어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될 경우 경계심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막기 위해 식품·광고에 ‘마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이 개정됐으나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마약류 단어 사용 자제 권고에 나섰지만, 지자체들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어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1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바 있다. 

주의만

일상생활 속에서 마약이라는 용어가 긍정적·친화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을 차단하고 마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영업자 등이 마약 관련 용어를 식품의 표시 및 광고에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은 지난달부터 시행했으며 영업자는 영업소의 간판, 메뉴명, 제품명 등에 마약, 대마, 헤로인, 코카인 등 마약과 관련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급증하는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일상에서도 마약이라는 단어나 표현이 들어간 상호·제품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1년여의 계도기간을 거치고 해당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계도기간을 거쳤음에도 마약 명칭을 사용하는 가게들이 버젓이 남아 있는 데다, 마약 명칭에 대한 업주들의 인식도 무딘 상황이라는 것이다.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마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업체는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았다. 이 같은 상황 속 정부의 법률 개정안은 단순 권고에 그치고 있어 마땅한 처벌도 불가한 상태다. 

그동안 음식점 상호명서 마약이라는 표현은 ‘중독될 만큼 맛있다’ ‘만족감이 크다’는 의미로 마케팅을 위해 식품 이름과 가게 상호에 흔히 사용됐다. 최근에는 음료까지 ‘대마리카노’ ‘대마라테’ 등으로 광고하는 업체가 등장해 마약 마케팅이 더 심화하는 추세였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에 마약 혹은 대마란 단어가 들어간 일반 음식점은 200여개가 넘는다. 

간판서 ‘마약’ 지우기 실효성은?
의무 아닌 권고…지자체마다 달라

일상생활서 흔히 사용하는 배달 앱이나 온라인 지도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 배달 앱 검색창에 마약을 검색해 본 결과 마약떡볶이, 마약국밥, 마약낙곱새, 마약통닭 등 음식 종류와 상관없이 많은 매장이 메뉴의 수식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지도 검색서도 마약을 검색하면 가게 이름과 상세 위치까지 표시돼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법률 개정안은 단순 권고이므로 행정처분을 내리긴 어려웠으며, 현재까지 처벌받은 업체는 없었다. 

또 간판 상호명에 마약 용어를 이미 사용 중인 업체를 대상으로 교체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었지만, 지자체별로 기준이 달라 전액을 지원해 줄지는 미지수였다. 

식약처의 한 관계자는 “마약이라는 용어 자체를 직적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권고기 때문에 행정처분과 같은 강제 조항은 없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사용 중인 간판이나 광고를 바꾸는 경우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자체별 기준에 따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 상인들은 법률 개정안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대안이 가장 큰 문제다. 간판 교체비용에만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메뉴판에만 해당 용어를 썼던 영업자의 경우 단순히 용어를 고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아예 브랜드명부터 바꿔야 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는 게 문제다.

브랜드명을 바꾸면 신생 업체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홍보를 시작해야 하는 데다 간판 및 메뉴판 교체, 배달 대행업체 등록 상호 변경 등 일련의 작업도 뒤따른다. 단일 매장이 아니라 가맹사업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비용 부담도 커진다. 

서울 구로구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부터 시행(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된 것은 알고 있는데, 지금 간판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교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아직은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간판 교체비 1000만원 호가
“누가 하겠냐” 미흡한 지원

실제 서울 중랑구 지역에 한 간판 제작업체에 찾아가 가격을 문의해 본 결과 간판 크기나 디자인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는데, 대략 수백만원서 천만원 이상으로 다양했다. 

지자체별 지원해 주는 비용이 미지수인 가운데 기존 간판을 철거부터 새로 설치하는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업주들의 부담감은 배가 될 수 있다. 

또 경기침체, 고물가로 인한 소비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영업자 입장에선 해당 조치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업계는 고민이 더욱 크다. 개인 매장이라면 지원받아 상호를 바꿀 수 있겠지만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률 개정안이 권고라도 마약 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인지 발달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마약이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될 경우 친숙하게 여겨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성인은 이미 마약의 위험성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만, 청소년이나 어린아이들은 아직 인지 발달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마약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긍정적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크다”며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뇌에 저장돼 위험하다고 판단하기보다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마약류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는 사회적 문제인 만큼 마약에 대한 경계심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표기에 대한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

경찰이 집계한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545명을 검거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7101명) 대비 15% 하락했으나 공급 사범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검거된 마약류 공급 사범은 2725명으로 지난해 검거 인원 2089명 대비 30.4%(636명) 증가했다. 전체 마약류 사범은 지난 2021년 1만626명을 검거한 이후 2022년 1만2387명, 지난해 1만7817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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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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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