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떨게 한 ‘노란 봉투’ 정체

어느 날 배달된 ‘수상한 소포’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울산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신원미상의 노란 소포가 도착했다. 대만서 발송된 이 소포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설 직원 3명이 소포를 뜯자 안에 가득 차 있던 기체가 뿜어져 나왔다. 기체를 들이마신 직원들은 호흡곤란과 마비 증세를 호소했다. 국립과학수사대는 해당 기체를 정밀 검사했지만, 화학물질에 관련한 특이점은 없었다고 보고했다. 

전국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외 우편물이 발송되면서 위험 물질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정체불명 소포’는 중국서 대만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우정 당국은 화물 우편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 선전발 환적용 우편물의 접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만 당국은 의심 우편물들이 중국 선전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대만 부총리 격인 정원찬 행정원 부원장은 “대만 수사 당국이 한국의 소포 사건과 관련해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며 “해당 소포는 중국 선전서 ‘경유 우편’으로 대만에 보내졌고,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발송됐다”고 밝혔다. 이어 “끝까지 추적 조사를 진행해 어떠한 부분을 강화해야 하는지 모든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마약?
아님 폭탄?

경찰청은 정체불명 소포와 관련한 신고 건수가 지난 26일 오후 5시까지 3428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우편물 개봉 후 가스나 독극물 등이 들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피해사례는 없었다. 3428건 중 2265건은 정상 소포로 확인됐다. 전체 신고 건수 중 절반 이상은 오인 신고였던 것이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3021건보다 407건 늘어난 수치다.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서 유해 물질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돼 17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서초우체국과 송파우체국에도 수상한 소포가 확인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충남 천안의 한 가정집에 배송된 국제우편물에서는 가스가 검출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가 된 국제우편물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중화우정)’, 발신지로 ‘PO 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대만 타이베이)’ 등이 적힌 것들이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우편물 안에는 완충제만 들어있거나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과학연구소와 경찰 등이 정밀 분석한 결과 별다른 유해 물질은 없었으며 지금까지 폭발물이나 유해 물질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미확인 국제우편물이 전국 각지서 대거 발견된 만큼 관계 당국은 사실관계 파악에 힘을 쏟고 있다.

소포에는 립밤 같은 물건이 들어 있거나 충전재만 담겨 있는 등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찰청은 “울산서 해외 배송된 노란색 우편물을 개봉한 사람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사건 이후 전국서 해외 우편물 배송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우편물을 수취하신 분은 우편물을 개봉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체불명 소포에 관한 우려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제주서 해외 우편물을 받았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돼 화학물질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신종 마약 성분인 LSD가 검출됐다. LSD는 환각 효과가 필로폰의 수백배에 달하는 합성마약이다.

시키지 않았는데 불쑥 외국서 발송
개봉 전 의심부터…육안 구별 불가

사건 당시 50대 남성은 탄저균 테러 소포를 연상시키는 우편물이 배달됐다며 제주시 조천읍 함덕파출소에 신고했다. 해외서 발송한 우편물에는 은박지에 스티커와 소크라테스 명언이 영어로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화학물질 검사 결과 스티커서 LSD가 검출됐다.


탄저균 테러 소포 사건은 2001년 미국서 처음 벌어졌다. 미 상원의원 및 언론 매체 관계자들에게 탄저균이 묻은 우편물이 배달돼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감염됐다. 일부 소포의 발신지는 2020년 7월 미국서 발생한 정체불명 씨앗 사건 당시 발신지와 같다고 전해진다. 해당 문구는 실제 발신자 주소가 아니라 대만 우체국 사서함 번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미국서 흙이나 씨앗 등이 담긴 중국발 정체불명 우편물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이 크게 갈등을 빚는 시기인 데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와 겹쳐 생화학 테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당국은 씨앗을 검사한 결과 겨자 등 일반 씨앗인 것으로 밝혀져 ‘브러싱 스캠’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브러싱 스캠은 온라인 거래 사기 수법 중 하나로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하고 수신자로 가장해 상품 리뷰를 올려 온라인서 판매실적을 부풀리는 행위를 말한다.

당시 미 농무부 관계자는 “정체불명 씨앗 소포들이 브러싱 스캠 수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며 “그러나 여전히 위험할 수 있어 씨앗을 받으면 즉시 신고하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브러싱 스캠이 이어지면서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화학 테러
위험물 공포

경찰은 이번 대규모 정체불명 소포 사건을 두고 브러싱 스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통상 알리바바나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입점한 중국 업체가 판매실적을 높이려고 가짜 고객을 동원하는 수법이다. 가짜 고객들은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온라인서 무작위로 이름과 주소를 찾아 주문을 넣는다.

주문 이후 실제 물건보다 값이 저렴한 씨앗이나 가벼운 물건 등을 보낸다. 아울러 배송이 완료되면 가짜 고객이 업체에 후기를 좋게 써주는 방식이다.

알리바바 등 중국 내 유력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브러싱을 막기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 당국까지 나서 브러싱 업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경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위법 행위는 여전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브러싱 스캠이 금전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개인정보가 악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주문하지 않은 중국발 소포를 받을 경우 전자상거래에 쓰는 비밀번호를 변경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뉴욕 소비자보호부(DCP)서도 “(사기꾼들이)불법으로 당신의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번 정체불명 소포는 대만을 단순 경유한 우편물로 발신자 추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송 기록이 남지 않는 ‘통상 우편’을 사용해 발신자 추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만의 우정 당국인 중화우정은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화물을 영내에 반입하지 않고 X선 검사 등 간단한 안전 검사만 거쳐 제3국으로 발송하는 화전우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경유 항공편이 많고 항공권 가격도 저렴해 이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송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 등 해외 배송이 많은 중국발 물류가 주 고객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연합보> 보도에 따르면 과거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한국과 일본 등에 제품을 자체 배송할 경우 평균 7일 정도 소요됐으나 대만의 화전우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배송 시간을 3~5일로 단축했다.

우리나라 우정 당국도 대만의 화전우처럼 국가 간 중개 환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브러싱 스캠에 악용될 소지는 없다. 우리나라를 거쳐 제3국으로 발송되는 우편 환적 서비스는 화전우 시스템과 달리 추적 조회가 가능한 EMS와 ‘K-패킷’ 두 종류로 구성돼있다. 

우편 탐지
전국 6곳뿐

해외 우편물의 검사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마약 탐지 장비는 보유하고 있지만 화학·방사성 물질 탐지기는 보유하지 않은 실정이다.  

우편물에 든 내용물의 위해성 여부를 배송 전에 확인하는 절차는 관세청이 공항·항구 등에서 통관하면서 1차적으로 담당한다. 이후 배송 단계로 넘어오면 우정사업본부가 국제우편물류센터와 전국 주요 우체국, 우편집중국서 폭발물이나 유해 물질 포함 여부를 탐지한다.

우정사업본부 당국이 대규모의 브러싱 스캠 의심 우편물 접수 사태를 파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정사업본부와 관세청이 지난 5월 ‘마약 등 불법 물품 반입 차단과 국제우편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밀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마약 반입 차단을 위해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조치다.

이번 대규모 정체불명 소포 신고가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두고 마약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밀수 적발 건수는 2020년 292건서 2022년 461건으로 증가했다. 적발된 마약의 양은 38.2㎏서 361.2㎏으로 9.5배 늘었다.

배송 전 국제우편물에 대한 화학·방사성 탐지를 맡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인천 영종도 소재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검사를 위한 별도의 독립된 전용 장소인 ‘국제우편 세관검사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브러싱 스캠, 바이오 테러 변질 가능성
“해외 우편물 검사시스템 강화” 지적도 

올해 하반기 내로 라만분광기와 이온스캐너 등 고성능 마약 탐지 장비 도입을 확대하고, ‘마약 분석 포렌식센터’를 인천국제공항에 구축한다. 라만분광기는 레이저를 이용해 최대 1만2000종의 물질을 실시간으로 화학반응을 분석·판별할 수 있는 장비다. 

우정당국은 ‘우편물 사전정보’ 등 국제우편물에 대한 정보공유를 확대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단속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편물 사전정보란 ‘만국우편협약’에 따라 세관신고 등을 위해 우편물을 보내는 국가가 받는 국가에 해당 우편물이 도착하기 전에 제공하는 우편물 정보를 말한다.

국제우편 세관검사장이 신축되면서 국제우편을 통한 생화학 테러 위험과 마약 밀반입 차단을 위한 단속체계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반입 등 불법 반입물 차단에 관세청과 함께 노력하겠다”면서 “관세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국민이 불편함 없이 우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태식 관세청장도 “국제우편물의 국내 반입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마약범죄가 늘면서 일차적으로 공항이나 항구서 고성능 마약 탐지 장비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유해 물질이나 폭발물 포함 여부도 탐지가 가능하게 된다. 아직 화학 및 방사능 물질 탐지기가 갖춰진 우편시설은 국제우편물류센터 등 전국 6곳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우편물을 이용한 탄저균 테러로 5명이 숨진 후 편지·소포 등에 대한 대응 요령이 정비돼있다. 중국도 2019년 브러싱 스캠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마련했을 정도로 해당 수법이 이미 퍼져 있는 상황이다.

의심 물건
대응 요령

미 우편공사 검사국은 내용물이 의심되는 소포를 받았을 때 접촉했을 경우 온수와 비누로 손을 세척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우편물을 즉시 격리하고 대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브러싱 스캠 의심 건이 발생하면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해당 온라인 쇼핑몰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업체에 즉시 연락하라고 권고한다. 미국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브러싱 스캠 대처 방법을 소개하고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주문하지 않은 택배를 받으면 향후 분쟁 소지를 막기 위해 미개봉 상태로 두거나 버리지 않는 게 좋다”며 “발신자가 명확할 경우 해당 업체에 알리는 등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외 개인정보 유출이 의심될 경우 의심되는 사이트의 정보를 수집해 한국인터넷진흥원 118에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ojh34522@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떠오르는 ‘탄저균 소포’ 악몽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미국에서는 탄저균을 이용한 소포 테러가 발생했다.

이 테러로 모두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당시 하얀 가루가 들어 있는 소포는 미국 방송사들과 의회로 발송됐다.

소포를 개봉한 사람들은 탄저병에 걸렸는데, 하얀 가루에는 탄저균이 섞여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와 언론들은 9·11 테러 직후 벌어진 사건 배경을 지적했다.

탄저균 테러의 배후로 세계적인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이끈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정부의 생물방어 집단서 일하는 고위 과학자인 세균 전문가 브루스 아이빈스가 저지른 것으로 봤다.

사건을 수사받던 아이빈스는 기소를 앞두고 자살을 택했다.

사건의 진상이 정확히 밝혀지기도 전에 수사는 일단락됐다. 

당시 전 세계는 탄저균 테러에 대한 공포감에 소포를 확인할 때마다 불안에 떨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우편 테러가 발생한 적은 없으나 대규모 정체불명 소포로 불안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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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