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강남 마약 음료 사건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30 12:52:47
  • 호수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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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학원가 ‘발칵’ 우두머리 검거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사실상 테러 사건으로 해석됐던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 총책이 해외서 검거됐다. 지난해 4월 범죄조직 일당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서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이 섞인 음료수를 건넸다. 해당 음료에 섞은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엑스터시의 출처가 중국 마약 총책이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것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필로폰 등 마약 공급 총책이 지난 16일 캄보디아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주도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마약 퇴치를 위한 공조 협력체, INTAC의 역할이 컸다. 국제적 범죄인 만큼, 다국적 수사망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학생 상대 
마약 테러

중국인 총책 A씨는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은신하다 덜미가 잡혔다. 사정당국은 A씨의 국내 송환을 시도했으나, 캄보디아법에 의거, 현지서 처벌받게 됐다.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배후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마약 유통경로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4월3일 오후 6시경 범죄조직원들은 ‘메가 ADHD’라고 적힌 음료를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라고 소개하며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건넸다. 간 큰 조직원들은 마약 섞인 음료수를 마신 학생들에게 재구매 의사가 있는지, 부모의 연락처 등을 조사했다.

이렇게 알아낸 학부모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자식이 마약을 했으며 이를 경찰에 신고하겠다. 싫다면 돈을 내놔라”고 협박 전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의 부모들은 협박에 응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고,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구토, 어지러움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1병을 모두 마신 한 학생은 일주일 동안 등교가 어려울 정도로 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걸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1병에 필로폰 3회 분량(통상 1회 투약분 약 0.03g)이 들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의 몸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피해자는 약 9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이 입수한 마약 음료는 약 100병이었으며, 미개봉 상태로 수거한 36병과 범죄에 연루된 아르바이트생들이 폐기 처분한 게 44병 정도로 알려졌다.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약 성분이 든 사실을 모른 채 마신 2병과 시중에 유포된 것은 18병 정도다.

사건 초기에 피해자들이 마신 것으로 파악된 것은 7병이다. 음료를 건네받은 사람 기준으로 최소 11명의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존재하는 셈이다.

마약사범으로 몰릴까 두려워 나서지 못했던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서 신고했지만, 일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마약사건에 연루됐다”는 부정적 인식을 우려해 피해 진술을 꺼린 이들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보이스피싱+마약에 학부모 협박
국제적 범죄조직 일망타진 조준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경우, 마약인 줄 모르고 마셨으므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종 확정된 피해자 수는 19명이며 이 중 미성년자는 13명, 학부모는 6명이다. 사건을 기획한 이들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반년 전부터 범행을 구상해 역할을 나누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번에 체포된 중국 마약 총책을 검거하는 데 1년 이상 걸렸다.

앞서 사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들 추적에 나섰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당시 여성 1명을 검거했고, 나머지 남성 1명은 자수했다고 밝혔다. 먼저 잡힌 이들을 통해 나머지 공범 2명이 더 있다고 알게 된 경찰은 “이들 4명은 2명씩 두 개의 조로 나뉘어 움직였다”고 밝혔다.

음료를 나눠준 이들 중 1명은 경찰 진술서 “마약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며 자신은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이고, 학부모를 협박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마약을 유포한 적이 전혀 없고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잡았느냐”며 범행을 부인했다.

지난해 4월6일 오전 또 다른 마약사범 중 한 명은 경찰서에 찾아와서 자수했다. 또 다른 자수자는 “마약인 줄 몰랐으며 인터넷의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 뿐”이라고 진술했으며, 시음 음료는 택배로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자정 가까운 시간에 마지막 용의자가 검거됐다.

그러나 현장서 마약 음료를 나눠준 용의자 4명은 모두 말단에 불과했다. 대부분 인터넷 구인광고를 통해 고용된 비핵심 조직원이었던 것이다. 마약을 제조하고 이들에게 보내고, 협박하는 등의 범죄를 기획한 총책은 모두 따로 있었다.

결국 과거 현금 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1명을 제외한 3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서···
간 큰 조직

다음 날인 7일, 서서히 몸통이 드러났다. 총책의 지시를 받고 강원도 원주서 마약 음료를 제조한 혐의로 길모씨가 검거됐다. 길씨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중국서 건너온 빈 병에 담아 서울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달했다.

원주서 제조된 마약 음료는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통해 서울로 운반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학부모 등에게 걸려온 협박 전화를 누가 걸었는지 역추적했다. 이 과정서 중국서 걸려 온 인터넷 전화를 발신번호 변조 및 중계기를 이용해 한국 번호로 바꿔준 김모씨도 붙잡혔다.


피해 학부모의 진술에 의하면 협박범의 전화 속 말투는 조선족의 말투였다. 빈 병의 공급처와 협박 전화 발신지 모두 중국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 등이 이 범행을 꾸민 것으로 봤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출입국당국에 입국 시 통보를, 중국 공안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화번호를 변작해 주는 전문가였다. 김씨를 검거하는 과정서 노트북 6대, USB 모뎀 96개, 휴대전화 유심 368개를 압수했다. 모뎀 사용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전체 피해 금액 1억원가량의 보이스피싱 14건에 연루돼있었다. 

김씨는 전화번호 1개를 변작해 주는 대가로 1만원씩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여러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약 2000만원을 받아 절반가량을 장비 구입에 쓴 것으로 봤다. 지난해 4월10일에는 마약 음료를 제조하고 전달한 2명의 20대, 30대 한국 남성이 구속됐다.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을 통해 총책을 추적했다. 

추적 끝에 길씨에게 마약 음료 제조를 지시한 20대 이모씨와 현지서 범행에 가담한 중국 국적 30대 박모씨가 윗선으로 특정됐다. 특히, 이씨는 한국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전력이 있으며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2022년 말부터 범행을 구상해 역할을 나누고 계획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중국으로 건너간 2022년 10월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계획이 시작됐으며,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으로 지목됐다.


동창 가담
중형 집행

앞서 이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다고 주변에 알리고 2022년 10월17일 출국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씨는 이씨의 중학교 동창으로 드러났다. 판촉물 등을 한국으로 배송하는 데 가담한 박씨, 중계기 업자 김씨도 이씨가 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 등이 범행을 꾸민 장소를 특정해 추적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있는 이씨와 박씨를 한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수사 발달로 수입이 줄자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기획한 것으로 경찰은 봤다.

해당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길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영리 목적 미성년자 필로폰 투약, 미성년자 필로폰 투약에 의한 특수상해, 보이스피싱 범죄단체가입 활동,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 박씨, 이씨 모두 공범으로 함께 기소했다. 길씨는 지난해 10월 1심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공범 3명에게도 징역 7~10년이 선고됐다. 이어 지난해 5월22일 중국에 체류 중이던 이씨는 현지 공안에 의해 지린성 내 은신처서 검거돼 지난해 12월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김연실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지난 1월24일 이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후 국정원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핵심 주범인 공급책 A씨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수개월째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월 여행 가방에 필로폰 4㎏을 숨겨 캄보디아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던 중국인 E씨를 적발해 배후 추적에 나섰다. 포착된 공급책이 주범인 A씨였다. 그는 사건 이후에도 법망을 피해 캄보디아서 한국으로 필로폰을 여전히 공급해오고 있었다.

국정원 주도···다국적 수사망 발동
‘미드’ 보고 흉내, 중국 총책 특정

국정원은 검찰(대검 마약과)·경찰(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수사과)·캄보디아 경찰과 A씨 검거를 위한 공조에 착수했다. 이 과정서 아태 지역 5개국과 마약범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 주도로 지난 2월 출범한 ‘아시아 마약정보협력체(INTAC)’의 역할이 컸다.

국정원은 INTAC을 통해 캄보디아 경찰에 A씨 전담 추적팀 편성을 이끌어냈다. 해외 정보망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A씨의 은신처, 주변 탐색 등을 통해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그러던 중 지난 달, 국정원은 현지 정보망을 통해 A씨 소재 관련 결정적 단서를 입수·분석하고 캄보디아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다.

현지 경찰은 제공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잠복수사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 16일 프놈펜 중심가 빌라에 은신해 있던 A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A씨 은신처에서는 2만3000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700여g이 발견됐다. 푸른색으로 인공착색된 신종 필로폰도 대량 포함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남미 조직이 코카인에 고유 문양을 새기는 점 ▲청색 필로폰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등에서 영감을 얻어, 본인만의 푸른색 필로폰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중국과 한국에 해당 견본품을 공급해 시장 반응을 타진했으며, 중국보다 반응이 좋은 한국에 대량 공급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A씨를 검거하지 못했다면 대량의 마약이 밀반입돼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과 같은 신종 범죄에 쓰였을 것”이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국제범죄조직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송환 여부 가능성에 대해선 “캄보디아 현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에서는 마약 범죄자에게 사형을 집행하지는 않지만, 80g이 넘는 불법 마약류를 취급하다 적발될 시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한편, 최근 동남아를 통해 한국으로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서 필로폰 1.75㎏을 국내로 밀반입한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해 6~8월 생리대에 필로폰을 은닉해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으며,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등 혐의를 적용해 총책을 비롯한 9명을 구속했다.

신종 수법
억울한 알바

마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동남아 일부 국가서도 과거와 달리 엄격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헤로인 600g 이상 또는 필로폰 2.5㎏ 이상을 소지하거나 밀반입하다가 적발되면 사형에 처한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마약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최소 189명에 이른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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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