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강남 마약 음료 사건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30 12:52:47
  • 호수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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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학원가 ‘발칵’ 우두머리 검거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사실상 테러 사건으로 해석됐던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 총책이 해외서 검거됐다. 지난해 4월 범죄조직 일당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서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이 섞인 음료수를 건넸다. 해당 음료에 섞은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엑스터시의 출처가 중국 마약 총책이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것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필로폰 등 마약 공급 총책이 지난 16일 캄보디아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주도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마약 퇴치를 위한 공조 협력체, INTAC의 역할이 컸다. 국제적 범죄인 만큼, 다국적 수사망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학생 상대 
마약 테러

중국인 총책 A씨는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은신하다 덜미가 잡혔다. 사정당국은 A씨의 국내 송환을 시도했으나, 캄보디아법에 의거, 현지서 처벌받게 됐다.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배후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마약 유통경로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4월3일 오후 6시경 범죄조직원들은 ‘메가 ADHD’라고 적힌 음료를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라고 소개하며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건넸다. 간 큰 조직원들은 마약 섞인 음료수를 마신 학생들에게 재구매 의사가 있는지, 부모의 연락처 등을 조사했다.

이렇게 알아낸 학부모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자식이 마약을 했으며 이를 경찰에 신고하겠다. 싫다면 돈을 내놔라”고 협박 전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의 부모들은 협박에 응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고,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구토, 어지러움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1병을 모두 마신 한 학생은 일주일 동안 등교가 어려울 정도로 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걸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1병에 필로폰 3회 분량(통상 1회 투약분 약 0.03g)이 들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의 몸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피해자는 약 9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이 입수한 마약 음료는 약 100병이었으며, 미개봉 상태로 수거한 36병과 범죄에 연루된 아르바이트생들이 폐기 처분한 게 44병 정도로 알려졌다.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약 성분이 든 사실을 모른 채 마신 2병과 시중에 유포된 것은 18병 정도다.

사건 초기에 피해자들이 마신 것으로 파악된 것은 7병이다. 음료를 건네받은 사람 기준으로 최소 11명의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존재하는 셈이다.

마약사범으로 몰릴까 두려워 나서지 못했던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서 신고했지만, 일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마약사건에 연루됐다”는 부정적 인식을 우려해 피해 진술을 꺼린 이들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보이스피싱+마약에 학부모 협박
국제적 범죄조직 일망타진 조준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경우, 마약인 줄 모르고 마셨으므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종 확정된 피해자 수는 19명이며 이 중 미성년자는 13명, 학부모는 6명이다. 사건을 기획한 이들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반년 전부터 범행을 구상해 역할을 나누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번에 체포된 중국 마약 총책을 검거하는 데 1년 이상 걸렸다.

앞서 사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들 추적에 나섰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당시 여성 1명을 검거했고, 나머지 남성 1명은 자수했다고 밝혔다. 먼저 잡힌 이들을 통해 나머지 공범 2명이 더 있다고 알게 된 경찰은 “이들 4명은 2명씩 두 개의 조로 나뉘어 움직였다”고 밝혔다.

음료를 나눠준 이들 중 1명은 경찰 진술서 “마약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며 자신은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이고, 학부모를 협박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마약을 유포한 적이 전혀 없고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잡았느냐”며 범행을 부인했다.

지난해 4월6일 오전 또 다른 마약사범 중 한 명은 경찰서에 찾아와서 자수했다. 또 다른 자수자는 “마약인 줄 몰랐으며 인터넷의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 뿐”이라고 진술했으며, 시음 음료는 택배로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자정 가까운 시간에 마지막 용의자가 검거됐다.

그러나 현장서 마약 음료를 나눠준 용의자 4명은 모두 말단에 불과했다. 대부분 인터넷 구인광고를 통해 고용된 비핵심 조직원이었던 것이다. 마약을 제조하고 이들에게 보내고, 협박하는 등의 범죄를 기획한 총책은 모두 따로 있었다.

결국 과거 현금 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1명을 제외한 3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서···
간 큰 조직

다음 날인 7일, 서서히 몸통이 드러났다. 총책의 지시를 받고 강원도 원주서 마약 음료를 제조한 혐의로 길모씨가 검거됐다. 길씨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중국서 건너온 빈 병에 담아 서울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달했다.

원주서 제조된 마약 음료는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통해 서울로 운반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학부모 등에게 걸려온 협박 전화를 누가 걸었는지 역추적했다. 이 과정서 중국서 걸려 온 인터넷 전화를 발신번호 변조 및 중계기를 이용해 한국 번호로 바꿔준 김모씨도 붙잡혔다.


피해 학부모의 진술에 의하면 협박범의 전화 속 말투는 조선족의 말투였다. 빈 병의 공급처와 협박 전화 발신지 모두 중국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 등이 이 범행을 꾸민 것으로 봤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출입국당국에 입국 시 통보를, 중국 공안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화번호를 변작해 주는 전문가였다. 김씨를 검거하는 과정서 노트북 6대, USB 모뎀 96개, 휴대전화 유심 368개를 압수했다. 모뎀 사용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전체 피해 금액 1억원가량의 보이스피싱 14건에 연루돼있었다. 

김씨는 전화번호 1개를 변작해 주는 대가로 1만원씩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여러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약 2000만원을 받아 절반가량을 장비 구입에 쓴 것으로 봤다. 지난해 4월10일에는 마약 음료를 제조하고 전달한 2명의 20대, 30대 한국 남성이 구속됐다.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을 통해 총책을 추적했다. 

추적 끝에 길씨에게 마약 음료 제조를 지시한 20대 이모씨와 현지서 범행에 가담한 중국 국적 30대 박모씨가 윗선으로 특정됐다. 특히, 이씨는 한국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전력이 있으며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2022년 말부터 범행을 구상해 역할을 나누고 계획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중국으로 건너간 2022년 10월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계획이 시작됐으며,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으로 지목됐다.


동창 가담
중형 집행

앞서 이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다고 주변에 알리고 2022년 10월17일 출국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씨는 이씨의 중학교 동창으로 드러났다. 판촉물 등을 한국으로 배송하는 데 가담한 박씨, 중계기 업자 김씨도 이씨가 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 등이 범행을 꾸민 장소를 특정해 추적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있는 이씨와 박씨를 한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수사 발달로 수입이 줄자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기획한 것으로 경찰은 봤다.

해당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길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영리 목적 미성년자 필로폰 투약, 미성년자 필로폰 투약에 의한 특수상해, 보이스피싱 범죄단체가입 활동,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 박씨, 이씨 모두 공범으로 함께 기소했다. 길씨는 지난해 10월 1심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공범 3명에게도 징역 7~10년이 선고됐다. 이어 지난해 5월22일 중국에 체류 중이던 이씨는 현지 공안에 의해 지린성 내 은신처서 검거돼 지난해 12월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김연실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지난 1월24일 이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후 국정원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핵심 주범인 공급책 A씨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수개월째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월 여행 가방에 필로폰 4㎏을 숨겨 캄보디아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던 중국인 E씨를 적발해 배후 추적에 나섰다. 포착된 공급책이 주범인 A씨였다. 그는 사건 이후에도 법망을 피해 캄보디아서 한국으로 필로폰을 여전히 공급해오고 있었다.

국정원 주도···다국적 수사망 발동
‘미드’ 보고 흉내, 중국 총책 특정

국정원은 검찰(대검 마약과)·경찰(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수사과)·캄보디아 경찰과 A씨 검거를 위한 공조에 착수했다. 이 과정서 아태 지역 5개국과 마약범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 주도로 지난 2월 출범한 ‘아시아 마약정보협력체(INTAC)’의 역할이 컸다.

국정원은 INTAC을 통해 캄보디아 경찰에 A씨 전담 추적팀 편성을 이끌어냈다. 해외 정보망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A씨의 은신처, 주변 탐색 등을 통해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그러던 중 지난 달, 국정원은 현지 정보망을 통해 A씨 소재 관련 결정적 단서를 입수·분석하고 캄보디아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다.

현지 경찰은 제공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잠복수사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 16일 프놈펜 중심가 빌라에 은신해 있던 A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A씨 은신처에서는 2만3000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700여g이 발견됐다. 푸른색으로 인공착색된 신종 필로폰도 대량 포함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남미 조직이 코카인에 고유 문양을 새기는 점 ▲청색 필로폰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등에서 영감을 얻어, 본인만의 푸른색 필로폰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중국과 한국에 해당 견본품을 공급해 시장 반응을 타진했으며, 중국보다 반응이 좋은 한국에 대량 공급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A씨를 검거하지 못했다면 대량의 마약이 밀반입돼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과 같은 신종 범죄에 쓰였을 것”이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국제범죄조직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송환 여부 가능성에 대해선 “캄보디아 현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에서는 마약 범죄자에게 사형을 집행하지는 않지만, 80g이 넘는 불법 마약류를 취급하다 적발될 시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한편, 최근 동남아를 통해 한국으로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서 필로폰 1.75㎏을 국내로 밀반입한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해 6~8월 생리대에 필로폰을 은닉해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으며,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등 혐의를 적용해 총책을 비롯한 9명을 구속했다.

신종 수법
억울한 알바

마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동남아 일부 국가서도 과거와 달리 엄격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헤로인 600g 이상 또는 필로폰 2.5㎏ 이상을 소지하거나 밀반입하다가 적발되면 사형에 처한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마약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최소 189명에 이른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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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