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서울달’ 뭐기에…

가스기구에 열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여의도공원에 설치한 비행기구 ‘서울달’ 사업이 여의도 주민들과의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일부 주민은 시민의 휴식처와 자연 공간을 훼손하면서 설치된 만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서울달 운영 장소를 여의도공원으로 선택한 이유와 녹지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들은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가 여의도공원 130m 상공에 띄우는 계류식 가스기구 ‘서울달’을 두고 일부 여의도 주민과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여의도 주민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사업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여의도공원의 녹지 훼손과 서울달 설치에 대한 정보 공유 누락, 도심 속 계류식 가스기구의 안전성 문제 등이 지적됐다. 

전시행정

여의도에 거주 중인 커뮤니티 일부 회원들은 여의도공원에 열기구 설치에 따른 유원지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시민들이 조용히 산책하고 아이들과 소풍 나가는 공원 녹지에 매일 밤 10시까지 운행하는 상업용 열기구가 설치되면, 서울시의 계획대로 여의도공원은 유원지화가 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30년 동안 잘 자란 나무들이 자리 잡은 여의도공원의 주 이용객인 주민과 인근 직장인에겐 설명회 한 번 없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형 열기구를 설치하려는 서울시 전시행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여의도공원 서울달 설치에 대해 지난 5월28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9일 동안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응답자 654명 중 반대 630명(96.3%), 찬성 24명(3.7%)으로 압도적 반대로 나왔다.


이에 일부 주민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구 의원실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면서 서울달 관련 현황 파악을 문의했고, 서울시에는 민원 제기와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로부터 부실한 답변을 받았다며 주민들은 반발했다. 주민들은 녹지인 여의도공원이 적합지로 결정된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주민센터나 소식지서도 아무런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여의도공원은 인근에 산업은행 어린이집이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돼 안전성을 확보할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 체험시설인 헬륨 기구 ‘플라잉수원’ 사고를 근거로 들었다. 

녹지서 유원지화로 만들어
서울시, 사업 보고 못 받아

플라잉수원은 지난 2016년 12월 촬영용 드론이 날아와 부딪히면서 표면이 1m가량 찢어져 갑작스럽게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플라잉수원은 서울달과 같은 프랑스 업체로 ‘에어로필 사스’가 만든 ‘에어로30엔진’ 기종이다. 

또 여의도공원 녹지 나무들에 대한 보존 대책으로 이동 장소에 대한 협의 없이 불법으로 공사를 강행했다며 다른 곳으로 옮긴 나무들의 행방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서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서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서 추진 중인 ‘서울달 사업’의 재검토와 공개 안전성 검증, 주민 대상 설명회 등의 개최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영등포구의회·민주당 서울시당 공동 긴급 간담회를 열고 “해당 사업은 설치·운영과 관련한 안전성의 문제, 여의도공원의 녹지 훼손, 사업 진행 과정서 구의회 및 주민 소통 부재의 문제, 과도한 예산, 운영 및 안전지침, 보험 등 사고 예방 및 사고 이후 처리 지침 부재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 담당 부서에서는 유관부서 및 기관, 관할 지자체 등 8개 부서에 의견 조회를 보냈고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사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지만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영등포구의회 구의원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사전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간담회서 서울시와 구의회 차원서의 대응 방안과 현재 상황서의 여러 문제점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 속에서 일부 여의도 주민들의 반발과 김 의원의 재검토 요구에도 서울달 사업은 이미 삽을 뜨고 난 뒤였다. 

주민과 마찰 언제까지?
“정보공개 후 의견수렴”

각종 우려 속에서 진행된 서울달 사업은 현재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여의도 주민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가 김 의원실 보좌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로부터 서울달 사업에 대한 보고는 받은 적이 없으며 추후에 직접 확인했다. 또 “현재 일부 주민들과의 마찰은 ‘있다, 없다’로 말하기보다는 여전히 존재하는 부분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안에서 비행 가능한 곳이 별로 없어 비행이 가능한 장소들을 최대한 검토했고 사업지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안전한 기준을 제일 많이 판단했다”며 “시민들의 접근성과 사업성 등 여러 방면서 검토를 통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의도 주민들의 정보공개 누락에 대해서는 “서울시 홈페이지 상에 여의도 근린공원 조성계획 결정을 위한 열람 공고 계획을 올려 지난해 9월26일부터 14일간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에 대한 질문에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한 대처 프로세스는 있다”며 “서울달은 다중 격실 구조라서 한 군데가 찢어졌다고 해서 바람이 한 번에 빠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사업 부지 내 기존 수목(관목 13주, 교목 약 200주)에 관련해서는 “서울달 인근 부지에 전량 이식했으며, 매력정원(가든)을 새롭게 조성해 추가로 수목을 더 심어 결과적으로는 더욱 풍성해졌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반대


서울달은 서울을 찾는 관광객을 늘릴 목적으로 32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면과 케이블로 연결된 계류식 열기구로 최대 130미터 상공까지 올라가 15분 정도 하늘 위에서 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1회당 최대 30명까지 탑승 가능하며 정기 시설점검을 진행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지난 6일부터 8월22일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거쳐 8월23일부터 정식 운영된다. 정식 개장 이후 탑승 요금은 성인(만 19~64세) 2만5000원, 미성년자(36개월~만 18세) 2만원이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는 30%, 20인 이상 단체 또는 기후동행카드 소지자는 각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yuncastl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