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 투약’ 모델 엄상미가 말하지 못한 그날의 고백

“텔레그램 마약왕 ‘바티칸’ 한 명 더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강남 바닥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하나·바티칸 마약 사건’의 핵심 인물이 최근 출소했다. <맥심> 모델 출신인 엄상미씨다. 엄씨는 2021년 2월 <일요시사>와 처음 만났다. 당시 마약 투약 의혹을 부인하면서 기자를 속였다. 지난 4일, 그는 과거의 일을 후회한다며 강남의 한 카페서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보자의 극단적 선택과 바티칸 킹덤 이모씨, 조선족 의혹 등 3년 전 사건의 내막에 대해 들어봤다.

엄상미씨는 ‘황하나·바티칸 킹덤 마약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달 출소했다. 사건은 3년 전인 2020년 12월 발생했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남편인 오모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처음 부인하다…
억울한 감옥살이?

엄씨는 이들과 같이 마약을 투약한 또 다른 <맥심> 모델 박모씨와 수도권 마약 공급 총책 바티칸 킹덤 이모씨(이하 바티칸), 현재는 중태에 빠진 남모씨와 친분을 이어왔다. 엄씨가 처음부터 마약의 늪에 빠진 건 아니었다. 지인인 남씨를 통해 바티칸을 알게 되면서 마약 투약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바티칸과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투약하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엄씨는 “남씨는 나에게 바티칸이 자신의 사업 투자자이면서 돈이 상당히 많은 형님이라고 소개했다. 남씨와 바티칸이 먼저 권유한 적도 있고 호기심에 내가 먼저 마약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엄씨는 2020년 10월2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R 호텔에서 박씨와 남씨, 바티칸과 같이 있었다. 바티칸은 이날 필로폰을 투약했고, 엄씨는 케타민을, 남씨는 허브(대마의 일종)를 흡입했다.

같은 달 27일 이들은 S 호텔에 있었다. 엄씨는 바티칸에게 “케타민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은 바티칸이 경찰에 체포된 날이기도 하다. 바티칸은 이날 케타민 1g을 14만원, MDMA 1정을 5만원에 구매했다. 대금은 추후 마약류를 판매한 후 지급하기로 하고, 동업자로부터 마약류가 보관된 장소(일명 ‘좌표’)를 텔레그램으로 전송받았다.

바티칸은 이날 오전 3시28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세탁소 1층에서 A씨가 숨겨둔 케타민 970g 및 MDMA 970정을 수거했다. 총 1억8430만원 상당하는 마약류를 매수한 것이다. 또 그는 같은 날 새벽 5시경 필로폰 불상량을 투약하기도 했다.

해당 장소에는 필로폰 0.2㎖이 들어 있는 1회용 주사기, 필로폰 5.02g이 들어있는 유리병, 케타민 0.3g이 들어 있는 비닐팩, 향정신성의약품인 합성대마(JWH-018 및 그 유사체) 1㎖이 들어 있는 카트리지 등이 있었다.

케타민은 환각 증상을 유발하는 해리성 마취제다. 정맥 또는 근육으로 투여되는 진통 효과가 있는 전신마취제의 일종으로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서 케타민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나목 및 다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따라서 케타민을 개인이 불법적으로 투약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남씨는 2020년 12월 중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가 2021년 2월 깨어났으나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엄씨는 기자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서 만났다. 엄씨는 당시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같이 투약한 인물이 여럿이고 어느 장소에서 투약한 이후 경찰 조사를 받았던 사실도 확인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마약을 투약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엄씨의 마약 투약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엄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3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케타민 투약 혐의로 징역 8월 출소
“범죄 감추기 급급…반성하며 살 것”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거지서 발견된 케타민 및 투약 도구와 케타민 가루들이 묻어 있는 비닐봉지들을 보면 피고인이 상습적으로 케타민을 투약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음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서까지 범행을 부인했다”며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엄씨를 법정 구속했다. 엄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엄씨는 “범죄를 감추기에 급급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반성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 정말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엄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같이 검찰에 송치됐던 박씨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박씨는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이 마약범의 진술에만 의존해 국내 형사법에 도입되지 않은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적용했다는 게 엄씨의 주장이다.

검찰은 마약 수사 과정에서 ‘축소 기소’나 ‘불기소’라는 조건을 걸고 마약범에게서 타 마약범을 불도록 하기도 한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게닝은 검찰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과거 기자와의 연락에서 마약 혐의를 부인한 것과는 다르게 엄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엄씨와는 달리 박씨는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권하고 요구
끊지 못한 악연

‘황하나·바티칸 킹덤 마약 사건’에는 석연치 않은 일이 많았다. 바티칸이 남씨를 살해하려 한 일과 황씨 남편인 오모씨와 핵심 제보자의 극단적 선택 등이다. 바티칸이 남씨를 협박한 이유는 마약 때문이라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바티칸의 한 편지에도 해당 내용이 나와 있다. 바티칸은 A씨에게 “텔레그램에서 마약은 필로폰 1g에 76만원에 팔린다. 마약을 팔면서 현금 1억원과 사놓은 케타민 2kg 엑스터시 2000정을 남씨가 전부 훔쳐 갔다”고 했다.

엄씨는 “경기도에 위치한 한 주차장에서 바티칸이 화를 내면서 남씨를 죽여버리겠다고 한 적이 있다”며 “실제로 칼을 들고 찌르려 하자 지인이 말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낀 남씨는 당시 황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남씨의 요청을 받아들인 황씨는 지인 B씨를 통해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연변 말투를 쓰던 인물로 정체가 드러난 적 없는 신원미상의 인물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조선족 의혹’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바 없다.

지난해에는 핵심 제보자 유모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남씨의 친구이자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노력한 인물이기도 하다. 유씨는 과거 기자에게 “나도 올바르게 살진 않았지만 내 친구들이라도 돕고 싶다”며 “황하나 사건 해결 좀 해달라. 내 친구들 꼭 좀 살려달라”고 청했었다.

“내가 죽으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고 숨진 채 발견된 오씨에 이은 두 번째 죽음이었다.

오씨를 떠나보낸 유씨는 술에 빠져 살았었다. 그는 여러 차례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서둘러 언론에 제보했어야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우울증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유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사건을 취재하던 일부 기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려야 했다.

시간이 지나 유씨의 실수와 잘못도 드러나게 됐다. 그 또한 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투약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씨의 집에 가본 지인은 “그 친구 집에 가면 가끔 테이블에 흰색 가루가 있었다”며 “마약 투약을 하지 말라고 말려도 몰래 투약하니 알 수가 없었다”며 “유씨가 소유하던 마약이 남씨가 바티칸으로부터 훔친 마약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마약을 통해 돈을 벌려 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바티칸에
“죽인다” 협박

경찰은 2021년 1월 텔레그램으로 마약류 판매 광고를 올려 전국적으로 마약류를 판매한 바티칸을 구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바티칸을 포함해 유통·판매 관계자 28명이 검거됐고 일부는 구속됐다.

이들은 2020년 4월12일부터 12월10일까지 필로폰 640g, 엑스터시 6364정, 케타민 3560g, LSD 39장, 합성 대마 280㎖, 대마 90g 등 49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유통했다. 바티칸은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의 국내 총책이었다.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서 3명의 한국인을 살해했던 범죄자이기도 하다. 범죄 직후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고, 2019년 말 자취를 감췄었다. 1년 뒤인 2020년 10월28일 필리핀 경찰에 검거돼 지난해 5월 필리핀 대법원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필리핀 현지를 취재했던 <일요시사>는 박왕열이 마닐라 문틴루파에 있는 뉴빌리비드 교도소(NBP)에 수감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가 수감되기 직전까지 국내로 밀반입하거나 유통한 마약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매달 최대 1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복수의 NBP 관계자와 교민은 그가 옥중 마약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박왕열에 대한 국내 송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정기관 관계자는 “형기를 다 마치지 않으면 보내줄 수 없다는 필리핀 당국의 입장이 확고해 국내 송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내다봤다.

바티칸과 박왕열이 알고 지낸 세월은 길지 않다. 엄씨도 “바티칸이 마약을 유통하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체육계 일을 준비하던 바티칸은 인터넷에 ‘스테로이드’를 검색하고 한 텔레그램 방에 접속해 박왕열을 알게 됐다”고 했다.

황하나 남편·핵심 제보자 극단 선택 이유는 ‘마약’
검사서 양성 모델 박씨 기소유예 ‘플리바게닝’ 논란

엄씨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바티칸은 박왕열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 했다. 그러나 자신이 맡은 마약 유통업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에 있는 ‘지게꾼’이나 인맥을 통해 널 간단하게 담그면 된다”는 박왕열의 협박을 이기지 못했다.

엄씨는 “박왕열이 실제 살인 전과가 있고 한국 유통책이 많은 만큼 주변에서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엄씨는 “텔레그램 닉네임인 ‘바티칸’을 쓰던 사람은 2명이다. 언론에 여러 번 언급된 인물 외 다른 사람도 지금은 감옥에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와 바티칸의 관계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바티칸을 사석에서 단 한 차례도 접촉한 바 없다. 경찰 관계자도 “사건을 수사하면서 둘이 마약 유통을 논의하거나 특정인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눈 정황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로가 누군지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마약 유통 ‘공동체’가 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황씨가 바티칸을 통해 마약을 공급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황씨를 잘 아는 인사들은 그가 지금은 사라진 강남 클럽 버닝썬·아레나 출신 인물들에게 마약을 공급받아왔다고 전했다. 앞서 버닝썬·아레나 출신 인물 대부분은 마약 투약 및 탈세로 구속 기소됐다.

출소한 일부 인사는 과거처럼 강남권에서 클럽과 라운지 바를 운영하고 있다. 클럽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부는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엄씨도 “클럽을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강남에는 지금도 많이 간다. 지인들을 통해 여전히 클럽과 라운지 바에서 마약 투약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마약파티

엄씨는 이달 초까지 바티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바티칸은 ‘옥중편지’를 통해 엄씨에게 “황하나 그 주변인, 감옥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정리하라. 내 마지막 부탁”이라며 “잘됐으면 좋겠고 하루하루가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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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