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상식 넘어선 박유천

은퇴 번복 후…돈독 올랐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어느 하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의 비판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동방신기와 JYJ를 거친 박유천은 ‘거짓말 행보’만 답습하고 있다. 일말의 반성도 없이, 상식을 넘어선 거짓말을 일삼는 박유천의 행동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 박유천 ⓒSBS

“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4월10일, 가수 겸 연기자 박유천은 전 여자 친구이자 미스코리아 출신인 황하나를 통해 마약 의혹이 불거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팬사이트 개설
활동에 시동

자신은 마약한 적이 절대 없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진해서 대대적인 기자회견까지 할 정도라면 정말 억울한 일일 것’이라는 동정 여론도 형성됐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열어놓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았던 점은 석연치 않았다. 떳떳했다면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게 관례인데, 박유천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박유천의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행보에, 언론과 여론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박유천은 경찰 출석 전 겨드랑이 등 일부 부위의 털을 모두 제모했다. 제모하면 마약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는데, 이를 굳게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유천은 변호인을 통해 “과거 왕성한 활동을 할 당시부터 주기적으로 신체 일부에 대해 제모를 했다”고 밝혔는데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해명이었다. 

결국 진실이 드러났다. 미처 제모하지 못했던 다리털로부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된 것.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오자 박유천은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어느 누구도 속지 않을 황당한 설명을 한 것. 이 발언은 신정환의 ‘뎅기열 사기극’과 클릭비 출신 김상혁이 음주운전 후 언급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비견될 정도로 세간의 비웃음을 샀다. 

이 같은 황당한 연극은 그가 구속된 이후에야 끝났다. 박유천은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 반성 없는 태도
필요할 때마다 보이는 악어의 눈물

당시 한 연예 관계자는 “박유천은 마약을 투약한 후 걸리지 않게 조치하는 방법을 알았던 듯하고, 실제 그것이 먹힐 것이라는 생각이 짙었다고 본다. 어차피 걸리면 연예계 생명은 끝이고 운 좋게 걸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 여론을 잡기 위해 강력하게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백하다면서 맹세하는 기자회견을 할 정도면 ‘정말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대중의 심리와 극성 팬덤의 결집으로 인해 경찰이 여론 압박을 받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혹여나 피해갈 수 있을까’라는 심정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던 셈이다. 양성 반응이 검출되자 소속사였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도 즉시 계약을 해지했고, 박유천은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박유천이 멤버로 있었던 JYJ로 출발해 국내 배우들과 대거 계약하며, 연예계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서는 큰 결단이었다.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박유천은 강제 은퇴, 곧 연예계 퇴출 상태가 됐다. 

업계에선 박유천이 소속사마저 속이고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에, 계약 해지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유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한 연예계 관계자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끝까지 책임져 줄 것으로 제안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박유천이 소속사마저 속이며 기자회견을 감행한 것이다.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것인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모든 거짓말이 들통난 것은 물론, 소속사와도 연이 끊긴 산 박유천은 지난해 4월 말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지난 7월 열린 1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서 거짓말 논란으로 인해 애초 밝힌 대로 은퇴했다.

그는 전 국민을 기만한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사과 발언도 없었다. 심지어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3일 만인 지난해 7월3일, 동생인 박유환의 SNS를 통해 얼굴을 공개했다. 

박유환은 ‘오늘 방송하지 않고 형과 시간을 보내겠다. 미안하다’며 팬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선물에 둘러싸인 박유천의 모습을 공개했다. 대중의 심리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처사였다. 

연예계 퇴출
불성실 태도

그를 향한 비난은 꾸준히 지속됐으나, 이후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듯 보였으며, 은퇴를 통해 대중에게서도 멀어지는 듯했다. 

데뷔 당시에만 해도 박유천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2003년 그룹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으로 데뷔한 뒤 그룹 JYJ로 활약할 때까지만 해도 박유천은 순수하면서도 소탈한 이미지였다. 특히 동방신기 탈퇴 후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대립할 땐 비교적 약자의 위치를 점하며 전투사의 얼굴을 갖기도 했다. 

이후 KBS2 <성균관 스캔들>, MBC <보고싶다>, SBS <옥탑방 왕세자> <쓰리 데이즈> 등으로 꾸준히 성공작을 만들어내면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 역으로 귀엽고 재기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면서 팬층이 크게 확장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고 심성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해무>서 ‘주동식’ 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당시 봉 감독은 “뛰어난 영화배우를 우리 영화계가 얻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다”며 짤막하지만 굵은 메시지로 박유천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박유천은 <해무>를 통해 2014년 청룡영화상·대종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부산영평상 및 2015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 등을 비롯, 10개의 영화제서 모두 신인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남겼다.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국내 팬들은 물론 아시아를 아우르는 인기,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인해 그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그의 밑천이 드러난 것은 2016년 성폭행 논란에 휘말리면서부터다. 한 유흥업소 종사자가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연이어 이와 유사한 혐의로 총 4명의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비록 무혐의로 종결되긴 했지만, 문란한 사생활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은 2018년 12월 박유천에게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관련 재판과 조정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고, 서울법원조정센터는 박유천에게 50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박유천은 별도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지난해 9월 조정안이 최종 확정됐다.

‘돈에 미친’
갈지자 행보

그러나 박유천은 피해자 측에 배상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결국 지난해 12월 그에 대해 재산 명시 신청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이마저도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2일에 감치 재판이 열렸다. 감치 재판이란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 명시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한 경우에 이뤄지는 재판이다. 법원의 판단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대중에게 막대하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연예인의 신분임에도, 법 앞에서조차 불성실했다. 당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각종 질문을 던졌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에 들어섰다. 

문란한 사생활을 비롯해 마약 혐의 등 숱한 논란 앞에서 박유천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적이 없다.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이미지는 끝없이 하락 중이다. 온갖 비난을 받는 박유천의 귀는 여전히 막혀 있는 듯하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면서 은퇴를 밝혔지만, 그의 진심은 불과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일언반구 없이 은퇴를 번복하더니, 2020년 들어서 ‘돈에 미친 행보’가 시작됐다. 박유천은 올해 1월 태국서 팬 미팅을 개최한 것에 이어 화보집을 발간했다. 화보집은 약 9만원 상당에 달한다. 

아이돌 화보집의 평균 가격은 5만원대이며, 앨범이나 DVD가 포함될 경우 9만∼10만원에 책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박유천의 화보집에는 앨범이 포함돼 있지 않다. A급 아이돌의 화보집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비싼 금액이다.

그는 최근 팬사이트를 개설하며,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0일 박유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팬 여러분들의 많은 기대와 사랑으로 박유천의 공식 팬사이트가 오픈했습니다. 앞으로 공식 팬사이트를 통해 박유천씨의 좋은 소식과 다양한 활동을 만나보세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박유천은 영상을 통해 “드디어 공식 팬카페를 오픈하게 됐다. 여러분들께서 그동안 많이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저도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자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대중을 기만” 법 앞에서도 불성실한 태도 
여전히 옹호하는 팬들 신중한 판단 필요

이와 함께 유료 팬클럽 모집도 시작됐다. 공식 팬카페 이름은 ‘블루 시엘로’이며, 팬클럽 연회비는 6만6000원이다. 팬사이트 내 연간 회원 콘텐츠 열람, 이벤트 개최 시 팬클럽 선행 판매, 독점 콘텐츠 제공, 팬클럽 회원 대상 한정 이벤트, 공식 가입 MD 등이 연회비를 낸 팬클럽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팬덤을 갖춘 BTS가 약 2만5000원 상당의 팬클럽 가입비를 받고 있는데 박유천이 제시한 금액이 얼마나 높은 비용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뿐만 아니라 팬클럽 가입비는 계좌 이체로만 가능하다. 신용카드 결제로는 팬클럽에 가입할 수 없다. 일각에선 계좌 이체만을 허락한 이유로 현금영수증 발급이나 세금계산서 증빙 등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세금마저 팬들에게 미루겠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팬들의 사랑을 볼모로 값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박유천의 행보에 일각에선 ‘장사치’라는 등의 비아냥도 이어지고 있다.

박유천은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의 상황서 눈물을 흘렸다. 필로폰 투약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장서 결백을 강조하며 울었고, 지난해 7월 법원서도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울었다. 당시 법원 방청석을 메운 국내외 팬들도 하염없이 울며 선처를 바랐다. 

그러던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이제 허언으로만 들린다. ‘악어의 눈물’ 그 자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동생 박유환 역시 형의 잘못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신의 트위치 방송에 형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팬 사이트 개설 때에도 ‘축하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대중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끈끈한 형제애가 오히려 대중의 불쾌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의 배경에는 해외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선 워낙 이미지가 추락한 탓에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외국 팬들의 경우 한국서 벌어진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유천이 한국이 아닌 태국서 팬미팅을 개최한 것도 그 근거로 나온다. 국내 팬 중 어차피 자신들을 비난할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니, 나를 기다리는 팬들만 보고 가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박유천을 향한 여론은 냉담하다. 지속적으로 언행불일치를 보이고 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태도도 비치지 않는다. 싸늘한 여론 속에서 복귀가 어려워진 것을 알고 마지막으로 팬들의 돈을 쓸어 모은 뒤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역대 최악의 연예인 중 하나로 꼽힘에도, 일부 팬들은 그를 옹호하고 있다. 대중을 기만하는 것은 물론 소위 ‘호구’로 보고 막무가내로 돈만 밝히는 박유천에게 응원을 지속하는 것이 양심적으로 부끄럽지는 않은지, 팬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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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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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