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황하나-남양유업 수사’ 비스토리

직접 경찰 찾아간 회장님,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황하나 사건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남양유업이다. 기업 이미지는 실추됐고 관계 종사자들은 울상이다. 남양유업 회장은 ‘황하나 꼬리표 떼기’에 적극적이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이고,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기도 했다.

▲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

지난 4월1일 <일요시사>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과 ‘봐주기 수사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일요시사> 1213호 재벌가라 덮었나?…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 마약 의혹 참조). 황씨는 2015년 대학생 조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함께 투약했다. 조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황씨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황씨는 대마초 흡연에 따른 기소유예 전력이 있었다. 봐주기 수사 의혹에 힘이 실렸다.

마약 투약
봐주기 수사

<일요시사>는 지난 4월2일 황씨의 ‘경찰 고위인사 인맥 과시’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본지 1213호 ‘마약 의혹’ 황하나 “엄마가 뒤처리…아빠는 경찰청장 베프”). 수사기관의 비호 의혹이 골자였다.

황씨의 지인은 “황씨가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베프(베스트 프랜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의 외삼촌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다. 황씨를 향한 비판은 곧 남양유업으로 옮겨 붙었다.

남양유업은 곧바로 공식입장을 냈다. 남양유업은 이날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황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너 일가의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은 “일부 언론에서 황씨를 고인이 되신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로 남양유업과 연관 지어 보도해 회사의 임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및 그 가족들까지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씨 개인과 관련한 내용을 남양유업과 결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지난 4월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으며 법원은 같은 달 6일 황씨를 구속했다. 황씨는 영장실질검사서 마약 투약 경위에 대해 ‘연예인 지인의 권유’라고 진술했다.

황 마약 사건…불똥 맞은 남양
봐주기 수사? 회사 거론돼 피해

남양유업은 지난 4월8일 두 번째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그릇된 행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황씨가 돌아가신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양유업 이름까지 연관돼 소비자 여러분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저희 역시 황씨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공정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를 바란다”며 “황씨는 물론 그 일가족 중 누구도 남양유업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활동과도 무관하므로 남양유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일등 품질의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다시 한 번 소비자 여러분께 황씨 개인의 일탈은 남양유업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히며 안심하기를 당부한다”며 “남양유업은 지금까지처럼 오직 일등 품질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한편 황씨의 연예인 지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가수 겸 배우이자 전 연인이었던 박유천씨였다. 박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마약 투약을 부인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반응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고 결국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같은 달 15일 황씨가 홍 회장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MBC는 황씨의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황씨는 2015년 “누구한테까지 지금 전달됐는지 알아? 남양유업 회장님”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지인에게 “이미 일은 커졌다” “회사와 부모님까지 들쑤셔놨는데 우리 쪽에서 어떻게 나갈 것 같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공식입장 2번
“관련 없다”

경찰은 지난 4월18일 황씨의 마약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로 입건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수사관들은 황씨를 단 한 차례도 부르지 않았다. 특히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대학생 조씨로부터 “황씨가 남양유업 회장의 손녀”라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은 가시화됐다. 황씨가 언급한 ‘회장님’과 재벌 3세라는 배경은 봐주기 수사 의혹에 불을 지폈다. 동시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거론되기도 했다.

홍 회장은 같은 달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받았다. 황씨의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중이었다.

조사 결과 홍 회장의 휴대전화에는 경찰 고위직과의 통화 내역이나 문자메시지가 오간 정황은 없었다. 황씨 가족들의 휴대전화서도 관련 증거는 없었다. 황씨가 언급했던 ‘경찰청장 베프’ ‘남양유업 회장님’은 과시용이었다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 4월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황씨는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하고, 1차례 매수해 지인에게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4월 의사 처방전 없이 클로나제팜(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처방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 6월5일 황씨의 1차 공판이 열렸다. 황씨는 이날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씨의 변호사 측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같은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 회장은 “최근 제 외조카 황하나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홍 회장은 “친척이라 해도 친부모를 두고 직접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어, 외조카의 일탈을 바로잡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며 “결국 집안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자책했다.

홍 회장은 “황하나는 제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 경영이나 그 어떤 일에도 전혀 관계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대리점 및 남양유업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께도 누를 끼치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간곡히 국민 여러분과 남양유업에 깊은 사죄의 말씀과 용서를 구한다”며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겸손하게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는 아니다”
자진 출두

지난달 17일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기자단에 호소문 메일을 발송했다. 황씨로 인해 종사자 모두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메일을 통해 “앞서 남양유업 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 바와 같이 황씨는 홍 회장 개인의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수식어로 관련 없는 회사와 임직원들까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받고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 실추가 매출 감소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임직원들은 “회사의 위기는 임직원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며, 전국의 남양유업 납품 농가들과 대리점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평생의 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직하게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수많은 원유납품농가, 대리점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황씨는 지난달 19일 2차 공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옛 연인이었던 박씨의 일부 진술의 사실관계 재검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홍 회장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자청
수사 결과 ‘관련 없다’…회사도 ‘연관 없다’

황씨의 변호인 측은 “지난 3월 박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부분과 관련,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박씨 단독으로 투약했다”며 “지난 4월 수사기관서 제출된 증거자료를 다시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10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이날 결심공판서 검찰은 “수차례 필로폰을 매수하고 투약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황씨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황씨는 이날 최후진술에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 잘못을 생각하면 수치스럽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황씨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입건됐던 경찰관 2명은 지난 11일 각각 기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 경위는 직무유기·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015년 황씨 관련 마약 사건에 연루된 인물 가운데 2명만 소환조사했다. 박 경위는 용역업체 공동 운영자인 A, B씨와 잘 아는 사이였다. 박 경위는 같은 해 9월 B씨로부터 마약 혐의 제보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애인 C씨에게서 ‘조씨에게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했다’는 말을 들었다. B씨는 해당 내용을 박 경위에게 제보하면서 ‘조씨를 처벌하되 C씨는 선처를 받게 해달라’며 500만원과 함께 청탁했다.

의혹 경찰
검찰 송치

박 경위는 해당 사건을 맡아 조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에 연루된 황씨와 C씨 등은 사건을 불기소로 종결했다. 박 경위는 황씨가 남양유업 외손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황씨 측과 연락하거나 특혜를 준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하나에 발목 잡힌 남양유업 대리점주

남양유업은 지난달 27일 양재동 대회의장서 대리점 상생회의를 개최했다. 상생회의는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 현장의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분기별 논의 안건을 개선해 영업정책에 반영하는 상생의결 기구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유업계 최초로 대리점 상생회의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6년간 총 21번의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임직원, 전국 대리점주 대표, 집행부 등 총 40여명이 모였다. 대리점 복지정책, 영업지원 개선사항 등 대리점 권익 개선안 32건 이행률 성과 발표 이후 황하나 이슈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한자리에 모인 전국 대리점주들은 “상생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품질 좋은 제품들이 악성 루머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남양유업 대리점으로서 당당하게 현장 영업을 하고 싶다” “최근 황씨의 일탈에 마치 회사가 관여된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해해 영업하기 너무 힘들다” 등의 고충을 토로했다.

남양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한 경쟁업체 사장은 대리점주에게 비꼬는 말투로 “황하나 때문에 매출 떨어지지 않아요?”라고 묻거나 판촉사원들은 고객들로부터 “마약우유 판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황씨와의 무관성을 알려줄 것과 회사가 유업계 최초 대리점 자녀 장학금제도나 출산장려금제도 등을 홍보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남양유업 전국대리점협의회 집행부는 “회사가 안팎으로 힘든 상황서 우리 대리점들도 서로가 믿고 다같이 하나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수>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