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치면 죽는다?’ 황하나 제보자 극단적 선택 미스터리

‘안양 뽕쟁이’ 바티칸 킹덤 루트 노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황하나와 스치면 죽는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 측근이 한 말이다. 황씨는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 기소돼 감옥살이 중이다. 황씨 측근의 말처럼 2020년 황씨의 남편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수도권 마약 총책으로 알려진 ‘바티칸 킹덤’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측근은 이외에도 여러 명이 세상을 등졌다고 주장한다. 석 달 전, 한 사람이 더 세상을 떠났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황씨 마약 사건의 핵심 제보자였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의 상선 ‘사라 김’ 김형렬이 붙잡혔다. 국내에 공급한 마약만 시가로 100억원 가까이 된다. 100만명이 넘게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을 수년간 팔아온 것이다. 경찰은 황하나씨와 황씨의 전 연인인 가수 박유천씨가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해왔다고 봤다.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는 여러 명이다. 충격적이지만 제보자 대부분은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열심히 살겠다”
약속 못 지켜

‘황하나·바티칸 킹덤 마약 사건’ 핵심 제보자 A씨가 <일요시사>와 만난 건 2년 전이다. 그는 황씨의 남편인 오모씨의 친구이기도 했다. A씨는 기자에게 황씨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와 마약 투약 정황 등 물적 증거를 건네줬다. 당시 A씨는 취재팀에 “나도 올바르게 살진 않았지만 내 친구들이라도 돕고 싶다”며 “황하나 사건 해결 좀 해달라. 내 친구들 꼭 좀 살려달라”고 청했다.

석 달 넘게 취재하는 사이 2020년 12월 오씨가 세상을 떠났다. 앞서 오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죽으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는 황씨와 함께 마약 투약 혐의로 2020년 9월 조사를 받았다.

당시 오씨는 “황하나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몰래 필로폰 주사를 놨다”고 진술했다. 오씨는 그로부터 한 달 뒤 황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사망 이틀 전인 2020년 12월22일, 서울 용산경찰서를 찾아가 앞서 경찰에 진술했던 내용 중 일부를 번복했다. 오씨는 “당시 황하나의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자백했고 이틀 뒤인 24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오씨가 남긴 유서에는 ‘황하나를 마약에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이틀 전 경찰에 자백했던 내용과는 상반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통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며 “오씨가 마지막에 어떤 상태였고, 누구랑 연락했는지 다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씨의 지인이자 국내 최대 규모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밝혀진 남모씨도 2020년 12월17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남씨는 현재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오씨와 남씨는 같은 해 8월부터 10월까지 경기 수원 모처에서 황씨와 필로폰 등을 투약한 사이다. 결과적으로 황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입증해줄 두 남성이 모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한 명은 의식불명에 빠졌고, 한 명은 사망했다.

‘죽마고우’를 떠나보낸 A씨는 술에 빠져 살았다. “서둘러 언론에 제보했어야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우울증으로 인해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 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난 건 불과 석 달 전이다. A씨와 친했던 인사들은 그가 필로폰에 손을 댔다고 입을 모은다. A씨와 친구였던 B씨는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다 보니 술로도 커버가 되지 않아 손대지 말아야 할 마약을 투약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죄책감·우울증 겪다 석 달 전 세상 떠나
황 녹취·투약 정황 담긴 녹취 수차례 제보

다른 인사도 “그 친구 집에 가면 가끔 테이블에 흰색 가루가 있었다”며 “마약 투약을 하지 말라고 말려도 몰래 투약하니 알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가상화폐에 손을 댔다가 빚쟁이가 됐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에게 상당한 금액을 빌려준 적이 있다는 C씨는 “코인 관련해서 몇 번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결국 수백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나 말고도 A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꽤 있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린 A씨가 가상화폐로 수익을 내지 못해 빚더미에 앉게 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지난 5월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미스 맥심’ 출신인 엄모씨와도 친한 사이다. 엄씨는 수도권 마약 총책인 ‘바티칸 킹덤’ 이모씨와 연인 관계였다. 이씨는 ‘마약왕’이라고 불린 박왕열의 하선으로 수도권에서 상당한 양의 마약을 팔아치웠다.

엄씨와 A씨가 서로 마약을 주고받고 같이 투약한 적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언론에 남씨와 오씨 등이 필로폰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황씨에 대한 복수심에 눈이 멀어 객관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십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에 유통되면서 A씨가 마약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를 통해 마약을 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황씨 사건을 제보한 이후 친구를 잃은 죄책감에 시달려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상황을 고려하면 비상식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일부 지인들은 그가 강남에서 유명한 ‘뽕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마약 유통·공급 등으로 돈을 벌려 했다는 주장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와 바티칸 킹덤 수사 과정에서 마약 조직 일원으로 파악된 남씨 외에 A씨가 연루된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서
유명 약쟁이

A씨의 지인들은 A씨가 황씨와 박유천이 구입했던 통로로 마약을 구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황씨가 마약을 구한 통로는 ‘바티칸 킹덤’ 이씨의 인맥이다. 이씨는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의 국내 총책이다.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박왕열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마약 조직, 일명 ‘전세계 그룹’을 만들었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3명의 한국인을 살해했던 범죄자이기도 하다. 범죄 직후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고, 2019년 말 자취를 감췄었다. 전세계 그룹이라는 마약 조직은 국내에도 수십 명의 총책과 판매책이 활동했다. 경찰에 이미 붙잡힌 전세계 그룹 관련자만 20명이 넘는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로 전세계 그룹이 유통한 마약의 규모는 확인된 것만 5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법무부는 뒤늦게 검거된 박왕열의 국내 송환을 추진했으나, 그가 필리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최근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왕열의 상선은 1974년생 베트남 마약상 김형렬로 텔레그램에서 ‘사라 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는 동남아 등지에서 들여온 마약을 국내에 유통해왔다. 2020년 10월28일 박왕열이 필리핀 현지에서 경찰에 검거되면서 김형렬을 향한 수사기관의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경찰은 최근 김형렬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머문다는 첩보를 입수해 검거하고 지난달 19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경찰은 김형렬이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마약 유통책 중 검거되지 않은 마지막 ‘총책’이었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에 유통한 마약은 확인된 것만 70억원어치로 향후 수사에 따라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김형렬의 하선인 강모씨와 송모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향정) 위반 등으로 2020년 9월과 10월 법원에서 각각 징역 6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항소했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고, 송씨는 항소해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3월 형이 확정됐다.

강씨와 송씨 모두 김형렬에게 필로폰을 건네받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 적발돼 검거됐다. 베트남에 있던 두 사람이 김형렬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은 2019년 초쯤이다. 이후 김형렬은 “필로폰을 한국으로 가져다 팔아주면 일정한 수익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대략적인 금액은 g당 10만원 정도로 파악된다.

김형렬은 2018년부터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활발히 마약을 판매해왔다. 그는 마약을 국내로 반입할 때마다 속칭 ‘지게꾼’이 늘 필요했다.

세 사람은 2020년 2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김형렬의 주거지서 필로폰 1kg(시가 1억700만원 상당)을 국내로 반입할 방법을 함께 의논했다. 처음 김형렬은 필로폰을 삼켜 체내에 은닉한 뒤 반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일회용 비닐장갑 손가락 부분에 필로폰을 소분해 담은 다음 실로 묶었는데, 이 같은 체내 은닉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도출돼 포기했다.

수도권 총책 ‘킹덤’조직원 친구 “억울하다”
주변인들 가상화폐 제의 후 수익 못내 빚더미

결국 필로폰을 캐리어에 숨겨 입국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단, 필로폰을 비닐랩 등을 이용해 꽁꽁 포장한 뒤 ‘구슬 줄’로 여러 번 감는 방식이 사용됐다. 구슬공예품으로 위장한 셈이다.

베트남 공항에서 강씨와 송씨는 필로폰이 든 캐리어를 기내용 수화물로 등록했다. 그러나 공항 검색대에서 수색에 걸려 캐리어를 열게 된 상황이 발생했다. 검색대 직원이 많은 양의 구슬 줄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터였다. 이때 송씨가 기지를 발휘했다.

휴대폰으로 ‘구슬공예’라는 단어를 검색한 뒤 이미지 등을 직원에게 보여주며 정상적인 물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들은 인천국제공항 세관의 벽을 넘진 못했다. 은닉한 필로폰이 적발됐으며, 이온 스캐너를 통해 손바닥에서도 필로폰이 검출되는 등 궁지에 몰린 끝에 결국 체포됐다. 이들의 소식을 몰랐던 김형렬은 당시 ‘배달 사고’가 났다는 생각에 텔레그램을 통해 독촉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형렬의 마약 밀수 행각이 일부 포착됐지만 드러나지 않은 행각과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김형렬은 서울·경기·인천·강원·부산·경남 등 전국 13개 수사 관서에서 마약 유통 혐의로 수배 선상에 올랐으며, 국내 판매책 등 공범만 20여명, 확인된 유통 마약은 시가 70억여원에 이른다.

경찰은 김형렬을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을 전원 검거했다고 밝혔다. 박왕열과 김형렬 외에도 탈북자 출신 마약 총책인 최모씨는 캄보디아서 검거돼 지난 4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최씨는 2011년 탈북해 2018년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에서 국내에 있는 공범을 통해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등 마약을 국내로 지속 밀반입했다. 지난해 7월 태국에서 붙잡혔으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뒤 또 다시 마약 판매를 이어갔다.

태국 법원의 재구금 추진에 종적을 감춘 최씨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그에 대한 마약 수배는 경찰과 검찰 포함 10건에 달했다.

황은 지금…
수원교도소

황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후, 형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다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 2월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황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추징금 50만원을 명령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 유지했다.

황씨는 2020년 8월 지인들의 주거지와 모텔 등에서 필로폰을 4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1월29일 지인의 집에서 명품 벨트와 신발, 시가 등 5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당시 황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전 연인인 박유천 등 지인과 함께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이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황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50만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 ‘마약을 끊겠다’는 서류를 제출한 것이 집행유예의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됐지만 또 다시 마약을 투약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부 필로폰 투약을 인정하고, 절도 범행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후 황씨가 상고하면서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왔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실형이 최종 확정됐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현재 수원교도소에서 감옥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구속된 그는 오는 9월에 출소할 예정이다. 그는 재판에서 “반성하고 있다. 시골에 가 살겠다”며 개과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보자들은 황씨가 옥살이 중에도 마약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hounder@ilyosisa.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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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