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재벌가 마약 스캔들 막전막후

그들만의 이너서클 나쁜 짓도 그들끼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검찰과 경찰의 마약사범 검거율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검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효성·남양유업 등 재벌 오너 일가 자제들과 고위공직자 아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중 일부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추가 피의자가 있을 것이라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대한민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를 비롯해 효성가·고려제강·JB금융지주 등 오너 일가 자제들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수사 포위망이 좁혀오자 전직 경찰청장의 아들도 자수했다. 이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인 자기들만의 모임인 ‘이너서클’까지 구성해 투약에 그치지 않고 판매와 공급까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명단
더 나올까

상습적 마약 투약 혐의로 재벌가 3세 등을 넘긴 검찰은 이들에게 마약을 유통한 공급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재미교포 사업가인 30대 A씨(구속 기소)는 미국 유학을 온 부유층 자제 등과 관계를 맺은 뒤 이너서클을 중심으로 장기간 마약을 공급해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현재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등 방법으로 그와 연결된 마약 투약범을 추적 중이다.

지난달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A씨가 해외 공급선을 통해 마약을 제공받아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자 홍모(40·구속 기소)씨 등에게 유통한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홍씨는 ‘버닝썬 게이트’ 핵심 인물이던 황하나씨의 사촌 오빠다.


A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중인데, 수사팀은 그가 마약 거래에 사용했던 아이폰을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마약 수사 경력이 많은 한 변호사는 “마약 공급책이 수사 과정에서 함구하는 이유는 자신이 최상위 공급책이거나 직접적으로 해외 공급망과 연계됐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헬스클럽에서도 범행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해당 헬스클럽을 압수수색했다. 그는 미국 현지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유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며 함께 대마를 투약하고, 한국에 입국한 뒤에도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마약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통상 불특정 다수에게 마약을 판매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메신저가 아닌, 국내 유명 메신저 대화방을 통로로 마약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신뢰관계가 있고 마약을 지속적으로 살 여력이 되는 검증된 지인들에게만 마약을 판매해온 것으로 보인다.

효성·고려제강·남양유업 일가에 경찰청장 아들까지
해외유학 모임 결성해 상습 투약 ‘황하나 닮은꼴’

A씨의 범행은 홍씨가 소지하고 있던 대마의 전달 경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혔다. 최근 구속 기소된 홍씨에게 적용된 주요 공소사실은 지난 10월부터 대마 매도·소지 및 흡연 혐의다. 수사 경과에 따라 홍씨에게 추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홍씨 외에도 이번 검찰 수사로 재벌가·부유층 자녀 등 9명이 마약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범효성가 3세인 조모(39)씨와 JB금융지주사 전 회장의 사위인 임모(38)씨 등이 대마 매수 및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직 경찰청장 아들 등 3명이 자수를 하기도 했다. 마약사범이 자수하게 되면, 초범일 경우 기소유예나 약식기소(벌금) 정도로 검찰의 사건 처분 수위가 내려갈 수 있다.


최근에는 고려제강 창업주의 손자인 홍모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상당 기간 전부터 홍씨의 마약 거래·투약 혐의를 인지하고 수사를 벌여 왔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17일 밤 11시쯤 홍씨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체포하고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홍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겁이 나서(소지했던 대마를) 모두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제강 관계자는 “홍씨는 고려제강 창업주 홍종열 회장의 손자”라면서도 “현재 고려제강과는 완전히 무관한 인물이며 고려제강의 3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홍씨는 여전히 고려제강 계열사 상무로 재직 중이다.

재벌 3세 등 부유층 자녀들이 마약에 빠지게 된 것은 유소년 시절에 미국 등지로 유학을 가 어린 나이에 대마 등 마약을 접한 뒤 끊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단 후
수사 확대

마약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부모와 따로 살며 자유분방하게 지낸 재벌가 자제들이 귀국 후에도 대마를 끊지 못하고 상습적으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대마 등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거리낌 없이 투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이 부유층 자제로 해외 유학 등을 하며 쌓은 인연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암암리에 상당 기간 마약을 서로 사고팔았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공급책 역할을 했던 A씨의 입을 여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액상 대마는 대마 잎을 압착해 추출한 원액으로 만든 것으로, 대마 잎을 말려서 피는 기존 대마보다 농도가 10배 이상 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대마보다 환각 증상과 중독성이 강하지만, 주로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 용기 등에 담아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고 한다.

국내 마약은 대부분 해외에서 들어온다. 반입 경로도 굉장히 많다. 소규모 마약의 경우 국제특급우편(EMS)을 통해 바로 배송된다. 1~3kg의 마약은 보통 ‘지게꾼’을 활용한다. 동남아시아 현지 밀반입 전문가들을 고용해 몸과 짐에 숨겨 국내로 반입하고 kg당 1000만원 정도의 돈을 챙겨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 가장 많이 퍼진 필로폰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태국 등에서 많이 생산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필로폰의 50%가 동남아산일 정도다. 동남아산 마약은 기업 간 택배를 이용하거나 중국을 거쳐 인천에서 어선과 어선을 통해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비행기와 선박 등은 대량 운반이 가능하지만 적발 위험이 크다. 특히 알약·결정·잎사귀 형태는 적발 가능성이 커서 술·구강청결제 등 액체 형태로 들어오기도 한다.

부잣집
네트워크


검찰이 지난 1~10월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하는 필로폰 등을 투약해 입건한 인원은 9802명, 코카인 등 마약을 투약한 인원은 2425명, 대마사범은 295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된 마약류는 635.4kg으로 지난해의 406.1kg보다 56.5% 증가했다.

검찰에 입건된 전체 마약류 사범 중 남성은 72.3%, 여성은 27.7%로 남성 투약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을 투약한 이들은 남성이 51.3%, 여성이 48.7%로 비슷했다.

적발된 마약사범의 직업은 대마·마약·향정 모두 무직이 4919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대마사범은 ▲직업 미상 372명 ▲회사원 342명 ▲학생 113명 ▲마약사범은 농업 396명 ▲직업 미상 143명 ▲가사 101명 ▲향정사범은 직업 미상 991명 ▲노동 518명 ▲회사원 485명 ▲학생 285명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사범의 연령대는 20~30대가 830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이 2045명으로 뒤를 이었다. 40대는 2329명, 50대는 1676명으로 확인됐다. 15~19세 미성년자도 379명에 달했고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도 40명이나 적발됐다.

현재 수사기관은 마약류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마약류의 공급 및 유통사범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단속 강화에 비례해 지난해 하반기에 마약사건을 다루는 로펌에도 마약류의 공급사범, 유통사범, 판매사범의 방문 역시 증가했다.

대마 공급·투약 매수까지
수년 전부터 이뤄진 행위?


마약류 판매 피라미드의 상단에 위치한 사범들은 추적이 불가능한 다수의 전자지갑과 가상화폐를 사용해 마약류 판매 금원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마약류 사건에 대한 수사기법은 마약 판매 방식이 정교해지는 것 못지 않게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추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약류 사범의 검거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

마약류 판매 피라미드의 하단에 위치한 사범들 역시 잦은 휴대폰 교체, 계정 변경, 던지기 좌표 변경, 드라퍼에 대한 인증 등이 ‘안전장치’라고 믿으나 수사기관에서는 이미 마약류 판매 방식을 꿰뚫고 있다. 결국 언젠가는 현행범으로 체포를 당하게 되고, 이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까지 받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마약 투약 이후 2차 범죄도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살인과 같은 마약류 투약 후 2차 범죄 사례 역시 연평균 217건이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밀수·판매 등 공급사범 비율은 2018년 39.4%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7.3%로 감소했지만, 이는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구매·투약사범 검거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급사범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실제 마약류 구매·투약사범 비중은 같은 기간 60.6%에서 72.7%로 연례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외국인 마약사범 비율 역시 지난 2017년 7.1%에서 2021년 15.7%까지 치솟으며 2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외국인 중 태국인 국적 사범이 2971명(44.4%)으로 가장 많고 중국 1613명(24.1%) 베트남 677명(10.1%) 순이었다.

마약류 투약 후 2차 범죄 역시 2018년 221건에서 2021년 230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폭행과 강간이 각각 87건과 81건으로 발생했다. 또 살인은 9건이나 일어났다.

형을 마치고 출소한 한 마약사범은 <일요시사>와 만나 “투약자 대부분이 화류계 종사자다. 의외의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연예계-재벌가-범죄자 순”이라고 말했다.

허술해진
당국 문턱

그는 “아직 잡히지 않은 연예계 인물도 상당하다. 내 밑 식구들과 소매상이 직접 공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과거와 다르게 톱급 배우 외에도 인플루언서, 유튜버들도 많이 한다”며 “유학을 다녀온 재벌가 사람 10명 중 8~9명은 마약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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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