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쿠탄 마약왕’ 관리하는 국정원, 왜?

“범죄자는 범죄자가 잘 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가 국가정보원의 관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씨가 마약 정보원인 이른바 ‘야당’이었다는 게 골자다. 국정원이 해외 첩보망을 구성하려 정보원과 미팅을 잡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은 양의 마약을 유통하는 만큼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 마약 정보원들은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게 외교·법무부와 경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직원들은 지난해 필리핀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사유는 마약 관련 해외 첩보망 구성. 이들은 현지에 있는 휴민트(인적 정보)와 마약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대부분 교도소 내부에 있는 범죄자다. 이 중에는 ‘비쿠탄 마약왕’ 송모씨와 보이스피싱 1세대이자 경찰 출신 ‘김미영 팀장’ 박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미영 팀장’
직접 면담 진행

국정원 해외 파트 직원들은 간첩·마약 조사 관련 해외 첩보망 구성을 위해 자주 동남아를 방문한다. 대사관 소속 겸 외교관 신분인 국정원 직원이 조사하는 경우가 있으나 법률적 한계로 인해 국내 직원들이 파견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 마약 조사관들은 지난해 네 번 이상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송씨, 박씨의 마약 유통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송씨와 박씨와는 직접 면담을 진행했다.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 비쿠탄을 찾은 마약 조사관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송씨와 박씨에게 “마약 유통 좀 그만해라. 다른 애들과 루트는 어디냐? 누가 제일 많이 관리하느냐”고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쿠탄에 있는 한 재소자는 “지난해 4월과 5월에 왔었고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갔다”며 “이미 비쿠탄 수용소 내부에 있는 한국인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마약 조사관과 동석했던 한 재소자도 “수사기관 관계자가 항상 동석하지는 않는다. 필리핀 대부분의 감옥이 그런 곳이다. 박씨와 송씨가 해당 조사관들과 지속적으로 감옥 내에서 통화하고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약 조사관들은 송씨와 박씨 조직이 이감된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과 비콜 교도소까지 찾아갔다. 지난해 말까지 접촉을 이어간 것이다.

이감된 인물은 박씨와 송씨를 포함해 이들이 관리하던 보이스피싱 관리책 2명으로 총 4명이다. 이들은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보이스피싱 및 마약 공급·유통책을 모집했다. 이 조직은 송씨 주도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박씨를 영입한 이유로는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마약범죄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 조사관들이 이들을 찾아간 이유는 필리핀 민다나오 지방이 ‘제2의 골든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1의 골든트라이앵글은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의 접경지역을 말한다. 특히 미얀마 동부 살윈강 동안의 산주 일대서 연간 약 100만t의 아편이 채취되고 아편서 생산된 헤로인이 한때 미국에 유통되는 헤로인의 60%에 달했을 정도다.

마약 조사관 수차례 필리핀 방문 접촉 확인
불법 아닌데…마약범 활용 정보 수집 적절?

아시아 지역에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생산의 40%를 유통하고 있다. 메스암페타민 계열의 야바나 MDMA 같은 합성마약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인근 접경지대인 태국을 통해 탈북하려는 탈북민들의 탈북 경로로도 종종 이용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일부 탈북민이 마약 노동자로 활동하면서 ‘북한산 마약’을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필리핀 남동부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접경지역인 민다나오가 뜨기 시작했다. 이곳은 각각 흑색·적색경보 지역으로 나뉜다. 흑색·적색경보 지역은 여행금지와 출국 권고 대상 구역으로 흑색경보 지역을 정부의 허가 없이 방문한다면 국내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정원 마약 조사관들은 마닐라를 포함해 민다나오 지역 휴민트와 마약 정보원인 이른바 ‘야당’과 여러 차례 접촉한다. 송씨와 박씨도 정보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야당 출신 인사들의 설명이다.

한 마약 정보원은 “동남아서 한국 유통·공급책은 타국보다 귀하다. 한국 마약값이 동남아보다 10배 이상 비싼 만큼 한국 유통책을 활용하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국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도 용돈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료’를 받는다. 많은 양의 마약을 유통하고 있는 한국인이 정보기관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면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유통책과 조직은 돈을 벌고 국정원은 첩보 보고서를 작성하는 형식이다. 그 조직을 잡아내는 건 수사기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복수의 마약 정보원들은 국정원과 야당 간 공조가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원조 야당은 소매치기 조직의 구역관리와 라이벌 소매치기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지하철 수비대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과 합법
애매한 선상

한 마약 조사관 출신 관계자는 “드라마처럼 직접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불법과 합법의 애매한 선에 있고, 총을 들고 다니다가 발각되는 순간 외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정원은 수사 권한이 없기에 예전부터 개입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마약 조사관들이 송씨와 박씨를 활용하는 이유에 관해 ‘큰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다나오 지역의 한 인사는 “필리핀산 마약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지역은 마닐라 지역과는 다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 과격단체가 테러 자금을 만들기 위해 필로폰 제조 판매까지 했는데 그들의 교관이 북한군이었고, 제조 기술자까지 지원해서 상당 부분의 마약이 퀄리티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사실관계 확인 자체를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마약 정보원의 허위 정보에 따른 검찰과 경찰 수사의 문제가 마약사범 봐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경기도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검찰에 의해 억울하게 구속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A씨는 자신의 커피숍서 한 택배 상자를 받았다. 발신한 곳은 처음 보는 필리핀 주소지. 택배를 받은 지 30분 뒤, 사복 경찰이 들이닥쳤다.

택배 상자 안에는 필로폰 약 90g이 들어있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A씨를 필로폰 밀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필리핀서 보낸 “부탁하신 것 보낸다”는 문자메시지가 정황 증거로 인정된 것이다.

“국익 위한
통상 활동”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 B씨는 친분이 깊던 손모씨에게 실적을 요청했다. 손씨는 국정원서 활동비를 받고 정보원으로 일해온 마약 전과자다. 손씨는 B씨의 요청에 ‘마약사범 근황 파일’을 입수한 후, 여기에서 A씨의 개인 정보를 얻었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필리핀 마약상에게 A씨의 커피숍 주소지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연락했다. 필리핀 마약상은 피규어 2개에 필로폰을 나눠 담아 국제우편으로 보낸 뒤, 손씨에게 송장번호를 보냈다. 손씨는 필리핀 마약상이 찍어 보낸 송장 사진을 국정원에 전달했다.

국정원은 해당 첩보를 인천세관에 넘겼고 손씨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비해 A씨 앞으로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문자까지 보내두게 했다.

사건을 들여다본 용산경찰서가 서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서부지검은 마약 배달 전, 피해자 주소를 제3자와 주고받은 거짓 제보 증거를 찾아내 손씨를 무고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세 달 뒤 인천지검은 A씨를 석방했다. 허위 제보자이자 국정원 마약 정보원이던 손씨가 서울서부지검의 수사 과정서 체포된 것이다. 마약 정보원들은 정보료와 ‘공적’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위 피고인의 협조가 다른 마약 수사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의 수사 공적서를 쌓으면 재판서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손씨의 2014년 10월 광주고등법원 2심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국가정보원의 정보원으로서 활동한 전력이 있고 중대한 마약 수사에 협조한 공적이 있는 점(중략) 등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들에 더 한다”고 판시돼있다.

국정원이 마약 정보원들에게 ‘실적’을 요구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특히 허위 사실이 포함된 정보일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범죄자를 활용한 정보 수집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야당’ 공조 체계 40년 “더 큰 범죄 소탕 목적”
마약 피해 지속 불구 법무부 여전한 소극 행정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를 보내지 않기도 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경찰이
못하니…”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박씨와 송씨의 경우 현지서 재판을 받고 있어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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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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