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쿠탄 마약왕’ 관리하는 국정원, 왜?

“범죄자는 범죄자가 잘 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가 국가정보원의 관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씨가 마약 정보원인 이른바 ‘야당’이었다는 게 골자다. 국정원이 해외 첩보망을 구성하려 정보원과 미팅을 잡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은 양의 마약을 유통하는 만큼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 마약 정보원들은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게 외교·법무부와 경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직원들은 지난해 필리핀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사유는 마약 관련 해외 첩보망 구성. 이들은 현지에 있는 휴민트(인적 정보)와 마약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대부분 교도소 내부에 있는 범죄자다. 이 중에는 ‘비쿠탄 마약왕’ 송모씨와 보이스피싱 1세대이자 경찰 출신 ‘김미영 팀장’ 박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미영 팀장’
직접 면담 진행

국정원 해외 파트 직원들은 간첩·마약 조사 관련 해외 첩보망 구성을 위해 자주 동남아를 방문한다. 대사관 소속 겸 외교관 신분인 국정원 직원이 조사하는 경우가 있으나 법률적 한계로 인해 국내 직원들이 파견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 마약 조사관들은 지난해 네 번 이상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송씨, 박씨의 마약 유통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송씨와 박씨와는 직접 면담을 진행했다.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 비쿠탄을 찾은 마약 조사관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송씨와 박씨에게 “마약 유통 좀 그만해라. 다른 애들과 루트는 어디냐? 누가 제일 많이 관리하느냐”고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쿠탄에 있는 한 재소자는 “지난해 4월과 5월에 왔었고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갔다”며 “이미 비쿠탄 수용소 내부에 있는 한국인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마약 조사관과 동석했던 한 재소자도 “수사기관 관계자가 항상 동석하지는 않는다. 필리핀 대부분의 감옥이 그런 곳이다. 박씨와 송씨가 해당 조사관들과 지속적으로 감옥 내에서 통화하고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약 조사관들은 송씨와 박씨 조직이 이감된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과 비콜 교도소까지 찾아갔다. 지난해 말까지 접촉을 이어간 것이다.

이감된 인물은 박씨와 송씨를 포함해 이들이 관리하던 보이스피싱 관리책 2명으로 총 4명이다. 이들은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보이스피싱 및 마약 공급·유통책을 모집했다. 이 조직은 송씨 주도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박씨를 영입한 이유로는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마약범죄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 조사관들이 이들을 찾아간 이유는 필리핀 민다나오 지방이 ‘제2의 골든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1의 골든트라이앵글은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의 접경지역을 말한다. 특히 미얀마 동부 살윈강 동안의 산주 일대서 연간 약 100만t의 아편이 채취되고 아편서 생산된 헤로인이 한때 미국에 유통되는 헤로인의 60%에 달했을 정도다.

마약 조사관 수차례 필리핀 방문 접촉 확인
불법 아닌데…마약범 활용 정보 수집 적절?


아시아 지역에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생산의 40%를 유통하고 있다. 메스암페타민 계열의 야바나 MDMA 같은 합성마약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인근 접경지대인 태국을 통해 탈북하려는 탈북민들의 탈북 경로로도 종종 이용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일부 탈북민이 마약 노동자로 활동하면서 ‘북한산 마약’을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필리핀 남동부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접경지역인 민다나오가 뜨기 시작했다. 이곳은 각각 흑색·적색경보 지역으로 나뉜다. 흑색·적색경보 지역은 여행금지와 출국 권고 대상 구역으로 흑색경보 지역을 정부의 허가 없이 방문한다면 국내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정원 마약 조사관들은 마닐라를 포함해 민다나오 지역 휴민트와 마약 정보원인 이른바 ‘야당’과 여러 차례 접촉한다. 송씨와 박씨도 정보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야당 출신 인사들의 설명이다.

한 마약 정보원은 “동남아서 한국 유통·공급책은 타국보다 귀하다. 한국 마약값이 동남아보다 10배 이상 비싼 만큼 한국 유통책을 활용하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국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도 용돈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료’를 받는다. 많은 양의 마약을 유통하고 있는 한국인이 정보기관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면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유통책과 조직은 돈을 벌고 국정원은 첩보 보고서를 작성하는 형식이다. 그 조직을 잡아내는 건 수사기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복수의 마약 정보원들은 국정원과 야당 간 공조가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원조 야당은 소매치기 조직의 구역관리와 라이벌 소매치기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지하철 수비대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과 합법
애매한 선상

한 마약 조사관 출신 관계자는 “드라마처럼 직접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불법과 합법의 애매한 선에 있고, 총을 들고 다니다가 발각되는 순간 외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정원은 수사 권한이 없기에 예전부터 개입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마약 조사관들이 송씨와 박씨를 활용하는 이유에 관해 ‘큰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다나오 지역의 한 인사는 “필리핀산 마약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지역은 마닐라 지역과는 다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 과격단체가 테러 자금을 만들기 위해 필로폰 제조 판매까지 했는데 그들의 교관이 북한군이었고, 제조 기술자까지 지원해서 상당 부분의 마약이 퀄리티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사실관계 확인 자체를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마약 정보원의 허위 정보에 따른 검찰과 경찰 수사의 문제가 마약사범 봐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경기도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검찰에 의해 억울하게 구속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A씨는 자신의 커피숍서 한 택배 상자를 받았다. 발신한 곳은 처음 보는 필리핀 주소지. 택배를 받은 지 30분 뒤, 사복 경찰이 들이닥쳤다.

택배 상자 안에는 필로폰 약 90g이 들어있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A씨를 필로폰 밀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필리핀서 보낸 “부탁하신 것 보낸다”는 문자메시지가 정황 증거로 인정된 것이다.

“국익 위한
통상 활동”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 B씨는 친분이 깊던 손모씨에게 실적을 요청했다. 손씨는 국정원서 활동비를 받고 정보원으로 일해온 마약 전과자다. 손씨는 B씨의 요청에 ‘마약사범 근황 파일’을 입수한 후, 여기에서 A씨의 개인 정보를 얻었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필리핀 마약상에게 A씨의 커피숍 주소지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연락했다. 필리핀 마약상은 피규어 2개에 필로폰을 나눠 담아 국제우편으로 보낸 뒤, 손씨에게 송장번호를 보냈다. 손씨는 필리핀 마약상이 찍어 보낸 송장 사진을 국정원에 전달했다.


국정원은 해당 첩보를 인천세관에 넘겼고 손씨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비해 A씨 앞으로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문자까지 보내두게 했다.

사건을 들여다본 용산경찰서가 서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서부지검은 마약 배달 전, 피해자 주소를 제3자와 주고받은 거짓 제보 증거를 찾아내 손씨를 무고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세 달 뒤 인천지검은 A씨를 석방했다. 허위 제보자이자 국정원 마약 정보원이던 손씨가 서울서부지검의 수사 과정서 체포된 것이다. 마약 정보원들은 정보료와 ‘공적’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위 피고인의 협조가 다른 마약 수사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의 수사 공적서를 쌓으면 재판서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손씨의 2014년 10월 광주고등법원 2심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국가정보원의 정보원으로서 활동한 전력이 있고 중대한 마약 수사에 협조한 공적이 있는 점(중략) 등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들에 더 한다”고 판시돼있다.

국정원이 마약 정보원들에게 ‘실적’을 요구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특히 허위 사실이 포함된 정보일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범죄자를 활용한 정보 수집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야당’ 공조 체계 40년 “더 큰 범죄 소탕 목적”
마약 피해 지속 불구 법무부 여전한 소극 행정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를 보내지 않기도 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경찰이
못하니…”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박씨와 송씨의 경우 현지서 재판을 받고 있어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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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