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 옛말 진화한 스팸문자 백태

지워도 지워도 또…‘문자 노이로제’

[일요시사 =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근 스팸문자가 자취를 감췄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불법 대부 광고, 대출 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에 대한 신속이용 정지제도를 도입하면서 스팸문자가 줄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새로운 유형의 스팸문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스팸문자가 올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출 관련 문자가 빗발쳤는데 요즘은 온갖 스팸문자들이 오고 있다.

김씨는 “정부는 대출 관련 스팸문자가 줄고 있다는데 요즘은 특정 번호가 아닌 개인 핸드폰 번호로 오는 도박사이트, 대리운전, 통신사 광고 등 온갖 유형의 문자들이 나를 괴롭힌다”라며 “아무래도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뭘 잘했다고 대출 문자를 줄였다고 자랑부터 하고 있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짜증이 솟구친다”

카드3사, 저축은행, 캐피털 등 금융사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스팸문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연이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안심시키기 위해 진땀을 빼는 분위기다. KB국민, 롯데, 농협 등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당시 검찰은 외부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등 휴대폰으로 받는 스팸문자가 하루 평균 0.22통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동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노력으로 인해 스팸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금융감독원이 불법 대부 광고, 대출 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에 신속이용 정지제도를 도입해 스팸문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다. 네티즌들은 “나는 스팸 풍년이다” “아직도 미친 듯이 온다” “아침에 스팸문자 받고 일어나서 이 소식을 보는 나는 황당할 뿐” “어디를 가야 사라진 곳을 볼 수 있나요” “스팸문자 매일 오는데 무슨 자취를 감춰?”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도박사이트, 대리운전, 성형외과, 통신사 광고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문자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문자가 와 스팸문자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지만 요즘은 010으로 시작되는 개인번호로 발송돼 헷갈리게 만든다. 제목도 '안녕하세요^^' '스팸 짜증나시죠?' '사용 안하시는 통장' 등으로 시작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막상 열어보면 스팸문자로 확인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상반기 스팸 문자 유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이 23%, 도박 22.5%, 성인물 22.4% 등의 순이었다. 최근 대출 스팸 문자가 줄어들면서 도박과 성인물이 스팸 문자의 선두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흔히 알려져 있는 대출, 도박 사이트, 대리운전 등 문자 외에도 새로운 유형의 스팸문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윈도XP 지원 종료 이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호나라’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유포됐다. 보호나라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스마트폰에 악성 앱이 깔린다. 악성 앱이 깔리면 기기정보, 문자 등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보호나라를 사칭한 문자를 즉시 삭제하라고 당부했다.

민방위 교육 안내를 빙자한 사기형 문자도 등장했다. 이 문자메시지는 "민방위 훈련 온라인 통지서입니다", "시범교육 대상자입니다. 확인하기" 등의 내용이 민방위군을 현혹했다.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후 더욱 늘어
종전 보기 힘들었던 신종수법 활개
정부는 성난 민심 안심시키기 급급

지난 3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사칭해 건강검진을 악용한 스팸문자가 발송됐다. 문자에는 ‘국민건강보험 무료 암검진 대상이오니 꼭 암 검진을 받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2월 소치올림픽 때는 김연아 선수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위장한 ‘연아 스미싱’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 발송된 ‘연아야 고마워. 빼앗긴 금메달 저희가 위로해 드립니다’라는 문자에 첨부된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면 휴대전화에 악성코드가 설치됐다.


이러한 문자 발신은 대부분 업체에서 고객정보를 빼내거나 무작위로 정보를 모아 발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성을 부리고 있는 대리운전 문자 발신자 중 한 일당이 지난 3월 붙잡혔다. 대리운전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던 고객정보를 빼내 ‘대리운전’ 광고성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보낸 것이다. 작은 영세업체는 대형업체의 콜센터 대행계약을 통해 이용한다.

대형업체는 콜센터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어 영세업체에서 수집· 보관 중인 고객정보를 손쉽게 빼낼 수 있다. 이들이 매매하거나 빼돌린 개인정보는 주로 운전자의 전화번호, 출발지, 도착지, 이용실적, 마일리지 등으로 조사됐다.

대리운전의 경우 휴대폰 문자 메시지 1대1 광고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도 이뤄져 왔다.

일부 대리운전업체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주차장이나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 생활정보지의 광고 등에 적혀 있는 개인정보를 100건당 1만원을 주고 모아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지난 1월에는 ‘돌잔치 초대장’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일당 8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해 5∼11월 피해자 모르게 휴대전화의 착신전환을 신청, 인증번호를 가로채 18명으로부터 500만원을 소액결제 하는 등 모두 115명으로부터 3000만원을 챙겼다. 착신전환 소액결제는 종전까지 보기 힘들었던 신종수법으로, 게임사이트나 온라인쇼핑몰,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휴대폰 인증제도를 무력화시켰다.

강력처벌 시급

이와 같이 새로운 유형의 스팸문자가 날로 진화할 수 있는 이유는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개인정보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휴대폰 전화번호, 연령, 지역, 직업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거대 스팸문자가 집단적으로 발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팸 문자 전송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계 한 관계자는 “스팸문자는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와 있다”라며 “워낙 개인정보가 만연하게 퍼져 있어 사람들이 체념하는 분위기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지만 개인정보를 유출한 업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선거철 ‘문자 홍보’백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의 홍보성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합동연설회 등이 폐지되면서 자신을 알리기 위한 마땅한 수단이 없어진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문자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예비후보자는 선거일을 제외한 기간에는 선관위에 1개의 전화번호를 신고하고 컴퓨터 및 컴퓨터 이용기술을 활용한 자동동보통신 방법을 이용해 5회 내에서 문자 선거홍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화기와 인터넷 문자 서비스를 이용해 동시에 20명 이하에게 보내는 문자는 자동동보통신(무작위 대량전송) 방법에 해당하지 않아 대다수 선거사무실은 이 방법을 이용해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예비후보자가 보내는 문자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문자 형태도 다양하다. “한번만 봐주세요” “부탁드린다” 등의 호소형 문자가 대부분이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이제는 변해야 삽니다. 한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바꿉니다” “시원한 정치, 깨끗한 정치 OOO가 만들겠습니다” 등의 메시지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홍보문자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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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