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 옛말 진화한 스팸문자 백태

지워도 지워도 또…‘문자 노이로제’

[일요시사 =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근 스팸문자가 자취를 감췄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불법 대부 광고, 대출 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에 대한 신속이용 정지제도를 도입하면서 스팸문자가 줄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새로운 유형의 스팸문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스팸문자가 올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출 관련 문자가 빗발쳤는데 요즘은 온갖 스팸문자들이 오고 있다.

김씨는 “정부는 대출 관련 스팸문자가 줄고 있다는데 요즘은 특정 번호가 아닌 개인 핸드폰 번호로 오는 도박사이트, 대리운전, 통신사 광고 등 온갖 유형의 문자들이 나를 괴롭힌다”라며 “아무래도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뭘 잘했다고 대출 문자를 줄였다고 자랑부터 하고 있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짜증이 솟구친다”

카드3사, 저축은행, 캐피털 등 금융사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스팸문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연이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안심시키기 위해 진땀을 빼는 분위기다. KB국민, 롯데, 농협 등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당시 검찰은 외부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등 휴대폰으로 받는 스팸문자가 하루 평균 0.22통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동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노력으로 인해 스팸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금융감독원이 불법 대부 광고, 대출 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에 신속이용 정지제도를 도입해 스팸문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다. 네티즌들은 “나는 스팸 풍년이다” “아직도 미친 듯이 온다” “아침에 스팸문자 받고 일어나서 이 소식을 보는 나는 황당할 뿐” “어디를 가야 사라진 곳을 볼 수 있나요” “스팸문자 매일 오는데 무슨 자취를 감춰?”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도박사이트, 대리운전, 성형외과, 통신사 광고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문자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문자가 와 스팸문자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지만 요즘은 010으로 시작되는 개인번호로 발송돼 헷갈리게 만든다. 제목도 '안녕하세요^^' '스팸 짜증나시죠?' '사용 안하시는 통장' 등으로 시작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막상 열어보면 스팸문자로 확인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상반기 스팸 문자 유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이 23%, 도박 22.5%, 성인물 22.4% 등의 순이었다. 최근 대출 스팸 문자가 줄어들면서 도박과 성인물이 스팸 문자의 선두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흔히 알려져 있는 대출, 도박 사이트, 대리운전 등 문자 외에도 새로운 유형의 스팸문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윈도XP 지원 종료 이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호나라’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유포됐다. 보호나라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스마트폰에 악성 앱이 깔린다. 악성 앱이 깔리면 기기정보, 문자 등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보호나라를 사칭한 문자를 즉시 삭제하라고 당부했다.

민방위 교육 안내를 빙자한 사기형 문자도 등장했다. 이 문자메시지는 "민방위 훈련 온라인 통지서입니다", "시범교육 대상자입니다. 확인하기" 등의 내용이 민방위군을 현혹했다.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후 더욱 늘어
종전 보기 힘들었던 신종수법 활개
정부는 성난 민심 안심시키기 급급

지난 3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사칭해 건강검진을 악용한 스팸문자가 발송됐다. 문자에는 ‘국민건강보험 무료 암검진 대상이오니 꼭 암 검진을 받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2월 소치올림픽 때는 김연아 선수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위장한 ‘연아 스미싱’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 발송된 ‘연아야 고마워. 빼앗긴 금메달 저희가 위로해 드립니다’라는 문자에 첨부된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면 휴대전화에 악성코드가 설치됐다.


이러한 문자 발신은 대부분 업체에서 고객정보를 빼내거나 무작위로 정보를 모아 발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성을 부리고 있는 대리운전 문자 발신자 중 한 일당이 지난 3월 붙잡혔다. 대리운전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던 고객정보를 빼내 ‘대리운전’ 광고성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보낸 것이다. 작은 영세업체는 대형업체의 콜센터 대행계약을 통해 이용한다.

대형업체는 콜센터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어 영세업체에서 수집· 보관 중인 고객정보를 손쉽게 빼낼 수 있다. 이들이 매매하거나 빼돌린 개인정보는 주로 운전자의 전화번호, 출발지, 도착지, 이용실적, 마일리지 등으로 조사됐다.

대리운전의 경우 휴대폰 문자 메시지 1대1 광고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도 이뤄져 왔다.

일부 대리운전업체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주차장이나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 생활정보지의 광고 등에 적혀 있는 개인정보를 100건당 1만원을 주고 모아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지난 1월에는 ‘돌잔치 초대장’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일당 8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해 5∼11월 피해자 모르게 휴대전화의 착신전환을 신청, 인증번호를 가로채 18명으로부터 500만원을 소액결제 하는 등 모두 115명으로부터 3000만원을 챙겼다. 착신전환 소액결제는 종전까지 보기 힘들었던 신종수법으로, 게임사이트나 온라인쇼핑몰,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휴대폰 인증제도를 무력화시켰다.

강력처벌 시급

이와 같이 새로운 유형의 스팸문자가 날로 진화할 수 있는 이유는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개인정보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휴대폰 전화번호, 연령, 지역, 직업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거대 스팸문자가 집단적으로 발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팸 문자 전송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계 한 관계자는 “스팸문자는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와 있다”라며 “워낙 개인정보가 만연하게 퍼져 있어 사람들이 체념하는 분위기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지만 개인정보를 유출한 업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선거철 ‘문자 홍보’백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의 홍보성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합동연설회 등이 폐지되면서 자신을 알리기 위한 마땅한 수단이 없어진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문자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예비후보자는 선거일을 제외한 기간에는 선관위에 1개의 전화번호를 신고하고 컴퓨터 및 컴퓨터 이용기술을 활용한 자동동보통신 방법을 이용해 5회 내에서 문자 선거홍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화기와 인터넷 문자 서비스를 이용해 동시에 20명 이하에게 보내는 문자는 자동동보통신(무작위 대량전송) 방법에 해당하지 않아 대다수 선거사무실은 이 방법을 이용해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예비후보자가 보내는 문자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문자 형태도 다양하다. “한번만 봐주세요” “부탁드린다” 등의 호소형 문자가 대부분이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이제는 변해야 삽니다. 한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바꿉니다” “시원한 정치, 깨끗한 정치 OOO가 만들겠습니다” 등의 메시지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홍보문자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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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