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족한’ 병무청 신검 마약검사 속사정

돈도 없는데 무슨 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군대 내 마약과 전쟁이 시작됐다.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검사가 실시되면서다. 검사 대상자는 연간 26만명에 예산은 31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서 심사하는 예산은 예상보다 적고 병무청은 시행 약 두 달 전인데도 물량 확보를 안 하고 있어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일요시사>의 문제 제기에 병무청 관계자는 “법 개정 사항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이 올해 하반기부터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마약류 전수검사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병무청은 지난 1월 병역법을 개정해 마약류 투약·흡연·섭취 여부에 관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입영 판정검사 시 기존에 실시하는 ‘신체검사’와 ‘심리검사’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병역법을 개정한 것이다.

돈 없는데···
병역법 개정

현재는 ‘마약류 복용 경험이 있다고 진술한 사람’ ‘병역 판정 전담 의사 등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선별적으로 5종(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의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약이나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이용한 범죄와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총기 운용에 따른 사고 위험이 있어 마약류 중독자 군 유입을 차단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이후 5년간 군사경찰에 입건된 현역 장병 마약사범은 모두 118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20년 9명 수준이던 마약사범이 2021년엔 20명, 2022년 32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8개월 동안 26명이 붙잡혔다.

이에 병무청은 지난 2021년 8월 시행된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병 모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 검사를 실시하도록 개정했다. 법 시행 이후,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 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해당 명단을 통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른 질병과 연관성 확인을 위해 치료기간을 부여해 즉시 입영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마약류 검사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국방부서도 검사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병무청과 국방부 간 공유 체계 구축도 추진했다.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마약류 등을 고려해 검사항목도 현재 5종(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서 2종(벤조디아제핀, 케타민)을 추가해 총 7종을 검사할 계획이다. 해당 개정안을 통해 입대 전 2차례에 걸쳐 마약류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차로 만 19세가 되면 받는 병역 판정검사서 본인 진술 또는 병역 판정 전담의에 의해 마약류 검사가 이뤄지게 되고, 일부 중독자가 걸러진다.

현역 대상자 전원에 마약류 검사 실시
연간 26만명 예상·31억원 소요 예정

2차로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입영 판정검사 등에서 대상자 전원이 마약류 검사를 받게 되면서 숨어있던 마약 중독자들을 색출하게 된다. 특히 입영 판정검사는 입영 14일 전에서 3일 전까지 받아야 해 마약사범의 입대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 개정 후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 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되면 경찰청에 명단을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질병과 연관성 확인을 위해 치료기간을 부여해 즉시 입영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며 “마약류 검사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국방부도 검사이력을 관리하도록 병무청과 국방부 간 공유체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입대 대상자가 마약검사를 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직 입영 판정검사가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영 판정검사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행됐으며, 입영 후 군부대서 실시하던 입영 신체검사 제도를 대체해 입영 전 병무청서 입영 대상자의 건강 및 질병상태를 검사해 군 복무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아직 입영 판정검사가 전군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병무청은 오는 2025년까지 병역의무자의 입영 판정검사를 전 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사단급 훈련소에 입소하는 입영 대상자 외 육군훈련소와 해·공군, 해병대 등 각 군 훈련소로 직접 입영하는 사람들은 병무청서 입영 판정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입영 판정검사 인원은 ▲2021년 1만3000명 ▲2022년 3만7000명 ▲2023년 8만6000명 등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약 5만8000명이 검사를 받을 전망이다. 내년에 전면 시행될 경우, 연간 검사자 수는 현재의 2배 이상이 된다.

계산보다
부족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검사 인원은 2025년 기준 연간 26만명, 예산만 31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입영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검사 시행이 예정돼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국방위)는 병무청 소관 예산안 심사 결과 입영 판정, 검사 및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투약 여부 확인 검사를 위한 예산 6억9600만원을 증액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 국방예산과에 따르면, 해당 증액금이 모두 올해 병무청 마약검사 예산으로 등록됐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마약 검사는 문제가 없지만 2025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면 예산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기재부서 심사한 2025년 병무청 마약 검사 관련 1차 정기 심사 예산이 약 24억8000만이기 때문이다. 병무청서 예상한 31억보다 6억가량 부족한 셈이다. 국방위에 보고된 병무청 예산안에 따르면 2024년도 병역판정검사 예산안은 2023년도 대비 3.7%(6억8100만원) 증액된 188억5500만원이다.

주요 증액 사유는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 추진을 위한 질량분석기 등 도입(2억7900만원), 데이터 통합 병역면탈 조기경보체계 구축(5억8000만원)에 따른 것으로 마약류 검사를 위한 증액으로 볼 수 없어 보인다.

이에 관해 병무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를 통해 “내년 1월1일부로 입영 판정검사가 전군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 개정 사항이기에 예산과 인력은 상황에 맞게 따라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량 확보가 가능한지 ▲제대로 된 마약검사가 가능한지의 여부 등 마약진단키트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병무청서 확보하려는 마약진단키트는 검찰과 경찰 등에서 마약사범 검거 후 사용하는 소변검사키트로, 결과가 뜨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 5~10분이다. 키트의 줄이 한 줄이면 양성, 두 줄이면 음성이다. 하지만 감정 가능한 기간은 통상적으로 5일서 10일밖에 되지 않아 해당 기간을 벗어나면 음성 반응이 나온다는 문제가 있다.

1개당 3만원
78억원 필요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진단키트는 감정 기간이 짧다는 문제가 있어 최근 경찰에서는 타액검사기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러나 소변용보다 타액용이 적게는 2배서 많게는 3배가량 비싸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경찰서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대 전에 마약사범을 잡아 군대 내에서 문제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면적인 마약검사가 도입됐지만 소변용보다 정교한 검사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경찰청서 구입하고 있는 타액용 마약검사기는 1개당 가격이 3만원에 달한다. 이를 병무청서 언급한 2025년 기준 26만명에 대입해 보면 78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현재 경찰서 사용하는 소변용 마약검사기는 해외 제품으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데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병무청이 2024년도 마약류 검사를 위해 계약한 것은 지난해 11월에 병리검사 시약기와 함께 구매한 것 뿐이다.


심지어 당시 계약한 것도 병리검사시약기가 1만4080개고 마약검사키트는 31박스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3년 마약류·병리 검사를 위해 계약한 것보다 감소했다. 지난 2022년에 계약할 당시에는 병리검사시약기 1만5993개, 마약류 검사기 34박스를 구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마약검사 간이시약기는 일선 경찰들이 마약수사 활동을 하는 데 수요가 부족하면 그때마다 구매 계약을 한다”며 “일반적으로 마약검사기는 해외서 들여와 빨라도 한 달가량이 소요돼 부족하기 전에 구매 계약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진행 문제없다” 하는데···
예산 적고 물량은 미확보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마약검사가 전면 시행되기까지 아직 두 달가량 남았다”며 “검사기 구매 계약은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며 병무청서 시행 예정인 질량분석기도 있어 마약검사는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올 하반기부터 혈액 내 특정 약물의 농도를 분석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를 들여와 허위 진단에 따른 가짜 질병을 가려낼 예정이다.

병무청은 지난 2월18일 “올 하반기 혈액 약물농도 분석을 위한 질량 분석기 2대를 대구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장비를 이용해 신경과는 항경련제 치료약물 7종, 정신과는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 등 40여종의 약물을 일괄 검사할 수 있다.

특히 신경과에서는 지난해 뇌전증 허위진단을 통한 병역면탈 시도가 다수 적발된 만큼 병역면탈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그간 마약류를 복용했던 병역 의무자는 정신과 7급 재검사 판정을 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다. 이때 질량분석기를 활용해 마약류 중독 치료를 위한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했는지, 또는 치료 대신 마약류를 계속 사용했는지를 신속하게 판정할 수 있다.

입대 후에도 마약검사는 진행된다. 지난 1월9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지난 2월1일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차례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다.

지난해 12월8일 병역법 개정으로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에 대한 마약검사가 법제화됐다면 군인사법 개정으로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를 군 간부로 임용할 수 없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로 인해 입영 판정검사를 받지 않는 장교, 준·부사관 지원자들도 지원 전 신체검사 또는 임관 전 신체검사 등에서 마약류 검사를 받게 됐다.

그때그때
메꾼다고?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현역 장병들의 마약류 검사도 이뤄진다. 입대 후에는 마약류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마약에 손을 대는 장병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입대 전, 중, 후로 마약검사가 이뤄져 총기를 다루는 고위험 직무를 수행하는 군대 안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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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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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