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묻지 마’ 처방 실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OK?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다. 살이 찌면 운동부터 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운동 대신 약으로 살을 빼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여기에 기존 치료제보다 체중 감소 효과를 더 높인 신제품들이 출시를 앞두면서, 비만치료제 인기는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처음부터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은 아니다. 이 계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식사를 하면 우리 몸에서는 혈당을 조절하는 여러 호르몬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GLP-1이다.

고공 행진
비만 시장

이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돕고,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한다. 제약사들은 이 작용에 주목해 GLP-1의 기능을 흉내 낸 약물을 만들었고, 이것이 GLP-1 계열 치료제의 시작이었다. 이 계열 약물이 처음 시장에 나온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에는 비만과는 관련이 없었고, 혈당 조절이 목적이었다. 주사로 맞는 당뇨병 치료제였고, 하루에 한번 또는 그 이상 투여해야 했다.

그런데 치료를 받던 환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혈당이 조절되는 것과 함께 체중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점이 의료진과 제약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GLP-1 계열 약물은 점차 발전했다. 주사를 맞는 횟수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고,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하루 한번이던 주사 투약이 주 1회로 줄어들면서 사용 편의성도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체중 감소 효과는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체중이 줄어드는 결과가 확인되면서, GLP-1 계열 약물을 비만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후 GLP-1 계열 약물은 처음으로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를 받게 된다. 기존 당뇨병 치료 성분을 바탕으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일정 기간 약을 사용했을 때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체중 감소 폭이 수치로 확인되자, GLP-1 계열 약물은 기존 비만치료제와는 다른 약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체중 감소 효과였다. 이전에도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은 있었지만, 체중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반면 GLP-1 계열 주사형 치료제는 일정 기간 사용했을 때 평균 체중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수치가 의료계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알려지면서 기대가 커졌다.

이 계열 비만치료제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이 위고비다. 위고비를 처음 내놓은 곳은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다.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던 기술을 바탕으로 위고비를 개발해 비만 치료용으로 허가를 받았다.

BMI 지수 확인도 안 하고…
5분 이내 짧은 진료 후 처방

위고비는 GLP-1 계열 성분을 기반으로 한 주사형 비만치료제로, 당뇨병 치료에 쓰이던 성분을 비만 치료에 맞게 조정했다. 주 1회 주사 방식으로 맞는 것이 특징이다.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음식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줄이도록 돕는다.

위고비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받은 뒤 비만 치료제로 허가됐다.

위고비는 해외에서 먼저 출시됐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체중 감소 효과가 알려지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비만 인구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처방이 늘었고, 위고비는 자연스럽게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위고비가 비교적 늦게 출시 됐지만, 인기는 뜨거웠다. 해외 사용 사례와 체중 감소 효과가 이미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출시 전부터 관심이 빗발쳤다. 위고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에는 주사형 비만치료제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었다.

기존의 비만 치료 방식과 달리, 주 1회 주사로 체중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물론 위고비 이전에도 GLP-1 계열 치료제는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삭센다가 있었다. 삭센다는 위고비보다 훨씬 앞서 세계적으로 출시된 주사형 비만치료제다. 처음에는 비만 치료 목적으로 허가됐고, 일주일이 아니라 매일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삭센다는 상대적으로 체중 감소 폭이 적은 편이었지만,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는 최초로 널리 쓰인 약이었다. 이 약을 개발한 회사 역시 노보노디스크로, 위고비의 등장 이전까지는 국내·외에서 인지도 있는 비만치료제였다.

하지만 위고비가 출시된 이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위고비와 같은 방식의 약물뿐 아니라, 다른 호르몬 작용을 함께 결합한 새로운 주사형 치료제도 등장했다. 이들 약물은 기존 GLP-1 단독 약물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내세웠다.

체중 감소 폭이 크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으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한층 더 확대됐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최근에는 기존 GLP-1 약물의 효과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제품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마운자로(Mounjaro)’다. 마운자로는 미국의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주사형 치료제로, GLP-1뿐 아니라 또 다른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체중 감소 효과를 보다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로, 국내에서도 지난 8월부터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위고비와 경쟁하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비만치료제의 인기로 인해 무분별한 처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누구에게나 처방될 수 있는 약은 아니다. 위고비를 비롯한 GLP-1 계열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일정한 처방 기준을 전제로 허가된다.

체중과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있다. 비만치료제의 기본적인 처방 기준은 체질량지수(BMI)를 중심으로 설정돼있다. 일반적으로 BMI가 30 이상인 경우, 즉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환자가 주요 처방 대상이다.

BMI가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비만과 관련된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처방 대상에 포함된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소 자체보다는, 비만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비만치료제는 단기간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이 아니라,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 개선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치료 과정에서는 환자의 체중 변화뿐 아니라 기존 질환 여부, 복용 중인 약물, 부작용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강하게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사용 중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에 대한 설명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비만치료제 처방은 원칙적으로 충분한 문진과 진료를 거쳐 이뤄지도록 돼있다. 환자의 키와 몸무게를 정확히 확인하고, 체질량지수를 계산한 뒤 비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주사 찾아
병원 전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과거 병력이나 현재 복용 중인 약물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처방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었다.

<일요시사>가 직접 방문한 일부 병원에서는 별다른 조건 없이 환자의 요청만으로 약물 처방이 이뤄졌다. 서울 강남구와 도봉구에 위치한 A 병원과 B 병원에서는 진료 과정에서 체중과 키를 확인한 뒤 체질량지수를 계산했지만, C 병원과 D 병원에서는 이 같은 절차 없이 의사와의 짧은 대면 이후 곧바로 처방전이 발행됐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는 체중을 물었고, 대략적인 수치를 말하자 곧바로 처방 이야기로 넘어갔다. 체중계에 올라 실제 몸무게를 재거나 키를 재는 과정은 없었다. 의사는 “예전에 맞아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문제없으면 다시 맞아도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진료가 1~2분 안에 끝났다. 진료실에서는 체중 감량 목적에 대한 질문만 오갔을 뿐, 처방 기준에 대한 설명이나 비만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과정은 없었다.

병원별로 처방 과정에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진료는 5분 이내로 짧게 이뤄졌다. 일부 병원에서는 “다이어트 주사를 맞고 싶다”고 말하자 의사가 별다른 추가 질문 없이 약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체중 감량 목표를 확인한 뒤 처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체질량지수 기준이나 동반 질환 여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는 경우도 있었다. 체중이나 키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보다는 “몇 킬로그램 정도 감량을 원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이후 의료진은 주 1회 주사 방식의 비만치료제를 설명했고, 사용 기간과 횟수를 간단히 안내한 뒤 처방전을 발행했다. 역시나 체질량지수가 처방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대상자 외 안정성 확보 안 돼”
무분별한 처방에 오남용 우려

대기실에서도 비만치료제 처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각 병원에서 약 1시간가량 대기하는 동안,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3명까지 다이어트 약 처방을 문의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진료과와 무관하게 “마운자로 있나요”라며 먼저 물었고, 접수 과정에서도 별다른 제약은 없어 보였다.

병원을 찾은 이들의 체형 역시 눈에 띄었다. 얼핏 보기에도 마른 체형의 여성들이 대다수였다. 이 같은 모습은 비만치료제가 특정 환자군에 제한적으로 처방되기보다는, 비교적 쉽게 접근 가능한 다이어트 수단처럼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비만 여부보다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처방 여부를 결정지었고, 의료진이 체질량지수를 확인한 경우에도 그 수치가 처방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들은 “요즘 비만치료제를 문의하는 환자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처방 문턱이 낮아지면서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주사형 비만치료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환자들은 비만치료제를 단기간 체중 감량 수단으로 인식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정한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곧바로 투약을 중단하거나, 의료진과 상의 없이 사용 간격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주 1회 투여하도록 돼있는 약물을 임의로 더 자주 맞거나, 반대로 용량을 조절해 사용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약물의 정상적인 사용 범위를 벗어난다.

처방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비만치료제는 사용 중 체중 변화와 부작용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일부 환자들은 처방 이후 병원을 다시 찾지 않은 채 투약을 이어간다. 이상 반응이 나타나도 참고 넘기거나, 온라인 정보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오남용

실제 한 내과 전문의는 “현재 BMI 기준의 대상자 외에는 약제에 대한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질환 여부에 대한 확인도 없이 처방을 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