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묻지 마’ 처방 실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OK?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다. 살이 찌면 운동부터 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운동 대신 약으로 살을 빼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여기에 기존 치료제보다 체중 감소 효과를 더 높인 신제품들이 출시를 앞두면서, 비만치료제 인기는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처음부터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은 아니다. 이 계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식사를 하면 우리 몸에서는 혈당을 조절하는 여러 호르몬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GLP-1이다.

고공 행진
비만 시장

이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돕고,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한다. 제약사들은 이 작용에 주목해 GLP-1의 기능을 흉내 낸 약물을 만들었고, 이것이 GLP-1 계열 치료제의 시작이었다. 이 계열 약물이 처음 시장에 나온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에는 비만과는 관련이 없었고, 혈당 조절이 목적이었다. 주사로 맞는 당뇨병 치료제였고, 하루에 한번 또는 그 이상 투여해야 했다.

그런데 치료를 받던 환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혈당이 조절되는 것과 함께 체중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점이 의료진과 제약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GLP-1 계열 약물은 점차 발전했다. 주사를 맞는 횟수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고,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하루 한번이던 주사 투약이 주 1회로 줄어들면서 사용 편의성도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체중 감소 효과는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체중이 줄어드는 결과가 확인되면서, GLP-1 계열 약물을 비만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후 GLP-1 계열 약물은 처음으로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를 받게 된다. 기존 당뇨병 치료 성분을 바탕으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일정 기간 약을 사용했을 때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체중 감소 폭이 수치로 확인되자, GLP-1 계열 약물은 기존 비만치료제와는 다른 약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체중 감소 효과였다. 이전에도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은 있었지만, 체중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반면 GLP-1 계열 주사형 치료제는 일정 기간 사용했을 때 평균 체중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수치가 의료계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알려지면서 기대가 커졌다.

이 계열 비만치료제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이 위고비다. 위고비를 처음 내놓은 곳은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다.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던 기술을 바탕으로 위고비를 개발해 비만 치료용으로 허가를 받았다.

BMI 지수 확인도 안 하고…
5분 이내 짧은 진료 후 처방


위고비는 GLP-1 계열 성분을 기반으로 한 주사형 비만치료제로, 당뇨병 치료에 쓰이던 성분을 비만 치료에 맞게 조정했다. 주 1회 주사 방식으로 맞는 것이 특징이다.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음식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줄이도록 돕는다.

위고비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받은 뒤 비만 치료제로 허가됐다.

위고비는 해외에서 먼저 출시됐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체중 감소 효과가 알려지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비만 인구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처방이 늘었고, 위고비는 자연스럽게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위고비가 비교적 늦게 출시 됐지만, 인기는 뜨거웠다. 해외 사용 사례와 체중 감소 효과가 이미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출시 전부터 관심이 빗발쳤다. 위고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에는 주사형 비만치료제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었다.

기존의 비만 치료 방식과 달리, 주 1회 주사로 체중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물론 위고비 이전에도 GLP-1 계열 치료제는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삭센다가 있었다. 삭센다는 위고비보다 훨씬 앞서 세계적으로 출시된 주사형 비만치료제다. 처음에는 비만 치료 목적으로 허가됐고, 일주일이 아니라 매일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삭센다는 상대적으로 체중 감소 폭이 적은 편이었지만,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는 최초로 널리 쓰인 약이었다. 이 약을 개발한 회사 역시 노보노디스크로, 위고비의 등장 이전까지는 국내·외에서 인지도 있는 비만치료제였다.

하지만 위고비가 출시된 이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위고비와 같은 방식의 약물뿐 아니라, 다른 호르몬 작용을 함께 결합한 새로운 주사형 치료제도 등장했다. 이들 약물은 기존 GLP-1 단독 약물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내세웠다.

체중 감소 폭이 크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으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한층 더 확대됐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최근에는 기존 GLP-1 약물의 효과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제품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마운자로(Mounjaro)’다. 마운자로는 미국의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주사형 치료제로, GLP-1뿐 아니라 또 다른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체중 감소 효과를 보다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로, 국내에서도 지난 8월부터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위고비와 경쟁하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비만치료제의 인기로 인해 무분별한 처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누구에게나 처방될 수 있는 약은 아니다. 위고비를 비롯한 GLP-1 계열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일정한 처방 기준을 전제로 허가된다.

체중과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있다. 비만치료제의 기본적인 처방 기준은 체질량지수(BMI)를 중심으로 설정돼있다. 일반적으로 BMI가 30 이상인 경우, 즉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환자가 주요 처방 대상이다.

BMI가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비만과 관련된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처방 대상에 포함된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소 자체보다는, 비만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비만치료제는 단기간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이 아니라,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 개선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치료 과정에서는 환자의 체중 변화뿐 아니라 기존 질환 여부, 복용 중인 약물, 부작용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강하게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사용 중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에 대한 설명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비만치료제 처방은 원칙적으로 충분한 문진과 진료를 거쳐 이뤄지도록 돼있다. 환자의 키와 몸무게를 정확히 확인하고, 체질량지수를 계산한 뒤 비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주사 찾아
병원 전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과거 병력이나 현재 복용 중인 약물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처방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었다.

<일요시사>가 직접 방문한 일부 병원에서는 별다른 조건 없이 환자의 요청만으로 약물 처방이 이뤄졌다. 서울 강남구와 도봉구에 위치한 A 병원과 B 병원에서는 진료 과정에서 체중과 키를 확인한 뒤 체질량지수를 계산했지만, C 병원과 D 병원에서는 이 같은 절차 없이 의사와의 짧은 대면 이후 곧바로 처방전이 발행됐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는 체중을 물었고, 대략적인 수치를 말하자 곧바로 처방 이야기로 넘어갔다. 체중계에 올라 실제 몸무게를 재거나 키를 재는 과정은 없었다. 의사는 “예전에 맞아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문제없으면 다시 맞아도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진료가 1~2분 안에 끝났다. 진료실에서는 체중 감량 목적에 대한 질문만 오갔을 뿐, 처방 기준에 대한 설명이나 비만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과정은 없었다.

병원별로 처방 과정에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진료는 5분 이내로 짧게 이뤄졌다. 일부 병원에서는 “다이어트 주사를 맞고 싶다”고 말하자 의사가 별다른 추가 질문 없이 약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체중 감량 목표를 확인한 뒤 처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체질량지수 기준이나 동반 질환 여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는 경우도 있었다. 체중이나 키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보다는 “몇 킬로그램 정도 감량을 원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이후 의료진은 주 1회 주사 방식의 비만치료제를 설명했고, 사용 기간과 횟수를 간단히 안내한 뒤 처방전을 발행했다. 역시나 체질량지수가 처방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대상자 외 안정성 확보 안 돼”
무분별한 처방에 오남용 우려

대기실에서도 비만치료제 처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각 병원에서 약 1시간가량 대기하는 동안,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3명까지 다이어트 약 처방을 문의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진료과와 무관하게 “마운자로 있나요”라며 먼저 물었고, 접수 과정에서도 별다른 제약은 없어 보였다.

병원을 찾은 이들의 체형 역시 눈에 띄었다. 얼핏 보기에도 마른 체형의 여성들이 대다수였다. 이 같은 모습은 비만치료제가 특정 환자군에 제한적으로 처방되기보다는, 비교적 쉽게 접근 가능한 다이어트 수단처럼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비만 여부보다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처방 여부를 결정지었고, 의료진이 체질량지수를 확인한 경우에도 그 수치가 처방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들은 “요즘 비만치료제를 문의하는 환자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처방 문턱이 낮아지면서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주사형 비만치료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환자들은 비만치료제를 단기간 체중 감량 수단으로 인식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정한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곧바로 투약을 중단하거나, 의료진과 상의 없이 사용 간격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주 1회 투여하도록 돼있는 약물을 임의로 더 자주 맞거나, 반대로 용량을 조절해 사용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약물의 정상적인 사용 범위를 벗어난다.

처방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비만치료제는 사용 중 체중 변화와 부작용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일부 환자들은 처방 이후 병원을 다시 찾지 않은 채 투약을 이어간다. 이상 반응이 나타나도 참고 넘기거나, 온라인 정보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오남용

실제 한 내과 전문의는 “현재 BMI 기준의 대상자 외에는 약제에 대한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질환 여부에 대한 확인도 없이 처방을 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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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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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