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두환 비자금 꺼낸 전두환 손자 전우원

“난 수치스러운 사람의 손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그 죄책감의 농도가 더욱 진했던 것일까?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전씨의 폭로를 근거로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전씨 일가 내부 사정과 비자금 조성에 관한 의혹 제기가 빗발치는 중이다. 우원씨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스스로를 ‘범죄자’라고 칭했다. 그가 자백한 유학 시절 마약 투약·성매매 사실이 사회 상류층 전반의 스캔들로 번질지도 관심거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입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범죄행각을 밝힙니다. 저도 범죄자이고 처벌받겠습니다.” 전우원씨는 자신의 SNS 대문에 이같이 적었다. 그는 고 전두환씨의 손자이자 전재용씨의 아들이다.

불행한
가정사

그는 본인이 전두환씨의 손자가 맞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여러 사진을 공개했다. 지금껏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이 대다수였다. 그는 자신이 전두환씨와 찍은 사진 등을 공개했고, 자신의 운전면허증과 대학교 졸업 증명서 등도 SNS에 연이어 게시했다.

그는 SNS를 활용해 폭로를 이어갔다. 우원씨는 첫 폭로 게시물에 영상을 함께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저는 현재 뉴욕 한영회계법인 파르테논 전략컨설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가족이 아마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행각에 대해 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영상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유튜브로 라이브 방송을 켠 가운데 복수의 매체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우원씨는 폭로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전씨 일가가 추징을 피해 숨겨둔 비자금이 있다고 폭로했다. 우원씨는 비자금 추적에 도움이 될 정황을 밝힐 의사도 내비쳤다. 우선 자신부터 타인 계좌를 통해 학비를 지원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할머니(이순자씨)께서 (학비를)지원해주실 때 연희동 자택서 일하고 계신 아주머니들의 계좌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이혼한 어머니가 받은 위자료도 은행 인출이 불가능한 탓에 매번 지인으로부터 찾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우원씨의 또 다른 주장에 따르면, 연희동 사저 안에는 상당한 액수의 비자금이 채권과 현금 형태로 보관돼있다. 

그는 “정말 몇 십억 그렇게 값어치가 나올 수 있는 게 그림인데, 그런 예술 작품들을 저희 가족들은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미술품은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에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전씨 일가 역시 악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씨 일가가 비자금을 바탕으로 호화생활을 즐겨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초호화 호텔을 며칠씩 빌려 가며 풀코스로, 가족들 전원이 음식을 시켜 먹었다”며 “전 재산이 25만원밖에 없는 자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SNS 통해 연일 폭로 이어가
전씨 일가 각종 의혹들 파문

익히 알려진 대로, 전두환씨는 생전인 2003년 6월23일 재산 명시 관련 재판에서 자신의 예금은 29만1000원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우원씨의 ‘25만원’ 비판은 본인 조부의 20년 전 발언을 직격한 셈이라 더욱 이목을 끌었다.


우원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 중에는 한 여성이 스크린 골프를 치는 뒷모습을 담은 영상도 있다. 그는 이 시설이 “연희동 자택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영상이 공개된 뒤, 여기에 나온 여성이 이순자씨로 추정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는 전두환씨의 셋째 아들이자 자신의 삼촌인 전재만씨도 저격했다. 우원씨는 “전재만은 현재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라며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재만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와인 양조장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전두환씨의 비자금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 전재용씨를 직접 겨냥해 “한국에서 서류 조작을 해서 자기가 범죄자가 아니라고 해서 미국 시민권을 받으려고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며 “이 자가 미국에 와서 어디에라도 숨겨진 비자금을 사용해 겉으로는 선한 척을 하고 뒤에서 악마의 짓을 하지 못하도록 여러분이 꼭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씨는 한 언론과의 문답에서 자신이 꺼내든 전씨 일가 비리 의혹을 입증할 방법으로 ‘계좌추적’을 제시했다.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자신의 계좌를 추적해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관련 자료는 악용 위험이 있어 시간을 두고 현명한 방법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원씨는 전두환씨 재산 상속 관련 서류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류엔 전두환씨 일가 자녀 및 손자·손녀 이름이 적혀 있고, 상속 포기 여부 등이 기재돼있었다. 우원씨가 공개한 서류에 따르면 손자·손녀 가운데 단 한 명만 한정 상속승인을 했다.

양심선언?
헛소리?

우원씨는 한 영상에서 상속포기 관련 서류에 관해 발언했다. 영상에서 그는 서류를 들어 올리며 “상속포기 관련 서류다. 인증받았다”며 “여기서 신기한 게 다 상속포기를 했는데 한 분만 상속 한정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몰라서 이게(상속승인 사실이) 신기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저는 상속포기를 했다”며 “혹시라도 가족들이 구성원이 아니라는 프레임을 씌울까 봐 동영상을 찍는다”고 덧붙였다.

우원씨의 증언과 관련해 5‧18 단체 측은 “죗값을 치르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후손들이 치르게 돼있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추징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원씨는 전두환씨와 얽힌 과거사에 대해서도 직접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두환씨를 두고 “지옥에서 고통받고 계시다”며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리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우리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씨는 이순자씨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남편 전두환씨의 과거 행적을 미화하다 국민적 공분을 수차례 샀다. 그는 2017년 발간한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로 폄하한 뒤 “우리 부부도 희생자”라는 주장을 폈다.


2019년 전두환씨의 5·18 관련 재판 출석을 앞두고선 “남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며 신군부의 학살 만행을 두둔했다.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을 때는 “5·18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조부는 학살자, 지옥에 있다” 
부친은 “아들은 우울증 죄송” 

이에 반해 우원씨는 자신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사실을 털어놓을 때 5‧18 유족의 고통을 함께 언급했다. 그는 “5·18 때 죽은 자들, 불구가 된 자들, 그분들의 가족분들, 자녀분들이 받았을 정신질환의 크기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우원씨는 자신 역시 범죄자라고 자책하며 “죄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 선택까지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 가족들은 제 정신과 치료기록을 이용하면서 ‘미친놈’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며 “지난해 1월부터 우울증,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다.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나와 지금 몇 달간 일을 잘했다”고 밝혔다. 


우원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 15일 SNS에 글을 올려 “저를 신고하는 자가 많다. 어제는 경찰이 들이닥치고 오늘은 인스타그램 포스트들이 삭제되고 유튜브에서 동영상 삭제 경고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신고해달라. 내 죄와 모든 잘못을 폭로해달라. 처벌은 달게 받겠다. 더 이상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겠다. 남은 인생 사회 약자들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바치고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는 병들었다. 여러분이 두 눈으로 보고 판단하시라”고 말을 맺었다.

우원씨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가정사를 고백하기도 했다. 본인의 아버지인 재용씨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는 영상에서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해외서 일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박상아씨와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실명을 담은 ‘불륜설’의 파장은 막대했다. 우원씨의 폭로 이후 재용씨의 과거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시금 주목받는 상황이다.

대폭로 서막
증거 꺼낼까

재용씨는 전두환씨의 차남으로, 3번의 결혼을 통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첫 번째 부인과는 자녀를 두지 않았고,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아들 두 명을 뒀다. 이 중 우원씨는 차남이다. 재용씨의 세 번째 부인이 박상아씨로 이들 사이엔 딸이 둘 있다.

박상아씨는 1990년대 유명 탤런트였다. 그는 19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 1기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다. 이후 박씨는 방송과 영화 등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2003년 무렵 재용씨를 만난 뒤 연예계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우원씨는 “아버지는 유흥업소의 이 여자 저 여자들을 만나고 외도를 했다”며 “어머님은 그런 아버지 때문에 병이 들었다. 암 수술을 여러 번 하셨고, 어머님이 아프셔서 제 삶이 없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 친어머니는 피해자”라며 “두 사람은 죄를 죄인지 모르고, 전두환씨가 천국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자들이다. 박상아씨는 학자금 대출을 도와달라고 할 때도 ‘더 이상 엮이기 싫다’며 모든 도움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분(박상아)의 따님들, 그들의 행복은 누구보다 보장했다. 한국의 사립학교를 다니게 하고 미국 유학을 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씨는 ‘가족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할아버지의 재산을 큰 아빠(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다 가져가면서, 현재 아버지와 새엄마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검은돈으로 가족들 생활”
3남 전재만 와이너리 지목

이와 관련해 재용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아들이 우울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주까지 매주 안부 묻고 잘 지냈는데, 지난 13일 갑자기 돌변했다”며 “갑자기 나보고 악마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아빠와 둘이 살자’고 했다.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에 쓴 글도 알았으나, 막을 수가 없었다. 저는 가족이니까 괜찮은데 지인분들이 피해를 보셔서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매체와의 대화에선 비자금 의혹을 부인했다. 재용씨는 “(과거)미 법무부랑 해서 FBI서 미국 쪽이 저희가 돈 빼돌린 게 있는지 다 조사했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다”며 “만약 있다면 당연히 그것에 대해 처벌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을 통해 가족 초청 이민 비자를 신청해둔 사실은 시인했다. 집안 내부에서 비자금 관련 폭로가 나온 만큼, 전씨 일가의 재산 환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전두환씨가 부과받은 추징금 총액은 2205억원가량이지만, 이 중 925억원이 미납됐기 때문이다.

전씨 일가는 추징금이 미납된 상황 속에서도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때늦은 환수’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뇌물 추징 금액은 상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추징 당사자인 전두환씨가 사망한 현재 환수 근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우원씨는 자신의 성매매·마약 전력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친척과 지인의 마약·성범죄·입시비리를 함께 폭로했다. 전씨는 자신의 SNS에 이들의 실명과 사진, 프로필 등을 게시했다. 비자금과 더불어 해당 폭로 역시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원씨의 ‘저격 대상’이 미국 유학생과 사회 상류층에 편중된 만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면 폭로가 대형 사회 스캔들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안 쑥대밭
급수습 시도 

다만 일각에선 우원씨의 폭로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그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만큼,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원씨는 지난 17일(한국시각) 새벽 5시경 라이브 방송을 켠 채로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잇달아 투약했다. 이후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쓰며 횡설수설했고, 이내 환각증세를 보였다. 바닥을 구르거나 몸을 심하게 떨기도 했다. 결국 자택에 현지 경찰이 들어닥치면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와인 대신 ‘검은돈’ 창고? 전씨네 삼남 와이너리 풍문

전우원씨가 ‘검은돈’ 냄새가 난다고 주장한 와이너리의 이름은 다나 에스테이트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미국 내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한다.

고 전두환씨의 3남 전재만씨와 그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비교적 고가에 판매되는데 비싼 품목은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마저도 회원제로 사전 예약을 해야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오른 와인인 ‘바소’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주다.

이 양조장의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은 이곳에 700억원 이상을 꾸준히 투자했다.

전재만씨가 양조장 대표로 활동한 이후로는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증거는 없다.

2016년 동아원이 무너지면서, 이곳의 경영권이 사조그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 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되찾은 상태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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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