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두환 비자금 꺼낸 전두환 손자 전우원

“난 수치스러운 사람의 손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그 죄책감의 농도가 더욱 진했던 것일까?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전씨의 폭로를 근거로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전씨 일가 내부 사정과 비자금 조성에 관한 의혹 제기가 빗발치는 중이다. 우원씨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스스로를 ‘범죄자’라고 칭했다. 그가 자백한 유학 시절 마약 투약·성매매 사실이 사회 상류층 전반의 스캔들로 번질지도 관심거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입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범죄행각을 밝힙니다. 저도 범죄자이고 처벌받겠습니다.” 전우원씨는 자신의 SNS 대문에 이같이 적었다. 그는 고 전두환씨의 손자이자 전재용씨의 아들이다.

불행한
가정사

그는 본인이 전두환씨의 손자가 맞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여러 사진을 공개했다. 지금껏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이 대다수였다. 그는 자신이 전두환씨와 찍은 사진 등을 공개했고, 자신의 운전면허증과 대학교 졸업 증명서 등도 SNS에 연이어 게시했다.

그는 SNS를 활용해 폭로를 이어갔다. 우원씨는 첫 폭로 게시물에 영상을 함께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저는 현재 뉴욕 한영회계법인 파르테논 전략컨설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가족이 아마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행각에 대해 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영상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유튜브로 라이브 방송을 켠 가운데 복수의 매체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우원씨는 폭로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전씨 일가가 추징을 피해 숨겨둔 비자금이 있다고 폭로했다. 우원씨는 비자금 추적에 도움이 될 정황을 밝힐 의사도 내비쳤다. 우선 자신부터 타인 계좌를 통해 학비를 지원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할머니(이순자씨)께서 (학비를)지원해주실 때 연희동 자택서 일하고 계신 아주머니들의 계좌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이혼한 어머니가 받은 위자료도 은행 인출이 불가능한 탓에 매번 지인으로부터 찾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우원씨의 또 다른 주장에 따르면, 연희동 사저 안에는 상당한 액수의 비자금이 채권과 현금 형태로 보관돼있다. 

그는 “정말 몇 십억 그렇게 값어치가 나올 수 있는 게 그림인데, 그런 예술 작품들을 저희 가족들은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미술품은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에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전씨 일가 역시 악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씨 일가가 비자금을 바탕으로 호화생활을 즐겨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초호화 호텔을 며칠씩 빌려 가며 풀코스로, 가족들 전원이 음식을 시켜 먹었다”며 “전 재산이 25만원밖에 없는 자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SNS 통해 연일 폭로 이어가
전씨 일가 각종 의혹들 파문

익히 알려진 대로, 전두환씨는 생전인 2003년 6월23일 재산 명시 관련 재판에서 자신의 예금은 29만1000원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우원씨의 ‘25만원’ 비판은 본인 조부의 20년 전 발언을 직격한 셈이라 더욱 이목을 끌었다.


우원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 중에는 한 여성이 스크린 골프를 치는 뒷모습을 담은 영상도 있다. 그는 이 시설이 “연희동 자택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영상이 공개된 뒤, 여기에 나온 여성이 이순자씨로 추정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는 전두환씨의 셋째 아들이자 자신의 삼촌인 전재만씨도 저격했다. 우원씨는 “전재만은 현재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라며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재만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와인 양조장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전두환씨의 비자금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 전재용씨를 직접 겨냥해 “한국에서 서류 조작을 해서 자기가 범죄자가 아니라고 해서 미국 시민권을 받으려고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며 “이 자가 미국에 와서 어디에라도 숨겨진 비자금을 사용해 겉으로는 선한 척을 하고 뒤에서 악마의 짓을 하지 못하도록 여러분이 꼭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씨는 한 언론과의 문답에서 자신이 꺼내든 전씨 일가 비리 의혹을 입증할 방법으로 ‘계좌추적’을 제시했다.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자신의 계좌를 추적해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관련 자료는 악용 위험이 있어 시간을 두고 현명한 방법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원씨는 전두환씨 재산 상속 관련 서류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류엔 전두환씨 일가 자녀 및 손자·손녀 이름이 적혀 있고, 상속 포기 여부 등이 기재돼있었다. 우원씨가 공개한 서류에 따르면 손자·손녀 가운데 단 한 명만 한정 상속승인을 했다.

양심선언?
헛소리?

우원씨는 한 영상에서 상속포기 관련 서류에 관해 발언했다. 영상에서 그는 서류를 들어 올리며 “상속포기 관련 서류다. 인증받았다”며 “여기서 신기한 게 다 상속포기를 했는데 한 분만 상속 한정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몰라서 이게(상속승인 사실이) 신기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저는 상속포기를 했다”며 “혹시라도 가족들이 구성원이 아니라는 프레임을 씌울까 봐 동영상을 찍는다”고 덧붙였다.

우원씨의 증언과 관련해 5‧18 단체 측은 “죗값을 치르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후손들이 치르게 돼있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추징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원씨는 전두환씨와 얽힌 과거사에 대해서도 직접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두환씨를 두고 “지옥에서 고통받고 계시다”며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리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우리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씨는 이순자씨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남편 전두환씨의 과거 행적을 미화하다 국민적 공분을 수차례 샀다. 그는 2017년 발간한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로 폄하한 뒤 “우리 부부도 희생자”라는 주장을 폈다.


2019년 전두환씨의 5·18 관련 재판 출석을 앞두고선 “남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며 신군부의 학살 만행을 두둔했다.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을 때는 “5·18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조부는 학살자, 지옥에 있다” 
부친은 “아들은 우울증 죄송” 

이에 반해 우원씨는 자신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사실을 털어놓을 때 5‧18 유족의 고통을 함께 언급했다. 그는 “5·18 때 죽은 자들, 불구가 된 자들, 그분들의 가족분들, 자녀분들이 받았을 정신질환의 크기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우원씨는 자신 역시 범죄자라고 자책하며 “죄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 선택까지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 가족들은 제 정신과 치료기록을 이용하면서 ‘미친놈’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며 “지난해 1월부터 우울증,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다.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나와 지금 몇 달간 일을 잘했다”고 밝혔다. 


우원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 15일 SNS에 글을 올려 “저를 신고하는 자가 많다. 어제는 경찰이 들이닥치고 오늘은 인스타그램 포스트들이 삭제되고 유튜브에서 동영상 삭제 경고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신고해달라. 내 죄와 모든 잘못을 폭로해달라. 처벌은 달게 받겠다. 더 이상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겠다. 남은 인생 사회 약자들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바치고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는 병들었다. 여러분이 두 눈으로 보고 판단하시라”고 말을 맺었다.

우원씨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가정사를 고백하기도 했다. 본인의 아버지인 재용씨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는 영상에서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해외서 일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박상아씨와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실명을 담은 ‘불륜설’의 파장은 막대했다. 우원씨의 폭로 이후 재용씨의 과거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시금 주목받는 상황이다.

대폭로 서막
증거 꺼낼까

재용씨는 전두환씨의 차남으로, 3번의 결혼을 통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첫 번째 부인과는 자녀를 두지 않았고,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아들 두 명을 뒀다. 이 중 우원씨는 차남이다. 재용씨의 세 번째 부인이 박상아씨로 이들 사이엔 딸이 둘 있다.

박상아씨는 1990년대 유명 탤런트였다. 그는 19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 1기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다. 이후 박씨는 방송과 영화 등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2003년 무렵 재용씨를 만난 뒤 연예계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우원씨는 “아버지는 유흥업소의 이 여자 저 여자들을 만나고 외도를 했다”며 “어머님은 그런 아버지 때문에 병이 들었다. 암 수술을 여러 번 하셨고, 어머님이 아프셔서 제 삶이 없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 친어머니는 피해자”라며 “두 사람은 죄를 죄인지 모르고, 전두환씨가 천국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자들이다. 박상아씨는 학자금 대출을 도와달라고 할 때도 ‘더 이상 엮이기 싫다’며 모든 도움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분(박상아)의 따님들, 그들의 행복은 누구보다 보장했다. 한국의 사립학교를 다니게 하고 미국 유학을 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씨는 ‘가족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할아버지의 재산을 큰 아빠(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다 가져가면서, 현재 아버지와 새엄마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검은돈으로 가족들 생활”
3남 전재만 와이너리 지목

이와 관련해 재용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아들이 우울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주까지 매주 안부 묻고 잘 지냈는데, 지난 13일 갑자기 돌변했다”며 “갑자기 나보고 악마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아빠와 둘이 살자’고 했다.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에 쓴 글도 알았으나, 막을 수가 없었다. 저는 가족이니까 괜찮은데 지인분들이 피해를 보셔서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매체와의 대화에선 비자금 의혹을 부인했다. 재용씨는 “(과거)미 법무부랑 해서 FBI서 미국 쪽이 저희가 돈 빼돌린 게 있는지 다 조사했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다”며 “만약 있다면 당연히 그것에 대해 처벌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을 통해 가족 초청 이민 비자를 신청해둔 사실은 시인했다. 집안 내부에서 비자금 관련 폭로가 나온 만큼, 전씨 일가의 재산 환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전두환씨가 부과받은 추징금 총액은 2205억원가량이지만, 이 중 925억원이 미납됐기 때문이다.

전씨 일가는 추징금이 미납된 상황 속에서도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때늦은 환수’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뇌물 추징 금액은 상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추징 당사자인 전두환씨가 사망한 현재 환수 근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우원씨는 자신의 성매매·마약 전력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친척과 지인의 마약·성범죄·입시비리를 함께 폭로했다. 전씨는 자신의 SNS에 이들의 실명과 사진, 프로필 등을 게시했다. 비자금과 더불어 해당 폭로 역시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원씨의 ‘저격 대상’이 미국 유학생과 사회 상류층에 편중된 만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면 폭로가 대형 사회 스캔들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안 쑥대밭
급수습 시도 

다만 일각에선 우원씨의 폭로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그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만큼,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원씨는 지난 17일(한국시각) 새벽 5시경 라이브 방송을 켠 채로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잇달아 투약했다. 이후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쓰며 횡설수설했고, 이내 환각증세를 보였다. 바닥을 구르거나 몸을 심하게 떨기도 했다. 결국 자택에 현지 경찰이 들어닥치면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와인 대신 ‘검은돈’ 창고? 전씨네 삼남 와이너리 풍문

전우원씨가 ‘검은돈’ 냄새가 난다고 주장한 와이너리의 이름은 다나 에스테이트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미국 내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한다.

고 전두환씨의 3남 전재만씨와 그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비교적 고가에 판매되는데 비싼 품목은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마저도 회원제로 사전 예약을 해야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오른 와인인 ‘바소’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주다.

이 양조장의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은 이곳에 700억원 이상을 꾸준히 투자했다.

전재만씨가 양조장 대표로 활동한 이후로는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증거는 없다.

2016년 동아원이 무너지면서, 이곳의 경영권이 사조그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 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되찾은 상태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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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