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퓰리즘 논란? 선거마다 반복되는 ‘세종 이전’ 공약

여야, 후보 간 셈법 제각각
충청권, 부동산 시장 후끈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다가오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권주자들이 ‘행정수도 세종’ 구상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세종시가 또다시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등 주요 정당 유력 대선주자 대부분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는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면서도, 세종의 행정수도화를 향한 큰 틀에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경선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19일, 충청권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 2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세종을 ‘행정수도 중심’으로 완성하겠다”며 “헌법 개정 등 난관도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의 완전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수 후보도 지난 21일 정책자료집서 “새정부 국무회의는 세종청사에서 실시하고, 헌법에 수도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고, 앞서 김동연 후보 역시 지난 17일 정책공약집을 통해 ‘대통령실과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 이전하고, 대법원과 대검찰청은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이전 방식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용산, 청와대, 세종을 단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난 18일 “용산을 우선 쓰면서 청와대를 신속히 보수해 들어가는 게 좋겠다. 세종은 종착지가 되지 않을까”라면서도 “쉽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김경수·김동연 후보는 용산 대통령실은 단 하루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의힘도 낡은 정치의 상징인 여의도 시대를 끝내고, 세종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 약속대로, 낡은 정치의 상징이 된 여의도 국회 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 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국회 세종 이전을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닌, 정치 중심의 지방 이전을 통한 국토 균형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권 비대위원장은 “여의도 국회 부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시민과 청년, 미래 세대가 자유롭게 공유하는 열린 광장으로 바꾸겠다”고도 약속했다.

국민의힘 경선주자들도 대체로 ‘세종 이전’에 찬성 기류지만, 대통령실에 대해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복귀를 주장하며, 국회 이전은 개헌을 거쳐 상원은 여의도에, 하원은 세종으로 옮기자는 구상을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용산 대통령실을 임시 사용한 후 청와대 복귀를, 한동훈 후보는 용산 임시 사용 후 검토를, 김문수 ·나경원 후보는 의견 수렴 및 절차 진행 후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취임 직후 정부서울청사를 임시 집무실로 삼고, 세종시에 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겠다”며 충청권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처럼 진영을 막론하고 행정수도 천도를 외치는 배경에는 충청권의 강력한 지지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영남이나 호남과 달리 충청은 각종 여론조사나 선거 구도서 특정 진영으로 쏠리지 않는 등 표심이 상당히 유동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에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14만표 차이로 졌던 곳이기도 한 만큼, 충청 지역의 민심은 대권의 향방을 가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과거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충청권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 결과 대선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조기 대선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장밋빛 비전이 대선주자들에 의해 재점화되면서 충청권 민심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4월 3주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충청권의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40.8%에서 51.1%로 10.3%p 상승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16~1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 ±2.5%p, 신뢰수준 95%에 응답률은 6.6%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행정수도 완성’ 카드를 먼저 꺼낸 민주당이 충청 민심 일부를 흡수한 결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종 이전에는 ‘헌법 개정’이라는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형성됐다”며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판결한 바 있다. 국회법·규칙 개정과 함께 헌법에 수도 조항을 신설하는 개헌이 선결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진정성이 있다면 개헌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행정수도 공약의 진정성을 증명하려면 수도권 중심 국가 운영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개헌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헌법에 ‘수도’ 조항 신설이 불가피하기에 이를 포함한 ‘지방분권형’ 개헌안이 담긴 헌법 개정을 공약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반복될 때마다 세종시와 인근 지역 부동산시장이 크게 요동친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비슷한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고, 투기적 수요까지 유입돼 시장 불안이 가중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세종시 아파트값이 반등하고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둘째 주(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집값은 전주 -0.07%에서 0.11%p 오른 0.04%로 상승 전환했다. 2023년 10월 첫 주 이후 처음으로 아파트값이 반등한 것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지난 19일까지 등록된 3월 세종 아파트 거래량도 762건으로 2월 374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4월 거래량도 468건으로 이미 2월 거래량을 넘어섰다. 3월과 4월 거래량은 계약 신고 기간이 남은 만큼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국회와 함께 대통령실이 이전할 경우 수요가 늘어나 주택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매 선거철마다 반복됐지만, 실현까지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다는 점이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지방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꺼내든 이후 매년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신행정수도법의 헌재 위헌 결정으로 원안은 무산됐고, 현재 세종시는 당초 구상보다 축소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남아 있다.

‘세종 시대’ 공약은 충청권 표심을 겨냥한 대표적 지역 맞춤형 카드이자,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적 명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헌법 개정, 국민 합의,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단순한 ‘표퓰리즘 논란’에 머무르지 않겠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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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