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를 만나다> 무소속 허은아 제3지대 승부수

“윤석열 닮은 이준석은 잡는다”

[일요시사 김명삼 대기자] 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원내 4당 개혁신당의 내홍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치적 동지로 통했던 개혁신당의 허은아 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은 마침내 결별했고, 이제는 각자 대통령선거에 나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운명이 됐다.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31명의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면서 무소속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24일에는 “사라지는 나라에서 살아나는 나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회복’ 등을 키워드로 하는 출마에 대한 비전도 밝혔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 18일, 이 의원이 당내 찬반투표를 거쳐 개혁신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바 있기에, 당 내홍은 대선 여론의 장으로 무대를 옮겨 ‘시즌2’를 맞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개혁신당 내홍 와중에 <일요시사>와 만난 허 전 대표는 이 의원 등의 정당보조금 불법 사용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비하·혐오·갈라치기 방식의 이준석 정치를 강도 높게 비난했던 바 있다. 이번 인터뷰서 그는 이준석 정치를 ‘가짜 개혁’으로 규정하고, 기득권과 부조리를 깨는 ‘진짜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허 후보를 두고 많은 이들은 개혁신당 탈당까지는 예상했지만, 대선 출마는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어떤 동기에서 출마하게 됐는가?


▲지난해 1월 여러 달콤한 제안을 뿌리친 채 의원직을 던져 가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것은 이 나라를 제대로 개혁해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지난 1년 넘게 이준석 의원을 겪어 보니 개혁에 적합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탈당에 이은 대선 출마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정치를 시작했을 때나, 국민의힘을 탈당했을 때나 내 마음가짐은 변한 게 없다. 하나뿐인 딸은 물론, 딸의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한민국을 만들려 한다.

-구체적으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왜 개혁에 적합하지 않은가?

▲낡은 정치에 맞서 기득권을 깨겠다는 그의 말에 나도 속았고, 동탄 시민들도 속았다 생각한다. 처음엔 그 구호를 대견하게 여기면서 비호감도 82%(1월9일 발표 NBS)에 달하는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 알고 봤더니 당내서 기득권을 놓지 않음은 물론, 부조리를 만들어 내는 '젊은 꼰대'였다.

스스로가 '반(反) 개혁'인데 어떻게 대한민국을 개혁하겠나? 이제는 대선후보가 돼 전 국민을 속이려 들고, 당은 그에 대한 양두구육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간 이준석을 지원해 왔던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가짜 개혁과 다른 진짜 개혁이 무엇인지 선보이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간 이어진 개혁신당 내홍의 본질이자 근본 원인이 이준석 의원인가?

▲그렇다. 이 의원은 최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통해 당 재정을 비롯해 인사·기획 전략·조직 등을 좌지우지하는 사당(私黨)으로 개혁신당을 전락시켰다. 자칫 당이 몇몇 정치 낭인들과 특정인의 탐욕을 위한 사금고가 될 판이었다. 이에 맞서 사무총장을 교체하려 하자 온갖 근거 없는 흑색선전을 퍼뜨려 가면서 끝끝내 나를 끌어내린 것이다.


-당의 운영자금이 특정인 사금고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를 들면 국민 세금으로 공당에서 정책연구를 위해 쥐여준 돈이 9000만원이 넘는데, 당이 원하는 연구를 내팽개치고 세 명의 의원이 나눠 가졌다. 그중에는 한 정치학 박사가 전공과는 하등 상관없는 ‘지하공간 데이터센터 분석’을 연구한 것도 있다. 알고 보니 그는 친이준석 평론가로 통하는 A씨였다.

연구 결과물조차 당 대표인 내게 보고되지 않았다. 또 다른 친이준석 평론가로 알려진 B씨의 회사는 규정된 공개경쟁 입찰을 생략한 채 5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준석 특수관계인 C씨의 회사는 당 홈페이지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1100만원을 받아, 지금껏 1억5000만원을 넘겼다.

이 의원의 최측근 김철근 사무총장의 지인 D씨 업체는 판매 품목이 전혀 무관한 온라인 쇼핑몰을 하는데 당의 현수막 제작을 최대 2배 높은 가격으로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는 개혁신당이 이준석 사당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 의원의 근거 없는 흑색선전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내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 순번을 달라고 동탄에 찾아와 세 시간이나 울었다고 하더라. 악의적으로 지어낸 이 거짓말로 인해 당내 여론이 악화해 당 대표직에서 끌어내려진 것이다. 만약 이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하면 될 테지만,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으니까.

더 황당한 것은 ‘천아용인’의 천하람 의원과 이기인 최고위원이 이 거짓말을 고스란히 받아 내가 비례 순번을 받지 못한 것이 내홍의 본질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내가 바로 옆에 떡하니 앉아 있는데 천연덕스레 그러더라. 오히려 나는 비례 의원직을 던지고 개혁신당에 합류하지 않았나? 

그런 사정을 잘 아는 그들이 그렇게 말하다니 모욕이었다. 황당하기 그지없어 썩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것마저 공격의 대상이 됐지만…

-이 의원을 다룬 다큐 영화 <준스톤 이어원>이 대선 시즌을 앞두고 얼마 전 개봉했다. 국민의힘 비례 의원직을 던지던 날 당시 천하람·이기인을 앞에 두고, 이 의원까지 염두에 두고 “평생 갈 동지”라며 “가족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었는데…

▲그때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같은 장면을 회상하면서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유튜브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크게 비웃는 것을 내보내기도 했다. 정치가 비정하다지만, 당 내홍의 발단인 김철근 사무총장의 해임을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주장하고 찬성했던 그가, 이 의원이 저를 몰아내면서까지 그를 복귀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공개 석상에서 “김철근을 다시 앉혀라”라고 180도 말을 바꿔서야 되겠나?

-그래도 당 대표로서 내홍을 추스르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내가 대표였다지만 자타공인 개혁신당은 이 의원이 압도적 최대주주다. 거의 한 달여 동안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외부에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비공개 상태로 지속해서 당내에서 다양하게 소통했다. 그런데 그의 의중을 잘 안다는 중재자들이 하나같이 한 말은 “그냥 (그에게) 밟혀라” “김철근을 다시 받으면 없던 일로 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주겠다”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의 무도함을 보고 나를 도와주기 시작한 조대원 최고위원은 그쪽에 김 사무총장을 받되 실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 사무총장이 당을 전횡하게 둔다면 내가 대표로서 진짜 개혁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원래 허 후보는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라는 구호로 당 대표로 당선됐다. 누가 봐도 이준석을 도와 정권을 창출하는 조력자가 되려 했던 것 아닌가?

▲당 밖에서도 문호를 개방하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해 훨씬 더 경쟁력 높은 대선후보를 당당히 내거는 당 대표가 되고 싶었다. 일부 인사들과 접촉해 긍정적인 반응도 끌어냈다. 그분들이 높은 국민적 관심 속에서 이 의원과 경선을 치른다면 정권 창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이대로였다면 이 의원에게도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이런 구상을 밝혔더니 이 의원이 아주 싫어하는 게 느껴졌다. 이 의원이 나를 내쫓은 뒤 결국은 토론 없는 대선 경선 규정을 만든 채 공산당식 찬반투표한 것을 보고, 그가 말해온 ‘낡은 정치 혁파’라는 구호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그래도 의원직을 내던지며 합류한 당, 창당준비위원장이자 대표까지 지낸 당을 나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당연히 고통스럽고 아프다. 하지만 이 의원의 위선과 당내 부패한 구조를 뻔히 확인해 놓고 침묵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원래 4·2 재보궐선거서 젊은 정치인들의 사다리이자 희망이 되어주려 후보 배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책위의장을 교체해서라도 재보선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런데 내가 직을 내려놓자, 공관위를 없애고 출마하려던 예비후보를 주저앉혀 결국 어디에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러고선 이걸 내홍 탓으로 돌렸는데, 당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탈출이 아니라, 국민과 미래 정치를 위해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었다가 이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됐는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

▲국민은 거대 양당에 진절머리가 나지만 제3지대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 오죽하면 비호감 높고 다수 다자 대결 구도에서 1~2%대 지지에 불과한 이 의원이 3자 대결 구도에서는 일정한 지지를 얻을 정도다. 양당에 실망한 국민께 제3지대 후보마저 가짜 개혁 후보라면 절망뿐일 것이다. 나는 제3지대 대표 주자가 돼 이 의원을 이기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께 이 진심이 잘 전달된다면 그 이상의 성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제3지대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기득권과 부조리가 누적돼있다. 구태 양당은 기득권 자체이기도 하면서 기득권과 부조리를 제도적으로 인정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성장이 벽에 가로막힌 지 오래고 미래에 대해 낙관해야 할 미래 세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전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가득하다. 기득권과 부조리를 진짜 개혁으로 깨뜨리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 제3지대의 본질이다.

-이번 대선에서 다루고픈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해외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자살하는 국가라고까지 평한다. 인구 소멸로 인한 대한민국 소멸이 실체적인 위협으로 다가왔기에 대통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사라지는 나라’ 대한민국을, ‘살아나는 나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성별·정치 성향 등으로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주고, 기대고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되어주며, 나뉜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청과점 ‘대왕상회’ 딸이 감정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거쳐 정치인이 됐다. 여성이지만 여성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스스로 가진 역량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했다. 생소한 분야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였지만 데이터 기본법 등을 제정하며 착실하게 정치적 소임을 다했다. 제3지대 정치인으로서 이런 삶과 이런 정치가 가능하다는 꿈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 이번 대선에서 허은아의 성공은 곧 대한민국의 성공이 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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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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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