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를 만나다> 무소속 허은아 제3지대 승부수

“윤석열 닮은 이준석은 잡는다”

[일요시사 김명삼 대기자] 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원내 4당 개혁신당의 내홍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치적 동지로 통했던 개혁신당의 허은아 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은 마침내 결별했고, 이제는 각자 대통령선거에 나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운명이 됐다.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31명의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면서 무소속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24일에는 “사라지는 나라에서 살아나는 나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회복’ 등을 키워드로 하는 출마에 대한 비전도 밝혔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 18일, 이 의원이 당내 찬반투표를 거쳐 개혁신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바 있기에, 당 내홍은 대선 여론의 장으로 무대를 옮겨 ‘시즌2’를 맞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개혁신당 내홍 와중에 <일요시사>와 만난 허 전 대표는 이 의원 등의 정당보조금 불법 사용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비하·혐오·갈라치기 방식의 이준석 정치를 강도 높게 비난했던 바 있다. 이번 인터뷰서 그는 이준석 정치를 ‘가짜 개혁’으로 규정하고, 기득권과 부조리를 깨는 ‘진짜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허 후보를 두고 많은 이들은 개혁신당 탈당까지는 예상했지만, 대선 출마는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어떤 동기에서 출마하게 됐는가?


▲지난해 1월 여러 달콤한 제안을 뿌리친 채 의원직을 던져 가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것은 이 나라를 제대로 개혁해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지난 1년 넘게 이준석 의원을 겪어 보니 개혁에 적합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탈당에 이은 대선 출마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정치를 시작했을 때나, 국민의힘을 탈당했을 때나 내 마음가짐은 변한 게 없다. 하나뿐인 딸은 물론, 딸의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한민국을 만들려 한다.

-구체적으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왜 개혁에 적합하지 않은가?

▲낡은 정치에 맞서 기득권을 깨겠다는 그의 말에 나도 속았고, 동탄 시민들도 속았다 생각한다. 처음엔 그 구호를 대견하게 여기면서 비호감도 82%(1월9일 발표 NBS)에 달하는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 알고 봤더니 당내서 기득권을 놓지 않음은 물론, 부조리를 만들어 내는 '젊은 꼰대'였다.

스스로가 '반(反) 개혁'인데 어떻게 대한민국을 개혁하겠나? 이제는 대선후보가 돼 전 국민을 속이려 들고, 당은 그에 대한 양두구육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간 이준석을 지원해 왔던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가짜 개혁과 다른 진짜 개혁이 무엇인지 선보이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간 이어진 개혁신당 내홍의 본질이자 근본 원인이 이준석 의원인가?

▲그렇다. 이 의원은 최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통해 당 재정을 비롯해 인사·기획 전략·조직 등을 좌지우지하는 사당(私黨)으로 개혁신당을 전락시켰다. 자칫 당이 몇몇 정치 낭인들과 특정인의 탐욕을 위한 사금고가 될 판이었다. 이에 맞서 사무총장을 교체하려 하자 온갖 근거 없는 흑색선전을 퍼뜨려 가면서 끝끝내 나를 끌어내린 것이다.


-당의 운영자금이 특정인 사금고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를 들면 국민 세금으로 공당에서 정책연구를 위해 쥐여준 돈이 9000만원이 넘는데, 당이 원하는 연구를 내팽개치고 세 명의 의원이 나눠 가졌다. 그중에는 한 정치학 박사가 전공과는 하등 상관없는 ‘지하공간 데이터센터 분석’을 연구한 것도 있다. 알고 보니 그는 친이준석 평론가로 통하는 A씨였다.

연구 결과물조차 당 대표인 내게 보고되지 않았다. 또 다른 친이준석 평론가로 알려진 B씨의 회사는 규정된 공개경쟁 입찰을 생략한 채 5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준석 특수관계인 C씨의 회사는 당 홈페이지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1100만원을 받아, 지금껏 1억5000만원을 넘겼다.

이 의원의 최측근 김철근 사무총장의 지인 D씨 업체는 판매 품목이 전혀 무관한 온라인 쇼핑몰을 하는데 당의 현수막 제작을 최대 2배 높은 가격으로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는 개혁신당이 이준석 사당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 의원의 근거 없는 흑색선전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내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 순번을 달라고 동탄에 찾아와 세 시간이나 울었다고 하더라. 악의적으로 지어낸 이 거짓말로 인해 당내 여론이 악화해 당 대표직에서 끌어내려진 것이다. 만약 이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하면 될 테지만,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으니까.

더 황당한 것은 ‘천아용인’의 천하람 의원과 이기인 최고위원이 이 거짓말을 고스란히 받아 내가 비례 순번을 받지 못한 것이 내홍의 본질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내가 바로 옆에 떡하니 앉아 있는데 천연덕스레 그러더라. 오히려 나는 비례 의원직을 던지고 개혁신당에 합류하지 않았나? 

그런 사정을 잘 아는 그들이 그렇게 말하다니 모욕이었다. 황당하기 그지없어 썩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것마저 공격의 대상이 됐지만…

-이 의원을 다룬 다큐 영화 <준스톤 이어원>이 대선 시즌을 앞두고 얼마 전 개봉했다. 국민의힘 비례 의원직을 던지던 날 당시 천하람·이기인을 앞에 두고, 이 의원까지 염두에 두고 “평생 갈 동지”라며 “가족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었는데…

▲그때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같은 장면을 회상하면서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유튜브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크게 비웃는 것을 내보내기도 했다. 정치가 비정하다지만, 당 내홍의 발단인 김철근 사무총장의 해임을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주장하고 찬성했던 그가, 이 의원이 저를 몰아내면서까지 그를 복귀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공개 석상에서 “김철근을 다시 앉혀라”라고 180도 말을 바꿔서야 되겠나?

-그래도 당 대표로서 내홍을 추스르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내가 대표였다지만 자타공인 개혁신당은 이 의원이 압도적 최대주주다. 거의 한 달여 동안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외부에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비공개 상태로 지속해서 당내에서 다양하게 소통했다. 그런데 그의 의중을 잘 안다는 중재자들이 하나같이 한 말은 “그냥 (그에게) 밟혀라” “김철근을 다시 받으면 없던 일로 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주겠다”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의 무도함을 보고 나를 도와주기 시작한 조대원 최고위원은 그쪽에 김 사무총장을 받되 실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 사무총장이 당을 전횡하게 둔다면 내가 대표로서 진짜 개혁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원래 허 후보는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라는 구호로 당 대표로 당선됐다. 누가 봐도 이준석을 도와 정권을 창출하는 조력자가 되려 했던 것 아닌가?

▲당 밖에서도 문호를 개방하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해 훨씬 더 경쟁력 높은 대선후보를 당당히 내거는 당 대표가 되고 싶었다. 일부 인사들과 접촉해 긍정적인 반응도 끌어냈다. 그분들이 높은 국민적 관심 속에서 이 의원과 경선을 치른다면 정권 창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이대로였다면 이 의원에게도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이런 구상을 밝혔더니 이 의원이 아주 싫어하는 게 느껴졌다. 이 의원이 나를 내쫓은 뒤 결국은 토론 없는 대선 경선 규정을 만든 채 공산당식 찬반투표한 것을 보고, 그가 말해온 ‘낡은 정치 혁파’라는 구호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그래도 의원직을 내던지며 합류한 당, 창당준비위원장이자 대표까지 지낸 당을 나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당연히 고통스럽고 아프다. 하지만 이 의원의 위선과 당내 부패한 구조를 뻔히 확인해 놓고 침묵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원래 4·2 재보궐선거서 젊은 정치인들의 사다리이자 희망이 되어주려 후보 배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책위의장을 교체해서라도 재보선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런데 내가 직을 내려놓자, 공관위를 없애고 출마하려던 예비후보를 주저앉혀 결국 어디에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러고선 이걸 내홍 탓으로 돌렸는데, 당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탈출이 아니라, 국민과 미래 정치를 위해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었다가 이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됐는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

▲국민은 거대 양당에 진절머리가 나지만 제3지대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 오죽하면 비호감 높고 다수 다자 대결 구도에서 1~2%대 지지에 불과한 이 의원이 3자 대결 구도에서는 일정한 지지를 얻을 정도다. 양당에 실망한 국민께 제3지대 후보마저 가짜 개혁 후보라면 절망뿐일 것이다. 나는 제3지대 대표 주자가 돼 이 의원을 이기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께 이 진심이 잘 전달된다면 그 이상의 성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제3지대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기득권과 부조리가 누적돼있다. 구태 양당은 기득권 자체이기도 하면서 기득권과 부조리를 제도적으로 인정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성장이 벽에 가로막힌 지 오래고 미래에 대해 낙관해야 할 미래 세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전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가득하다. 기득권과 부조리를 진짜 개혁으로 깨뜨리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 제3지대의 본질이다.

-이번 대선에서 다루고픈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해외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자살하는 국가라고까지 평한다. 인구 소멸로 인한 대한민국 소멸이 실체적인 위협으로 다가왔기에 대통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사라지는 나라’ 대한민국을, ‘살아나는 나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성별·정치 성향 등으로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주고, 기대고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되어주며, 나뉜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청과점 ‘대왕상회’ 딸이 감정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거쳐 정치인이 됐다. 여성이지만 여성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스스로 가진 역량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했다. 생소한 분야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였지만 데이터 기본법 등을 제정하며 착실하게 정치적 소임을 다했다. 제3지대 정치인으로서 이런 삶과 이런 정치가 가능하다는 꿈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 이번 대선에서 허은아의 성공은 곧 대한민국의 성공이 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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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