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윤석열 탄핵 2차 표결서 친한계, 일 낼까?

22명 찬성 상설특검 통과
복잡한 국민의힘 셈법은?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지난 10일, 비상계엄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본회의서 재석 287명, 찬성 209명, 반대 64명, 기권 14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여당인 국민의힘서도 찬성표가 대거 나왔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날 표결서 조경태·김태호·김도읍·안철수·김예지·김형동·박정하·배준영·배현진·서범수·김건·김상욱·김소희·김용태·김위상·김재섭·곽규택·박수민·안상훈·우재준·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2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은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및 계파색이 짙지 않은 중도 성향의 의원들로 오는 14일로 예정돼있는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선 어떤 표를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기권표 14명은 신성범·김미애·권영진·박형수·서일준·이성권·엄태영·김기웅·김종양·고동진·박성훈·박정훈·이달희·정성국 등 전원이 여당 의원들이었다. 이들 역시 2차 표결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정가에선 상설특검 표결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서 탄핵안 표결서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중론이다. 상설특검의 경우 기명인 데 반해 탄핵 표결은 원칙적으로 무기명 투표인 만큼, 그에 따른 후폭풍을 감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마라톤 의원총회서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고, 김건희 특검법 표결 이후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최근 감지되고 있다.


두 번째 ‘탄핵 표결 시계’가 재차 돌아가기 시작한 이후 여당 내부서 2차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인사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것.

앞서 여당 의원 중 6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은 늦어도 토요일 오전까지 즉시 하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면서도 “제 말(하야 요구)에 다 포함돼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해당 답변은 2차 탄핵 표결 전까지 하야하지 않을 경우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지난 7일,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 남아 투표했던 안철수 의원은 2차 탄핵 투표서도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서 “지금도 모든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고 이런 상태가 계속 가는 건 옳지 않다”면서 “만약 이번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을 내고 여당서도 제대로 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차선책이지만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는 “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이다. 이번 사태도 국민들이 막아주셨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1차 투표 때 당론에 따르지 않고 표결에 참여했던 배경에 대해선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자기 소신에 따라 투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거기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안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안 의원처럼 당론에 반대하며 본회의장에 재입장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던 같은 당 김상욱 의원도 2차 표결에선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은 사유가 없어 반헌법적이고, 목적이 정치적 반대 세력 척결이어서 반민주적”이라며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여당에도 진지한 잘못 인정과 대통령 탄핵 협조를 요구한다. 반헌법적 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차회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언급했다.

1차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던 김예지 의원도 2차 표결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배현진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주 표결에 참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2차)표결엔 들어갈 것”이라며 지난 7일 표결에 불참한 데 대해 “당의 큰 패착이라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참여 여부만 언급했을 뿐, 찬반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여당 내 소장파로 불리는 김재섭 의원도 11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늦은 밤, 저는 체포될 각오로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서 계엄을 막았다.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지켜야만 한다는 일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저는 탄핵에 불참했다. 분노와 흥분 속에서 겨우 나흘 만에 이뤄지는 탄핵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진에도 질서와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 헌법적 공백을 초래하고 민심이 수용하지 않고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하야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합헌성을 따져보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엔 질서도, 퇴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이제 우리 당당하게 새로 시작하자. 부디 함께해달라”고 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탄핵 찬성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냐?’ ‘한동훈 대표와 사전 논의는 있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기자회견문에 있는 모든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일각에선 배현진·김재섭 의원의 표결 참석 및 찬성 입장은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등 떠밀린 게 아니냐는 불편한 목소리도 나온다.

1차 표결 당시 불참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후 지난 10일, 이들 지역구 사무실 앞은 주민들의 항의성 근조화환 세례로 몸살을 앓았다. 이들은 계란을 투척하거나 ‘내란 공범! 부역자!’ 등의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을 보내는가 하면 사무실 문에 날계란 및 밀가루·케첩 등을 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배 의원은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반면, 김 의원은 아예 “탄핵에 찬성하겠다”며 한 발 더 나갔다.

정계에선 김 의원의 이 같은 입장 변화가 찻잔 속의 태풍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당내 친윤계보다 세력이 작은 친한계인 데다 초선인 탓이다. 게다가 지금껏 어느 누구도 찬성을 당론으로 주장한 이도 없다.

11일 오후 <한국일보>는 ‘김소희·박정훈·유용원·진종오 및 초선 의원 한 명이 탄핵 표결에 참석한다’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4일 오후 5시로 예정된 2차 탄핵 표결에 참석하기로 했다. 다만 찬반 여부는 밝히지 않았는데 이들 역시 친한계 인사들이다.

현재까지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여당 의원은 총 9명, 이 중 찬성 뜻을 밝힌 의원은 5명이다. 탄핵소추안의 의결정족수는 200명으로 야당 192명이 전원 찬성한다는 가정 하에, 여당 의원 8명이 가결표를 던져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 표결까지 아직 3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 입장에선 1차 표결 때처럼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불성립이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할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오는 12일로 예정돼있는 원내대표 선거서 어느 인사가 원내 사령탑에 오르느냐에 따라 지난 당론을 답습할 수도 있다.

현재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윤계 핵심인 5선 권성동 의원과 중립 성향의 4선 김태호 의원이 양자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이날 선거 결과에 따라 당론이 좌지우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아직까지는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불참 카드가 한번 쓰여졌고, 그에 대한 여론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같은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은 높지 않겠냐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친한계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웠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찬성표를 던질지도 미지수다. 안 의원의 말마따나 국회의원은 ‘걸어다니는 개개인의 헌법기관이고 개인 소신에 따라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탄핵 명운은 친한계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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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