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령 넘긴 윤석열 탄핵 심판 예측

“국민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60여일이 지났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절차는 다른 심판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분수령을 넘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관해 헌법학자들에게 물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절차가 절반가량 마무리됐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미리 지정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기일은 모두 8차례로, 지난 4일 5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마지막 변론기일도 오는 13일에 종료 예정이라 예상보다 빠르게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보인다.

시간 싸움

2024년 12월4일 발의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은 지난해 12월7일 국회 본회의서 투표 불성립 선언 후 다음날 오전 12시48분에 기한 경과로 폐기됐다.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엔 ‘탄핵소추가 발의됐을 때 국회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제2항서 ‘본회의가 제1항에 따라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않은 경우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은 탄핵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의 조속한 일단락을 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결국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12월14일 재발의돼 국회 재적 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의결(가결)될 수 있었다. 탄핵소추의 의결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당시 국민의힘 내 이탈표를 두고 열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이 아닌 탄핵소추 대상자에 대한 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된다.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정청래 소추위원장이 헌재 민원실을 방문해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해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국회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오후 5시로부터 1시간15분 만이다.

헌법재판소법 제49조는 소추위원인 국회 법사위원장이 헌재에 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면 탄핵 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휴일인 지난해 12월15일 사건 검토에 착수했다. 다음날 헌재는 재판관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사건 처리 일정을 논의했다.

예정된 변론기일 절반 이상 지나
비상계엄 핵심 관계자 전부 소환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안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 헌재는 탄핵 심판 절차를 되도록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 측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탄핵 사유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강수를 뒀다. 형법상 내란죄 부분이 탄핵심판서 제외되면 탄핵 심판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회 판단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53일 만에 변론기일이 중반 이상 지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일 진행된 5차 변론기일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불법성을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정치인 체포 지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저지’에 관해 증인들의 진술을 듣는 절차를 진행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을 지휘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불리한 답변을 거부하며 윤 대통령을 옹호한 반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재차 증언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도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며 기존 진술을 유지했다.

지난 6일 진행된 6차 변론기일에는 곽 전 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출석했다. 남은 변론기일에는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증인들이 모두 나오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의 증언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3달간 변론준비기일, 변론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헌법학자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서 결과에 영향을 끼칠 쟁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의 정당성 문제 ▲내란죄 성립 여부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퇴임 등이다.

헌법재판관 출신 한 인사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 정당성 문제가 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해 다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헌법 제65조 제2항에 나온 걸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월3일 탄핵 심판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해 “이번 탄핵소추는 국회가 하나 돼 소추한 게 아니라 야당이 여당을 배제하고 소추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헌법 제65조 제2항은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단서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 될 수 있는 3가지 남아”
“국민 신뢰 저버린 경우 사유”

윤 대통령 측은 여당이 참여하지 않은 탄핵소추안 의결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 헌법학자는 “향후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 탄핵 심판서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퉈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이와 관련해 ‘정지해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고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적 정지’가 아닌 ‘임의적 정지’인 만큼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탄핵 심판을 반드시 정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현재 윤 대통령은 형사소송과 탄핵 심판서 모두 내란죄 혐의를 다투고 있다.

탄핵 대상자의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가 클수록 탄핵 대상자의 법 위반의 정도 또한 중대하고 심각해야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가령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서 헌재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해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의기관이라는 관점서 본다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 위반 행위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한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헌재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7인 이상 출석과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퇴임이 오는 4월18일로 예정되면서 이후 헌재가 6인 체제로 흘러갈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관련 부분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은 적어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두 헌법재판관의 임기 이전에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헌법재판관이 추가로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우는 예상

또 다른 헌법학자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했을 때,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은 명백해 보인다고 봤다. 그는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은 명백해 보이며 그 위반의 중대성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사유에 비해서도 훨씬 크다”며 “이에 헌재가 윤 대통령을 탄핵해 대통령직서 파면하는 결정을 신속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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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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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