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여론 수수께끼 보수 대결집 막전막후

너무 나갔나? 역풍이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현직 대통령이 구속됐지만 야당은 여전히 가시방석이다. 보수의 결집력은 때릴수록 강해지니 섣불리 손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그토록 바라던 정권교체의 갈림길에 섰지만 딱 한 발 내디딜 힘이 부족하다.

탄핵 정국 속 야당의 지지율이 치솟을 것이란 예측과 달리 오히려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 한 달 새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다.

급격한 상승
반전에 반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된 이후 민주당은 민생 행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대응책을 마련하고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 서민금융 지원 방안도 논의했다. 최고위 등에서도 ‘국민’ ‘민심’을 강조하며 민생에 방점을 찍었다.

너무 이르게 샴페인을 터뜨렸다가는 민심의 역풍을 맞을까 오히려 신중하게 메시지를 던져 왔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이 힘을 못 받는 이유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호감도만큼이나 비호감 역시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지지자를 일컫는 ‘개딸(개혁의 딸들)’ 못지않게 반이재명 정서가 중도층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이 46.5%로 직전 조사보다 5.7%p 상승했다. 민주당이 39.0%로 3.2%p 하락했다.

해당 기간은 윤 대통령에 체포된 바로 다음 날 이뤄진 것으로 1.4%p로 오차범위 내에 있던 양당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7.5%p로 벌어졌다.

야당이 당황한 지점은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 여부다. 차기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에서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 의견이 48.6%로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46.2%)’보다 높게 집계된 것이다. 오차범위 내에서지만 일주일 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정권 연장론은 7.4%p 상승했고 정권교체론은 6.7%p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봤을 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92.6%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역시 92.6%가 각각 정권 연장론과 교체론을 지지했다. 무당층에서는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의견이 44.2%로 정권 연장을 지지하는 37.7%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7.8%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쑥 오른 여, 뚝 떨어진 야
예상 못한 대반전…지지율 영끌?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벼랑 끝에 몰리자 다급해진 보수 지지자들이 사활을 걸고 여론조사에 답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지율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 또는 정부·여당을 자화자찬에 취하게 할 ‘신기루’에 빗대는 이들도 있었다.


보수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심이 돌아선 원인은 민주당 자신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국가적 혼란 중에도 민생 안정 대신 정쟁과 위법 논란, 이재명 방탄에 주력한 결과로 여야 지지율이 역전됐는데 왜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하나. 민심마저 검열하려 드는 ‘오만함’, 여론조사 기관 탓만 하는 ‘책임 회피’, 이재명 방탄만을 위한 ‘소아적 정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꿈틀하는 동안 민주당은 여론조사 왜곡·조작에 대한 검증과 대응을 위한 당내 기구인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여조특위)를 설치했는데, 이 역시 민심의 역풍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앞서 여조특위는 여론조사 정확성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향을 중점 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21일 첫 회의를 열고 뒤 “전 세계적으로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지 않나. 트럼프(미국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고, 2022년(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도 다 틀렸다”며 “지난 대선 당시 명태균 게이트 사례서 나타났듯이 여론조사 조작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자당 지지율이 높을 땐 일언반구 말이 없더니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간 후 여론 호도라는 비판을 퍼붓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양수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서 “김어준표 여론조사만 남기고 모두 통제하겠다는 것이고 카톡 검열에 이어 여론조사 검열까지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 초기부터 보수가 결집한 건 아니다. 보수 단체는 서울 광화문 등 일대서 ‘윤석열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지만 국회 앞을 메운 탄핵 찬성 집회에 목소리가 묻혔다.

탄핵 반대 집회에 불이 붙은 건 윤 대통령이 관저 내에서 체포영장을 거부하던 시점부터다. 관저 앞을 지키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 수위가 세지면서 내내 숨죽이고 있던 보수 지지층의 행동이 거칠어진 것이다.

폭동 사태
다시 순풍?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여당이 나서서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골단’ 기자회견을 주선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일도 없는데 이 엄청난 (부정선거)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 대통령직까지 걸었다”고 말해 군불을 땠다.

국민의힘을 든든한 ‘빽’으로 삼은 극우세력은 윤 대통령 수호대를 자처했다. 윤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면 극우세력이 스피커 역할을 하고, 이를 지켜보는 여당 의원이 맞장구를 치면서 점점 더 결집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대통령이 벼랑에 몰리면 아스팔트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때에도 광화문 곳곳서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혐오감이 짙게 깔린 시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헌법 수호 시위와 반헌법 시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혐오의 여부”라며 “국회 앞 시민의 분노가 건강한 저항이라면 윤 대통령 지지자의 분노는 혐오다. 이 같은 혐오 시위는 표현 방식과 양상에서도 전혀 다르다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윤 대통령 구속 직후 윤 대통령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서울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피운 것이다.

해당 사태를 지켜본 한 야권 관계자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일부 보수세력이 과하게 결집한 결과”라고 말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계기로 보수가 강하게 집결할 가능성도 있지만, 멀리 본다면 중도층의 민심이 이들로부터 돌아서지 않았겠냐는 설명도 덧붙였다.

민주당이 못하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지만, 반대로 민주당이 잘한다고 해서 혜택이 당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복잡한 셈법이 난무하는 여의도에서는 서로의 반사이익에 기댄 채 여론 주도권을 쥐는 쪽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민주당 강유정 대변인은 “헌법기관에 대한 도전이자 국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반체제적 범죄”라며 내란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 공화국의 근간을 부정한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진압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반국민 세력의 준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서
실금이?

민주당 등 야5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밖에도 민주파출소·민주당 허위조작 가짜 뉴스 방송 제보 등을 통해 가짜 뉴스와 불법 현수막 등을 통한 허위 사실 유포를 제보받아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론전으로 국면이 바뀔 때마다 여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 상승 그래프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탄핵 정국 이후 치러질 조기 대선서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란 확신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는 저들과 다르게 갑시다. 달라야 이길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김 전 지사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비판하며 “저들의 모습에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찾았다.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며 “저들과 달라야 이길 수 있다. 우리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렸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보다 직접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했다. 임 전 실장은 “나쁜 대통령을 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체포·구속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면서도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해도 일상이 돼버린 적대와 싸움의 정치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안에 원칙을 소홀히 하며 자신의 위치를 먼저 탐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에게 박수 받고 행세하는 게 참 불편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뜻함을 잃어버리며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상대의 실수에 얹혀서 하는 일은 지속하기가 어렵다. 성찰이 없는 일은 어떻게든 값을 치르게 된다. 민주당은 지금 괜찮느냐”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한 사람만 바라봐”
갑자기 시작된 집안싸움 역풍에 역풍

민주당 최대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혁신회의)는 곧바로 임 전 실장을 겨냥하는 듯한 논평을 냈다.

혁신회의는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 와중에 작금의 정치 현실을 만든 당사자들이 말을 보탰다. 반성은커녕 여전한 기득권의 태도로 가르치려 나섰다”며 “‘일상이 돼버린 적대와 싸움의 정치’를 운운한다. 지금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싸우는 대상은 민주 공화국의 적(敵)”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본인이 하면 민주화 운동이고 남들이 하면 그저 ‘적대와 싸움의 정치’일 뿐인가. 내로남불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알량한 정치적 자산을 챙기기 위한 아군을 향한 총질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기적인 자폭행위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재명 대표와 함께 오직 국민만 보고 당내 기득권을 반드시 극복하고 혁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의 고민은 이 대표 외에 경쟁력·대중성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보수세력이 “이재명은 안 된다”고 외쳐도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내세우는 이유다. 이 대표 체제로는 조기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쪽과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며 맞서는 이들의 신경전이 예고된다.

아직 내란 사태가 채 수습되지 않은 상태서 같은 편끼리 힘겨루기에 나설 경우, 또 다른 역풍이 불어닥칠지 지켜보는 이들도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을 쉽게 버릴 수 없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이지만 출당은커녕 탈당 요구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변론기일이 거듭될수록 보수 결집력이 약해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야권 전면에 깔려 있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더욱 강하게 뭉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보수의 대선 레이스가 한남동 관저 집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지금보다 더욱 격양된 양상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자신감도
과유불급

윤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부정선거 의혹이 민주당에 순풍이 될지 눈길이 쏠린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충분히 야당에 유리하다. 대통령이 별안간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민주당)지지율이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사소한 실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라며 “무리해서 여론전을 펼치다 보니 민심에 반하는 순간이 생긴다. 중도층, 그중에서도 정치 저관여층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이 부분은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론조사 희비, 뭐가 문제?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여론조사 결과표를 뜯어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권교체론보다 정권 연장론을 지지하는 일부 여론조사에 의문을 품은 것이다.

민주당에선 보수 성향 지지자가 활성화된 ‘보수 응답자 과표집’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일부 여론조사 업체는 편향적인 질문을 함으로써 공정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특정 업체가 아닌 여론조사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여론조사 수행 기관의 자격 요건을 갖췄는지를 비롯해 응답률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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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